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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5.10.16. [한국 100名山 9] 충북 단양 도락산

by 사천거사 2005. 10. 16.

도락산 산행기

일시: 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장소: 도락산 964m / 충북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 

코스: 주차장 → 제봉 → 신선봉 → 도락산 → 채운봉 → 주차장

시간: 6시간

회원: 김영철 부부, 이규필 부부, 이효정 부부(총 6명) 



10월 15일(토요일) 맑음

 

15:10  이규필 교감 부부와 우리 부부 4명이 이규필 교감 차로 우리 아파트를 출발했다. 목적지는 단양. 금년 9월 단양중 교장으로 발령이 난 김영철 부부가 초대를 해서 떠나는 중이다. 함께 가기로 했던 김지홍 증평중 교감 내외는 사정이 생겨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었다. 증평과 괴산을 경유, 감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충주와 제천을 경유해서 단양에 갈 수도 있지만, 장회나루 쪽의 경치가 볼만하다고 김영철 교장이 적극 추천하였는바 그 말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느릅재를 넘으면 감물이다. 감물중학교 건물에는 축제가 있는지 오색 천이 늘여져 있다.

 

충주-수안보간 국도를 지나 월악산 쪽으로 접어드니 오가는 차량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다가 토요일 오후니 어찌 차가 많지 않으랴. 월악나루를 지나면서 보니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장회나루까지는 먼 길이다. 다행히도 호수와 산이 빚어내는 주변 경치의 아름다움이 지루함을 달래준다. 축대벽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 잎이 너무나 빨갛다.

 

17:10  제비봉 아래에 있는 장회나루 휴게소에 도착. 화장을 하고 커피도 마신 다음 옥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길 건너에 있는 제비봉은 물론 옥순봉과 구담봉도 이곳 장회나루에서 산행을 할 수 있다.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이 휴게소 규모는 자꾸 커지는데 시설관리는 그것을 못 따라가는지 이구동성으로 화장실이 지저분하다고 한다.


▲ 장회나루휴게소

 

▲ 장회나루 휴게소에서 이규필 부부

 

▲ 장회나루 휴게소에서


장회나루 출발. 박정희 선배가 교장으로 있는 단성중학교를 지나 중앙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면 내리막길인데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곳 코스모스는 좀 특이했다. 뭐가? 키가. 코스모스는 키가 사람 허리 높이로 자라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 코스모스는 키가 채 20cm가 안 되었다. 키 높은 코스모스에만 익숙해 있는 내 눈에는 그 앙증맞은 코스모스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저런 코스모스를 키웠을까?

 

17:50  신단양 도착. 김영철 교장은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성원아파트를 사택으로 쓰고 있었다. 17평이지만 두 사람이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짐을 내려놓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곤드레나물 밥이 유명하다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곤드레나물은 원명이 ‘고려엉겅퀴’인데 한국특산종으로 전국에 분포하며 어린잎을 먹는다. 지난 번 두타-청옥산을 다녀오다가 화암동굴 아래 음식점에서 곤드레나물 밥을 먹은 것이 생각난다. 단양에서 꽤 이름이 난 곳인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도 깔끔했다.

 

제천여고에 근무하는 영어과 동기 신덕재를 만났다. 이규필 교감이 이야기를 해서 우리를 보러 온 모양이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승용차에 문제가 있어 신덕재 선생은 바로 제천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세 부부는 단양을 끼고 도는 남한강변 도로 산책에 나섰다. 여기만 해도 북쪽이라 그런지 싸늘한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든다.

 

단양은 천혜의 관광지로 어느 곳을 가나 볼거리가 있다.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문제는 충주댐에서 내려오는 남한강의 수량이 일정하지 않아 수상활동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소규모 댐을 건설해달라는 플래카드가 시내 전체에 나붙어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자기 지역의 이익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인접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 전체의 균형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한강변 산책도로는 오른쪽으로 상가지역인데, 얼마를 가니 야산 아래로 우래탄 포장길이 나타나고 입구에는 ‘장미터널’이라고 적혀 있다. 꽤 긴 거리를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군데군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 놓았고. 장미가 피는 계절이면 사람들이 꽤 많이 찾을 것 같다. 8시 30분이 되자 강 건너의 인공폭포 물이 산 아래로 쏟아진다. 폭포 역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것인데, 하루 종일 남한강물을 산 위로 끌어올렸다가 밤 8시 30분경이면 절벽 아래로 방류를 한다고 한다. 오색등에 비친 폭포는 매우 아름다웠다. 


