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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9.15. [국내行事 122] 필사즉생 필생즉사

by 사천거사 2024. 9. 15.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 일시: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 맑음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1
◈ 회원: 아내와 함께 



10:00  9월은 순교자성월로,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한 한국 순교 성인 성녀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림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하느님의 구원 은총에 감사하는 달이다. 그리스도 교인은 언제나 순교할 준비를 갖추고 살아야 하지만, 순교자성월 동안에는 특히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본받고 생활하면서 신앙 쇄신의 계기로 삼고자 노력해야 한다.
 
연중 제24주일인 오늘의 복음은 순교자성월에 아주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복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그 뒤에,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고 꾸짖으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마르코 복음 8.31-35-


이 복음에서 마지막 부분에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키 포인트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이 말씀의 내용을 분석해 보자. 먼저 눈여겨볼 것은,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서로 대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 천주교가 박해를 받았을 때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배교를 한 신자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순교를 한 신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배교를 한 신자는 이 세상에서는 목숨을 유지할지 모르지만 천국에는 갈 수 없으니 결국은 죽은 목숨이고, 자신을 목숨을 바치며 순교를 한 신자는 비록 이 세상에서는 목숨을 잃었지만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세상에서 목숨을 유지하고 그것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서의 목숨은 버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인가? 우리나라의 천주교 박해 시절에도 배교한 신자가 있고 순교한 신자가 있는 것을 보면, 선뜻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느님은 어떤 사람을 원하시는가?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고 말씀하셨으니 당연히 후자, 즉 우리가 순교자이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사실 지금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아야 할 순교의 상황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세상에서 순교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고통을 겪는다. 육체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이러한 고통은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때 몸소 등에 지고 계셨던 십자가와 같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가지각색의 고통은 회피나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다. 어째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지고 올라가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부활하여 천국으로 가셨으니까. 따라서 우리도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겨나가면 예수님처럼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고통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의 순교는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을 하느님의 섭리에 맞게 이겨나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고로, 오늘의 복음 내용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 맥락은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필사즉생 행생즉사
(必死卽生 幸生卽死), 오자병법 제3편 치병편에 나오는 내용으로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이 말을 조금 바꾸어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로 기록했다. 이는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서기 30년경에 살으셨고, 오자병법은 기원전 400년경에 오기가 썼으며 난중일기는 1590년대에 이순신 장군이 썼다.


▲ 청주 서운동성당 [10:08]

 

▲ 서운동성당 성모동굴 [10:09]

 

▲ 서운동성당 제대 [10:10]

 

▲ 미사를 마치고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