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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6.03.05. [충북山行記 9] 충북 제천 구학산

by 사천거사 2006. 3. 5.

구학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3월 5일 일요일  

◈ 장소: 구학산 970m / 강원 원주 신림 충북 제천 백운

◈ 코스: 배론성지 → 파랑재→ 주론산 → 구학산 → 천연계탐사관

◈ 시간: 6시간 30분

◈ 회원: 유재철, 홍세영, 김영옥, 김영철, 이규필, 지학근, 이효정, 김지홍, 김석언(계 9명)



08:10  백제의 땅에 7명이 집합. 유재철 회장님과 김영철 회원은 각각 제천과 단양에서 직접 배론성지로 오기로 했다. 내차에 4명, 홍세영 회원 차에 3명이 타고 청주를 출발. 날씨는 잔뜩 흐려 있지만 춥지는 않다. 증평과 음성을 거쳐 주덕에서 599번 지방도를 탔다. 충주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제천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09:05  남한강 보조댐(조정지댐) 휴게소 도착. 오른쪽으로 남한강이 충주댐 쪽으로 흘러가고 있고 물 위에는 청둥오리같은 물새들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있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목계에서 38번 국도로 진입, 다릿재 터널과 박달재 터널을 통과했다. 예전 같으면 이 두 고개를 넘느라고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터널 덕택에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봉양에서 원주로 가는 5번 국도를 따라서 조금 가니 왼쪽으로 배론성지로 가는 길이 나왔다.

 

10:00  배론성지 도착. 이 성지는 2001년 3월 2일 충청북도기념물 제118호로 지정되었다. 재단법인 천주교원주교구에서 소유, 관리한다. ‘배론’은 이곳의 지형이 배 밑바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주교 박해시대의 교우촌으로 조선 후기 천주교도 황사영(黃嗣永:1775∼1801)이 머무르며 백서(帛書)를 썼던 토굴과 최양업(崔良業:1821∼1861) 신부의 묘가 있으며, 성 요셉 신학교가 세워진 곳이다. 

1801년(순조 1) 신유박해(辛酉迫害)가 일어나자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어 권철신(權哲身)·이가환(李家煥)·이승훈(李承薰)·정약종(丁若鍾)·주문모(周文謨) 등이 처형되었다. 이때 많은 천주교도가 구학리 배론 산골에 숨어살았다. 황사영도 배론에 숨어 있었는데, 그는 조선교회의 박해 사실을 자세히 기록하고 신앙의 자유와 교회의 재건 방안을 호소하는 백서를 써서 황심(黃沁)·옥천희(玉千禧)에게 중국에 가는 동지사冬至使) 일행을 따라가 베이징[北京] 주교에게 전달하려다 발각되었다. 이 배론의 토굴에서 쓴 밀서를 황사영백서라고 한다. 

1856년(철종 7)에는 프랑스 신부들이 이곳에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교를 세우고 성직자를 양성하였으나,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로 신부들이 처형당하고 신학교가 폐쇄되었다. 조선 천주교사상 두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도 이곳에서 1861년 순교하였는데 뒷산에 그의 묘가 있다. 배론은 전국 각지의 성지순례 신자들이 끊임없이 찾는 한국 천주교의 성지이다. 


▲ 배론성지 안내도


▲ 배론성지의 모습


정각 10시에 도착을 했는데 유재철 회장님과 김영철 회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안 있어서 길을 잘못 안 김영철 회원이 도착하고 이어서 유재철 회장님이 도착을 해서 9명이 함께 산행에 들어갔다. 날씨는 평온한 편이고 바람이 약간씩 분다.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임도가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집이 2채 보이는데 한봉(토종꿀)을 치는 집이다. 왼쪽으로 계곡이 나 있는데 눈이 녹아 내리는 물로 수량이 많은 편이다. 다리를 건너니 계곡은 오른쪽으로 이동을 했다. 오른쪽 산은 눈이 전혀 없는데 왼쪽 산은 잔설이 적지 않게 쌓여 있다.

 

10:35  휴식. 오른쪽으로 민가가 있는데 개, 닭, 염소 등을 키우는 농장 같기도 하고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다. 왼쪽으로 다시 염소를 키우는 농장이 눈에 들어온다. 흑염소가 몸에 좋다나 어쩐다나. 임도는 지그재그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눈이 녹지 않아 길에 그냥 쌓여 있는데 등산화에 밟힌 곳은 금방 물로 변한다. 11시에 다시 휴식을 취했다. 봄을 환영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싱그럽다. 


