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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5.12.11. [충북山行記 6] 충북 제천 하설산

by 사천거사 2005. 12. 11.

하설산 산행기

일시: 2005년 12월 11일 일요일

장소: 하설산 1027.7m / 충북 제천시 덕산면

코스: 용하휴게소 → 주능선 → 하설산 → 용하휴게소

시간: 7시간

회원: 홍세영, 김영철, 지학근, 김지홍, 신영식, 김석언, 이효정(7명)



눈이 내려 미끄러운 도로 사정 때문에 일주일간 연기했던 12월 정기 산행을 오늘 갖게 되었다. 나 개인적으로도 4주 만에 산을 찾게 되었다. 지난 주에는 여러 가지 개인 사정 때문에 4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금주에는 상황이 많이 나아져 7명이 산행에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 금년 겨울 산에서 처음 눈을 밟아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가슴 속 가득히 밀려온다.

 

07:00  현관문을 열고나서니 피부에 닿는 바람이 매우 차다. 전날 일기예보를 통해 추운 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실제로 체감을 하니 만만치가 않다. 7시인데도 사방이 깜깜하며 세상이 조용하다. 이 추운 겨울날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이 있겠는가. 신흥고등학교 체육관 앞에 도착을 하니, 홍세영, 김지홍, 김석언, 지학근 회원이 맞아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 신영식 회원이 차를 몰고 들어왔다. 회원이 모두 6명이라 7인승인 내 차로 가기로 결정했다. 중간 좌석에 4명이 앉아야 하는 불편은 감수하고. 7시 20분에 체육관 출발. 이른 아침인데도 도로에는 차들이 꽤 다니고 있다.

 

07:35  단골집인 증평 김밥집에 도착. 홀에는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다. 김밥 3줄을 시켜 회원들이 먹고, 10줄은 점심용으로 포장을 했다. 점심에 라면을 끓일 것이라는 홍세영 회원의 말에 따라 김밥을 평소보다 적게 준비했다. 증평에서 괴산을 거쳐 감물 통과, 다시 지릅재를 넘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바깥 온도를 체크해보니 영하 8도다. 산은 더 춥겠지. 제발 바람이라도 불지 말아야할 텐데. 월악나루를 지났다. 충주호 가장자리로 살얼음이 덮여 있다. 덕산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용하구곡으로 가는 간선도로가 있다. 얼마를 들어가니 덕산에서 넘어오는 도로와 마주쳤고 오른쪽으로 매표소가 자리 잡고 있다.

 

09:05  혹시 매표원이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지고, 여자 매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1인당 1,600원, 합이 9,600원. 내 옆자리에 앉은 신영식 회원이 ‘혹시 흰 지프를 탄 머리 큰 사람이 지나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억수휴게소에서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서 방금 지나갔다’고 한다. ‘만날 사람이 우리’라고 하니까 ‘억수휴게소에는 왜 가느냐’고 묻는다. ‘하설산 등산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니까, 두 손을 내저으며 ‘휴식년제라 하설산 쪽으로는 등산이 금지되어 있고, 신륵사 쪽으로 해서 월악산 영봉으로 가는 길만 허용이 되어 있다’고 역설을 한다. 그러면서 휴식년제 지역을 등산하다가 적발되면 1인당 5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거기다 ‘수시로 순찰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오른쪽이 신륵사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용하구곡으로 가는 길이다. 하설산이 불가능하다면 월악산으로 가야하나? 어쨌든 김영철 회원을 만난 다음에 상의할 일이라 용하구곡으로 차를 몰았다. 도로에는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이 여러 곳 있었다. 4륜을 놓고 달리니 한층 낫다. 용하구곡에는 특이한 곳이 한 군데 있는데 계곡 암반이 도로 역할을 하는 곳이다. 1993년 6월 6일에 문수봉을 가느라고 이 길을 지나친 기억이 생생하다. 문수봉! 나로서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던 산이다. 김영철 회원과 약속을 했던 억수휴게소에 도착. 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주차장은 비어 있다. 아까 분명히 매표소를 지났다고 했는데. 전화를 걸어보니 이곳을 지나쳐 용하휴게소로 가고 있단다.

