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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6.02.12. [충북山行記 7] 충북 단양 제비봉

by 사천거사 2006. 2. 12.

제비봉 산행기 

일시: 2006년 2월 12일 일요일  

장소: 제비봉 721m / 충북 단양군 단성면

코스: 장회나루 → 545봉 → 제비봉 → 얼음골 → 장회나루

시간: 3시간 40분

회원: 아내와 함께 



08:15  아파트 출발. 어제 아내에게 가고 싶은 산행지를 물었더니 제비봉을 언급했다. 1995년 11월에 평산회 산행지로 다녀왔던 곳이지만 벌써 10년 전의 일이고, 눈 덮힌 제비봉과 겨울 충주호의 모습도 볼 겸 오늘의 산행 대상으로 정하게 되었다. 늘 들르던 증평 김밥집에서 김밥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시간적으로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8시 35분 증평 통과, 8시 55분 괴산 통과, 느릅재와 문바우 윤갈미 고개를 넘어, 9시 20분에 단양으로 가는 36번 국도에 들어섰다.      

 

일요일인데도 차는 별로 없다. 특히 장회나루까지 가는 동안 불과 몇 대의 차만 볼 수 있었다. 봄에서 여름까지는 오고 가는 차량들로 붐비는 길인데 겨울에는 너무나 한적하다. 오른쪽으로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월악산이 늠름한 자태로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2002년 12월 평산회에서 갔던 월형산을 왼쪽으로 지나쳐 덕산 삼거리에서 수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에 성암휴게소가 있는데 이 식당의 음식 맛이 좋다는 말을 신현대 장학사가 여러 번 한 기억이 났다. 그래, 오늘 점심은 여기서 먹자. 

 

10:00  수산을 지나 장회나루 휴게소에 도착. 그 넓은 주차장에는 두 대의 차만 썰렁하게 놓여 있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닌데 너무나 한적했다.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신 다음 곧바로 주차장을 떠나 장회교 맞은 편에 있는 매표소를 향했다. 관광버스 한 대가 주차장에 들어오며 단체 등산객을 토해 놓는다. 제비봉에 가려는 사람들인가? 예전과는 달리, 제비봉이 월악산 국립공원에 편입이 되어 지금은 일인당 1,6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3,200원 지불.      

 

매표소 왼쪽으로 나무로 된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런 계단이 없었는데 입장료를 받으면서 편의 시설로 설치해 놓은 모양이다. 글쎄, 아무리 편의 시설이라지만 자연 속에 조형물이 이것저것 들어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어쨌든 올라가기는 수월하다. 계단이 끝나면서 바로 능선이 시작되었다. 제비봉 주변의 모든 능선이 바위로 되어 있는데 이 능선도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조금 올라가니 길에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있고 어떤 곳은 얼어서 미끄럽기까지 했다. 스틱을 하나씩 챙기고 아내는 아이젠을 찼다.  

 

10:30  충주호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장회나루 오른쪽으로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 유람선 한 척이 옥순봉 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건너편의 옥순봉과 구담봉의 바위들이 희끗희끗하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산행 시작. 철계단이 나타났다. 급경사 바위길을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게 설치해 놓았다. 편리함이 다는 아닌데... 철계단을 올라가니 왼쪽으로 수산면이 아래에 있고 그 너머로 멀리 월악산 영봉이 눈에 들어온다.


▲ 장회나루와 충주호

 

▲ 전망바위에서

 

▲ 충주호를 배경으로 

 

▲ 철계단 아래로 보이는 충주호

 

▲ 수산면이 내려다보이고


11:25  매표소 1,5km, 정상 0.8km, 해발 531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암릉은 끝나고 탄탄대로다. 눈이 다져저서 걷기에 매우 좋다. 게다가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산행하기에 너무나 쾌적하다. 경사도 적당해서 힘이 든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단체등산객들 중에서 걸음이 빠른 사람들이 추월해간다. 벌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팀들도 있다.


▲ 전망대에서 휴식


11:45  정상에 도착. 돌무더기가 있는데 눈에 덮혀 모습이 분명하지 않다. 제비봉 721m라는 정상표지판이 서 있다. 비스킷과 양갱, 귤로 일단 허기를 면했다. 혹시나 해서 김영철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숯가마찜질을 하러가는데 같이 가자고 권한다.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었다. 기념 사진을 찍은 후 12시에 하산.


▲ 제비봉 정상에서

 

▲ 제비봉 정상에서


하산은 올라왔던 길과는 반대쪽에 있는 얼음골 쪽으로 정했다. 얼음골에서 장회나루까지는 차도로 약 4km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올라온 길로 내려갈 수는 없지. 제비봉을 내려서니 바로 오른쪽으로 얼음골 하산길이 나타났다. 거리는 1.8km.      

 

다져진 눈길은 걷기는 좋지만 두 사람이 교행하기에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서로 양보만 잘 하면 큰 문제는 없다. 얼음골 방면 하산길은 경사가 매우 급했다. 12시 25분, 이정표 발견. 제비봉 0.8km, 얼음골 1.0km, 해발 550m. 아내가 아이젠을 찬 발이 저려온다고 해서 풀렀다 찼다를 몇 번 했다. 이윽고 아래로 도로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고 무덤 2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13:00   얼음골 매표소 도착. 매표소 직원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온다. 평소에 듣지 못하던 말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아내가 도로 위에 언 얼음에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니 다 내려와서 무슨 이벤트인가! 얼음골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두 대가 하산하는 단체등산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처럼 장회나루에서 올라간 사람들이겠지. 36번 국도를 따라 장회나루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산길과는 달리 포장된 도로는 걷기에 지루하다. 지난 1월에 도보여행을 할 때 걷던 생각이 났다. 183km도 걸었는데 이깟 4km 정도야. 13시 50분에 장회나루에 도착. 배가 꽤 고프다. 곧바로 아침에 찜해 놓은 성암휴게소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식당에는 주인 부부와 종업원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정하고 신현대 장학사가 일러준대로 된장찌개 백반을 시켰다. 먼저 누룽지 숭늉이 나왔다. 고소하면서도 따뜻한 숭늉.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는데, 된장찌개와 10가지 정도 되는 반찬의 맛과 정갈함이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더 좋은 것은, 주인 내외가 수시로 '반찬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부족한 것 없나요' 하면서 덤으로 밥 한 공기와 동이 난 반찬을 가져다 준다. 커피도 직접 타서 갖다 주었다. 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오늘 하루는 산뜻한 산행에 맛있고 친절이 깃든 점심으로 마무리가 되어 금상첨화의 산행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