▲ 임도에 오르기 전에 잠시 휴식


11:30  파랑재에 도착. 바람이 심하게 분다. 이정표를 보니 배론성지에서 3.4km의 거리다. 주론산까지는 3km인데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주론산에서 구학산까지는 또 얼마나 될까?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휴식을 취하면서 귤, 과자, 오렌지 등으로 간식을 먹었다.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었다. 처음부터 경사가 급하다. 더군다나 얼었다 녹은 흙길은 미끄럽기가 그지 없었고 그나마 낙엽이 쌓여 있는 사면이 괜찮은 편이다. 아이젠을 차고 스틱을 꺼내고 난리들이다. 제천의 3월은 그냥 3월이 아니다.


▲ 파랑재에 있는 이정표


▲ 파랑재에서 홍세영 회원


▲ 파랑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12:05  잘 다듬어진 무덤이 나타났다. 휴식. 얼마나 명당이기에 이 높은 곳에 무덤을 썼을까? 비석을 보니 '안동권공...'라고 적혀 있다. 홍세영 회원이 라면 끓일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물이 없다고 당황해하더니 배낭 어디선가 다시 물 한통을 찾아낸다. 치매의 초기 현상?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낙엽과 눈이 쌓여 있고 양지쪽은 몹시 질척거린다. 여러 가지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12;25  주론산 정상에 도착. 능선 상에 정상이 위치하고 있는데 조망은 좋지 않다. 오석으로 만든 정상 표지석에 '주론산 903m'라고 적혀 있고, 구학산까지 4.1km라고 명기되어 있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탁은 정상표지석. 김영철 회원과 홍세영 회원이 라면을 끓인 다음 준비해 온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김영옥 회원이 가져온 발렌타인 21년산 1잔씩. 식사가 끝나가는 데 등산객 2명이 올라왔다. 각각 혼자서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 주론산 정상에서


▲ 주론산 정상에서


▲ 주론산 정상석에 차려진 점심상 


13:07  점심후 출발. 구학산까지 거리가 만만찮아 갈 것이냐 그냥 도중에 하산을 할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를 하다가 결론은 계획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그럼 그렇지, 막강 평산회에 도중하차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구학산으로 가는 능선길은 양쪽으로 눈이 쌓여 있고 가운데로 길이 나 있는데 낙엽이 가세하여 미끄럽기가 그지없다. 조심해야지 하는데 왼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홍세영 회원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바위나 나무가 없어 부딪치지 않고 곧 멈추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조심, 또 조심. 산에서는 늘 조심이 최선이다. 14시 5분에 휴식.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오르내렸다.

 

14:55  마침내 구학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레이더망 같은 통신탑이 설치되어 있고 주론산과 마찬가지로 오석으로 만든 표지석에 '구학산 970m'라고 적혀 있었다. 사방이 터져 있어 조망은 좋다. 갈길이 멀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은 왼쪽 능선을 따라 천연계탐사관으로 방향을 잡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너무 지루할 거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 구학산 정상에서 회원들


▲ 구학산 정상에서 회원들


▲ 구학산 정상에서 홍세영 회원


하산길은 온통 눈밭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저절로 미끌어진다. 뒤에서 미끌어지면서 지르는 회원들의 비명이 자주 들려온다. 지루한 능선길이다. 왼쪽으로 헬리콥터 착륙장이 보이는데 그쪽으로 내려가면 큰골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렸다. 오른쪽 멀리 마을이 보인다. 15시 25분에 휴식을 취했다.

 

16:00  깨끗하게 손질된 무덤 2기가 나란히 누워있는 언덕을 내려가니 능선4거리가 나왔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큰골로 내려간다. 오른쪽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표지기는 없지만 희미하게 등산로가 아래로 이어져 있다. 한참을 내려가니 가끔 표지기도 보이고 조금 넓은 길이 나왔는데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니 우거진 덤불이 길을 막고 있다. 다시 아랫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니 길이 희미하게 자취를 남기고 있다.

 

