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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괴산 35名山

2005.10.30. [괴산 명산 4] 괴산 연풍 악휘봉

by 사천거사 2005. 10. 30.

악휘봉 산행기

일시: 2005년 10월 30일 일요일 

장소: 악휘봉 845m / 충북 괴산군 연풍면

코스: 입석리 → 선바위 → 악휘봉 → 샘골고개 → 삼거리 → 입석리

◈ 시간: 5시간 5분

◈ 회원: 뚜벅이회원들



아침 7시에 눈을 뜨니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오늘은 뚜벅이 산악회에서 악휘봉으로 산행을 가는 날. 산행을 포기하고 그냥 누워있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이깟 술 때문에 산행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자존심과도 상관이 있는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수를 하니 정신이 맑아온다. 조금 늑장을 부린 탓에 대충 배낭을 꾸린 다음 택시를 타고 신흥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08:00  신흥고 체육관 앞에는 김전원 청주시교육장님, 이재훈 전 청주외국어고 교장선생님, 조항범 괴산중 교장선생님, 홍세영 청석고 교사, 정태호 중앙여고 교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6명이 오늘 산행 동료들이다. (이하 호칭은 존칭 생략, 회원으로 통일) 김전원, 이재훈 회원은 홍세영 회원의 차에, 조항범 회원과 나는 정태호 회원의 REXTON에 탑승하여 목적지인 괴산군 연풍면 입석리 마을을 향해 체육관 앞을 출발했다. 신흥고 교문을 벗어나려는데 지학근 선생이 걸어오고 있다. 답사여행을 떠난다고. 증평 쯤 왔을 때 김밥을 사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시내로 들어가자고 하니까 정태호 회원이 점심을 많이 준비해 왔으니 그냥 가자고 한다.

 

08:50  괴강 휴게소에 도착.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빼먹었다. 단풍이 막바지인 시기라 그런지 관광버스가 계속 휴게소로 들어온다. 쌍곡계곡의 군자산, 칠보산, 조령산, 주흘산, 백화산, 희양산  등으로 가는 차겠지. 우리가 가려는 악휘봉에도 관광버스 한 대 쯤 들어오려나? 오늘은 안개도 없고 날씨도 쾌청하다. 전국적으로 단풍 때문에 들썩거리는 날이 될 것 같다. 휴게소를 출발하여 지난 주에 지났던 칠성중학교를  지나 한 구비 고개를 넘으면 쌍곡계곡 가는 길이 나오고, 또 한 구비 고개를 넘으면 칠보산 밑 각연사 가는 길이 나온다.

 

09:20  입석리 마을 입구에 도착. 오른쪽으로 조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장암 정호 선생이 노후에 후손을 가르치며 여생은 보낸 반계정이 있다. 입석리로 들어가는 길은 한창 왕복 2차로의 아스팔트 포장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이 산골도로에 무슨 포장공사?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산행 기점인 입석리 음지마을 위로 괴산에서 연풍으로 연결되는 왕복 4차선 도로가 통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포장도로는 연풍가는 구도로와 새로 건설되는 4차선 도로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9시 25분에 입석마을 끝에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머리 위로 새로 건설될 도로 교각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는 내려다 보고 있다. 교각 밑에는 2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 입석리 괴산-연풍 4차로 도로 교각


09:30  산행 시작. 평산회에서는 1997년 4월 13일과 2002년 7월 7일 두 번에 걸쳐 이 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길 왼쪽 아래로 벤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고 족구장과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한 수영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산과 계곡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인데 꽤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난 은티골 계곡을 끼고 산길이 시작되었다. 단풍이 만만치 않다. 산꼭대기부터 산 아래까지 온통 오색물이 들었다. 절정의 단풍? 단풍의 절정?


▲ 악휘봉 산행 초입


10:00  휴식. 단풍에 취해 눈이 어지럽다. 이재훈 회원이 가져온 약초 엑기스를 한 잔씩 마셨다. 솔향이 짙으며 단맛이 강했는데 수십가지 약초로 만든 것이라고 할 뿐 비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10시 10분에 Y자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은 은티재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샘골고개로 올라가는 길인데, 은티재로 올라가서 샘골고개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악휘봉 90분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10:20  오른쪽에 넓은 바위가 버티고 있고 그 위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도록 통나무 2개가 걸쳐져 있다. 바위에 올라보니 계곡쪽으로 직벽인데 그 아래 단풍이 온 몸을 불태우고 있다. 단풍이 왜 드는가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이렇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내려가게 되는데 그러면 광합성이 진행되지 않고 따라서 엽록소는 파괴된다. 녹색의 엽록소가 파괴됨에 따라 카로틴이 많은 단풍나무, 벗나무, 진달래, 철쭉 등은 붉게 물들고, 크산토필이 많은 은행잎은 노랗게 물든다. 나뭇잎 세포 속에 남아 있던 당분은 안토시아닌과 결합해서 단풍의 색을 더욱 짙게 해준다.

 

휴식 끝! 출발. 오른쪽의 은티골 계곡은 건천으로 물이 없다. 지금까지 완만하고 부드럽던 산길이 울퉁불퉁한 돌길로 변했다. 경사도 만만찮다. 조릿대가 길 양쪽에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다. 악휘봉은 수종이 다양해서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침엽수의 푸른 색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머리 위로 하늘이 열리면서 마침내 은티재에 올랐다.

 

11:05  은티재에서 왼쪽 능선은 774봉과 마분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능선은 악휘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맞은 편은 희양산 산행 기점인 은티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눈에 띄던 등산객들이 지금은 꽤 자주 보인다. 부부끼리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은티재에는 악휘봉 정상까지 40분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능선길을 올랐다. 악휘봉은 바위산이기 때문에 요소마다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가파른 암릉길을 뒤로 하고 824봉에 올랐다. 여기서는 구왕봉과 장성봉으로 가는 능선이 연결되는데 모두 백두대간에 속한다. 은티마을까지 이어져 있는 입석골의 단풍이 장관이다. 맞은 편 마분봉에 사람들이 꼬물거린다.