▲ 단양 장미터널에서


 

숙소에 돌아와 김영철 교장이 산에서 따왔다는 송이버섯 찌개를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송이를 따다니 운도 좋지. 내일 산행지는 도락산으로 정했다. 도락산은 월악산국립공원과 소백산국립공원에 인접해있으며, 서쪽으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고 북쪽으로 사인암이 있어 단양팔경 중 4군데와 가깝다. 道樂山은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바위산이라 산행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월 16일(일요일) 맑음

 

07:20  아파트 출발. 아침을 먹으러 해장국집을 찾았다. 남한강 수면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놓은 것 같기고 하고, 따뜻한 온천에서 김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물안개 피는 호수 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누군들 저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지 않으랴. 올갱이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파란색의 올갱이가 적지 않게 들어 있다. 반찬도 정갈했다.

 

08:00  음식점 출발. 도로변에 제44회 충북도민체전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차창 밖으로 ‘밥 잘하는 집’ 간판이 보이더니 이어서 ‘밥 맛있는 집’이라는 간판이 나타난다. 재밌다.

 

08:25  매표소 도착. 도락산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일찍 산행을 서두른 데에는 국립공원입장료를 절약해보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었다. 매표소 직원이 9시에 출근을 할 터이니 지금쯤이면 그냥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뿔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벌써 직원이 나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입장료 9,600원 미련 없이 지불. 차는 다시 상선암을 향해 달렸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먼 산 중턱이 안개로 굵은 띠를 두르고 있다. 산 중턱까지 단풍이 내려왔다.

 

08:40  59번 국도에서 좌회전하여 삼선구곡에 놓여있는 다리를 건너면 상선암 주차장이다.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한 대 세워져 있다. 우리들 차에 뒤를 이어 다른 차들이 줄지어 다리를 건너온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판단하건데, 오늘은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을 것 같다. 차에서 내리니 손이 시릴 정도로 산바람이 서늘하다. 파카를 꺼내 입고 짐을 챙긴 후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민박집과 가게가 몇 집 나타난다.

 

도락산 정상을 오르는 데에는 제봉을 경유하는 코스와 채운봉을 경유하는 코스가 있는데 제봉으로 올라 채운봉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왼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조금 걸으니 왼쪽에 당집 모양을 한 ‘용화전’이라는 작은 암자가 나타났다. 산행 초입은 흙길로 완만하며 부드러워 전혀 바위산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길 양쪽으로 그리 굵지 않은 참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조금 걸으니 이정표에 ‘해발 420m, 상선암 0.5km, 도락산 3.2km'라고 적혀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윗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09:00  휴식을 취하며 파카를 벗었다. 겉은 서늘한데 안에서는 땀이 난다. 바윗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바윗길을 걸어 곧 전망이 좋은 바위봉우리에 올랐다. 59번 국도 건너편의 용두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단풍이 벌써 산허리까지 내려왔다. 마치 붉은 물감이 서서히 흘러내리는 것 같다. 다시 출발. 바위 위로 설치된 쇠줄과 철계단을 몇 번인가 올랐다. 오늘 산행은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 쉬엄쉬엄하기로 했다. 아까부터 속이 불편하다고 했던 이규필 교감 사모님이 많이 괴로워한다. 


▲ 도락산 전망대에서 김영철 부부

 

▲ 도락산 전망대에서


 

10:30    높이 818m의 제봉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제봉’이라는 명칭에서 무슨 ‘제’자를 쓰느냐 하는 문제에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금방 사실이 밝혀졌다. 제봉에서 30분 거리에 915m의 ‘형봉’이 있었다. 결국 합쳐서 ‘형제봉’이 되는 셈이다. 제봉에는 ‘해발 830m, 도락산 1.7km, 상선암 2km'라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형봉 아래에서 도락산 정상과 채운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몸이 불편한 이규필 교감 부부는 삼거리에 남고 나머지는 정상 쪽으로 돌진. 쇠줄과 철계단, 통나무계단을 번갈아 올라 커다란 마당바위인 신선봉에 도착했다. 


