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4
◈ 일시: 2024년 5월 4일 토요일 / 맑음
◈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 스페인
◈ 코스: 마타엘피노 → 나바세라다 → 세르세디야 → 라스 데에사스
◈ 거리: 15.9km / 걸은 거리 74.0km
◈ 시간: 4시간 48분
01:17 잠에서 깼다. 에고, 이제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는 않고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글이나 써야겠다. 그냥 대충 쓰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바깥세상은 조용하기가 그지없다. 시골 마을이라 그런 모양이다. 5시쯤에 다시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7시 20분이다. 오늘은 걸을 거리가 16km가 채 안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어, 외딴 방에서 순례자 한 명이 나오네?. 그러면 어제 이곳에서 순례자 3명이 잠을 잤다는 말인가.
주방에서 어제 먹다 남은 빵 2개와 돼지고기로 아침을 때우고 알베르게를 나오면서 보니 예쁜 기부금함이 보인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돈을 넣는 구멍이 없네. 기부금함이 없어 새로 구하고 냉장고 코드도 빠져 있고 한 것을 보면 이 알베르게가 어제 처음 문을 연 것 같은데... 어제 처음 왔다는 오스피탈레로가 어디서 이런 기부금함을 가져왔나. 어쨌든 돈을 넣을 곳이 없으니 그냥 가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네. 하느님, 제 잘못이 아닙니다. 기부금을 넣으려고 해도 구멍이 없어요.
08:19 알베르게를 나와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8시 넘어서 알베르게를 출발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네. 일단 M-617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마타엘피노 마을을 벗어나자 까미노가 도로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배낭 무게 때문에 오르막 산길은 힘이 많이 든다. 지금 이 지역은 해발이 1000m가 넘는 곳이다. 목장 지대를 통과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 마타엘피노(Mataelpino) 알베르게 출발 [08:19]
▲ 산티아고 619km 전 표지석 [08:24]
▲ 마타엘피노 마을에 있는 조형물 [08:30]
▲ 도로 바닥에 그려놓은 발자국 [08:35]
▲ 현재의 날씨 [08:35]
▲ C.S.는 Camino de Santiago를 줄인 말 [08:36]
▲ 마타엘피노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08:45]
▲ 목장지대 통과 안내판 [08:50]
▲ 목장지대 표지석 [08:53]
▲ 길 오른쪽 풍경 [08:54]
▲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08:54]
08:57 양서류 서식지 안내판이 보인다. 아, 그래서 어디선가 개구리인지 맹꽁이인지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구나. M-607 도로 오른쪽으로 따라 걸어가다 목장지대로 들어갔다. 지금 걷고 있는 지역은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농경지는 찾아볼 수 없고 가끔 목장지대만 보일 뿐이다. 길 옆에 자리하고 있는 묘하게 생긴 바위 하나를 만났다.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는 작은 바위 하나, 돼지 머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목장을 벗어나 계속 길을 이어간다.
▲ 양서류 서식지 안내판 [08:57]
▲ 양쪽에 꽃이 피어 있는 까미노 [09:02]
▲ 걷기 좋은 숲길 [09:08]
▲ 목장지대 진입 [09:13]
▲ 목장지대에 나 있는 길 [09:15]
▲ 큰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는 작은 바위 [09:24]
▲ 널찍한 길 오른쪽에 있는 바위 [09:27]
▲ 목장지대 통과 [09:28]
▲ 길 오른쪽 능선 풍경 [09:29]
▲ M-607 도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길 [09:38]
09:40 가축이 별로 보이지 않는 목장지대를 지나간다. 가축들은 다 어디로 갔나? 목장지대를 벗어나 고갯마루에서 M-607 도로를 가로지른 후 나바세라다 강을 건넜다. 스페인은 평지가 많은 곳이라 강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시내나 개천 정도 규모의 물길인데도 스페인에서는 강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잠시 후 나바세라다 마을에 들어섰다. 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길 오른쪽에 있는 놀이터도 보인다.
