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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6.06.11. [한국 100名山 20] 강원 정선 백운산

by 사천거사 2006. 6. 11.

백운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6월 11일 일요일

◈ 장소: 백운산 882.5m /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 코스: 문희마을 → 백운산 → 칠족령 → 제장나루 

◈ 회원: 홍세영, 김영철, 이규필, 지학근, 이효정, 김지홍, 김석언(총 7명)



07:10  북쪽으로 갈 때 늘 모이는 '백제의 땅' 주차장 출발. 지학근, 김영철, 김지홍 회원은 내차에, 이규필, 김석언 회원은 홍세영 회원 차에 탑승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으나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이대로의 날씨만 유지된다면 산행하기에 최적이다.

 

07:35  증평에 있는 단골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두 줄씩 주문했는데 김영철 회원은 많이 먹어야 한다면서 세 줄을 주문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회원들을 위해 김밥 세 줄은 따로 시켜 회원들끼리 나누어 먹었다. 주덕에서 좌회전하여 충주 시내를 거치지 않고 제천 봉양역까지 달렸다. 봉양역에서 지학근 회원은 세워두었던 차를 몰고 사택이 있는 두학초등학교로 갔다. 내 차는 지학근 회원을 따라갔고, 홍세영 회원 차는 강승월휴게소에서 기다린다고 연락을 해왔다. 강승월휴게소에서 합류.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쪽으로 달리다가 문곡에서 좌회전하여 평창으로 가는 31번 국도로 들어섰다. 얼마를 달리다 우회전하여 419번 지방도를 달려 창리에 도착. 정선으로 가는 42번 국도에서 우회전, 얼마를 달리니 매표소가 나오고(입장료 1,500원), 이어 동강 진탄나루를 거쳐 산행기점인 문희마을에 도착했다. 미탄에서 진탄나루까지는 왕복 2차로 아스팔트 포장도로였지만, 진탄나루에서 문희마을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차 두 대가 교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길이 동강을 끼고 왼쪽으로 나있었다. 문희마을에는 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관광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산행 준비를 마친 다음 주차장 왼쪽에 있는 산행 안내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9km. 경사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상 외로 짧은 거리였다. 그런데 조금 올라가니 정상까지 3.7km라고 또 이정표가 또 서 있다. 어떻게 된 거지? 길을 물어본 다음 이정표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까. 길 옆 커다란 뽕나무에서 떨어진 오디가 먹음직스럽다. 회원들 모두 한 두 개씩 주워 먹었다.


▲ 문희마을 등산 안내도 앞에서 산행준비 중

 

▲ 칠족령과 백운산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산길은 조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제 마을에서 올라 제장 마을로 내려가기 때문에 이 문희마을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드문 모양이었다. 길 양옆으로 산딸기가 지천이다. 김영철 회원이 어제 산딸기를 어머 어마하게 많이 땄다고 자랑을 한다. 좁은 완경사 산길을 얼마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왔고 이정표가 서 있다. 바로 올라가면 완경사길로 정상까지 3.4km 거리이고, 오른쪽 급경사 길은 1.6km,였다. 이제야 정상까지의 거리가 다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물론 오른쪽 급경사 길이다. 급경사 길은 이름에 걸맞게 경사가 급했다. 지그재그로 난 사면길이 계속 이어졌다.


▲ 급경사길을 오르기 전에 한 장

 

 ▲ 지그재그로 나 있는 급경사 오름길


으아리가 많이 피어있고 이름 모를 야생화도 자주 눈에 띈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금시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마침내 능선에 도착. 완경사길과 만나는 곳이다. 때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리 많이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을 만한 비도 아니다. 우의를 꺼내 입었다.


▲ 정상 400m 전 이정표


백운산 정상에 도착. 정상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정상 표지석이 서 있고 동강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좋았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정상 아래 편편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제나루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계속 모여든다. 좋은 산이니 사람들도 많으리라.


 

▲ 백운산 정상에서 회원 일동


점심을 먹은 후 동강을 끼고 도는 백운산 주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주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칠족령을 거쳐 문희마을로 가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능선길은 바위로 되어 있었지만 그리 위험한 길은 아니었다. 산봉우리를 두 개 정도 넘은 다음 조금 급경사진 길을 내려가다가 왼쪽 동강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14:00  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앞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며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 우리는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김석언 회원이 뛰어 올라오며 김영철 회원이 추락했다고 소리를 지른다. 우리는 30여 미터를 뛰어 내려갔다. 커다란 바위 아래로 안부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추측컨대, 김영철 회원은 바위에서 왼쪽으로 미끄러지며 그 아래 절벽으로 추락을 한 것 같았다. 교과서 크기만한 돌이 빠진 자리가 왼쪽에 나 있었다.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규필 회원이 추락한 왼쪽 급사면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해 곧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산행을 하던 다른 팀들이 걱정을 하면서 자일을 꺼내 내려갔다 오더니 자신들의 능력으론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참 만에 이규필 회원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왔다. 절벽 중간에 배낭이 걸려 있고 그 아래로 또 절벽인데 김영철 회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 이 무슨 청천에 날벼락 같은 일인가. 김영철 회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수습하기로 했다. 홍세영 회원은 문희마을로 가서 차를 가져오기로 하고, 지학근 회원과 김지홍 회원은 제장나루를 거쳐 사고지점이 올려다 보이는 동강변으로 갔다. 김석언, 이규필 회원과 나는 사고지점에서 일단 대기를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판단해서 단양중학교와 단양교육청, 김영철 회원 사촌 동생에게 연락하고, 김영철 회원 부인에게도 연락을 해서 이곳으로 오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생사를 알 수 없어 마음은 한층 더 안타까웠다.

 

119와 연락을 한 결과 우리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 제장나루로 하산을 시작했다. 홍세영 회원의 차로 사고지점이 올려다 보이는 동강변에 도착. 119 대원에게 헬리콥터를 띄울 수 없느냐고 수차 건의를 했으나 일기가 불순하여 불가능하다는 대답이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김명철 회원의 생사는 불명한데 날이 어두워지면 119 대원들이 철수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바로 그 때 찾았다는 전화가 왔는데 '사고자는 운명했다'는 말을 건네준다.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혹시나 하면서 한 가닥의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문희마을에 있는 내 차를 가지러 홍세영 회원 차로 문희마을로 달렸다. 도상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차도로는 70km가 넘는 거리였다. 검시를 한 영월의료원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유재철 회장님과 도교육청 직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회원들과 늦은 저녁을 먹은 후 검사의 지시가 떨어진 10시쯤에 영월을 출발, 청주의료원으로 밤길을 달렸다. 의료원에 도착하니 연락을 받은 영어과 동문과 지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인생이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나.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