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회 모임
◈ 일시: 2025년 3월 5일 수요일
◈ 장소: 용용생고기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4-9
◈ 회원: 유석회원 5명

24절기 중에 봄을 알리는 것으로 입춘, 우수, 경칩, 춘분 등이 있다. 올해는 혹독한 입춘추위를 겪은 후 예전에 없던 우수추위까지 경험하면서 정말 봄이 오기는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경칩이 가까워지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날이 확 풀려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입춘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이 벌써 경칩이다.
경칩은 24절기의 하나로 3월의 절기이다. 날씨가 따뜻하여 갖가지 종류의 초목에서 싹이 트고 뱀, 개구리를 비롯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고 하여 이런 명칭이 생겨났다. 경칩 즈음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 시기가 30일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즉,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빠르면 1월 말, 2월 초, 늦어도 2월 중순쯤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고 있다.
경칩 무렵에는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을 먹으면 몸을 보호한다 하여 경칩날 사람들이 개구리 알을 건져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야생동물보호법 때문에 개구리를 잡아먹지 못하지만, 사실 예전에는 시골에서 뱀이나 개구리를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다. 시골이 고향인 나도 개구리를 먹은 경험이 있다. 정말? 어떻게?
1970년대 중반, 대학에 다니던 나는 방학이 되면 시골집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시골집 앞에는 논이 펼쳐져 있었는데, 경칩 때가 되면 입이 떨어진 개구리들이 논바닥에서 밤새워 울어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방에 모여 있던 동네 청년들 몇 명이 개구리를 잡아먹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뭐? 개구리를 먹어? 이곳이 고향이지만 세 살 나이에 양자를 가서 도시에서만 살다가 온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리하여, 동네 청년 두세 명과 함께 개구리 잡이에 나섰는데... 필요한 건 물뿌리개와 손전등이 전부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둑해지자 개구리가 목청을 높이고 있는 논바닥으로 갔다. 손전등을 켜서 논바닥을 비추니 개구리가 보이는데,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탓인지 아니면 밝은 손전등 불빛 탓인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이제 할 일은 뭐? 그렇다. 개구리를 손으로 잡아서 물뿌리개에 담으면 된다. 개구리 잡는 게 이렇게 쉬울 수가! 어느 정도 양이 차면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온다. 개구리 잡이 작전 완료.
개구리는 충분히 잡았겠다, 이제 할 일은 요리. 뒷다리만 잘라서 구워 먹는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요리는 간단하다. 묵은지와 개구리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끝. 만세탕 완성. 어떻게 먹나? 이것도 간단하다. 개구리를 통째로 떠서 입 안에 집어넣으면 된다. 씹으면? 자연스럽게 뼈와 살이 분리된다. 알이 잔뜩 들어 있는 암놈이라도 걸리면 횡재하는 것.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지지만 한번 맛을 보면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아, 옛날이여!


▲ 도약하는 경칩 개구리
17:20 경칩이자 유석회 모임일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회원 5명이 모두 참석했다. 바쁜 일이 모두 끝나셨나? 오늘 대화의 주제는 난방비, 집집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느라 전기세와 가스비, 기름값을 평소보다 많이 지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일 테고, 한 달에 들어간 난방비의 구체적인 액수가 궁금해서 솔직하게 서로 털어놓기로 했다.
회원 1
이 분은 시골에 단독주택이 있고 시내에 아파트가 있어 두 집 살림을 하신다. 그러다 보니 두 집 난방비가 백만 원 가까이 들어갔다고 한다. 거짓말하실 분이 아니라 믿기는 하지만 사실 믿기 힘든 액수라고 봐야 한다.
회원 2
시내 외곽지역에 있는 단독주택에 사신다. 아무리 단열재를 잘 쓰고 해도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겨울철 실내온도가 낮기 때문에 난방비가 더 나온다. 30만 원 정도 지출하셨다네.
회원 3, 회원 4
시내 아파트에 거주한다. 아파트는 위치만 좋으면 상하좌우에서 단열을 해 주기 때문에 의외로 난방비가 적게 들어가는 편이다. 두 회원 모두 10만 원 정도 난방비가 들어갔단다.
회원 5
우리 집이다. 2년 된 아파트에 상하좌우에서 단열을 해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거실만 보일러를 틀고 전기장판으로 아주 따뜻하게 밤을 보낸다. 가스비와 전기료 합쳐서 10만 원 정도 난방비로 지출되었다.
오늘이 경칩이니 이제 큰 추위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서민들 난방비 걱정도 함께 없어질 것이다. 군불 땐 시골집 사랑방에서 경칩 개구리 먹던 시절이 문득 떠오르는 봄날 저녁이 지나가고 있다.

▲ 용용생고기: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4-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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