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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5.10.09. [한국 100名山 8] 경기 포천 명성산

by 사천거사 2005. 10. 9.

명성산 산행기

일시: 2005년 10월 9일 일요일  

◈ 장소: 명성산 923m /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철원군 갈말읍

◈ 코스: 주차장 → 비선폭포 → 삼각봉 → 정상 → 산안고개 → 산정호수 → 주차장

시간: 5시간 4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일요일이자 한글날이다. 어제 아내에게 산행에 적합한 산을 물어보았더니, 아침 방송에 명성산이 나왔는데 산정호수가 있고 억새가 한창이라 가볼만 하다고 한다. 산행지가 경기도 포천이라 청주에서 조금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좋은 산이라면 시간에 구애받을 것이 뭐 있겠는가! 아들 녀석이 있는 의정부에서 가까우니 운이 좋다면 혹시 바람에 실려 오는 아들 냄새라도 맡을 수 있지 않겠는가!

 

명성산(鳴聲山)은 산자락에 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겨울 산행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이 산에는 3가지 전설이 내려 오는데,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설과 왕건의 신하에게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는 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입산할 때 산도 슬피 울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울음산'으로 불리다 울 鳴자와 소리 聲자를 써서 명성산으로 불린다는 설도 있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경계를 이루는 이 산의 산세는 풍수지리상 소가 누워 있는 '와우형'이라고 한다. 명성산 산정호수의 물줄기는 영북면 농토를 살찌우고 있다. 명성산 주능선 동쪽 수십만 평 넓이에 펼쳐지는 억새군락은 본래 울창한 수림지대였는데, 한국전쟁 때 피아간의 격전을 치루면서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억새군락으로 변했다고 한다. 


08:00  아파트 주차장 출발.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하다. 서늘한 기운이 옷 속을 파고든다. 옆에 있는 '김밥나라'에서 김밥 세 줄을 샀다. 이곳 김밥도 굵기나 맛이 다른 데 못지않다. 일요일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오창IC로 진입, 중부고속도로를 달렸다. 하행선은 차들이 다소 많았지만 상행선은 한산한 편이다. 제2중부고속도로와 합류점에 이르니 날이 들기 시작한다. 중부고속도로 통행료 4,800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800원.

 

09:20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퇴계원으로 진입. 47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외곽으로 빠지는 차량들이 많다. 진건을 지나면 김화로 가는 47번 국도와 의정부로 가는 43번 국도가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남양주 먹골배가 유명하다. 내촌과 지난 번 운악산 갈 때 들렀던 신팔을 지나 일동에 도착한 다음 이동 쪽으로 얼마를 달리니 왼쪽으로 산정호수 가는 표지판이 있다. 산정호수로 가는 지방도로다. 포천시 일동면은 막걸리로, 이동면은 한우갈비로 유명하다. 신팔에서 이곳까지 오는 도로 옆으로 일동 막걸리와 이동 갈비 선전문구 및 간판이 줄지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지방도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으니 산정호수 주차장이다. 북쪽으로 꽤 많이 올라온 모양인지 오는 도중 군부대가 자주 눈에 띈다.

 

10:30  청주를 떠난지 2시간 30분 만에 산정호수 주차장에 도착.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라 경찰들이 나와 차량통제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하고 알아보았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와 오늘이 ‘제9회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기간이란다. 주차할 곳을 찾아 차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산 쪽으로 난 길 옆에 작은 공터가 있어 그곳에 주차를 했다.

 

배낭을 메고 신발 끈을 조인 다음 처음 본 주차장으로 올라갔더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곳은 임시주차장으로 산정호수는 작은 고개 너머에 있었다. 셔틀버스가 도착한 축제 행사장에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천막마다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축제장은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 명성산 억새꽃 축제용 셔틀버스 

 

▲ 억새꽃 축제 행사장 모습


한 가지 특이한 점! 이 산정호수와 명성산 관광지에서는 1,000원의 입장료와 3,000원의 주차료를 징수하는데, 평일에는 요금을 받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사람이 많이 오는 날에 요금을 징수하는 데 이곳은 그와 반대의 행정을 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지방자치행정을 펴는 것 같아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11:00  축제장을 벗어나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가니 상점과 팬션이 나타나고  얼마 안 가서 '비선폭포' 앞에 도착을 했다. 오른쪽으로 계곡이 있고 선녀가 날아오른 폭포치고는 작은 물줄기가 바위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왼쪽으로 ‘책바위’ 코스, 오른쪽으로 ‘여우봉’ 코스, 곧장 올라가면 ‘등룡폭포’ 코스인데 예정대로 직진하기로 했다. 오른쪽 계곡을 끼고 왼쪽으로 난 길을 올라갔다. 완만한 경사길.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교행이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계곡은 오른쪽에 있다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옮겨간다.


