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4
◈ 일시: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 맑음
◈ 장소: 합환산 북봉 3422m / 대만
◈ 코스: 푸 시앙 호텔 → 소풍구 2주차장 → 합환산 북봉 → 푸 시앙 호텔
◈ 거리: 5.96km (산행)
◈ 시간: 3시간 26분 (산행)
◈ 회원: 아들과 함께
오늘은 대만에 있는 산을 세 번째로 찾아가는 날, 산행 대상지는 합환산으로 난터우와 화롄 두 현(縣)의 경계에 솟아 있다. 대만은 3천 미터가 넘는 산이 214개나 된다. 합환산의 높이를 살펴보면 동쪽 합환산의 높이는 3,416m, 서쪽 합환산의 높이는 3,144m, 북쪽 합환산의 높이는 3,422m이다. 오늘 올라갈 곳은? 세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합환산 북봉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북봉 산행 들머리가 있는 소풍구 2주차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시간 40분이나 된다는 것. 그러면 차량 운행 왕복 8시간에 산행시간을 4시간 정도 잡으면 모두 12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야기인데... 도대체 거리가 얼마나 되기에 3시간 40분이나 걸린다는 거야? 거리는 145km. 아니, 145km 거리에 3시간 40분이 말이 돼? 시속 70km로만 가도 2시간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계산해 보니, 시속 40km로 밖에 못 달린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로 사정이 별로 안 좋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네. 가보면 알겠지.
07:32 호텔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감자튀김, 소시지, 너겟,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점심용 빵과 우유를 구입한 후 출발, 가는 길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8시 8분에 이란 시내 출발, 시내를 벗어나는 길은 그냥 평범한 도로였다. 그러다가 커다란 강 오른쪽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데 뭐 계속 커브길이기는 하지만 왕복 2차로라서 운행을 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가끔 속도가 느린 차가 나타나면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를 빼고는.
그러다가 자동차의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도로가 산으로 들어서면서 길이 좁아져 왕복 2차로가 왕복 1차로로 변한 것. 게다가 산사면을 가로지르다 보니 계속 커브라서 맞은편에서 차량이 오는지 안 오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속도를 낼 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145km에 3시간 40분, 이제야 이해가 되는 수치였다. 방법 없다. 최대한 오른쪽으로 붙어서 전방 주시에 온 신경을 다 쓰며 달리는 수밖에.
그렇게 달려가던 중에 구글맵 내비게이션에 빨간색이 떴다. 극심한 정체구간이 앞에 있다는 말인데... 길을 막아놓았다. 차량 대여섯 대가 앞에 서 있다. 도로 정비를 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그리 오래지 않아 봉쇄는 해제되었다. 다시 운행, 또 빨간색이 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난 8월 16일 대만에 강도 6.3의 지진이 발생해서 도로가 많이 파손되었단다. 그래서 도로 사정이 안 좋은 편이란다.
11:03 앞에 차량이 몇 대 서 있고 도로는 폐쇄된 상태, 예상했던 대로 여기도 도로 공사 중이었다. 그런데 12시에 통제가 해제된단다. 뭐여, 주차장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 넘게 더 가야 하는데 여기서 한 시간을 기다리라고? 아니, 도로를 1시간 넘게 완전 폐쇄하고 공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되는 모양이다. 내 앞에는 서너 대의 차량이 서 있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뒤로는 수 십 대의 차량이 줄을 잇고 서 있었다.
밖으로 나왔다. 길 옆에 집 몇 채가 있다. 도로 오른쪽 언덕이 차밭이다. 계곡 건너편으로도 산사면에 만들어놓은 차밭이 보인다. 해발 고도가 높아도 차는 재배가 가능한가 보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조금 이르지만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었다. 12시 조금 전에 봉쇄가 풀렸다. 맞은편 차량 통행을 먼저 허용했는데, 기다렸던 차량들이 끝도 없이 밀려온다. 12시 2분, 드디어 우리가 갈 차례다. 정상적이라면 이미 주차장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이제부터 한 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한다.
