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6
◈ 일시: 2024년 5월 6일 월요일 / 흐린 후 맑음
◈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 스페인
◈ 코스: 세고비아 → 사마라말라 → 발세카 → 로스 우에르토스 → 아녜 →
피니야 암브로스 → 산타마리아 라 레알 데 니에바
◈ 거리: 33.3km / 걸은 거리 134.4km
◈ 시간: 8시간 43분
01:15 어제 일찍 잠에 들었더니 일찍 잠에서 깼다. 이곳이 관광지인데도 한밤중이라 그런지 세상 조용하네. 할 일 없으니 어제 겪은 일을 기록에 남기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다시 6시에 잠이 깼다. 오늘 걸을 거리는 공식적으로 33.3km, 잠을 잘 호스텔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36km 넘게 걸어야 한다. 짧지 않은 거리다. 빵과 돼지고기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7시 20분에 호스텔 출발, 수도교 아래를 지나간다. 이제 더 이상 너를 볼 날이 없겠구나, 잘 있거라. 이른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문 세고비아 대성당 앞을 지나고 에레스마 강을 건넌 후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 6시 51분 날씨
▲ Don Jaime 호스텔 출발 [07:20]
▲ 167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는 로마 시대 수도교 [07:22]
▲ 세고비아 시내 거리 [07:29]
▲ 높이 88m의 세고비아 대성당 [07:34]
▲ 마요르 광장과 세고비아 시청 [07:34]
▲ 마로니에꽃이 활짝 피었다 [07:43]
▲ 성문벽 조각 장식 [07:48]
▲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07:52]
▲ 에레스마 강(Rio Eresma) 을 건너간다 [07:56]
▲ 차도 따라 언덕으로 진행 [08:10]
08:11 차도 오른쪽 언덕에 있는 데 라 베라 크루스 성당 앞에 도착, 어? 여기가 바로 전망대구나. 산 에스테반 성당, 세고비아 대성당, 그리고 알카사르 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 걸을 때는 조금 선선한 기분이었는데 계속 걸으니까 체온이 올라가 덥다. 일단 패딩을 벗었다. 기온이 더 올라가면 바람막이를 또 벗어야 할지 모른다. CL-607 도로 왼쪽을 따라 사마라말라 마을까지 걸어간다.
▲ 데 라 베라 크루스 성당(Igresia de la Vera Cruz) [08:11]
▲ 성당 전망대 조망: 세고비아 대성당 [08:12]
▲ 성당 전망대 조망: 알카사르(Alcazar) 성 [08:13]
▲ 산 에스테반 성당(Iglesia de San Esteban), 세고비아 대성당, 알카사르 성 [08:13]
▲ 데 라 베라 크루스 성당 안내판 [08:14]
▲ 산티아고 575km 전 표지석 [08:14]
▲ 세고비아 시내를 벗어나는 지점 [08:16]
▲ 갈림길에서 사마라말라(Zamarramala) 쪽으로 진행 [08:25]
▲ 사마라말라 마을 산 로케 성당(Ermita de San Roque) [08:26]
08:27 사마라말라 마을에 진입, 작지만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을 벗어나자 길 양쪽으로 넓은 밀밭이 펼쳐져 있다. 작년 은의 길을 걸을 때 보았던 풍경과 아주 흡사하다. 농경지 사이로 끝도 없이 뻗어 있는 널찍한 길이 걷기에 참 좋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다. 몸이 배낭 무게에 적응을 했는지 처음보다는 부담이 덜한 펀이다.
주변 풍경이 변화가 없어 단조롭고 지루한 길이지만 까미노니까 그러려니 생각해야 한다. 순례자는 경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까미노를 걸으러 온 사람이니까. 길 오른쪽 축사에서 개 두 마리가 나를 보더니 맹렬하게 짖어댄다. 보아하니 경계를 하는 것보다는 반가워서 그러는 것 같다. 하긴 여기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니 사람을 보면 얼마나 반갑겠냐.