▲ 목장지대 진입 [09:40]
▲ 길 오른쪽 목장지대 [09:50]
▲ 목장지대를 벗어나는 지점 [09:55]
▲ M-607 도로를 건너간다 [09:58]
▲ M-607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0:01]
▲ 나바세라다 강(Rio Navacerrada) [10:04]
▲ 홀로 풀을 뜯고 있는 말 한 마리 [10:07]
▲ 길 왼쪽 롱게라 산책로(Paseo de la Longuera) [10:08]
▲ 나바세라다(Navacerrada) 마을 도로를 따라 진행 [10:09]
▲ 나바세라다 마을에 있는 놀이터 [10:12]
10:25 마로니에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음식점 앞을 지난 후 1리터짜리 물 한 병을 사서 마셨다. 까미노가 주택단지를 지나면서 M-607 도로를 건너 산으로 올라가더니 다시 산에서 M-601 도로로 내려왔다. 도로 옆에 있는 제과점과 식당 앞을 지나 왼쪽으로 갈라진 길에 들어서서 잠시 걸어가다 이번에는 소나무 숲 사이로 들어갔다. 다음은 나바세라다 마을에 관한 소개 내용이다.
나바세라다는 스페인 마드리드 수도권 자치지역에 위치한 마드리드주의 시에라데과다라마알토만사나레스 지구에 있는 자치단체이다. 해발고도가 1200m에 달하는 고지대로 과다라마 산 남쪽 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평원지대다. 마드리드에서 서쪽으로 52km 떨어져 있으며 산티아고 순례길 도상에 있다. 전체 면적의 약 90%가 자연보호지구에 속한다. 마드리드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자연생태 관광지다.
아침 4시 22분에 아내에게 보낸 카톡 답장이 11시 5분인데도 없다. 병원에서 퇴원은 했는지, 보상금 문제는 해결이 되었는지, 내 차는 타고 다니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감감무소식이다. 딸에게 카톡을 보내고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알아보겠단다. 12시 2분에 카톡이 날아왔다. 어제 퇴원했고, 보상금 해결되었고, 차 잘 타고 다닌단다. 굿. 이제 안심이네. 목장 지대를 벗어나 잠깐 걸어가자 세르세디야 시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꽃이 활짝 핀 마로니에가 서 있는 식당 [10:25]
▲ 산티아고 가는 길 표지석 [10:26]
▲ 산으로 올라가는 길 [10:43]
▲ 목장지대에 진입 [10:47]
▲ 목장지대에서 벗어나는 지점 [10:50]
▲ 도로 건너편에 있는 제과점(Horno de Asar) [10:55]
▲ 제과점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에 진입 [10:59]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1:02]
▲ 목장지대를 벗어나는 지점 [11:20]
▲ 세르세디야 시내가 보인다 [11:27]
11:38 애초에 묵을 예정이었던 세르세디야에 진입했다. 시내버스가 다닐 정도로 큰 도시다. 휴일을 맞아 밖으로 나온 사람들로 도시 전체가 북적거리고 있었다. 세르세디야는 어떤 곳인가?
세르세디야는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지역에 위치한 마드리드 지방의 과다라마 분지 지역에 있는 자치단체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57km 떨어져 있다. 과다라마 산맥의 시에테피코스봉, 볼라델문도봉, 라페뇨타봉, 페냐델아길라봉 등의 산에 둘러싸여 있다. 8km 떨어진 곳에 푸에르토 데 나바세라다 스키리조트가 있다. 도시 남쪽의 7개 봉우리를 통과하는 협궤열차가 운행된다.
11시 54분, 환타 하나를 사서 벤치에 앉아 마시고 출발. 세르세디야를 벗어나면서 도로 오른쪽 보행자 도로가 라스 데에사스에 있는 알베르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알베르게를 얼마 남겨두고 길 옆에 주차된 차량과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뭐가 있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관광안내소도 있고. 그곳은 바로 시에라 데 과다라마 국립공원 지역이었다. 과다라마 산맥이 어떤 곳인가 대충 살펴보면,
에스파냐의 마세타센트랄고원에 북쪽에서 남서 방향으로 약 200km에 걸쳐 뻗어 있는 산맥. 마드리드 북서쪽에 솟아 있는 험준한 산맥으로, 최고봉은 페날라라산(2469m)이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그레도스산맥과 함께 카스티야 지방을 남북으로 나누는 경계가 되고 있으며, 나바세라다, 과다라마, 소모시에라의 고개를 통하여 양쪽의 교통이 이루어진다. 또한, 이곳에는 요양지와 스키장이 많다.
