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봉-웅석봉 산행기
◈ 일시: 2024년 6월 25일 화요일 / 맑음
◈ 장소: 십자봉 900m / 웅석봉 1099.3m / 경남 산청
◈ 코스: 어천마을 → 십자봉 → 웅석봉 → 왕재 → 강신등폭포 → 내리저수지
◈ 거리: 9.87km
◈ 시간: 4시간 57분
◈ 회원: 청주 산경산악회 안내 산행
06:15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산이 워낙 크고 넓어서 그 자락에 수없이 많은 산줄기가와 봉우리들이 산재해 있다. 오늘 찾아가는 웅석봉은 산청의 중앙에 솟아 홀로 떨어진 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리산 자락이다. 천왕봉에서 시작한 산줄기가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재, 새재, 외고개, 왕등재, 깃대봉을 지난 후 밤머리재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높이 솟아오르는데 그게 바로 웅석봉이다. 웅석봉은 1983년 11월 23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웅석봉을 풀어쓰면 곰바위산이다. 산세가 가팔라 웅석봉 정상에서 놀던 곰이 절벽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실제로 웅석봉 정상 북사면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2014년 8월 밤머리재에서 산행을 시작해 웅석봉 정상에 들른 후 청계저수지로 내려온 적이 있고, 2018년 6월에는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에 오른 후 어천마을로 내려온 적이 있다. 오늘은 당연히 다른 코스로 진행을 해야겠지.
7시에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한 버스가 서청주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더니 남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토요일 산행을 못하게 할 정도로 내리던 장맛비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오늘은 다시 날이 쨍쨍하다. 금산휴게소에 잠깐 들른 버스가 생초나들목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벗어나더니 이번에는 일반도로를 따라 산행 들머리가 있는 어천마을을 향해 달려간다.
▲ 청주 꽃다리에서 바라본 무심천 [06:29]
▲ 꽃다리 건너편으로 보이는 힐데스하임 아파트 [06:30]
▲ 청주체육관 앞에 서 있는 한길우등관광 버스 [06:42]
▲ 통영대전고속도로 금산휴게소 [08:20]
09:38 어천마을 도로변에 버스가 섰다. 산악회에서는 어천계곡을 따라 웅석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잡아 놓았지만 나는 계곡길에는 별로 매력이 없어 능선길을 따라 올라가 볼 생각이다. 회원 한 명이 동참을 원해 함께 출발, 마을길을 따라 잠깐 걸어가자 왼쪽으로 어천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다른 회원들은 모두 어천계곡으로 들어가는데 우리는 그냥 통과. 12분 후,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가는 아침재에 도착했다.
▲ 어천마을 도로변에 버스 정차 [09:38]
▲ 웅석봉 가는 길 이정표 [09:39]
▲ 마을 도로 따라 진행 [09:41]
▲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은 어천계곡 가는 길 [09:41]
▲ 어리내마을 안내문 [09:43]
▲ 철망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들 [09:45]
▲ 지리산에서는 고사리 재배를 많이 한다 [09:51]
▲ 아침재로 올라가는 길 [09:51]
▲ 아침재에 서 있는 지리산 둘레길 안내판들 [09:53]
▲ 지리산 둘레길 아침재 표지판 [09:53]
09:55 아침재에서 십자봉으로 가는 길에 진입, 왼쪽으로 어천마을이 내려다보인다. 10분 후,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마지막 주택 앞을 지나면서 포장길에서 벗어나 흙길에 들어섰다. 길이 널찍한 게 거의 임도 수준이다. 지도를 확인하니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란다. 그런데 그냥 널찍한 길을 따라가도 진행 방향으로 볼 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그런대로 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어천마을 [09:55]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09:57]
▲ 보리똥이라고도 하는 보리수 열매 [10:00]
▲ 부서진 건물의 잔해 [10:02]
▲ 포장길 끝에 자리하고 있는 마지막 집 [10:04]
▲ 임도 수준의 널찍한 길 [10:05]
▲ 일월비비추가 꽃을 피웠네 [10:05]
▲ 계속 이어지는 널찍한 길 [10:05]
▲ 길이 좁아졌다 [10:11]
▲ 멧돼지 목욕탕 [10:12]
10:15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길이 사라졌다. 사람의 흔적도 함께 사라졌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그냥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무난하게 능선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다. 계곡 오른쪽을 따라 잠시 올라가다 계곡 왼쪽으로 이동을 해서 진행을 한다. 산행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사항,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아주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이게 뜻대로 안 되는 게 또 산행이다.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산행에서도 새로운 개척에는 예상치 않았던 힘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대신 개척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엄청나다.
