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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6.07.08. [한국 100名山 21] 전북 부안 변산 관음봉

by 사천거사 2006. 7. 8.

변산 관음봉 산행록 

일시: 2006년 7월 8일 토요일

◈ 장소: 변산 관음봉 424m / 전북 부안

◈ 코스: 내소사주차장 → 내소사 → 관음봉 → 내소사주차장

◈ 시간: 2시간 30분

회원: 아내와 함께



06:35  아파트 출발. 오늘은 7월 24~25일에 있을 직원연수가 부안군 위도로 정해진 바, 미리 숙식 상황을 알아볼 겸 위도를 거쳐 돌아오는 길에 변산의 관음봉을 오르기로 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날이 잔뜩 흐려 있고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 태세다. 게다가 라디오에서는 연신 태풍 '에위니아'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오늘은 괜찮겠지' 하고 위안을 하면서 서청주IC로 진입,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를 달렸다. 토요일인데다 이른 시간이라 도로에 차는 그리 많지 않다.

 

08:08  태인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고속도로비 6,500원. 태인 IC에서 바로 좌회전해서 30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부안이 나온다. 도로이정표에 '감곡면'이 있어 한 마디. 전북 김제에도 감곡면이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음성 감곡면과 지명이 같고, 학교 명칭도 감곡중학교로 같아서 우편물이 간혹 잘못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태인에서 부안까지는 김제평야로 도로 양쪽의 논마다 벼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93년 위도 여객선 침몰 사건 때 직원 부인이 사고를 당해 들렀던 부안 해성병원을 지나 격포로 가다보니 오른쪽으로 그렇게 말이 많던 새만금 방조제가 보이고 새만금전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08:50  새만금전시관에 도착. 1995년 농업기반공사 새만금간척사업소가 개관한 간척 전문전시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새만금간척개발사업의 추진 과정과 그동안 시행해 온 간척사업에 대한 역사를 각종 사진과 도표, 모형, 첨단 영상매체로 보여준다. 새만금사업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 길이 33㎞의 방조제를 쌓아 조차의 피해와 염해를 없애기 위해 1991년부터 시작된 국가사업으로서 하구 간석지의 일부를 육지화하여 2006년 완공되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2만 8300㏊의 새로운 토지가 조성되어 연간 9만 4000t의 곡물을 생산하게 된다. 또한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춘 고군산군도가 변산반도국립공원 및 해수욕장 등과 연결되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바뀔 예정이다. 전시관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산 28-6번지에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동절기 4시)까지 문을 열며 공휴일은 휴관한다.


▲ 새만금전시관 건물 모습

 

▲ 전시관에서 바라본 새만금방조제

 

▲ 새만금전시관에서


09:25  격포항 터미널에 도착. 위도에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한다. 사실, 위도면은 모두 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6개가 유인도이고 24개가 무인도이다. 유인도로는 가장 큰 위도를 비롯하여, 식도(食島), 정금도(井金島), 달루도(達樓島), 대외치도(大外雉島), 소외치도(小外雉島), 상왕등도(上旺嶝島)가 있는데, 위도의 파장금항 까지는 요금이 6,700원이며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여객선에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데 요금은 별도로 내야한다. 참고로, 오후에 파장금으로 가는 여객선 시간은 14:10, 15:40, 17:30이다.


▲ 격포항의 모습


09:40  격포에서 파장금으로 가는 진도운수 소속의 여객선(페리)에 승선. 바다낚시꾼과 관광객 몇 명이 승객의 전부로 사람이 별로 없다. 도우넛과 옥수수, 송편 등을 파는 할머니가 있어 도우넛을 사서 먹었다. 나이가 꽤 많은 할머니 같은데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격포항이 점점 멀어지며 망망대해로 배는 나아간다. 여객선 엔진소리는 요란하고 배가 지나온 자리에 하얀 고속도로로 새로 생겨난다. 기끔 보이던 어선도 없고 먼산의 실루엣만 수평선 위로 가득하다.


 

▲ 위도로 가는 여객선 안에서

 

▲ 바다에는 여객선이 일으키는 물살만 남고


10:25  파도도 없고 해서 아주 편안하게 위도 파장금항에 도착. 먼저 파장금항에서 격포로 가는 여객선 시간을 알아보니 '7:30, 8:30, 10:00, 11:00, 12:50, 14:00, 16:00, 17:10'이다. 자,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직원연수 시 묵을 집을 구해야 하는데. 여객선 매점 주인에게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던 '서울여관'의 위치를 물으니 '진리'에 있다고 하면서 시내버스를 타라고 한다. 위도에는 시내버스가 딱 한 대 있는데 타고 보니 손님은 모두 5명이다.

 

10:30  시내버스 출발. 기사 분이 걸쭉한 목소리로 위도에 대해 안내를 시작한다. 이 섬이 고슴도치 모양을 하고 있어 '고슴도치 위'자를 써서 위도라고 한다느니, 지금은 어촌보다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느니, 방폐장 입지로 선정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니 등의 말을 쉴새 없이 쏟아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들르는 진리, 벌금(위도 해수욕장) 등의 지명 유래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한다. 해안을 따라 몇 굽이를 돌아가니 지난 2000년 겨울에 위도에 왔을 때 묵었던 것 같은 집이 눈에 들어왔는데 기억은 확실하지 않다. 민박과 횟집을 겸하고 있고 뒤에는 산, 앞에는 해수욕장이 있어 일반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요금 1,000원.


