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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10.06. [국내行事 129] 예수님의 결혼관

by 사천거사 2024. 10. 6.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 일시: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 흐림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1
◈ 회원: 아내와 함께 



09:50  오늘은 연중 제27주일이자 시월 첫 번째 주일이다. 시월 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에 나오는 시월의 마지막 밤? 가을? 단풍? 10.26 사건?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시월은 결혼의 달이었다. 그 당시에는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을 피해서 주로 봄이나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그래서 유독 시월에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그러는 나는? 물론 나도 시월에 결혼을 했다.

오늘 복음 내용이 결혼의 달이었던 시월과 관계가 있나? 아니, 시월과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결혼과 관계가 있다. 예수님이 결혼에 관한 중요한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먼저 복음 내용을 보자.
 


그때에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모세는 너희에게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였느냐?" 하고 되물으시니, 그들이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모세는 허락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모세가 그런 계명을 기록하여 너희에게 남긴 것이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집에 들어갔을 때에 제자들이 그 일에 관하여 다시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그 아내를 두고 간음하는 것이다. 또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하여도 간음하는 것이다." -마르코 복음 10,2-12-


예수님의 결혼관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이혼은 불가능하다는 것.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내용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만큼, 오늘날의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당연히 이혼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모세가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했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세가 누구인가, 하느님이 직접 계시를 내려준 예언자가 아닌가. 그런 분이 이혼을 허락했다?

 

성경 내용은 해석이 아주 중요하다. 단순히 단어나 어귀 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전후 맥락이나 전체적인 내용, 그 시대의 지리적 문화적 조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창세기에 하느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서 둘이 한 몸이 되게 하셨으니 결혼은 두 남녀가 한 몸이 되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혼은? 두 남녀가 서로 헤어지는 것인데 하느님은 이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따라서 모세가 말한 이혼장을 써 준다는 말 자체는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린 후 다른 여자를 취하면 모세의 10계명 중 하나인 '간음하지 마라'를 어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은 결국 이혼은 안 된다는 것을 에둘러 말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너희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모세가 그런 계명을 기록하여 너희에게 남긴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혼인성사를 통해서 부부가 된다. 혼인성사는 가톨릭의 7성사 중 하나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생명과 사랑의 친밀한 공동체인 가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맺는 혼인 계약을 의미한다. 혼인성사를 통해 결혼한 부부는 교회법상으로 부부가 되며 신앙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이 직접 명시적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이혼은 금지된다. 물론 사별 후 살아남은 배우자가 재혼하는 것은 정상적인 결혼으로 인정한다.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한 다음에 세례성사를 받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되나? 과거에 비신자 시절 해당 부부가 했던 혼인은 부부가 세례성사를 받게 되면 별도로 혼인성사를 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혼인성사 지위로 승격된다. 

 

만약 천주교 신자가 결혼 후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혼이 아니라 별거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혼한 신자가 재혼하지 않는다면, 신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이혼한 신자가 다른 이성을 만나 재혼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교회가 사회적 이혼을 별거로 간주하는 만큼, 그냥 결혼식을 치르면 본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성이랑 사는 것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간음이라고 하셨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간음하지 마라'는  모세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10계명에 들어 있다.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결혼은 둘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서로 헤어지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신부님이 미사 중에 하신 강론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세상에 나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나의 배우자도 당연히 나와는 다르다. 부부 사이에서는, 나와는 다른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나에게 맞추라고 하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다름이 같음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결혼 생활은 다름같음으로 바꾸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 청주 서운동성당 [10:05]

 

▲ 서운동성당 성모동굴 [10:05]

 

▲ 서운동성당 제대 [11:42]

 

▲ 미사를 마치고 [11:44]

 

▲ 미사가 끝났어요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