 

09:15  용하휴게소에 도착. 김영철 회원의 차가 세워져 있다. 악수를 나눈 다음 하설산이 휴식년제로 등산이 어렵다고 하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일언지하에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하게 한다. 상관이 없을까? 없다면 없는 거지. 막강 평산회가 휴식년제 산이라고 못 올라가면 안 되지. 휴게소는 적막강산이다. 추운 한 겨울에 휴식년제까지 겹쳤으니 사람이 올리 없고 따라서 휴게소는 개점휴업 상태인 것이다. 휴게소 왼쪽으로 다리가 있고 펜션 비슷한 건물이 언덕에 있다. 혹시나 해서 주차장에 있는 차를 펜션 옆 공터로 옮겼다. 역시 규칙을 어긴다는 것은 마음을 편치 않게 한다. 


▲ 용하구곡에 있는 용하휴게소


09:25  펜션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며 산행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길이 3갈레로 갈라져 있어 혼란 속으로 빠트린다. 휴식년제라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길이 희미하다. 게다가 눈까지 쌓여 있어 더욱 분간이 되지 않는다. 지도상에는 계곡길이 정상에 오르는 가장 빠른 길로 나와 있다. 지학근 회원은 계곡길로, 홍세영 회원은 중간길로, 나머지는 가장 오른쪽의 능선길로 일단 제각기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결국 다수가 선택한 능선길로 모두 모이게 되었다. 다수의 선택은 민주주의의 원칙? 완만한 능선길이다.

 

09:40  잠깐 휴식.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볼펜이 얼어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다. 입김을 불어 녹여가면서 중요한 내용만 한 자씩 적었다. 나머지는 머릿속에 넣는 수밖에. 다시 산행 시작. 추운 날이지만 바람 한 점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 잠시 휴식 중

 

▲ 휴식 중인 회원들

 

▲ 양지에서 신영식 회원

 

▲ 담소 중인 회원들


발밑에서 눈이 버석거리고, 낙엽이 부스럭거리며, 눈에 덮인 낙엽이 묘한 이중창을 뿜어낸다. 바위 능선(릿지: ridge)이 나타났다. 암릉은 주능선 아래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걷는 동안 거의 연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하설산은 바위산이었다. 눈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분설이라 미끄럽지 않아 큰 다행이었다. 회원들은 암벽 등반을 제대로 한다고 한 마디씩 거든다. 짐승 배설물과 발자국이 자주 눈에 띄었다.


▲ 암릉길 산행

 

▲ 암릉길 산행

 

▲ 암릉길 산행


10:40   커다란 암장에 이르렀다. 멀리 월악산 영봉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문수봉이 높이 솟아있다. 사연 깊은 문수봉! 암장을 일단 올랐으나 내려갈 수가 없어 다시 내려와 우회를 했다. 김영철 회원이 석이를 땄다고 자랑을 한다. 그 귀한 석이를! 11시 20분 쯤 암릉은 끝나고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났다. 그러나 한 눈에 들어오는 주능선이 어찌나 먼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길은 잃지 않을 정도로 흐릿하게 이어져 있다. 그 흔한 표지기나 이정표 하나 없다. 산행을 시작한 후로 계속 오르막이다. 다리가 뻣뻣하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겨울 하늘이 저렇게 파랬나?


▲ 하설산에서 바라본 월악산 능선

 

▲ 하설산에서 신영식 회원과 함께

 

▲ 홍세영 회원과 김석언 회원  

 

▲ 파란 하늘과 고사목


12:10  산행 시작한지 2시간 45분 만에 1,075m 봉 아래 주능선에 올랐다. 지도상으로는 계곡길을 택하면 40분에 주능선까지 오르게 되어 있었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은 아닐까? 왼쪽으로 멀리 하설산이 보인다. 여기서도 먼 거리다. 능선은 눈으로 덮여 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는 꽤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해가 비쳐도 계속 영하의 날씨라 녹지 않는 것이다. 다시 산행 시작. 주능선에는 표지기도 자주 눈에 띄고 길도 뚜렷하다.

