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코(Chico) 모임
◈ 일시: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낮 12시
◈ 장소: 극동반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 회원: 치코회원 6명

꽃샘추위
지난 일요일 아침부터 쌀쌀해지기 시작하던 날씨가 월요일에는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겨울이 다시 왔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니, 춘분인 어제 오후부터 다시 기온이 올라가면서 정상적인 봄날씨로 회복되었다. 연례행사처럼, 올해에도 꽃샘추위가 바람 같이 찾아왔다 홀연히 떠나간 것이다. 꽃샘추위는 초봄이 지나 따뜻해지고 꽃이 필 때쯤 다시 날씨가 일시적으로 추워지는 특이한 일기 현상으로, 봄꽃이 피는 걸 시샘한다 해서 꽃샘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인은 시베리아 고기압, 봄이 되면 약해지던 시베리아 기단이 갑자기 강해지면서 꽃샘추위가 발생한다.
꽃샘추위는 대개 3월에서 4월 초에 나타나지만 4월 중하순에서 5월 초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꽃샘추위의 가장 큰 특징은 이상 저온과 냉해 현상이다. 일교차가 굉장히 심해 겨울보다 감기에 더 잘 걸린다고 한다. 동파 대비가 느슨해진 탓에 동파 관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벚꽃을 비롯한 봄꽃의 개화기가 늦어지며, 농작물 역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래저래 꽃샘추위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이롭기보다는 해로운 영향을 더 끼친다.
꽃샘추위와 관련해서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내가 직접 겪은 두 가지 경험이 있다. 하나는 2004년 3월 4일 우리나라 중부와 충청지역에 내렸던 대폭설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4월 28일 스페인 북부 지역의 냉해 피해다.
2004년 3월 4월 우리나라 대폭설 사건
우리나라 중부지역 폭설은, 2004년 3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에 걸쳐 우리나라의 중부 지방, 충청 지방을 비롯한 남부 지방 일부에 내린 폭설을 말한다. 1904년에 우리나라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3월에 내린 하루 적설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5일 적설량은 대전광역시와 문경이 49cm, 청주 32cm, 보은 39.9cm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3월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남서쪽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기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기류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내린 눈을 다 치우는데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집계된 피해액도 폭설 피해 사상 최고인 6,734억 원이나 되었다.
이 폭설로 당시 경부고속도로에 고립되었던 차량은 9,800여 대, 인원은 1만 9,000여 명이나 되었다. 고속도로에 고립된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라서 식량과 물을 헬기로 공급받아 연명하는 상황에 놓였다. 폭설로 27시간 이상 경부고속도로에 갇혔던 차량 운전자 244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인당 200만 원 규모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고, 결국 4년 뒤인 2008년 3월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이 확정되었다. 손해배상금은 고립 시간에 따라 차등으로 책정되었다. 12시간 미만 35만 원, 12시간 이상~24시간 미만 40만 원, 24시간 이상 50만 원이었고 여성이거나 70세 이상 고령자, 미성년자에게는 10만 원을 더 줘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3월 4일, 그날 나는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직장에서 청주로 퇴근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동료직원들과 카풀을 하고 있었고 그날은 내가 운전을 하는 날이었다.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진천을 지나 달려가고 있는데 폭설로 인해 고속도로에 차량들이 정체 중이라는 소식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리는 눈 때문에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오창 나들목까지 가려고 했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증평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는데 이게 바로 신의 한 수였다. 그냥 계속 갔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기상청 관측 100년 만의 대폭설 [2004년 3월 4일]

▲ 폭설로 고속도로 마비 [ 2004년 3월 4일]

▲ 폭설로 헬기로 물품 수송 [ 2004년 3월 5일]
2017년 4월 28일 스페인 냉해 사건
2017년 5월 1일, 나는 지인 4명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순례길 걷기를 시작한 지 19일 차로 그날은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에서 엘 부르고 라네로까지 걸어가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길 옆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플라타너스의 잎이 모두 말라 있는 게 아닌가. 뭐지? 가물어서 그런가? 아니었다. 다음은 그날 내가 작성한 블로그 내용 중 일부이다.
베르시아노스 마을에 진입했다. 벽돌로 지은 알베르게 앞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면서 다시 차도 왼쪽으로 이어지는 보행자 도로에 들어섰다. 칼사다 델 코토 마을 입구를 지나면서 계속 차도 왼쪽 보행자 도로를 걸어오고 있는데 가로수가 모두 플라타너스다. 그런데 나무 대부분의 잎이 말라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 잎들은 말라 버린 것이 아니라 추위에 얼어 버린 것이었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플라타너스가 따뜻한 봄날씨에 새잎을 피웠다가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에 된서리를 맞은 것이었다. 어쩌나? 올해에 다시 잎이 나기는 글렀네.
4월 28일 스페인을 강타한 냉해 피해는 플라타너스만 입은 게 아니었다. 포도밭을 운영하는 포도재배자들에게는 더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다음은 그 당시의 기사 내용이다.
2017년 4월 28은 리오하 와인 생산자들에겐 수십 년 동안 겪지 못했던 끔찍한 서리로 인해 냉해 피해를 극심하게 입었던 날로 기억된다. 늦봄의 냉해는 포도재배자들에게는 끔찍한 재앙이다. 그해 농사를 다 망쳐버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력을 다해 포도나무를 보호하려고 애쓴다. 냉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불을 피워 놓기까지 했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은 더 큰 피해를 불러오는 법이다. 하지만 플라타너스가 봄이 되어 잎이 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요, 4월 말에 된서리가 내릴 정도로 갑자기 날이 추워진 것도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둘 다 자연스러운 자연의 현상이다. 애석하게 서로 타이밍이 맞이 않았을 뿐이다. 2024년 5월 16일, 7년 전 냉해를 입었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다섯 번째로 나선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서 다시 걷게 되었는데 역시 자연의 힘은 위대했다. 잎이 모두 얼어버렸던 플라타너스들은 제법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여 무성한 잎을 매달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든 스페인이든 꽃샘추위를 절대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 스페인에 서리 내린 모습 [ 2017년 4월 28일 아침]

▲ 스페인의 냉해 입은 플라타너스 [ 2017년 5월 1일]

▲ 스페인의 냉해 입은 플라타너스 [ 2017년 5월 1일]

▲ 난방을 위해 포도밭에 불을 켜놓았다 [2017년 4월 말]
11:20 오늘은 치코 회원들이 두 달 만에 만나는 날이다. 나이가 가장 어린 내가 70이 넘었으니 가히 경로우대자들의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하긴 1989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 캠퍼스로 5주 동안 함께 어학연수를 다녀온 멤버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햇수로 치면 36년이란 역사를 가진 모임이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손자 보는 것. '손자들을 봐줘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답은 뻔하다. 과연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휴대전화를 켜면 첫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손자 손녀가 아닌가. 손자야 기다려라, 할아버지가 간다.

▲ 먼저 오성근 이비인후과의원 방문 [11:25]

▲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용두사지 철당간 [11:26]

▲ 모임장소 극동반점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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