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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9.08. [국내行事 121] 예수님의 기적

by 사천거사 2024. 9. 8.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다

◈ 일시: 2024년 9월 8일 일요일 / 맑음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1
◈ 회원: 아내와 함께 



09:50  오늘은 주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미사 참례를 하러 성당을 가는 날이다. 신앙인은 오라고 하지 않아도 간다. 한 주일 동안의 마음의 양식을 얻기 위해서다. 가자. 오늘이 9월하고 8일인데도 낮기온이 30도 이하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이러다 가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연중 제23주일, 복음 말씀은 다음과 같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테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었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하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마르코복음 7,31-37-


신약 성경의 4대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행한 기적 행위가 모두 37번 나온다. 예를 들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을 먹이신 기적, 물 위를 걸으신 기적, 그리고 여러 번의 병자 치유 기적 등이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적 행위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 병자 치유 기적이다. 여기서 잠깐. 귀머거리를 듣게 하고 벙어리를 말하게 한다? 아니, 이게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당연한 의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다음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적이란 인간의 힘으로는 이루어 낼 수 없는 초자연적인 신비로운 현상을 말합니다. 즉, 과학이나 이성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들은 다릅니다. 성경에서 전하는 기적은 하느님께서 인간 세상 안에서 어떤 특별한 행동이나 사건을 통해 당신의 뜻을 알리거나 실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도움과 구원을 주고자 하십니다. 따라서 성경에서 말하는 기적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크게 드러나는 사건을 말하는 것이지, 단순히 자연법에 어긋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성경 저자들이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기적은 언제나 당신의 말과 행동, 전 인격적으로 선포하는 핵심 메시지인 하느님 나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기적은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고, 하느님의 다스림이 펼쳐지고 있다는 표징을 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능력으로 기적들을 행하십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하느님으로부터 권능을 받고 있음을, 하느님의 권능과 뜻이 예수님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음을 가리킵니다. 즉, 예수님의 기적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가령 예수님께서는 병자의 치유를 통해서 당신의 사랑을, 자연을 다스리는 기적을 통해 당신의 권능을, 죽은 자를 살리심으로써 당신이 생명의 주관자이며, 하느님의 아들임을 보여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적의 신비로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예수님의 사랑과 존재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은 사람들을 신앙으로 인도해 주는 표징이 되지만, 기적 자체가 믿음의 전제 조건은 아닙니다. 참다운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가운데 생겨납니다. 
 
성경을 읽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경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의 사실 자체가 아니라 성경 저자들이 전하고자 고심했던 기적 이야기 속에 담긴 신앙의 진실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제 사건을 추적하는 자세가 아니라, 나의 삶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가오는 구원 사건의 진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승환 루카 신부-
 
제법 긴 설명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기적 사건들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능력이 밖으로 드러난 경우이다. 따라서 예수님이 행한 기적들은 당연히 사실이며 사실이라고 믿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적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예수님이 이런 기적 행위를 하신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예수님은 기적이라는 실제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끝이 없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예수님의 사랑과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하셨던 것이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를 보자. 예수님은 귀머거리이자 말더듬이인 사람에게 "에파타!"라고 말씀하시며 귀를 열어준다. 귀를 열어주자 그는 들을 수 있게 되고 들을 수 있게 되자 자연적으로 말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 사건을 귀머거리를 치유한 하나의 단순한 기적 이야기로 보면 안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기적 행위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 있을까?

예수님이 이 세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여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세상의 인간들이 귀머거리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또 말더듬이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게 예수님이 보기에 안타까우셨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예수님께서 귀머거리를 치유하신 기적 행위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내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널리 알리며 실천에 옮겨 영원한 삶을 누려라.


참고 사항


아람어는
고대 중동 세계의 공용어였으며 아시리아인과 유대인을 비롯한 근동인들이 이 언어를 사용하였다. 예수가 활동했을 당시 유대인들이 쓰던 모어(mother tongue)는 아람어의 히브리 방언 또는 아람어화 된 히브리어이며 구약 일부 구절 역시 아람어로 되어 있다. 때문에 아람어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꽤 중요하게 여겨지는 언어다.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 성경에는 아람어로 된 어귀가 딱 3개 나오는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에파타가 그중 하나다. 아람어 어귀 3개는 다음과 같다.

에파타!: 열려라!
탈리다 쿰.: 소녀여 일어나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리스어 대신 특별히 아람어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 청주 서운동 성당 [10:04]
 

▲ 서운동 성모동굴 앞에서 [10:05]
 

서운동 성당 제대 [10:11]
 

▲ 집으로 돌아와서 [11:50]
 

▲ 어제 채취한 뽕나무버섯 부치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