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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5.02.12. [국내行事 181] 귓속에 핀 곰팡이

by 사천거사 2025. 2. 12.

귀곰팡이증 이야기

◈ 일시: 2025년 2월 12일 수요일

◈ 장소: 오성근이비인후과의원 /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454-1 



귀곰팡이증(otomycosis)

 
귀곰팡이증은 진균(곰팡이)이 외이도나 고막에 기생하여 생기는 질환이다. 외이도 진균증이라고도 한다. 


진균의 아포가 공중에 떠 있다가 외이도를 통하여 들어가 외이도나 고막에서 진균이 기생할 적당한 온도를 제공받아 외이도벽이나 고막에 착상하여 증상이 발현된다. 증상으로 귀의 가려움증, 귀 안에 뭔가가 차 있는 듯한 느낌, 귀가 꽉 막혀있는 느낌, 귀 안에 이물질이 있는 듯한 느낌이 있고 약간의 난청이 있을 수 있다. 그 외에 이명, 두통, 이루 등이 있을 수 있다.


외이도 진균증은 치료가 쉽지만 재발도 많은 만큼 평소 예방이 중요하다. 수영이나 목욕 등을 한 후에는 귀 내부를 건조해야 하는데 이때 면봉을 사용하면 외이도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드라이어나 선풍기의 약한 바람으로 건조하도록 하고, 샤워 후 바로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여보, TV 볼륨 좀 줄여 줄래요?

평소처럼 TV 볼륨을 수치 3으로 듣다가 4로 올렸더니 소리가 너무 크다면서 아내가 나에게 한 말이다.

알았어요.

수치를 3으로 낮췄다. 소리가 잘 안 들린다. 늘 들어오던 수치의 음량인데 또렷하게 들리지 않고 약간 웅웅거리는 소리로 약하게 들린다. 아무래도 귀에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사실, 이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귓속이 몹시 가려운 현상이 발생했고, 그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귀이개와 면봉으로 귓속을 자주 긁어댔다. 오매, 시원한 거.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져 오다 한 일주일 전부터인가, 귓속에 진물이 비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때도 면봉과 휴지로 진물을 제거하며 버텨냈다. 곧바로 병원에 가지 않은 이유는, 일단 소리를 듣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진행이 되도록 버틴 것은 인터넷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며칠 전에 스마트폰을 켜고 내가 겪고 있는 증상들이 중이염 증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중이염을 검색해 보니, 대부분의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다는 멘트가 나와 있었다. 병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래 버티자, 그러면 낫는다잖아. 그런데 낫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를 정상적으로 들을 수 없는 상태까지 악화가 되고 만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뚱어리 이곳저곳에서 고장이 나고 있다. 70년 넘게 써먹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혈압, 당뇨, 심혈관, 무릎, 고관절, 허리 등에 문제가 생기고 암이나 치매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아울러, 나이가 들면 시력과 청력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일종의 노화현상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삶의 질을 얼마나 저하시키는지는 겪어본 사람이면 다 안다. 그런데 지금 귀가 제대로 안 들린다? 이거 큰 문제잖아.

아침을 먹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나섰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육거리시장 근처는 병원 백화점이다. 주로 내과, 외과, 치과, 안과, 신경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육거리시장이 재래시장이다 보니, 시골 지역이나 시내에 살고 있는 나이 든 분들이 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검색도 하지 않고 그냥 육거리시장 쪽으로 가서 병원 간판들을 훑어보았다. 건물 3층에 있는
소리사랑 이비인후과 발견,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아니, 이게 뭐야!

매주 수요일 휴진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진료를 안 본단다. 하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에 들어갔다. 여기서 약간 떨어져 있는 구남궁병원 사거리 부근에 이비인후과가 있네. 건물 밖으로 나오니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완전 봄비 수준이다. 지난 주만 해도 춥다고 난리 부르스였는데 며칠 사이에 판도가 확 바뀌었다. 남궁요양병원 건물 1층에 있는
오성근이비인후과 의원 발견.

 
처음이라 신분증 제출하고, 등록하고, 진료 접수를 했다. 잠시 후, 접수 직원이 진료실로 들어가라고 한다. 예. 나만큼 나이를 먹은 의사가 자리를 권한다.
 
어떻게 오셨나요?
 
귓속이 안 좋아서요. 아프고, 가렵고, 진물이 나오고 소리도 잘 안 들립니다. 중이염 아닌가요?
 
어디 봅시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진료의자에 앉았다. 불이 켜지고 기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과연 의사는 뭐라고 할까? 마치 법정에서 판사의 선고를 기다리는 피의자가 된 기분이다.
 
아이고, 귓속에 이물질이 꽉 찼네요. 잠깐 기다리세요.
 
석션으로 빨아낸다. 시원하다. 막혔던 것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시원하시지요? 이런 게 귓속에 꽉 차 있었어요.
 
그런데 이 시커먼 건 뭐예요?
 
곰팡이입니다. 귓속이 습해서 곰팡이가 생겼네요.
 
예? 귓속에 곰팡이가 생겨요? 그게 가능해요?
 
사람 몸 어디에나 습기찬 곳에는 곰팡이가 생깁니다. 발에 생기는 무좀도 곰팡이예요.
 
양쪽 귓속에 든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고 약을 바르는 것으로 치료는 끝이 났다. 약은 먹을 필요가 없고, 같은 증상이 또 발생하면 그때 치료받으러 오란다. 그거 생각보다 간단하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나처럼 귓속에 곰팡이 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렇구나. TV를 켰다. 볼륨 수치 3에도 멍멍하게 들렸는데 지금은 볼륨 수치 1에도 잘 들린다. 세상에나...


육거리시장 앞에 있는 병원타워 [09:27]
 

소리사랑 이비인후과 [09:30]
 

▲ 엥? 수요일 휴진이라네 [09:31]
 

▲ 구남궁병원 사거리에 있는 오성근이비인후과의원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