▲ 단풍이 든 입석골의 모습

 

▲ 능선에서 정태호 회원

 

▲ 아름다운 능선을 배경으로


12:00  입석(선바위)에 도착. 정상적이 산행이었다면 한 시간전에 악휘봉 정상에 올랐어야 하는데 아직도 정상 밑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늘은 흠뻑 단풍에 취해보고 싶은 날이니까. 입석은 높이 4m 정도의 바위인데 은티골을 내려보고 서 있다. 세월 탓인지 균열된 곳이 많아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다. 돌틈 사이에 작은 돌은 끼워 놓은 것이 보인다. 입석 옆 소나무가 멋있다. 입석 바위 위가 정상이다. 홍세영 회원이 바위 위에 소나무만이 자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소나무 뿌리에서 구연산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위에 들어 있는 철분을 녹여 뿌리가 착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쎄.


▲ 악휘봉 입석 옆에서


  

12:05  정상 도착. 정상은 온통 넓은 바위로 되어 있어 조망이 좋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힌 곳이 없다. 괴산 35 명산에 속하기 때문에 최근에 표지석을 새로 세웠다. 헬리콥터로 표지석을 이동했다는 글귀가 표지석 뒤에 적혀있다. 표지석 앞에는 '악휘봉 845m, 덕가산 2,4km, 구왕봉 4.1km라고 적혀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예전에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는데 '악희봉 940m'라고 되어 있다. 높이가 틀렸다. 이 산은 이름이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악휘봉으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다.

 

사방 어느 쪽을 보아도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다. 우리가 올라온 은티골의 단풍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구태여 단풍으로 유명한 산에 갈 필요가 없다. 그런 곳은 단풍 구경하러 갔다가 사람 때문에 구경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희양산, 덕가산, 칠보산, 군자산, 구왕봉이 눈 앞에 있고, 이화령 고갯길이 하얀 뱀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그 아래로 터널이 2개 보인다. 중부내륙고속도로다. 조령산과 신선암봉, 멀리 월악산이 희미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정상 한 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진수성찬이다. 정태호 회원이 가져온 샌드위치 맛이 좋다. 아침에 좋던 날씨가 잔뜩 흐려져 금방 비라도 쏟을 것 같다. 바람이 차다. 손이 시럽다. 파카를 꺼내 입었는데도 떨린다. 벌써 따뜻한 물 한 잔이 그리울 때가 되었다. 이재훈 회원이 약초 엑기스 한 잔씩을 또 돌린다.  정태호 회원의 목디스크 치료법이 재미있다. 간단하다. 목으로 바람 風자의 바깥 모양 대로 글자를 쓰면 낫는다는 것이다. 글쎄.

 

13:00  정상 출발! 샘골고개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가파른 바위길이다. 안부에 내려서니 바로 대슬랩을 만나게 된다. 긴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옛날 같으면 밧줄 없이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객기를 부릴 필요가 없다. 대슬랩 위 전체가 바위 봉우리다. 여기서도 전망이 좋다. 이 봉우리를 내려서면 샘골고개로 계속 능선을 타면 시루봉에 오르게 되고 시루봉에서 칠보산과 덕가산으로 가는 길이 갈리게 된다. 샘골고개의 오른쪽 하산길이 입석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 대슬랩에서 정태호 회원

 

▲ 대슬랩을 오르고 조항범 회원

 

▲ 대슬랩을 오르고 있는 이재훈 회원


13:17  샘골고개에 도착. 오른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경사가 급하다. 낙엽이 잔뜩 쌓인 돌길이라 잘못하면 넘어져서 발을 삐거나 다칠 수가 있다. 지난 번 조봉산에서 조항범 회원이 낙엽에 미끄러져 119가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 산은 모든 사람들을 차별없이 포용해주는 만큼 사람들은 늘 그런 산에 겸손해야 한다. 무척 굵은 다래덩굴이 하산길을 가로 막고 있다. 가지만 들어낸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산 전체가 낙엽으로 덮여 있어 한편으로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왼쪽 계곡으로 물이 흐른다.

 

13:55  오전에 왼쪽으로 올랐던 Y자 갈림길에 도착했다. 악휘봉을 정점으로 하여 한 바퀴 선회를 한 셈이다. 하산길은 늘 발걸음이 가볍다. 계속 오르기만 해야 한다면 산행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른쪽 산비탈의  과수원에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지금은 대구지방에 사과나무가 거의 없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남부지방은 사과가 잘 되지 않는다. 지금은 문경, 충주 쪽이 사과 주산지로 변했다. 왼쪽 계곡 옆에 억새가 다붓하게 자라고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14:30  교각 아래 간이 주차장에 도착. 빈틈없이 차가 들어차 있다. 주차장 양쪽으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5시 30분 쯤에 저녁을 맞춰 놓았으니 아직 시간이 많다. 수안보로 차를 몰았다. 상록호텔 사우나실. 휴일이라 사람이 매우 많다. 사우나 요금은 이재훈 회원이 지불. 4시 45분에 수안보를 출발, 5시 30분에 괴강 다리 옆에 있는 '우리매운탕'집에 도착을 했다. 괴산중 교장으로 계신 조항범 회원이 저녁 대접을 하신단다. 쏘가리와 빠가사리 매운탕 두 냄비에 백세주 3병. 단풍에 취한 후 온천을 하고 맛있는 매운탕으로 마무리를 한 오늘 산행은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