16:30  천연계탐사관에 도착. 이층 짜리 건물에 둥근 원형 지붕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천연계탐사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자.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그리고 봉양읍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구학산(九鶴山)이 있다. 구학산은 치악산 남대봉에서 서쪽 백운산으로 갈라진 백운산맥과 연결된 해발 983m의 호젓한 산이다. 이 구학산 기슭 노목마을 깊은 골짜기에 과학기술부에 등록된 “전문과학관”이 둥지를 틀듯이 자리하고 있다. “노목 천연계 탐사관”이라고 하는 이 과학관이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별/새/꽃/돌 자연탐사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곳 과학관은 청소년들에게 자연생태를 교육하는 곳인데, 깨끗하게 보존된 자연환경이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밤에 별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주변 마을의 빛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목천연계탐사관”에서는 낮과 밤에 쉬지 않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주로 오후나 저녁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정오에 마쳐진다. 해가 지면, 다함께 꿈과 낭만이 있는 밤하늘의 별자리 여행을 떠난다. 플라네타리움이라고 하는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 공부를 하고 나면 쌍안경을 들고 밖으로 나가 직접 별자리를 찾아본다. 이 시간이 끝나면, 노목 탐사관에 있는 17대의 다양한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더 깊은 우주의 세계를 찾아간다.  노목 탐사관이 자랑하는 주망원경은 152mm 굴절망원경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정밀자동 추적장치가 부착된 이 천체망원경으로 달의 운석구 뿐만 아니라,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띠를 또렷하게 관측할 수 있다. 더 멀고 깊은 천체인 은하와 성운 성단을 관측할 때는 14인치 대구경 반사굴절망원경을 사용한다. 이런 고성능 망원경 외에 80미리 중소형 망원경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망원경을 조작해서 북두칠성의 이중성을 찾아보기도 한다. 어쩌다 천문대장님이 기분이 좋으면 낮에라도 주망원경에 “H알파” 특수필터를 사용하여 태양의 흑점은 물론 홍염, 필라멘트, 쌀알조직까지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 

 

해가 뜨면, 참가 학생들마다 쌍안경을 목에 걸고 노목마을의 산새를 찾아 나선다. 이른 아침 지저귀는 산새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요사이는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날라주는 어미새의 분주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가벼운 날개짓으로 푸른 창공을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과 "쪼로롱 쪼로롱" 산새 노래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듣기는 어쩌면 난생 처음일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루빼(Luper)를 가지고 숲 속으로 가서 야생화를 관찰하는 시간인데, 이것은 실물보다 최고 15배까지 크게 보이는 고배율 확대경이다. 루빼로 앙증맞은 야생화의 꽃잎을 들여다 보노라면 누구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우리꽃에 그만 반하고 만다. 그리고는 금새 ‘이름 모를 잡초’라고 함부로 홀대했던 것이 미안해진다.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다시 탐사관으로 돌아와서는 편광현미경으로 다양한 암석과 광물의 아름다움에 취해본다. 굳이 보석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돌이 가지는 화려한 무늬와 색상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옆에 있는 “화석실”에서 암모나이트, 삼엽충, 메소사우루스, 식물화석 등 약 200여점의 화석을 자상한 설명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런 훌륭한 장비와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탐사관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10명이 넘는 전문교사가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학생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 이렇게 1박2일을 보내고 돌아갈 때가 되면 누구나 시간이 짧다고 입을 모은다. 자연탐사학교에 참여한 원주삼육고등학교 심현미(1학년)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던 별, 새, 꽃, 돌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시원한 계곡, 상쾌한 숲 냄새, 밤 하늘에 사이좋게 모여 있는 좀생이별, 풀 속의 보석 좀꽃마리, 깜찍한 동고비의 웃음소리, 현무암 속에 숨어 있는 이쁜 네온사인 등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습니다. ... 또 오고 싶어요.” 자연의 소중함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멋진 하루가 어디 또 있을까. TV와 인터넷이 없고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 한다는 학생들이 이처럼 자연과 더 가깝고도 친근하게 되는 기회가 어디 또 있을까. 이번 주말은 아이들과 야외로 나가보자.


▲ 천연계탐사관 모습


자, 이제 배론성지까지 가는 것이 문제다. 버스정류장은 저 아래에 있고 버스시간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탐사관 견학을 온 두 아이의 엄마가 우리 사정을 듣고는 지금 내려 갈 예정이라고 하면서 큰 길까지는 태워주겠다고 한다. 고맙기도 하지. 홍세영 회원과 내가 승차를 한 다음 큰 길을 향해 달렸다. 큰 길까지는 짧지 않은 거리였다. 마을 요소요소에 현대식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도시 학생들을 받아서 체험학습을 하기 위한 시설이란다.

 

원주와 제천으로 가는 5번 국도에 이르렀는데 운전하던 아줌마가 차편도 여의치 않으니 배론성지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이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대화를 하다보니 천주교인이었으며 고향이 충주였다. 배론성지에 도착, 아이들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만원을 주었더니 극구 사양을 한다. 그래도 억지로 쥐어주었다. 차를 몰고 다시 천연계탐사관 쪽으로 올라가는데 회원들이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17:30  배론성지 출발. 유재철 회장님은 제천으로, 지학근 회원은 김영철 회원의 차로 역시 제천으로 각각 떠나고 나머지 6명은 2대의 차로 청주에 왔다. 청주 도착 시간은 7시 20분. UDT 수산에서 김지홍 회원의 교장 승진과 김영옥 회원의 교감 전직 축하연을 간단하게 가졌다. 늘 산행에 열심히 참여하시는 두 회원님의 앞날에 늘 영광이 함께 하기를 평산회원 일동의 이름으로 빌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