▲ 여기서 길이 사라졌다 [10:15]
▲ 길이 없어 일단 대충 올라가 본다 [10:18]
▲ 계곡 오른쪽으로 진행 [10:23]
▲ 계곡을 건너 왼쪽으로 이동 [10:26]
▲ 계곡 따라 진행 [10:28]
▲ 계곡 왼쪽을 개척하면서 진행 [10:36]
▲ 꽃이 핀 산수국이 반겨주네 [10:38]
▲ 오르막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10:43]
▲ 오르막 경사가 많이 완만해졌다 [11:03]
▲ 헬기장의 흔적 [11:05]
11:09 천신만고 끝에 번듯한 길이 나 있는 능선 위에 올라섰다. 능선 따라왔으면 편하고 쉽게, 그리고 빠르게 올라왔을 텐데 계곡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없는 길을 만들어 올라오느라고 엄청나게 고생을 한 것인데... 괜찮다. 몸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길을 걸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계곡 오른쪽으로 올라간 회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능선에 올라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란다. 그래?
능선길을 따라 십자봉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니, 저게 뭐야? 십자가의 길 조형물이 있네. 십자가의 길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묵상하는 신심행위로, 가톨릭교회에서 부활전 전 사순시기의 금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주로 행한다. 이 시기에 맞춰서 미사에 가면 미사 전이나 후에 드린다. 물론 평소에도 권장하는 기도이다. 십자가의 길은 총 14처로 각 처에서 마치는 기도문이 정해져 있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심.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제3처 예수님께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만나심.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짐.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
지금 발견한 것은 제11처 조형물이었다. 곧이어 제12처, 제13처 조형물이 거리를 두고 연달아 나타났다. 그런데 능선에서 기다린다는 회원은 왜 안 보이지?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이라고 적힌 조형물에서 기다린단다. 엥? 그것은 제9처인데? 그렇다면 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뒤에 있다는 말이잖아. 십자봉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리로 오라는 말을 전하고 십자봉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길이 번듯하게 나 있는 능선에 올라섰다 [11:09]
▲ 십자가의 길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 [11:13]
▲ 십자가의 길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 [11:19]
▲ 십자가의 길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11:22]
▲ 십자가의 길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 [11:26]
▲ 1981년 10월 23일: 십자가의 길 조성 날짜인 듯 [11:26]
▲ 제대 뒤로 보이는 예수승천상 [11:28]
▲ 예수 승천상 [11:28]
▲ 전망대 조망: 산청읍 소재지 방면 [11:33]
▲ 전망대 조망: 경호강 방면 [11:33]
11:35 해발 900m의 십자봉 정상에 도착했다. 사실, 십자봉은 등산지도에만 나오는 봉우리 이름으로 그 아래에 승천하는 예수상이 있어 생겨난 이름인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알아보니, 아까 능선에서 만났던 십자가의 길 조형물은 산 아래에 있는 성심원이란 가톨릭 기관에서 설치한 것이었다. 그런데 십자봉 정상에 있다는 표지판이 왜 안 보이지?
뒤따라온 회원과 만나 십자봉 정상을 내려가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오른쪽은 내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은 어천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여기서 웅석봉 정상까지는 1km 거리, 고도 차이는 200m 정도. 34분 걸려 삼각점이 박혀 있는 해발 1099.3m의 웅석봉 정상에 도착해 보니, 어천계곡을 따라 올라온 회원들 10여 명이 전망대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해발 900m 십자봉 정상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 [11:35]
▲ 십자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만난 표지기 [11:46]
▲ 갈림길 지점에 서 있는 이정표: 웅석봉 쪽으로 진행 [11:49]
▲ 경사가 조금 있는 오르막길 [11:55]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오르막길 [11:59]
▲ 웅석봉 정상 500m 전 이정표 [12:08]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오르막길 [12:17]
▲ 웅석봉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 [12:23]
▲ 웅석봉 정상 전망대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조망하고 있는 회원들 [12:23]
▲ 해발 1099.3m 웅석봉 정상 표지석 [12:25]