▲ 사마라말라 마을에 진입 [08:27]
▲ 공립 알베르게 가는 길 이정표 [08:29]
▲ 산타 마리아 막달레나 성당(Iglesia de Santa María Magdalena de Zamarramala) [08:32]
▲ 사마라말라 공동묘지(Cementerio de Zamarramala) [08:34]
▲ 농경지 길에 진입 [08:35]
▲ CL-607 도로 아래를 통과 [08:38]
▲ 그림 같은 까미노 [08:40]
▲ 끝없이 뻗어 있는 까미노 [08:44]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08:59]
▲ 오전 9시 1분 날씨
▲ 개 두 마리가 격하게 짖어댄다 [09:10]
09:11 밀밭, 녹색의 향연이다. 하늘만 파랗다면 더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 조금 아쉽네. 2017년 프랑스 길을 걸을 때 끝없이 펼쳐진 밀밭이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을 보고 참 멋진 풍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도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발세카 마을을 벗어나자 까미노가 다시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로 이어지는데, 그 길은 로스 우에르토스 마을까지 계속 이어졌다.
▲ 그림 같은 밀밭 풍경 [09:11]
▲ 발세카(Valceca) 마을이 보인다 [09:28]
▲ 발세카 마을 성당(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de Valseca) [09:36]
▲ 발세카 마을 통과 [09:38]
▲ 다시 농경지 길에 진입 [09:47]
▲ 길게 직선으로 뻗어 있는 길 [09:55]
▲ 농장 오른쪽으로 진행 [10:08]
▲ 이름 모를 야생화 [10:14]
▲ 멀리 로스 우에르토스 마을이 보인다 [10:21]
▲ 동화책에 나옴직한 그림 [10:27]
10:31 로스 우에르토스 마을이 보인다. 파란 밀밭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 같다. 혹시 마을에 문을 연 바나 카페가 있나 살펴보았더니 바가 하나 있기는 한데 문이 닫혀 있었다. 로스 우에로토스 마을을 벗어나면서도 마찬가지로 농경지 길이다. 그러다 나타난 미루나무 조림지, 언제 심은 건지 나무들의 키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까미노가 조림지 오른쪽을 따라 이어지는데 그 길은 국가 수준의 트레일을 겸하고 있었대.
▲ 로스 우에르토스(Los Huertos) 마을이 가까워졌다 [10:31]
▲ 로스 우에르토스 마을 성당(Iglesia de la Asuncion de Los Huertos) [10:34]
▲ 마을에 있는 바가 문을 닫았다 [10:38]
▲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10:44]
▲ 밀밭 뒤로 보이는 미루나무 조림지 [10:49]
▲ 그림 같은 밀밭 풍경 [10:50]
▲ 미루나무 조림지 오른쪽으로 진행 [10:56]
▲ 미루나무 조림지 [11:05]
▲ 조림지 오른쪽을 따라 진행 [11:18]
11:29 마침 길 옆에 의자가 있어 배낭을 내리고 비스킷과 사과로 점심을 먹었다. 아니, 그거로 점심이 돼? 된다. 나는 순례자이니까. 점심 먹고 출발, SG-V-3312 도로 위에 올라서서 에레스마 강을 건넌 후 잠깐 걸어가다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좁은 길에 들어섰다. 미루나무 벌목 작업 현장을 지나 소나무 조림지에 진입, 그곳은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는 지역이었다.
▲ 길 옆에 있는 벤치 [11:29]
▲ 동고동락을 같이 하고 있는 내 배낭 [11:42]
▲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 [11:45]
▲ SG-V-3312 도로에 올라섰다 [11:52]
▲ 다리 위에서 바라본 에레스마 강 [11:53]
▲ 벌목 작업 현장 [11:59]
▲ 소나무 조림지 통과 [12:12]
▲ 송진 채취를 하고 있다 [12:15]
▲ 소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12:23]
12:24 겨우살이가 붙어있는 소나무를 지나면서 다시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이 시작되었다. 아녜 마을 도착, 혹시 문을 연 카페가 있나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없다. 시골마을이다 보니 카페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문을 닫은 상태다. 사람 보기도 힘들다. 아녜 마을을 벗어나면서 SG-V-3311 도로를 따라가다 모로스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 다시 농경지 길에 진입 [12:24]
▲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이 참 보기에 좋다 [12:38]
▲ 아녜(Ane) 마을이 보인다 [12:45]
▲ 마을 입구에 있는 성당(Ermita del Santo Cristo de los Afligidos) 안내문 [12:48]
▲ 아녜 마을 성당 [12:49]
▲ 아녜(Ane) 마을 거리 [12:53]
▲ 성당 건물이 또 하나 보인다 [12:55]
▲ 아녜 시청(Añe Town Hall) [12:56]
▲ SG-V-3311 도로를 따라 진행 [12:59]
▲ 모로스 강(rio Moros)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간다 [13:00]
13:07 SG-V-3311 도로를 따라가다 소나무 숲을 지나 다시 들판 길에 들어섰다. 하늘을 잔뜩 덮었던 구름이 파란 하늘이 군데군데 드러나면서 멋진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오늘 아주 현란한 구름쇼를 볼 것 같다.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한 구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장관이다. 자연의 조화요, 하느님의 섭리다. 이 아름다운 구름의 모습은 종착지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하늘에 남아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피니야 암브로스 마을을 지나간다.