 

12:35  안부에 내려가기 전 양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에 라면. 포도주 1병, 버찌주 1병. 겨울산에서 끓여 먹는 라면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꽤 오랜 시간 동안 점심을 먹었다. 우리밖에 없는 이 조용한 산에서 서로의 마음을 터 넣고 나누는 대화의 가치를 무엇으로 따질 수 있겠는가. 공기가 좋고, 풍경이 좋고, 사람이 좋고, 그래서 산이 좋은가보다.

 

13:20  점심시간 끝. 산행 시작. 낙엽송 밭을 지났다. 이 산에는 유난히 낙엽송이 많다. 높이 쭉쭉 뻗어 있는 것이 모양새는 좋으나 경제적 가치는 거의 없는 나무다. 이 정상 부근까지 낙엽송을 심다니. 수십 미터나 되는 아름드리 낙엽송 몇 그루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안부답지 않은 안부에 이르렀는데 왼쪽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도가 잘못된 걸일까?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가? 마지막 힘을 내어 정상을 향해 걸었다. 꽤 힘든 산이다.

 

14:10  마침내 정상 도착. 정상은 흰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아마 헬리콥터 착륙장인 것 같다. 꽤 넓은 지역이다. 정상 표지석은 어디에 있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표지석이 없다. 다만 구석 한 쪽에 서 있는 나무에 ‘하설산 1,027.7m'라고 쓴 양철 표지판이 하나 매달려 있다. 입장료를 받는 국립공원구역 안에 있는 산인데 표지석 하나 번듯하게 세워놓으면 어디가 덧나나. 정상주로 소주 1병 해치웠다.


▲ 하설산 정상에서 회원 일동


14:20  곧바로 하산 시작. 억수휴게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간혹 나타나는 표지기를 따라 능선길을 계속 걸었다. 그래도 내려갈 때는 즐겁다. 하산의 즐거움이 없다면 산에 오르는 고통은 배가 될 것이다. 몇 번 길을 잘못 들었다가 바로 잡았다. 길은 김영철 회원이 잘 찾는다. 사람마다 다 써먹을 곳이 있다. 하산길도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자주 미끄러진다.

 

15:30  커다란 암장에 도착했다. 바닥에 발자국 모양이 새겨져 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저 멀리 억수휴게소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하산 시작. 계속 왼쪽 능선을 타고 걸어 내려오니 용하휴게소 건물이 저 아래로 보인다. 무덤이 두어 개 나타나고 드디어 왼쪽으로 펜션이 보였다. 용하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용하휴게소로 내려온 것인데, 능선으로 시작한 산행이 능선으로 끝마치게 되었다.


▲ 하설산 암장에서 김영철 회원

 

▲ 하설산 암장에서

 

▲ 하설산 암장에서 신영식 회원 


16:10  용하휴게소 펜션 공터에 도착. 꽤 긴 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덕산에 들러 지학근 회원은 내려주고 6명은 청주로 왔다. 김지홍 회원이 저녁을 낸다고 해서 UDT수산에 집합, 회를 안주 삼아 소주를 6병 마셨다. 힘든 산행 후의 적당한 술 한 잔은 보약과 같은 것이다. 다음 산행 예정일을 살펴보니, 2006년 1월의 첫 주 일요일이 1일인데 새해 첫날이라 산행이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둘째 주 일요일인 1월 8일에 시산제 겸 새해 첫 산행을 갖기로 했고, 그날 저녁에는 산에 못간 회원도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결정을 했다. 2005년 산행을 마무리하며 평산회원들 모두 새해에는 뜻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