▲ 푸 시앙 호텔 출발 [07:32]
▲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음식점 [07:33]
▲ 아침식사: 샌드위치, 감자튀김, 너겟, 커피 [07:44]
▲ 도로 보수공사로 인해 차량통행 통제 중 [09:53]
▲ 앞뒤로 차가 여러 대 서 있다 [09:53]
▲ 두 번째 차량통행 통제 현장 [11:14]
▲ 주변 주택들 [11:25]
▲ 도로 오른쪽 언덕 차밭 [11:45]
▲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11:45]
▲ 고도가 높아 빵과 우유가 빵빵해졌다 [11:51]
12:54 소풍구 2주차장(Xiaofengkou Second Pakrking)에 도착해 보니, 그 넓은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다. 오늘 산행하러 온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는 건가? 아닐 텐데... 일단 차를 세우고 계단을 따라 합환산 관광안내소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이곳 해발 고도가 3002m, 3000m가 넘다 보니 고소 때문인가 머리가 조금 어질어질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합환산 북봉 산행 들머리는 휴게소 앞에서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나왔다. 들머리 주변 공터에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2주차장에 차량들이 없었구나. 그래, 주차비를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지. 산행 들머리에 서 있는 등산로 안내판을 살펴보고 나무 계단에 올라서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해발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해가 쨍 났는데도 공기는 차갑다.
▲ 소풍구 2주차장에 주차 [12:57]
▲ 관광안내소로 올라가는 계단길 [12:57]
▲ 소풍구 2주차장(Xiaofengkou Second Pakrking) [12:58]
▲ 합환산 관광안내소 [13:00]
▲ 언덕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13:03]
▲ 산행 들머리로 내려가는 길 [13:06]
▲ 합환산 북봉 등산로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 [13:07]
▲ 나무 계단길에 올라서는 것으로 산행 시작 [13:08]
▲ 언덕에서 내려다본 주차 차량들 [13:09]
13:12 0.1km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만났다. 산행 들머리에서 100m를 진행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지판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합환산 북봉으로 가는 길에는 100m마다 이런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경사가 제법 있는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 보았자 고도를 400m 정도만 높이면 된다. 100m마다 나타나는 표지판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 0.1km 표지판 통과 [13:12]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오르막길 [13:15]
▲ 0.2km 표지판 [13:19]
▲ 0.3km 표지판 [13:23]
▲ 0.4km 표지판 [13:27]
▲ 오르막 나무 계단길 [13:35]
▲ 0.6km 표지판 [13:40]
▲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 [13:49]
▲ 0.7km 표지판 [13:50]
▲ 0.8km 표지판 [13:56]
14:00 0.9km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도착하니 전망이 좋다. 운해가 깔려 있는 계곡이 보이고, 우리 차를 세워둔 소풍구 2주차장과 합환산 관광 안내소도 내려다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산뿐이다. 다시 고도를 높여간다. 북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가끔씩 보인다. 해 3,000m를 훨씬 넘었지만 고소의 느낌은 미미하다. 다행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버프로 얼굴을 감쌌는 데도 찬바람이 파고든다. 아, 춥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14:00]
▲ 주변을 조망 중인 아들 [14:00]
▲ 전망대에서 바라본 맞은편 능선 [14:00]
▲ 0.9km 표지판 [14:01]
▲ 1.0km 표지판 [14:07]
▲ 1.1km 표지판 [14:15]
▲ 왼쪽이 합환북봉 가는 길 이정표 [14:17]
▲ 1.2km 표지판 [14:20]
▲ 1.3km 표지판 [14:26]
14:28 1.3km 표지판을 지나 잠깐 올라가자, 키 작은 관목이 잔디처럼 깔려 있고 그 사이로 하얀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 같은 길이 뻗어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합환북봉 200m 전 이정표를 지나 8분을 올라가자 해발 3422m의 합환산 북봉 정상이다. 이야, 해냈다. 아들과 함께 정상 인증 사진을 찍고 곧바로 하산에 들어간다. 돌아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 그림 같은 산길이 펼쳐져 있다 [14:28]
▲ 1.5km 표지판 [14:34]
▲ 1.8km 표지판 [14:46]
▲ 합환북봉 200m 전 이정표 [14:48]
▲ 합환산 북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4:53]
▲ 해발 3422m 합환산 북봉 정상에서 [14:56]
▲ 해발 3422m 합환산 북봉 정상에서 [14:57]
▲ 합환산 북봉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 [14:57]
▲ 1.9km 표지판 [14:58]
▲ 1.6km 표지판 [15:09]