▲ 세르세디야(Ceredilla) 시내 진입 [11:38]
▲ 세르세디야 시내에 있는 조형물 [11:48]
▲ 슈퍼마켓 Dia에서 환타 구입 [11:55]
▲ 철로를 건너간다 [12:19]
▲ 라스 데에사스 가는 길 이정표 [12:29]
▲ 해발고도 1200m 표지판 [12:38]
▲ 라스 데에사스(Las Dehesas)로 가는 길 [12:44]
▲ 국립공원 시에라 데 과다라마(Sierra de Guadarrama) 안내판 [13:00]
▲ 산티아고 605km 전 표지석 [13:01]
▲ 알베르게 가는 길 이정표 [13:04]
13:06 라스 데에사스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 사무실에 들어가니 직원이 반겨준다. 순례자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방이 없는 것처럼 하다 남녀 직윈이 스페인어로 정신없이 지껄이더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여권으로 신분증명을 하려는지 여권 사진면을 기계에 집어넣는데 뭐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수 차례 시도를 해도 안 된다. 꽤 오랫동안 서 있었더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어찌어찌하여 통과. 식사 안내. 2시에 점심, 8시에 저녁, 내일 아침은 8시 30분. 모두 신청했다. 이 근처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서다. 숙박료, 아침, 점심, 저녁 모두 합해 41.8유로. 엄청나게 싸네. 이곳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유스 호스텔 같은 곳이라 그런 모양이다.
214호 당첨. 침대가 두 개이고 나머지 시설은 알베르게와 거의 비슷한데 방값만 50유로를 준 트레스 칸토스에 있는 호스텔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더 나았다. 샤워하고 2시에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로 줄을 서 있었다. 수십 명의 학생들 사이에 끼어 배급해 주는 음식을 받아 들고 테이블 맨 끝에 앉았다. 학생 아닌 다른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그것 참. 멋쩍네. 수프, 고기와 옥수수가 섞인 것, 빵, 오렌지. 빵과 오렌지는 남기고 나머지는 다 먹었다. 4일 만에 처음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거잖아. 빵은 내일 먹고 오렌지는 방에서 먹기 위해 테이크 아웃. 사무실에 들러 와이파이 번호를 알아와서 실행시켜 보니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속도가 조금 느렸다. 대체적으로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 편이다. 어쨌든 나 혼자 쓰는 독실이라 너무나 좋다. 침대에 누워 글을 쓰니 더 좋다.
아까 점심을 같이 먹었던 학생들은 떠나고 다른 아이들이 숙박을 하러 들어온 모양이다. 이따 저녁 먹으러 가보면 알겠지. 8시가 가까워져 식당 앞에 가보니 단체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이 수준이 아까와 비슷하다. 배식 시작. 닭고기 요리가 메인, 당근, 콩 등 섞은 것, 빵, 요구르트. 이번에는 싹 먹었다. 식사 후 지도교사인 듯한 사람에게 고등학생이냐고 물으니 지도교사가 아니란다. 그러면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섞인 어떤 단체에서 캠프를 온 것 같다고 답해준다. 그렇구나. 친절하게 대해 준 식당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숙소도 마음에 들고 숙소직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인상에 깊이 남았다.
내일은 이번 까미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시에라 데 과다마라 산줄기의 푸에르토 데 라 푸엔프리아 지점을 통과해야 하는데 해발 1200m 지점에서 시작해 1800m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세고비아가 있는 1000m 지점까지 내려가야 한다. 거리는 27.1km. 절대 만만하게 볼 구간이 아니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더 그렇다. 힘내자. 힘내서 넘어야 한다. 프랑스 길을 걸을 때 첫날 고도 1500m를 높이며 걸어서 넘었던 피레네 산맥을 생각하자. 9시 40분 취침.
● 물 1
● 환타 0.79
● 숙소 41.8
■ 43.59 / 121.89
▲ 라스 데에사스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 [13:06]
▲ 라스 데에사스 알베르게 표지판 [13:07]
▲ 알베르게 사무실 [13:08]
▲ 침대가 두 개인 방을 배정받았다 [13:31]
▲ 내 방 번호 214 [14:08]
▲ 알베르게 식당 [14:09]
▲ 알베르게 점심 식사 상차림 [14:17]
▲ 지금의 날씨 [20:00]
▲ 알베르게 저녁 식사 상차림 [20:07]
▲ 알베르게 와이파이 안내문 [20:46]
▲ 알베르게 비용 영수증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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