▲ 미영금 청해횟집 건물

 

▲ 청해횟집 앞 바닷가


10:55  미영금 청해횟집.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탓에 배도 고프고 하여 우선 회를 시켰다. 자연산 광어가 1kg에 5만원이라고 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24일 숙식 건에 대해 이야기를 한 다음 일단 예약을 했다. 곁들이 음식은 별로 없었지만 회맛은 일품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위도에서는 자연산만 쓴다고 귀띰을 해준다. 그나 저나 조금 노닥거리다 보니 12시 50분에 떠나는 여객선 시간에 맞추어 오는 시내버스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위도에 한 대밖에 없는 택시를 불렀다. 요금 8,000원.

 

12:50  신광 페리를 타고 격포항을 향해 파장금항 출발. 240명 정원의 배는 역시 한산했으나 오전에 올 때보다는 사람이 많았다. 바깥 경치도 그렇고 해서 객실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위도는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이상국가 '율도국'의 모델로 알려질 만큼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이라고 한다. 곳곳에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져 있으며 특히 바다낚시터로 유명한데, 1993년 위도 여객선 침몰 사건도 낚시꾼들이 정원을 초과해서 배에 탄 결과로 빚어진 참사였다.

 

13:45  격포항 도착.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한다. 왼쪽 산, 오른쪽 바다를 끼고 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해안도로는 날씨 탓인지 한산했다. 변산은 봉우리가 여러 개이고 따라서 등산 코스도 다양한데, 관음봉을 오르려면 내소사로 가야한다. 내소사를 품고 있는 봉우리가 바로 관음봉이기 때문이다.

 

14:15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 주차료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받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주차장에는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입장료 3,200원씩 내고 내소사로 가는 진입로에 들어섰다. 이 진입로는 울창한 숲으로 연결된 전나무 숲 터널을 통과하는데 그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내소사로 들어가는 길


내소사는 백제 무왕 33년(633년)에 창건된 고찰로, 조선 인조 때 건립된 대웅보전은 전면에 정교하게 꽃살무늬로 조각한 문짝과 퇴색된 단청이 특징이다. 이 대웅전은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깎은 나물를 끼워 맞춰 지은 건물로도 유명하다. 대웅보전이 보물 201호이고, 그 외에 고려동종(보물 277호), 법화경절본사본(보물 278호), 영산회괘불탱(보물 1268호) 등의 문화재가 있다.


▲ 내소사에서


14:50  직소폭포와 관음봉으로 가는 산행 입구가 내소사 가기 전 왼쪽으로 나 있다. 처음부터 좁은 숲길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이 길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대개 '남여치'나 '사자동'에서 출발하여 직소폭포를 경유하는 단체 등산객들이다. 지금 이 시간에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이 꽤 미끄럽다. 그러나 경사가 급한 곳마다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그리 위험한 곳은 없었다.


▲ 잠시 계단에 앉아


15:08  능선에 도착. '직소폭포 2.9km, 내소사 0.7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가끔씩 암릉으로 되어 있는 능선길은 아기자기했다. 오른쪽으로 내소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로 변산반도 서해 바다가 넓게 펴쳐져 있다.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15:33 관음봉 삼거리에 도착. 왼쪽으로 가면 직소폭포로 2.3km거리다. 오른쪽으로 '세봉 1.8km, 관음봉 0.6k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갔다. 관음봉은 바위 봉우리라 직접 올라갈 수는 없고 뒷쪽으로 8부 능선을 우회를 해서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다. 15시 48분에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관음봉 0.2km, 세봉 0.9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16:00  관음봉 정상. 내소사에서 1.9km거리다. 정상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고 이정표만 달랑 하나 서 있다. 왼쪽으로 난 길로 하산을 시작했다. 급경사 하산길이다. 이쪽으로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는지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기는 시간도 많이 지났다. 하산길 저 아래로 내소사 건물이 성냥갑처럼 늘어 서 있다.


▲ 관음봉에서

 

 ▲ 관음봉에서


16:15   세봉 아래 안부에 도착. 시간만 충분하면 세봉을 거쳐 하산을 할 수도 있는데, 원래의 목표가 관음봉이었던 만큼 오른쪽으로 나 있는 하산길을 택해 하산을 시작했다. 지그재그식 급경사 하산길이 끝나고 바위벽이 나타났다. 평소 같으면 그냥저냥 내려갈 수 있는 길인데 비에 젖은 바위는 미끄러워 기다시피해서 간신히 내려왔다. 바위벽길이 끝나니 평탄하고 부드러운 흙길이다.


▲ 바위벽을 내려오고 있다


16:38  관음전에 도착. 사람이 없는지 문이 닫혀 있다. 모처럼 약수를 실컷 마셨다. 여기서 내소사까지는 시멘트 포장이 된 탄탄대로였다. 16시 53분에 내소사 도착, 곧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름 있는 산 아래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들도 지역마다 특징이 있는데, 도봉산의 홍어 무침, 내연산의 칼국수, 수락산의  옻닭 등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곳은? 전어 구이가 특색인 듯 음식점 마다 앞에서 전어를 굽고 있다. 맛을 보고 싶은데 시간도 그렇고 해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17:05  내소사 주차장 출발. 시간에 따라 부과하는 주차요금은 3,400원. 영전에서 29번 국도를 따라 부안까지 올라간 다음 태인IC로 향했다. 18시 03분에 태인IC 통과. 장마전선이 밀려오는지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데 그리 심하지는 않다. 도로에 차량도 그리 많지 않아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19:30  청주 도착. 하늘은 여전히 흐려 있다. 물고기 먹이를 사기 위해 수족관에 들렀는데 문을 닫아 허탕을 치고, 사천천주교회에 주차를 한 다음 단골순대집에서 국밥을 저녁으로 먹고 귀가. 비록 수박 겉핥기 식이었지만 바다와 섬, 산을 조금씩이나마 가슴에 품어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