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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6.02.28. [한국 100名山 13] 경남 밀양 재약산/천황산

by 사천거사 2006. 2. 28.

재약산-천황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2월 28일 화요일

◈ 장소: 재약산 1189.2m / 경남 밀양시 단장면

◈ 코스: 표충사 → 층층폭포 → 재약산 → 천황산 → 한계암 → 표충사 

◈ 시간: 6시간 4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처가인 밀양에 온 김에 근처에 있는 재약산을 오르기로 했다. 1991년 1월에 평산회에서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재약산은 두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1,108m인 수미봉과 1,189m의 사자봉이 그것이다. 그런데 일본강점기 때 사자봉을 천황산, 수미봉을 재약산으로 불렀고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정상표지석도 각각 재약산과 천황산으로 되어 있다.


07:40  밀양 출발. 언양과 울산으로 가는 4차로 24번 국도를 달렸다. 밀양시내부터 표충사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길을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밀양에서 가까운 줄 알았는데 표충사까지는 20km, 얼음골까지는 28km나 된다. 오후 늦게부터 눈이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부응하듯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표충사로 가려면 24번 국도를 달리다 금곡교차로에서 오른쪽 나들길로  나와서 1077 지방도를 타야한다.

 

밀양에서 표충사까지 가는 지방도 양쪽으로는 과수원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처음에는 감나무인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대추나무였다. 그렇구나. 이 지역은 대추가 주산지인 곳이었다. 대추나무 과수원을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08:15   표충사 주차장에 도착. 먼저 공용주차장이 있고 그 다음 상가 지역에 역시 무료주차장이 있었다. 이 무료주차장에서 표충사까지는 약 1.3km로 걸어가야 하는데, 만약 차로 표충사까지 가려면 소형은 2,000원의 주차료를 내야 한다. 상가 주차장에는 불과 몇 대의 차만 주차되어 있었다. 오늘이 평일인데다 시간도 이르니 산행을 온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

 

주차장에 내리니 바람이 몹시 세게 분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상가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다. 표충사로 어어진 차도를 걷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노점상 비닐천막들이 줄지어 있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기에 너무나 흉물스러워 경관을 몹시 해치고 있었다. 벚나무 가로수에 이어 수백년 묵은 노송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 왼쪽 계곡을 따라 민박과 펜션들이 들어서 있었다. 산등성이의 별장도 아름답다. 표충사 입구에 매표소가 있고 문화재관람표로 2,000원씩 받고 있었다. 8시 30분이라 혹시 매표소 직원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몇 시에 출근하나? 


▲ 표충사로 가는 길


08:40   표충사 입구에 도착. 산행안내도를 보니 오른쪽 표충사계곡으로 오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그 길을 택했다. 오른쪽 계곡을 건너니 '재약산(층층폭포) 5.2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경사가 거의 없는 넓은 자갈길이 나타났다. 등산객은 우리뿐이다. 바람소리, 계곡 물소리, 이름 모를 산새소리가 어울려 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낸다. 싸락눈이 조금씩 흩날린다. 길 양쪽으로 파란 조릿대가 열병 대형으로 서 있다.

 

09:00   갈림길이 나오기에 오른쪽 길을 택했다. '재약산 4.4k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왼쪽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장마철은 아니지만 아마 눈이 녹아서 수량이 제법 풍부한 것 같았다. 오른쪽은 온통 바위들이 쌓여 있는 스크리 지대였으며 팔뚝 굵기의 다래덩굴이 얽혀 있었다. 조릿대도 계속 우리를 반겨준다. 9시 10분에 휴식을 취한 후 계곡을 건넜다. 이제 계곡이 오른쪽으로 이동을 했다. 완경사길이 끝나고 급경사길이 시작되었다. 재약산은 바위산으로 산행로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09:25   흑룡폭포에 도착. 인터넷 안내서에는 홍룡폭포, 홍류폭포라고 되어 있는 곳도 있다. 바위로 된 급경사의 협곡을 따라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중간에 소가 하나 있고 다시 그 아래로 폭포가 연결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폭포 그 위로 도로 가드레일이 보인다. 어디로 가는 길일까? 여기서 층층폭포까지는 1.2km 거리이다. 


▲ 흑룡폭포를 배경으로

 

▲ 흑룡폭포를 배경으로


09:50   구름다리가 놓여 있고 왼쪽 계곡의 바위를 타고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아, 이곳이 바로 층층폭포구나.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층층폭포는 훨씬 더 위에 있었다. 재약산은 억새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곳곳에 있는 폭포로도 유명했다. 다시 눈발이 날린다. 조릿대는 아직도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표충사 진입로에서 보았던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이 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잡목들이다. 자연현상에 의해 길이 유실된 곳이 많다. 급경사길을 계속 올라갔다.


