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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5.11.06. [충북山行記 5] 충북 단양 도솔봉

by 사천거사 2005. 11. 6.

도솔봉 산행기 

◈ 일시: 2005년 11월 6일 일요일

◈ 장소: 도솔봉 1314m /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

◈ 코스: 사동리 주차장 → 묘적봉 → 도솔봉 → 사동리 주차장

◈ 시간: 6시간 45분

◈ 회원: 홍세영, 김영옥, 김영철, 이규필, 지학근, 이효정, 신영식, 김석언(계 8명)



07:00  신흥고 체육관 앞에 도착. 아침 6시에 일어났을 때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니 아주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꽤 빗줄기가 굵어졌다. 이남일 회원에게서 잘 다녀오라는 전화가 왔을 뿐 불참을 알리는 회원이 아무도 없었는데 체육관 앞은 조용하다. 날이 흐려 어둑어둑하다. 맞은 편 길 건너 아파트에 불 켜진 집이 간혹 보인다. 비 오는 일요일 아침에 무슨 일로 일찍 일어났을까? 체육관 둘레에 서 있는 은행나무 잎이 어둠속에서도 노란색이 너무나 선명하다.

 

이규필 회원과 지학근 회원이 도착. 이어서 홍세영, 김영옥 회원이 도착했고, 김석언 회원은 버스로 왔다. 미호에서 여기까지 꽤 먼 거리인데 몇 시에 일어났나? 신영식 회원을 마지막으로 참가를 희망했던 회원 7명이 모두 도착했다. 유재철 회장님은 급한 일이 생겨 참가를 못하시게 되었다. 예전에는 산행 날 아침에 비가 오면 산행을 갈 거냐 말 거냐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천둥이 치든 모인다. 막강 평산회다.

 

07:15  이규필, 지학근, 김영옥, 김석언 회원은 이규필 회원 차로, 홍세영, 이효정, 신영식 회원은 홍세영 회원 차로 목적지 단양을 향해 출발했다. 비는 계속 추적거린다. 오후에는 갠다고 했으니까. 신기하게도 홍세영 회원의 차 앞 유리에 부딪친 빗방울이 위로 올라간다. 특수물질을 뿌려서 그렇다나. 7시 50분에 괴산 제월대를 지나 감물 쪽으로 달렸다. 하늘이 조금 벗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산 중턱의 운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8시에 해발 397m의 느릅재 통과. 오른쪽 산의 낙엽송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다. 낙엽송 단풍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그 동안 무엇을 보고 다녔나? 8시 10분에 문갈미 고개를 넘어 월악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비 오는 휴일 아침이라 그런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남쪽 지방은 단풍이 마지막 절정인데 이렇게 비가 오다니. 누가 시샘이라고 하는 걸까?

 

08:30  월악나루 휴게소에 도착.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빼먹었다. 휴게소 맞은 편 산의 단풍이 곱다. 단풍이 모두 남으로 내려간 줄 알았는데 이곳 산의 단풍도 아직 여전하다. 비 맞은 단풍은 나름대로 멋이 있다. 월악나루에서 장회나루를 지나 단성면에 이르기까지의 도로 좌우의 가로수와 산과 호수와 계곡이 그려낸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자꾸 창밖을 내다보는 홍세영 기사 때문에 마음이 움찔움찔해진다. 그렇다고 말은 못하고. 빗줄기는 세졌다 약해졌다 한다. 아마 오전 중에는 계속 이런 상태일 것 같다.


▲ 월악나루 맞은편 산의 단풍


단성면 고개를 넘어서면 오른쪽으로 상선암 가는 도로가 있고 그 옆에 주유소가 있다. 이 주유소의 기름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휘발유 1,650원, 경유 1,260원. 그런데 이규필 회원 차가 그 주유소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번 도락산 다녀오다가 김영철 회원이 ‘저렇게 값이 비싼데 어느 미친놈이 기름을 넣겠느냐’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이규필 회원이 미친놈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9시 20분에 대강면에서 오른쪽 예천방향으로 차를 틀었다. 조금 지나니 유황온천 가는 길과 소백산 관광목장 가는 길이 갈라진다. 온천으로 가는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이 유황온천은 두 번 가보았는데 물의 미끌거림이 굉장히 좋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 한편으로 운무가 드라이아이스를 뿌린 것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도로 왼쪽 과수원에 잎이 모두 떨어진 사과나무 가지가 빨간 사과들을 매달고 있다. 보기에 좋다. 9시 30분에 장정초등학교 앞에서 김영철 회원을 만나 사동리(절골)로 향했다.

 

09:40  사동리 주차장에 도착. 간이화장실과 산행 안내도가 서 있다. 각자 산행준비에 바쁘다. 비는 계속 내린다. 우산을 쓰자니 불편하고 쓰지 않자니 부담이 가는 그런 비다. 일단 길이 좋은 곳까지는 우산을 쓰기로 했다. 곧바로 산행 시작. 시멘트포장이 된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계곡의 물소리가 좋다. 10시 5분에 매표소 통과. 도솔봉은 소백산 국립공원에 속하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빈집이다. 지난 번 도락산에 갈 때에는 8시 30분에도 입장료를 냈었는데.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다리가 나오고 바로 왼쪽으로 ‘도솔봉 3.2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 길은 우리가 하산할 때 사용할 길이다. 오른쪽으로 한 굽이 돌아가서 10시 10분경에 임도를 벗어나 왼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오른쪽 임도는 나중에 산 중턱에서 만나게 된다. 계류를 건너니 완만한 경사길이다. 오른쪽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내린 비의 수량이 만만치 않은지 작은 폭포가 줄지어 나타난다. 활엽수들은 거의 잎이 다 떨어지고 남아 있는 앙상한 가지들만이 비에 젖고 있다. 발아래 낙엽이 양탄자처럼 푹신하다. 흙길이 끝나면서 바윗길이 나타난다.


