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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5.03.23. [국내行事 192] 진정한 회개

by 사천거사 2025. 3. 23.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 일시: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1
◈ 회원: 아내와 함께 



오늘은 사순 제3주이다. 거룩하시고 자비하신 아버지께서는 아들딸들을 결코 버려두시지 않고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신다. 주님께서 우리의 완고한 마음을 부드럽게 바꾸시어 주님의 계명을 지키며 끊임없이 참된 회개의 열매를 맺게 해 주시기를 청하자.


바로 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 13,1-9]


회개란 무엇인가?
 
사람이 죄를 지으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벌이라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가톨릭 신앙에서는 그것으로만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회개하고, 고해성사로 죄를 사면 받고, 보속을 통해 벌을 감면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은 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인 회개는 과연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회개하면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을 떠올린다. 한자로도 뉘우치고(悔) 고친다(改)는 뜻이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회개는 단순히 죄에 대한 반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분의 뜻에서 벗어나 살던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행위를 말한다.
 
구약성경에서 회개는 주로 악을 피하고 하느님께 향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다윗 왕을 훈계하고 회개할 것을 말한 나탄에서부터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들에게 회개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이 회개에 관한 가르침은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에게까지 이어진다. 예수님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고 말하며 공생활을 시작하셨다. 예수님이 가르친 회개는 하느님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그분의 자비를 전하며, 사람들을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었다.
 
회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전례다. 미사 중 참회예식을 통해 신자들이 회개할 수 있도록 돕고, 재의 수요일을 비롯한 사순 시기의 독서와 복음을 통해 신자들을 회개에 초대한다. 또 고해성사로 회개를 통한 특별한 은총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교회는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회개는 화해의 행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정의의 실천과 타인의 권리 옹호, 형제들에게 잘못을 고백함, 형제적인 충고, 생활에 대한 반성, 양심성찰, 영적지도, 고통을 받아들임, 정의를 위해 박해를 견딤 등으로 실현된다''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회개의 길'이라고 가르친다.  


▲ 회개하지 않으면 너희도 멸망할 것이다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졌다
 

▲ 열매가 달리지 않는 무화과나무
 

▲ 1년 후에 잘라 버려질 운명의 무화과나무
 

▲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회개하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총독 빌라도가 학살한 갈릴래아 사람들과 실로암 탑에 깔려 죽은 열여덟 명을 언급하시면서, 두 번이나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다. 이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서 당시 유다인들은 희생당한 이들이 죄를 지어 받은 벌이라고들 생각했지만,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다.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회개해야 한다는 말인가? 학살 사건에서 잘못을 저지른 범인은 헤로데요 빌라도였고, 실로암 탑이 무너진 일은 예루살렘 도성의 관리 책임을 맡은 사두가이들의 관리 소홀로 인한 것인데, 직접적으로 잘못을 저질러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을 제쳐두고 다른 모두가 회개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란 말인가? 
 
예수님의 말씀은, 폭력으로 하느님 나라를 가로막고 있는 악인들뿐만 아니라 폭력에 더욱 적극적인 평화적 실천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에 대한 회개를 미룸으로써 결과적으로 폭력적 구조가 지속되게 만드는 불의를 방치하고 있는 군중도 마찬가지로 회개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연극 용어로 페르소나(Persona)가 있다. 페르소나란 원래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 벗었다 하는 가면을 의미한다. 로마 후기에 이러한 페르소나의 의미는 연극 공연이나 법원의 등장인물을 나타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볼 때,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밖으로 표출하는 공적 얼굴을 말한다. 특히, 실제 성격과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 개인의 모습을 의미한다.
 
페르소나는 주위 사람들의 요구를 포용해 가며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게 해 준다. 그러나 페르소나를 자신의 본성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본모습을 잃게 되고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들이 생겨 열등감이나 갖가지 애로사항이 생긴다. 페르소나의 팽창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페르소나로서의 삶을 구별하여 페르소나 속에 감춰진 자신의 본모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자기실현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군중들에게 회개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어쩌면, 자신 만의 페르소나에서 벗어나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라는 말씀으로 보아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서도 죄가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페르소나 인생을 마감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면서 포도밭에 심긴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서, 페르소나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일 년 더 연장해 주신다. 사순 제3주를 맞아 우리 모두 페르소나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 하느님을 향하는 모습으로 변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자. 예수님이 바라는 진정한 회개를 위하여.


▲ 청주 서운동성당 [10:00]
 

▲ 서운동성당 성모동굴 [10:00]
 

▲ 서운동성당 제대 [10:12]
 

▲ 미사가 끝났어요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