▲ 비선폭포에 있는 이정표


11:40  등룡폭포에 도착. 휴식을 취했다. 계곡 오른쪽으로 제법 긴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내리 쏟아지고 있었다. 용이 올라갈만한 규모이다. 막바지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날씨가 완전히 갰다. 길 한 켠 바위에 앉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을 보니,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은 것 같고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아이들도 상당수가 눈에 띈다. 어쨌든 산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은 여러 모로 좋은 현상이다. 몸무게가 꽤 나감직한 사람이 땀을 흘리며 한발 한발 오르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등룡폭포 바로 위로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은 가파른 길, 오른쪽은 완만한 경사길로 모두 억새꽃밭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완만한 길을 택했다.

 

12:00  안부에 도착. 잡풀 속에서 억새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스크리(돌무더기가 연속으로 깔려 있는 곳) 지역을 지나 15분 정도 올라가니 억새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사진을 찍고 다시 15분 정도 오르니 억새꽃밭이 나타났다. 꽤 넓은 지역이 억새로 덮여 있다. 사이사이로 밧줄을 이용해서 길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능선에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이정표가 서 있는데 오른쪽은 삼각봉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왼쪽은 태조 왕건이 기도를 했다는 '자인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억새꽃밭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


▲ 명성산 억새밭에서

 

▲ 명성산 억새밭에서

 

▲ 명성산 억새밭에서

 

▲ 억새밭을 배경으로


12:30  삼각봉쪽 능선으로 올랐다. 조금 가파른 바위 능선이다. 20분 정도 걸어서 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왼쪽 아래로 산정호수가 그림같이 눈에 들어온다. 전혀 인공호수답지 않다. 호수 한 가운데에는 분수가 물기둥을 뿜어 올리고 있다. 헬리콥터가 떠다니고 어디선가 날라리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온다.


▲ 산정호수를 배경으로


13:05  삼각봉 바로 밑 능선 오른쪽 그늘진 바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야 김밥 세 줄과 따뜻한 물 한잔. 땀이 흐르는 날씨이지만 따뜻한 물을 마시니 속이 편안하면서도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나한테는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것이 몸에 좋은 것 같다. 산 아래로 꽤 많은 단풍이 들었다. 수종 때문인지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다.

 

13:45  산안고개와 명성산 정상 갈림길에 도착. 왼쪽 산 아래로 철원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다. 이런 산속에 넓은 평야가 있다니. 오른쪽은 군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곳으로 통제지역이다. 사격이 있는 날에는 이 코스는 통제가 된다. 군데군데 통제초소가 설치되어 있다. 산 중턱으로 여러 갈레의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군사도로겠지. 날이 갑자기 비가 올 것처럼 흐려졌다. 멀리 명성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 왼쪽으로 궁예봉이 있고 그 아래 안부는 산안고개에서 올라오는 계곡과 이어져있다. 암릉길을 계속 오르내렸다.


▲ 갈림길에서 내려다본 모습

 

▲ 갈림길에서 내려다본 모습


14:30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30분 만에 명성산 정상에 도착을 했다. 정상에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고 923m라고 적혀 있다. 사진을 찍은 다음 곧장 산안고개로 하산을 시작했다. 청주까지 돌아가려면 먼 길이다. 궁예봉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안부가 나오고 왼쪽으로 산안고개 하산로가 나타났다. 하산로는 스크리 지대로 계곡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지루하다. 지난 번 다녀온 치악산 못지않은 돌길이다.


▲ 명성산 정상에서

 

▲ 명성산 정상에서


15:25  오른쪽 계곡 건너편에 대슬랩이 나타났다. 암벽을 하기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명성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겉으로 드러난 암벽의 규모가 대단했다. 곧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났고 휴식을 취했다. 아내는 탁족을 하고 나는 복숭아를 깎았다.

 

15:50  산안고개에 도착을 했다. 비포장도로가 길게 뻗어 있다. 산정호수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으니 아름다운 팬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정호수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명성산을 바라보니 완전 바위산이다. 16시 25분에 산정호수 입구에 도착. 바이킹을 비롯한 놀이기구가 한창 돌아가고 있었고 호수에는 수 많은 오리자전거들이 떠 있다. 완전한 유원지다. 모터보트 한 대가 수면을 가르며 지나간다. 광장에는 축제를 즐기러 온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 명성산 바위들

 

▲ 명성산을 배경으로

 

▲ 명성산 암벽


16:45  오전에 셔틀버스에서 내렸던 축제 행사장에 도착을 했다. 무대에서는 관현악단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단 아래에 마련된 좌석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 나는 차 있는 곳까지 걸어가자고 했으나 아내는 기다리자고 한다. 이럴 때는 늘 남자가 지는 법. 아내는 옆에 늘어선 먹거리 판매장에서 시식용 막걸리와 안주, 구절초 차 등을 연실 날라온다.


▲ 축제 행사장 모습

 

▲ 축제 행사장의 깃발들


17:30  인내심을 최대로 발휘한지 45분 만에 셔틀버스에 승차. 17시 40분에 우리 차에 올랐다. 오전에 온 경로를 거꾸로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 많이 밀릴 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달리 소통은 너무나 원활했다. 지난 번 운악산에 왔을 때와는 정말 달랐다. 밤길이라 천천히 달렸는데 20시 30분에 청주에 도착, 오장원에서 짬뽕을 먹고 귀가.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