▲ 도락산 제봉에서 김영철 부부

 

▲ 도락산 제봉에서


11:25  신선봉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암반 위에는 사방 1m 정도 되는 바위연못이 있는데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물이 들어차 있다. 산 정상 바위 웅덩이에 어디서 나온 물이 고였을까? 북서쪽으로 소백산 천문대가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문수봉과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월악산 주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59번국도 건너편에는 용두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그 아래 높은 분지에는 안산안마을이 터를 잡고 있다. 안산안마을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하얗게 빛나고 있다. 왼쪽 아래로 승용차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이 눈에 띈다. 이 산속에 웬 주차장?


 

▲ 도락산의 단풍

 

▲ 소백산 천문대가 보인다


 

11:45  도락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표지석이 서 있고 돌무더기가 하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표지석에는 도락산 964m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지난 번 다녀온 ‘황정산 2.0km, 용두산 4.5km’라고 적혀 있다. 잡목에 가려 조망을 그저 그렇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이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소주와 포도주로 정상주를 한 잔씩 했다.

 

채운봉 쪽으로 하산하기 위해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데, 조금 전 정상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던 등산객들이 앞서 가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의 머리띠에 ‘경북중고 51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혹시나 해서 ‘대구에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창원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면 머리띠에 새겨진 학교를 나오셨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저는 54회입니다’라고 말을 했더니 무척 반가워한다. 이런 충청도 산꼭대기에서 동문을 만날 수 있다니. 산을 정말 여러 모로 좋은 곳이다.


▲ 도락산 정상에서

 

▲ 도락산 정상에서


12:10  이규필 교감 부부가 기다리는 삼거리 안부에 도착, 채운봉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완전한 암릉길이다. 12시 30분에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찰밥에 김을 곁들인 장아찌 반찬. 채운봉을 넘으면서 릿지가 시작되었다. 설악산 공룡능선 생각이 난다. 채운봉을 지난 다음 봉우리에 올라 채운봉 쪽을 보니 가히 절경이었다. 오른쪽으로 오전에 올랐던 능선이 뚜렷하고 그 능선은 정상과 연결되어 있다. 군데군데 바위를 드러낸 산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 도락산의 암벽과 단풍

 

▲ 도락산의 암벽과 단풍

 

▲ 여성회원들

 

▲ 남성회원들


흔들바위가 있는 너럭바위를 지나 큰선바위, 작은선바위를 통과했다. 바위산답게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연신 나타난다. 급경사길을 내려가니 시민골을 가로지르는 철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철다리 오른쪽은 건천인데 왼쪽은 물웅덩이가 있어 탁족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14:30  제봉과 채운봉 길이 갈라지는 산행 시작점에 도착을 했다. 많은 등산객들로 도로와 상점들이 붐비고 있었다. 가게에 들러 숙취에 좋다는 헛개나무 2봉지를 5천원에 산 다음 14시 45분에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차들이 가득하다. 59번국도변을 따라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총 7.8km 거리의 산행을 6시간에 마쳤다. 시간은 조금 많이 걸렸지만 충분한 휴식을 가졌고 다양한 풍경을 살펴보았기 때문에 그 만큼의 보상은 있었던 산행이었다.

 

14:55  대잠리 들어가는 다리 아래서 탁족을 했다. 물이 차갑다. 원래는 소백산 유황온천에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유명한 대강막걸리를 두부 안주 삼아 마셨다. 1박 2일 동안 함께 했던 여정을 마무리하고 이규필 교감 부부와 우리 부부는 아침에 왔던 길을 거꾸로 달려 청주에 안착했다. 과연 우리들은 도락산에서 무엇을 깨닫고 어떤 즐거움을 가졌을까?


 

      ▲ 탁족 중인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