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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6.02.26. [한국 100名山 12] 충북 보은 구병산

by 사천거사 2006. 2. 26.

구병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2월 26일 일요일

◈ 장소: 구병산 877m / 충북 보은군 마로면

◈ 코스: 적암휴게소 → 절터 → 주능선 → 구병산 → 쌀바위 → 휴게소

◈ 시간: 6시간 20분 

◈ 회원: 김영철 부부, 이규필 부부, 이효정 부부 



08:10  김영철, 이규필 부부와 함께 7인승인 내차로 산행지를 향해 우리 아파트를 떠났다. 하상도로 이용, 피반령을 넘은 다음 보은을 경유하여 상주 쪽으로 계속 달렸다. 차량 통행은 거의 없다. 구병산은 보은에서 상주로 가는 25번 국도에 있는 적암휴게소에서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찾기에 어려움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구병산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은부터 요소마다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잘못 드는 경우도 거의 없다. 외속리면을 지나면서 속리산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아들 선우 때문에 여러 번 왔던 기억이 새롭다. 

 

09:30  주유소를 겸한 적암휴게소에 도착. 거대한 구병산 안내도가 우리를 반긴다. 먼저 온 몇몇 등산객들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뽑아 마셨다. 바람이 꽤 세게 분다. 윈드자켓을 꺼내 입었다. 구병산을 올라가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인데 우리는 853m봉(동봉) 왼쪽으로 올라 주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사기막마을을 통과하는 길은 시멘트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구병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줄이어 서 있는 암봉을 보면서 한 눈에 바위산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앞서 가는 등산객들이 '아이젠' 운운 하기에 '눈 하나 보이지 않는데 무슨 아이젠 타령이람'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은 전혀 잘못된 생각이었다. 개울을 따라 얼마를 걸어가니 삼거리가 나타났는데 왼쪽으로 수 많은 표지기가 바람에 펄럭거린다.


  ▲ 구병산 산행 안내도

 

▲ 구병산 주능선의 모습


10:00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철판외나무다리가 하나가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왼쪽 계곡으로 온통 다래덩굴이다. 이 산에는 계곡마다 다래덩굴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것 같다. 산으로 들어오자 바람이 많이 잦아졌다. 10시 15분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오르막이 조금씩 가팔라진다. 길은 온통 너덜지대다. 길조차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덮고 있다.


▲ 휴식 중에 한 컷


▲ 휴식 중에 한 컷


10:30  정수암지 절터에 도착. 물이 한 두방울 씩 떨어지는 음수대가 두꺼비상 옆에 설치되어 있다. 딸기를 간식으로 먹었는데 한 겨울에 먹는 딸기지만 당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정수암자 절터 축대 밑에 '정수암지 옹달샘의 전설'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 옹달샘물이 정력에 좋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었다. 너덜지대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산행로의 경사도 점점 심해진다.


▲ 정수암지 옹달샘


11:10  휴식.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구워 온 가래떡 맛도 일품이다. 머리 위로 올려다 보이는 주능선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았다.


▲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11:30  주능선 안부에 도착. 왼쪽으로 853m봉과 구병산, 오른쪽으로 형제봉으로 간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구병산 정상까지는 1.8km. 짧지 않은 거리다. 문제는 능선 오른쪽 북사면은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으며 산행로는 녹았다 얼어붙은 빙판으로 매우 미끄럽다는 것이었다. 정말 '아이젠'이 필요한 지역이었다. 게다가 능선이 모두 바위로 되어 있어 한층 힘들었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릿지 등반이 필요한 곳도 여러 군데다. 북사면으로 우회도 여러 번을 했다. 12시 20분에 '휴게소3.9km, 정상, 0.9km'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아내


12:30  애초에는 정상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의외로 산행시간이 많이 걸려 점심을 먹은 다음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따뜻한 양지를 택해서 라면을 끓인 다음 밤과 대추, 은행을 넣어 지은 찰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규필 교감이 가져온 이태리산 과일주(21.5도)의 향이 마치 시럽같다. 힘들게 올라와서 먹는 점심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지나온 능선 오른쪽은 깎아지른 듯한 암벽인데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 구병산 암봉


▲ 전망대에서 김영철 부부


▲ 구병산 전망대에서


▲ 전망대에서 이규필 부부


13:20  점심 후 출발. 아직도 정상은 멀다. 봉우리 하나를 우회하고 다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정상 밑 안부다. 밧줄을 타고 가파른 암릉을 오른 다음 온통 바위로 되어 있는 길을 조금 걸으니 구병산 정상이다.  


▲ 구병산 암릉길


14:08  정상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사방으로 터져 있어서 전망이 좋다. 멀리 속리산 천황봉과 문장대가 눈에 들어온다. 겹겹이 병풍처럼 이어진 산맥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남쪽으로는 적암휴게소와 보은위성통신지구국, 25번 국도, 갈평저수지 등이 내려다보인다. 화강암으로 된 정상표지석과 속리산 주능선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 정상 바람이 너무나 세어 머리 모양들이 엉망이다.


▲ 구병산 정상에서 김영철 부부


▲ 구병산 정상에서


▲ 구병산 정상에서 이규필 부부


▲ 구병산 정상에서 여성회원들


▲ 구병산 정상에서 남성회원들

 

▲ 구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속리산 방면


▲ 구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휴게소와 위성지국


14:20  조금 전에 올랐던 정상 밑 안부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하산. '위성지국 2.5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하산길은 급경사로 지그재그식으로 길이 나 있었다. 낙엽에 덮힌 잔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심심찮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래도 토양유실을 막기 위해 통나무를 이용해 길을 만든 지혜가 돋보였다. 왼쪽 계곡은 대래덩굴 천지였다. 밧줄을 타고 철계단을 거쳐 협곡으로 내려갔다. 계속된 바윗길이다.

 

15:05  오른쪽으로 암벽 아래에 바위굴과 3개의 기도터 흔적이 있었다. 돌과 흙을 이용해서 벽을 쌓았는데 거의 허물어져 있었다. 아궁이를 이용해 불을 땐 흔적도 있다. 이 깊은 산속에서 움집을 짓고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기도를 올렸을까? 옛날에는 이 바위글에서 쌀이 나왔다고 해서 '쌀난바위' 또는 '쌀바위'라고 한다. 마침내 계곡이 끝나고 위성지국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시멘트 포장길로 탄탄대로다. 보은위성통신지구국의 철조망 울타리를 끼고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에 지나쳤던 사기막마을을 통과했다. 아주머니 한 분이 검은콩 한 되에 3,000원이라고 하면서 필요하면 사라고 한다.

 

16:20  출발지인 적암휴게소에 도착. 산행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보은을 거쳐 미원, 낭성, 산성을 경유하여 청주에 도착, 오리로스구이로 저녁을 먹으며 하루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