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야 가라
◈ 일시: 2025년 2월 5일 수요일
◈ 장소: 전통황실양고기 / 충북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 323-1
◈ 회원: 우리 부부, 딸네 가족

▲ 전통황실양고기: 충북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 323-1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여는데, 안 열린다. 뭐여? 얼어붙었잖아. 거실로 나가 창문을 열어보았다. 역시 안 열린다. 아침 기온을 확인해 보니 영하 11도, 이야 춥다더니 정말 춥기는 춥네. 그저께가 입춘, 봄으로 들어왔건만 말뿐이고 실제로는 춘래불사춘이다. 입춘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 거꾸로 붙였나, 입춘에 오줌독 깨진다. 입춘 추위에 관한 속담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보면 예전에도 입춘 시기에는 추웠던 모양이다.
칠십 나이를 고희라고 한다. 당나라 두보의 시 곡강에 나오는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라는 표현에 들어 있는 고래희의 줄임말이다. 고래희는 예로부터 몹시 드물다는 말이니, 인생칠십고래희는 '삶에 있어 칠십은 드문 일이다.'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두보가 언제 적 사람인가? 8세기 사람이 아닌가? 그때는 70세까지 산다는 게 드문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두보 자신도 58세에 죽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70살? 내 주변에만 해도 수두룩 빡빡하다. 인생칠십고래희를 인생일백고래희라고 바꾸어야 할 정도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났다.
오늘부로 내 나이가 70살이 되었다. 고희요, 칠순이요, 종심이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작은 케이크 하나에 촛불 7개 켜놓고 정말 조촐하게 생일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전에는 회갑만 되어도 시끌벅적할 정도로 동네잔치를 벌였지만, 지금은 칠순이 되어도 가족끼리 함께 저녁을 먹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게 고작이고, 잘하면 자식들이 보내주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 정도다. 그래, 나이 먹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잔치를 벌이냐. 나이를 먹을수록 이 사회와 자식들에게 짐밖에 더 되냐. 그냥 민폐 안 끼치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해라. 김용임이 부른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를 생각하면서.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아들네는 제주에 살고 있으니 우리와 시간을 함께 하기에는 이런저런 제약이 적지 않다. 그리하여 딸네 가족이 저녁 시간에 마련한 칠순기념회식에는 자리를 하지 못했다. 미평동에 있는 전통황실양고기 식당에서 커다란 케이크에 촛불 밝혀 노래도 부르고 푸짐한 양고기에 와인도 마시며, 정말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다가올 5월 4일부터 21일까지에는 딸과 아들이 보내주는 해외여행 계획이 잡혀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5년 동안이나 다녀온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볼 계획이다. 아내와 둘이 렌터카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 아침에 아내와 함께한 조촐한 자축연 [08:12]

▲ 회식 장소에 도착 [18:54]

▲ 2층 전통황실양고기: 충북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 323-1 [18:55]

▲ 건물 1층은 블루체어 라운지 카페 [18:55]

▲ 전통황실양고기 메뉴

▲ 전통황실양고기 메뉴

▲ 전통황실양고기 메뉴

▲ 생일 축하합니다 ♬ [19:00]

▲ 자, 여기를 보세요 [19:08]

▲ 양고기가 익어갑니다 [19:09]

▲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19:16]

▲ 뜻깊은 회식을 마치고 [20:28]
'국내 여행 > 국내 行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2.08. [국내行事 178] 커클랜드 시그니춰 (0) | 2025.02.08 |
---|---|
2025.02.07. [국내行事 177] 천국과 지옥 간 소송 사건 (0) | 2025.02.07 |
2025.02.02. [국내行事 175]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0) | 2025.02.02 |
2025.01.30. [국내行事 174] 당산 생각의 벙커 (0) | 2025.01.30 |
2025.01.29. [국내行事 173] 설 합동위령미사 (0) | 2025.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