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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8.31. [국내行事 119] 뱀장어 이야기

by 사천거사 2024. 8. 31.

뱀장어 이야기

◈ 일시: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 맑음

◈ 장소: 백마강참숯민물장어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449
◈ 회원: 율량 세 부부 



뱀장어
 

뱀장어는 민물장어를 말한다. 바닷장어는 뱀장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는 뱀장어도 뱀장어라고 하지 않는다. 뭐라고 해? 그냥 장어라고 한다. 왜? 뱀이 징그럽잖아. 그래서 뱀을 빼고 장어라고 한다.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해도 우리가 식당에서 비싼 돈 주고 먹는 장어는 결국 뱀장어다. 그런데 장어는 왜 그렇게 비싼 걸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완전양식이 안 되기 때문이다. 뱀장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간 살다가 8~10월에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내려가 난류를 따라 16~17°C의 수온과 높은 염분도를 가진 깊은 바다에 들어가 알을 낳는다. 산란기가 되면 온몸에 아름다운 혼인색이 나타나며, 생식기관이 성숙되는 반면 소화기관이 퇴화되어 먹이를 먹지 않은 채 깊은 바다의 산란장을 찾아간다. 이때 곧장 깊은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구 근해 염분도가 약한 곳에서 환경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바다로 들어간다. 암수는 깊은 바다에서 산란을 마친 후 죽는다.
 
부화된 새끼는 난류를 따라서 1~3년 동안의 먼 여행 기간을 거쳐 대륙 연안에 다다른다. 이때의 새끼는 백색 반투명체로서 모양이 버들잎과 같으므로 버들잎뱀장어라고 한다. 버들잎뱀장어는 하구에 가까워지면 몸길이 약 5~8cm의 흰실뱀장어가 되어 강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 후 9~15cm의 흑실뱀장어, 16~20cm의 피리뱀장어, 20~25cm의 메소뱀장어 순으로 성장하여 어른뱀장어가 된다. 어른뱀장어는 몸 빛깔이 은색이고 성적으로 성숙하여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이때는 은빛뱀장어로 불린다. 수명은 10년 또는 15년이다. 산란을 하면 죽는 동물이며 산란만 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오래 생존한다.

뱀장어는 연어와는 반대로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데, 수압이 높은 곳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그 환경을 재현하지 못해 바다에서 강으로 넘어오는 흰실뱀장어을 잡아 양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치어를 잡아 양식하는 현재의 방식은 치어의 공급 자체가 턱없이 모자라 치어 가격 또한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기술이 발전하여 일본이 2010년 최초로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고, 한국도 2016년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를 통해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20년 즈음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이야기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여전히 장어 가격은 비싸다.
 
웃픈 이야기 하나
디스커버리에서 제작한 '바보 같은 죽음들'에서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초밥 전문가이지만 폭언과 폭력으로도 유명한 스승을 골탕 먹이고자 스승이 술에 취해서 자고 있을 때 제자들이 스승의 바지에 뱀장어를 몰래 집어넣고 자기들 방에서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스승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바지에 집어넣은 뱀장어가 스승의 항문에 들어가 대장까지 가서 스승의 내장을 파먹는 바람에 그 고통의 쇼크로 스승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장난에 참여한 제자들 모두 살인죄로 처벌받았다고 한다.


17:10  오늘은 율량 세 부부가 만나는 날, 여름 보양식을 먹을 철이 지났건만 무더위가 여전히 진행 중이니 보양식 먹는 것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모임의 장소도 바로 장어요리 전문 음식점인 백마강참숯민물장어이다. 이곳은 직접 장어를 양식하면서 식당도 함께 운영하는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양식장은 부여에, 음식점 본점은 대전 유성에 있다.

 

1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음식점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간다. 식당 입구에 초벌구이 없는 직화구이로 저희가 직접 키운 100% 국내산 무항생제 민물장어(자포니카)를 제공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자포니카는 동남아산 민물장어인 비콜라, 말모라타(무태장어)와는 다른 토종 민물장어를 말한다. 맛이 좋은 토종 자포니카는 가격이 비싼 반면, 외래종인 비콜라와 말모라타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주로 값이 저렴한 장어 요리점이나 초밥에 사용된다. 따라서 비싼 장어구이를 먹으러 갈 때에는 자포니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두 부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명암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창가 테이블에 여섯 명이 둘러앉았다. 메뉴판을 보자. 한판 2인분 69,000원, 반판 1인분 35,000원. 대부분의 장어음식점은 1kg에 얼마라고 가격을 정하는데 여기는 1인분에 35,000원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식당에서는 장어 가격이 시시때때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만 백마강참숯민물장어라는 상호를 내건 모든 프랜차이점의 장어 가격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를 씹는 맛이 그만이다. 물결 잔잔한 명암지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가로등이 하나 둘 불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분위기에 취한 탓인가, 소주 몇 잔에 취기가 오른다. 같은 양의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는 데에도 분위기에 따라 신체의 반응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백마강참숯민물장어는 4층 [17:23]

 

백마강참숯민물장어 안내문 [17:24]

 

백마강참숯민물장어 메뉴판 [17:25]

 

자포니카 장어 3인분 [17:26]

 

명암지명암타워 [17:38]

 

명암방죽, 명암저수지로도 불리는 명암지 [17:38]

 

▲ 애물단지로 변한 명암타워 [17:39]


18:50  장어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6층에 있는 커피점 딜라이트(Delight)로 올라갔다. 아까는 먹는 시간, 지금은 대화의 시간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 자체보다는 사교적인 만남이나 개인 시간을 위한 공간에 더 가깝다. 시간이 지나면서 명암지에 어둠이 가득하다. 그 어둠 속에 가로등 불빛과 카페 내부의 풍경이 오버랩되면서 환상적인 그림이 생겨났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커피잔이 다 비었다. 카페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엘리베이터 문에 적혀 있는 글귀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다.

 

변화는 있어도 변함이 없기를


▲ 카페에서 바라본 명암지 [18:50]

 

▲ 여기는 커피잔이 유리잔이다 [19:11]

 

▲ 카페에서 내다본 명암지 야경 [20:17]

 

카페에서 내다본 명암지 야경 [20:18]

 

변화는 있어도 변함이 없기를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