15:22 1.1km 표지석을 지나 계속 내려간다. 구름이 퍼져 흐르고 있는 산길은 여전히 춥기만 하다. 계곡을 덮고 있는 운해가 잘 보이는 곳에 도착해 보니 대만 산행객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하면서,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라고 안내도 해 준다. 그렇다, 서로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하니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 1.1km 표지판이 서 있는 지점 [15:22]
▲ 2주차장과 관광 안내소가 보인다 [15:22]
▲ 운해가 깔려 있는 계곡 [15:24]
▲ 1.0km 표지판이 서 있는 지점 [15:29]
▲ 0.5km 표지판 [15:46]
▲ 주변을 맴도는 새 한 마리 [15:46]
▲ 계곡을 덮고 있는 운해 [16:02]
▲ 대만 산행객이 찍어준 사진 [16:03]
▲ 대만 산행객이 찍어준 사진 [16:03]
▲ 대만 산행객이 찍어준 사진 [16:03]
16:08 운해가 덮여 있는 계곡을 뒤로 하고, 산행 출발지점으로 내려와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올라간다. 4시 31분 주차장 출발, 이제부터는 오전에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기름이 달랑거린다. 다음 주유소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여기에 해가 지면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주유소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기름을 가득 넣으니,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 운해가 깔려 있는 계곡을 뒤에 두고 [16:08]
▲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연못 [16:09]
▲ 산행 들머리에 귀환 [16:10]
▲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다 [16:19]
▲ 주차장에서 바라본 운해 [16:20]
▲ 합환산 사진을 찍고 있는 아들 [16:20]
▲ 차를 세워둔 주차장에 도착 [16:23]
▲ 대우령(Dayuling)에 있는 합환산 터널 [16:43]
▲ 타이중 시에 있는 주유소 대만중유이산점 [17:37]
▲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17:37]
17:42 해가 져서 사방이 캄캄한데, 마을 전체가 화려한 전등으로 치장을 해서 야경이 휘황찬란하다. 뭐지? 여기가 무슨 관광지인가?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벗어났던 도로로 돌아와 어둠에 묻힌 길을 달려간다. 환한 대낮에도 차를 몰기가 곤혹스러운 길인데, 사방이 깜깜한 시간에 달려가자니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는가.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고도가 낮은 강변길에 들어서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10m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운전대를 잡은 아들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연신 터져 나온다. 세상에 이런 길이!
시내가 가까워지자 어둠과 안개가 동시에 걷히기 시작했다. 지옥의 터널에서 벗어나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8시 19분 호텔 도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음식점 몇 곳을 들러보았지만 모두 시간이 늦어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단다. 난감하네. 아들이 야시장으로 가잔다. 그때 문득 호텔 바로 옆에 고치구이를 파는 판매점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야시장에 가도 어차피 고치구이 먹을 거니까 그냥 호텔 옆 판매점에서 고치구이 구입한 후 호텔 룸에서 먹는 게 어때? 콜.
고기 종류를 위주로 해서 구운 고치를 잔뜩 사들고, 슈퍼에 들러 고량주와 맥주를 구입한 다음 호텔 룸으로 돌아와서 상을 차렸다. 고량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고치구이 한 점을 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늘 험한 산길을 오고 가느라고 온갖 신경을 다 썼고, 또 추위 속에서 3200m가 넘는 산을 오르내리느라고 힘든 고생도 했지만, 모든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들과 함께 해서 더 좋았던 그런 하루였다.
▲ 어떤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 [17:42]
▲ 이란 시에서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물그림자 [20:30]
▲ 이란 시에서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물그림자 [20:31]
▲ 이란 시에서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물그림자 [20:40]
▲ 호텔 옆에 있는 고치구이 요리점 [20:51]
▲ 고치구이 재료들 [21:00]
▲ 호텔 룸 탁자에 상을 차렸다 [21:19]
▲ 자, 맛있게 먹읍시다 [21:19]
'해외 트레킹 > 대만 스테고사우루스 릿지, 오요첨산, 합환산 북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2.19. [대만 旅行 6] 대만 타이베이/대한민국 청주공항 (0) | 2024.12.19 |
---|---|
2024.12.18. [대만 旅行 5] 예류지질공원/양명산국가공원/베이터우공원 (0) | 2024.12.18 |
2024.12.16. [대만 旅行 3] 임가화원/오요첨산/쟈오시 온천공원 (0) | 2024.12.16 |
2024.12.15. [대만 旅行 2] 황금박물관/스테고사우루스 릿지/소드 드래건 릿지/지우펀 (0) | 2024.12.15 |
2024.12.14. [대만 旅行 1] 중정기념당/용산사/닝샤야시장 (0) | 2024.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