▲ SG-V-3311 도로를 따라 진행 [13:07]
▲ 소나무 조림지 안으로 들어간다 [13:22]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3:29]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3:36]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3:40]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4:00]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14:08]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4:10]
▲ 피니야 암브로스(Pinilla Ambroz) 마을 고양이 삼 형제 [14:12]
▲ 피니야 암브로스 마을 성당(Iglesia de San Juan Bautista) [14:17]
14:18 피니야 암브로스 마을을 지나 들판 사이로 나 있는 길을 50분 가까이 걸어가자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산타마리아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 빤히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상당히 먼 거리다. 마드리드 코스는 순례자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지 지금까지 까미노에서 순례자를 만난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산타마리아 시내에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일단 시내에 있는 숙박시설을 찾아갔더니 역시나다.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제 1.8km 떨어져 있는 아반토 호스텔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곳이 문을 닫았거나 방이 모두 찼거나 하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잘 곳이 없는 것이다. CL-605 도로 갓길을 따라 걸어간다.
▲ 산티아고 순례길 표지석 [14:18]
▲ 우리나라에도 있는 갈퀴나물꽃 [14:20]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4:23]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4:35]
▲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14:48]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흰구름 쇼 [14:57]
▲ 산타 마리아 마을이 보인다 [15:07]
▲ 철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간다 [15:16]
▲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십자가 조형물 [15:21]
▲ 호스텔 찾아 CL-605 도로를 따라 진행 [15:56]
16:02 CL-605 도로변에 있는 아반토 호스텔 도착. 방이 있느냐? 있단다. 숙박비는? 28유로. 어허, 지금까지 묵었던 호스텔에 비하면 엄청 싼 가격이다. 룸에 들어와 보니 트윈 침대에 다른 시설들도 나무랄 데가 없다. 가성비 굿. 일단 샤워부터 하고 아래로 내려가 맥주를 한 잔 시켜 마셨다. 오장육부가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저녁 시간이 8시라 룸으로 돌아와 글을 쓰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8시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식당으로 내려가 테이블에 앉았는데... 나이가 나보다 아래로 보이는 남녀가 옆 테이블에 앉는다. 말을 걸어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비에도까지 나와 같은 코스로 진행할 순례자들이었다. 오늘 까미노를 걸으면서 앞서간 발자국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이들이 바로 발자국의 주인공들이었다. 어쨌든 마드리드 길에서 순례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사 주문을 했다. 믹스트 샐러드, 로모, 비노. 우선 비노 한 병과 빵을 가져다준다. 비노 한 잔 따라 마시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한꺼번에 확 풀리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며 비노를 3분의 2 정도 마셨다. 오늘 걸은 거리를 감안하면 이 정도는 마셔야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정말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또 진짜 오랜만에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방으로 돌아왔는데, 오늘 먼 거리를 걸은 보상을 제대로 받은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 고진감래, 세상을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 주는 가장 함축적인 표현이 아닌가 싶다. 내일 목적지인 코카까지는 거리가 20km 남짓이니 큰 부담이 없다. 내일부터는 알베르게에서 묵어야 하니 이런 호화로운 잠자리도 오늘로 끝이다. 푹 쉬자.
● 맥주 3.5
● 호스텔 28
● 저녁 12
■ 43.5 / 219.79
▲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아반토 호스텔 [16:02]
▲ 아반토 호스텔 앞에 도착 [16:03]
▲ 내 방 번호는 11 [16:16]
▲ 호스텔 트윈 베드 [16:19]
▲ 호스텔 식당에서 맥주 한 잔 [17:07]
▲ 호스텔 식당 풍경 [17:07]
▲ 식당 메뉴판 [17:27]
▲ 저녁 식사: 포도주 한 병 [20:13]
▲ 저녁 식사: 믹스트 샐러드 [20:19]
▲ 저녁 식사: 돼지고기와 감자튀김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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