12:25 웅석봉 정상은 전망이 좋은 곳이라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왕산이 보이고, 산청읍 소재지가 보이고, 경호강 뒤에 솟아 있는 둔철산도 보인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데크 전망대에 점심상을 차렸다. 삶은 달걀과 카스텔라로 간단히 요기를 해결하고 출발,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다. 우리가 내려가야 할 곳은 내리이지만, 삼거리 이정표가 가리키는 내리는 웅석봉 정상을 지나서 내려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하고 밤머리재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 웅석봉 정상 조망: 지리산 천왕봉 방면 [12:25]
▲ 웅석봉 정상 조망: 왕산 방면 [12:25]
▲ 웅석봉 정상 조망: 산청읍 소재지 방면 [12:25]
▲ 웅석봉 정상 조망: 둔철산 방면 [12:27]
▲ 데크 전망대에서 점심: 삶은 달걀, 카스텔라 [12:29]
▲ 점심 먹고 출발 [12:44]
▲ 웅석봉 정상부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12:44]
▲ 여기서 내리는 무시하고 밤머리재 쪽으로 진행 [12:45]
▲ 내리막 나무계단길 [12:47]
12:49 널찍한 헬기장에 내려섰다. 여기서 왼쪽은 2014년 8월에 내려간 적이 있는 청계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헬기장을 가로지르는 길이 바로 내리로 가는 길이다. 내리까지 거리는 5km. 경사가 조금 있는 내리막길을 한동안 걸어가다 웅석지맥 안내판을 만났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웅석지맥인 모양이다. 웅석지맥이란?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쪽으로 분기해서 중봉, 하봉, 쑥밭재를 지나 1315m봉에서 동진하여 왕등재, 밤머리재를 거쳐 웅석봉에 도착한 후에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백운산을 일구고, 다시 고도를 바짝 낮춰 석당산, 아미랑재, 제마재, 황학산을 지나 진주시 귀곡동 진양호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54.5km 산줄기를 말한다.
왕재에 내려섰다. 왕재에서 밤머리재로 내려가는 길은 현재 공사 중이라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2014년 8월과 2018년 6월에 밤머리재에서 산행을 시작해 웅석봉 정상에 들른 후 각각 청계계곡과 어천계곡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 널찍한 헬기장에 내려섰다 [12:49]
▲ 헬기장에 서 있는 이정표: 내리 쪽으로 진행 [12:50]
▲ 왕재 1.4km 전 이정표 [12:54]
▲ 걷기 좋은 능선길 [13:04]
▲ 지리산 천왕봉 조망 [13:09]
▲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내리저수지 [13:10]
▲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웅석지맥이다 [13:12]
▲ 길 왼쪽에 있는 바위 [13:20]
▲ 해발 845m 왕재에 서 있는 이정표: 선녀탕 쪽으로 진행 [13:22]
▲ 왕재-밤머리재 구간 등산로 폐쇄 안내 현수막 [13:24]
13:24 해발 845m의 왕재 출발, 급경사 사면을 거쳐 계곡에 내려섰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은 온통 크고 작은 돌 투성이라 발걸음을 옮기기에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사실, 설악산과 비교해 볼 때 지리산의 산세가 적잖이 부드럽기는 하지만 산행로는 대부분 돌길로 이루어져 있어 진행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건천 위에 놓인 목교를 두 번이나 건넜다. 계곡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있는 강신등폭포에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위벽을 타고 힘겹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 왕재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진입 [13:24]
▲ 계곡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길 [13:31]
▲ 크고 작은 돌이 널려 있는 계곡길 [13:39]
▲ 선녀탕 1.2km 전 이정표 [13:42]
▲ 계속 이어지는 계곡길 [13:50]
▲ 첫 번째 목교 [13:55]
▲ 두 번째 목교 [14:04]
▲ 데크 계단 [14:09]
▲ 산수국이 예쁘게 피었네 [14:14]
▲ 길 오른쪽에 있는 강신등폭포 [14:21]
14:23 왕재에서 시작된 길고도 까다로운 돌길을 마감하고 선녀탕 앞 도로에 내려섰다. 아이고, 그 힘든 길을 한 시간이나 걸었네. 선녀탕에서 내리저수지까지는 편안한 포장도로, 발걸음이 가뿐가뿐하다. 내리저수지 앞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 배낭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계곡물에 땀을 씻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버스 옆에서 간단히 뒤풀이를 하고 3시 53분 출발, 휴게소를 두 번 들른 후 청주에 도착하니 시계가 6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포장길에 내려서면서 만난 이정표: 내리저수지 쪽으로 진행 [14:23]
▲ 선녀탕 표지판 [14:24]
▲ 산청 웅석봉 선녀탕 안내문 [14:24]
▲ 지리산 둘레길 선녀탕 표지판 [14:24]
▲ 마을길을 따라 내려간다 [14:33]
▲ 내리저수지 앞에 서 있는 이정표 [14:36]
▲ 내리저수지 앞에 서 있는 우리 버스 [14:37]
▲ 통영대전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 [16:41]
▲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청주체육관 앞에 도착 [18:45]
▲ 청주 꽃다리에서 바라본 무심천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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