▲ 구름다리 위에서

 

▲ 이름 모를 폭포 앞에서


10:13   층층폭포에 도착. 왼쪽 계곡에서 우렁찬 물줄기를 내려 쏟고 있다. 폭포 아래에는 녹지 않은 눈이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층층폭포 앞에도 계곡을 건너는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층층폭포부터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시멘트로 돌을 이용하여 만든 계단이었다. 이 높은 곳에 시멘트 조형물이 있다는 것이 무언가 부조화의 현상을 보는 것 같다. 어쨌든 올라가는 데에는 편리하다. 계단을 올라서니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타났다. 물론 포장이 안 된 자갈길이다. '재약산 1.85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 층층폭포 앞에서


차도를 따라 걷다보니 왼쪽으로 계곡이 있는데 층층폭포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연결되는 계곡이었다. 그 계곡은 마치 산 아래에 있는 넓은 형태의 계곡이었는데 이 높은 곳에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차도 왼쪽으로 오솔갈이 나 있고 계곡을 건너 조금 올라가니 다시 차도와 연결되었다. 차도를 가로질러 다시 오솔길로 들어섰는데 넓은 공터가 나타났고, 새로 심은 나무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바로 고사리분교와 민가터였다.

 

10:40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민박촌과 분교가 있었으나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진불암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분교터를 내려다보니 세월의 허망함이 가슴 가득 밀려온다. 왼쪽으로 사자평의 억새들이 마치 가을논에서 추수를 기다리는 벼처럼 널려 있다. 예전보다 잡목들에게 많이 자리를 내주어서 억새군락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한다. 걷다보니 샘이 하나 있는데 물이 퐁퐁 솟아나고 있다. 신기하다.


▲ 옛마을터에서

 

▲ 사자평 억새밭에서


11:20   재약산 정상 밑에서 휴식을 취했다. 억새밭길을 뚫고 여러 갈래의 길이 나있다. 정상 부근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산행을 한 후 처음 듣는 사람 소리다. 눈발이 심해지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손이 시릴 정도다. 재약산 정상까지 계속 돌길이었다. 재약산도 거대한 바위덩어리였다.

 

11:40   재약산 정상에 도착. 재약산 1,108m라고 정상 표지석에 적혀 있다. 재약산 정상에서 암릉을 따라 걸었다. 천황산으로 가기 위해서다. 이윽고 암릉이 끝나고 안부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 멀리 운무에 덮힌 천황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등산객 5명이 올라온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고 물으니 '요 아래에서 온다'고 한다. '요 아래'가 어딘가? 안부 오른쪽 멀리 목장이 보이고, 안부에는 휴게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 재약산 정상에서

 

▲ 재약산 정상에서

 

▲ 운무에 싸인 천황봉


12:05   '쉬어가는 여유, 털보산장'이라고 휴게소 벽에 크게 적혀 있다. 휴게소 밖에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탁자가 수십개 마련되어 있었고, 젊은 남자 등산객 3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표충사 내원암에 이르게 된다. 거리는 약 3.7km. 빤히 보이는 천황산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역시 돌길이다. 북사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정상 부근의 관목들이 하얗게 상고대를 뒤집어 쓰고 있다.


▲ 상고대 앞에서


12:40   천황산 정상에 도착. 등산객 3명이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정상은 거대한 바위덩어리였고 오른쪽으로 영남알프스 산맥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정상에는 '천황봉 1,189m'라는 표지석과 돌탑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정상에는 '재약산 2.0km, 얼음골, 3.3km, 한계암 2.3km'라고 적힌 이정표도 서 있었다. 한계암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하산길은 급경사길이다. 왼쪽 아래로 표충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천황산 정상에서

 

▲ 천황산 정상에서


12:55   부추 부침개와 커피, 배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양지에서 먹는 점심의 맛은 너무나 맛있다. 점심을 끝내고 조릿대가 깊 양옆을 덮고 있는 급경사길을 계속 걸었다. 역시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자갈길이다. 바위덩어리로만 덮혀 있는 스크리 지대를 지나니 계곡의 물소리가 들여온다. 13시 50분에 휴식을 취했다. 지금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다. 정상까지 언제 다녀오려나?

 

14:00   한계암에 도착. 한계암 바로 위에는 '천황산 2.3km, 표충사 1.5km, 필봉 1.2km'라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한계암은 왼쪽과 오른쪽 계곡의 합수머리 바로 위에 덩그라니 위치한 3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왼쪽의 금강폭포와 오른쪽의 은류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뿐 세상은 조�했다. 이 조용한 곳에서 무슨 근심과 걱정이 있겠는가?

 

한계암에서 표충사까지는 계속 계곡길이었다. 넓은 암반을 지나는 경우도 있고 돌로 만든 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 안 가서 재약산과 천황산 중간 안부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쳤다. 표충사 건물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신라 진덕여왕 8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죽림사의 현재 이름인 표충사에는 국보 제 75호 청동함은향완, 보물 제467호 삼층석탑, 지방유형문화재 제14호 석등, 52호 표충서원(사명 서산 기허 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음)이 자리잡고 있다. 이 밖에도 표충사에는 사명대사의 가사 장삼 수저 뿐 아니라 청룡언월도 등 많은 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호국사찰인 표충사는 규모가 매우 큰 사찰이었다.


▲ 표충사 앞에서


15:00   상가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새로 개통된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 밀양 IC로 진입하여 대구까지,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김천까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연풍까지 달렸다. 선산에서부터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리기 시작했다. 연풍 가까이 오니 산들이 머리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괴산을 거쳐 청주에 도착하니 7시경. 2월의 마지막 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