▲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 임도에 비는 내리고


10:30  계곡 큰 바위가 널려 있는 곳에서 휴식. 그런데 8명이어야 할 회원이 7명뿐이다. 지학근 회원 실종! 얼마를 기다려도 오지 않자 홍세영 회원과 김석언 회원이 길을 되집어 찾으러 갔다. 허탕이다. 어디서 헤어졌을까? 아마도 임도에서 왼쪽으로 꺾어든 우리를 못보고 그냥 임도로 올라간 것 같다.

 

10:50  지학근 회원이 걱정은 되었지만 나중에 어디선가에서 만날 것을 예상하며 출발. 얼마를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산사태가 난 지역이 나타났다. 현재시각 11시 20분. 왼쪽 계곡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을 잘못 들어 조금 헤맨 다음 정상 산행로에 들어섰다. 신영식 회원이 몸이 불편한지 뒤로 처진다. 세상이 조용하다. 도솔봉 산행을 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뿐인 것 같다.

 

급경사길을 올라가니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가 나타났다. 현재시간 11시 40분. 백두대간 등산로 정비사업 안내판이 서 있고 인부들이 사용하는 물품들이 널려 있다. 오늘은 휴일이라 쉬는 모양이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막 출발하려는데 임도 저 멀리 운무 속으로 걸어오는 사람 모습이 보인다. 지학근 회원 환생! 예상대로 임도를 따라 계속 걸어온 것이다. 어쨌든 반갑다.


▲ 임도에서 휴식

 

▲ 임도에서 휴식


11:50  임도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섰다. 급경사길이다. 밧줄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손이 시리다. 운무 속을 8명이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다. 12시 10분에 묘적령에 도착. 묘적령에서 도솔봉까지는 백두대간의 일부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신영식 회원은 몸이 많이 불편한지 그냥 하산을 하겠다고 한다. 말려서 될 일인가. 김밥을 두 줄 챙겨주고 안녕 하산을 빈 다음 7명이 도솔봉 쪽 능선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몇 개를 넘었다. 나무들은 거의 옷을 벗었다.


▲ 신영식 회원

 

▲ 홍세영 회원


12:30  1,102m봉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 따뜻한 물, 김치, 과일, 녹차. 운무 속에 들어 있어 주변 경관은 볼 수가 없다. 김영철 회원이 김밥 두 줄이 없어졌다고 투덜거린다. 누구를 원망해.

 

13:05  묘적봉 정상에 도착. 작은 돌무더기와 함께 표지석이 서 있다. 점점 바람이 세어진다. 비는 그쳤다. 일기예보에 오후부터는 갠다고 했으니. 요즘 일기예보는 믿을 만하다. 다시 산행 시작. 다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은 후 바위벽과 마주쳤는데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지겨운 계단. 치악산 사다리병창 생각이 난다. 한 계단 더 올라가니 도솔봉 정상이다.


▲ 묘적봉 정상에서 회원들

 

▲ 묘적봉 정상에서


14:10  정상은 헬기착륙장을 겸하고 있었다. 넓은 정상에 오석으로 된 표지석이 놓여 있다. 사방을 운무가 둘러싸고 있다. 김영철 회원이 가져온 소주로 정상 등정 축하를 했다. 죽령 쪽으로 가는 등산로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도솔봉을 지나 그 쪽으로 가는가 보다. 워낙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보니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다.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 갈래골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경사가 꽤 급했다. 이쪽 길을 하산하는 길로 선택하라는 정보가 옳은 것 같다. 끝없는 하산길이다. 홍세영 회원과 김영옥 회원이 자꾸 뒤처진다. 왜? 몰라!


▲ 도솔봉 정상 헬기장

 

▲ 정상표지석과 함께

 

▲ 정상표지석과 함께


15:00  휴식. 가끔씩 햇빛이 비친다. 건너편 능선 따라 심어져 있는 낙엽송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 능선길이 끝나고 계곡이 왼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에 올라왔던 임도가 눈에 들어온다. 왼쪽 계곡으로 내려가 탁족을 했다. 현재 시각 15시 55분.


▲ 하산중 휴식

 

▲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가지들

 

▲ 계곡에서 탁족 중인 회원들

 

▲ 단풍이 든 낙엽송 색깔이 곱다

 

▲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산 풍경


16:25  주차장에 도착. 신영식 회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꽤 지겨웠을 텐데. 빨리 중턱산악회를 벗어나야 할 텐데. 6시간 45분간의 긴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김영철 회원이 단양에 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을 낸다고 하여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부대찌개와 뼈다귀탕을 안주 삼아 대강막걸리를 마셨다. 산행 후의 술 한 잔은 보약과 같다. 저녁을 먹은 후 이규필, 김석언, 김영옥 회원은 이규필 회원 차로, 홍세영, 지학근, 신영식, 이효정 회원은 홍세영 회원 차로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우리 차는 제천을 들러 지학근 회원을 내려주고 주덕에 있는 홍세영 회원 고향집을 들른 후 청주에 안착했다. 비오는 날의 운무 속 산행은 또 하나의 추억거리로 내게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