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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마드리드 길

2024.05.05.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5]

by 사천거사 2024. 5. 5.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5

 일시: 2024년 5월 5일 일요일 /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 스페인
 코스: 라스 데에사스 → 푸에르토 데 라 푸엔프리아 → 비푸르카치온 세고비아
거리: 27.1km / 걸은 거리 101.1km
 시간: 7시간 15분 


 



 

 


03:23   밤늦게까지 이 방 저 방을 들락날락하던 학생들도 대부분 잠에 빠졌는지 바깥이 많이 조용해졌다. 오늘의 목적지는 세고비아, 역사적 유물이 많은 도시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2017년 4명의 지인들과 함께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걷기에 나섰을 때, 마드리드에서 출발지점인 생장으로 가기 전에 세고비아와 톨레도 관광을 한 적이 있어 나로서는 세고비아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야 편안하게 관광버스를 타고 시에라 데 과다라마 산줄기를 넘었지만 이번에는 10kg에 가까운 배낭을 지고 고도를 600m 넘게 올리면서 걸어 넘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볼 만한 도전이기도 하다.

07:18  배낭을 꾸려 사무실로 내려가 보니 테이블 위에 아침을 준비해 놓았다. 식당 문 여는 시간이 8시 30분이라 일찍 떠나야 하기 때문에 식사하기가 어렵다고 했더니 따로 이렇게 아침거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까미노는 길고 힘든 여정이지만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와 양보가 베이스에 깔려 있어 다른 일반적인 트레킹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 그래서 까미노는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둘레길이 있다. 그중에서 제주올레길,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해파랑길 정도에 사람들이 몰릴 뿐 나머지는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다. 왜 그럴까? 코스 문제도 있지만 값싸게 자고 먹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 목이 말라 할머니가 좌판에서 파는 캔맥주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그 맥주를 5,000원을 달라고 한다. 까미노와 우리나라 둘레길은 차원 자체가 다르고 비교불가다.

테이블 위에 놓인 봉지에는 빵, 주스 2개, 물, 잼, 버터, 과자, 사과, 카스텔라 등이 잔뜩 들어 있었다. 참 다양하게 많이도 넣었네. 아주 기분 좋은 감정으로 알베르게를 떠나 까미노 걷기에 들어간다. 고지대라 그런지 날이 조금 차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도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넓은 풀밭에 탁자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빵, 잼, 주스, 카스텔라로 아침을 먹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쌀쌀한 날씨에 빵을 씹고 있는 모습이 조금 거시기하지만 기분은 참 좋다. 어허, 이렇게 낭만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네. 해발 1796m의 시에라 데 과다라마를 넘을 일이 남아 있잖아. 탁자에서 일어나 잠시 올라가자 도로는 왼쪽으로 돌아나가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 정적에 싸여 있는 라스 데에사스 알베르게 [07:18]
 

▲ 사무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점심 봉지 [07:19]
 

▲ 하룻밤을 잘 보낸 라스 데에사스 알베르게 [07:21]
 

Calzada Romana(로마시대 도로) 쪽으로 진행 [07:35]
 

▲ 길 오른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 [07:39]
 

▲ 아침거리로 봉지에 넣어 준 것들 [07:41]
 

▲ 아침 먹고 출발 [07:52]
 

산티아고 603km 전 표지석 [07:56]
 

▲ 소나무 군락지 [08:00]
 

▲ 목장지대 통과 표지석 [08:03]


08:03  잠시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을 걸은 후 게이트를 지나 목장지역에 진입하자, 시에라 데 과다라마에서 가장 높은 해발 1796m의 Puerto de la Fuenfria로 올라가는 산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말이 산길이지 대부분이 탐방객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돌길이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길이니 걷기가 그리 좋지는 않으나 다행인 것은 길의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다는 것. 한 발 두 발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계속 고도를 높여간다. 이 산길에는 소나무가 무척 많았다. 우리나라의 적송과 거의 똑같은 소나무들이 출발지점부터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보기에 참 좋다.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08:03]
 

▲ 로마시대 다리(La Calzada Romana) 안내문 [08:09]
 

▲ 고색이 창연한 산티아고 가는 길 안내 표지석 [08:10]
 

▲ 게이트를 지나 목장지대에 진입 [08:13]
 

▲ 돌이 깔려 있는 널찍한 길 [08:18]
 

▲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소나무들 [08:27]
 

▲ 자전거는 오른쪽 길을 이용하란다 [08:29]
 

▲ 길이 많이 좁아졌다 [08:36]
 

▲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08:45]
 

로마시대 다리(La Calzada Romana) [08:50]


08:56  스마트폰에 설치한 트랭글에서 계속 고도를 알려준다. 1300m, 1400m, 그러다가 하늘이 열리면서 1800m. 시에라 데 과다라마 산맥의 꼭대기인 Puerto de la Fuenfria에 올라선 것이다. 꽤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진 정상부에는 국립공원과 까미노에 관한 여러 가지 안내판이 서 있었다. 올라오는데 무척 힘이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좋네.


▲ 길은 걷기에 아주 좋다 [08:56]
 

▲ 계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소나무들 [09:04]
 

로마시대 도로 안내문 [09:07]
 

로마시대 도로 유적 [09:07]
 

▲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길 [09:11]
 

▲ 올라온 길 고도표 [09:18]
 

▲ 넓은 평지로 되어 있는 Puerto de la Fuenfria [09:18]
 

산티아고 599km 전 표지석 [09:19]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과 관계있는 인물 [09:19]


09:20  갈 길이 멀어 곧바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 이제부터 해발고도를 800m 가까이 낮추면서 세고비아까지 계속 진행해야 하는데, 어쨌든 더 이상 올라가는 길은 없으니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널찍한 길을 잠깐 내려가자 갈림길 지점이다. 오른쪽은 차도이고 왼쪽이 까미노다. 길 참 좋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나 있는 완만한 임도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닥이 평탄하고 부드러워 비단길이 따로 없다. 정말 걷기 좋은 길이다. 


시에라 데 과다라마 안내문 [09:20]
 

시에라 데 과다라마 안내문 [09:20]
 

로마시대 도로 안내문 [09:20]
 

▲ 세고비아(Segovia)를 향하여 진행 [09:21]
 

▲ 차량 통행이 가능한 내리막길에 진입 [09:21]
 

▲ 까미노와 차도가 갈라지는 지점: 왼쪽으로 진행 [09:25]
 

시에라 데 과다라마 지역 예전 생활 모습 안내문 [09:28]
 

▲ 목장지역이라 그런지 소가 보이네 [09:28]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걷기 좋은 까미노 [09:44]
 

▲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는 597km [09:49]


10:00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야, 자전거를 타고 시에라 데 과다라마를 넘어갈 모양이네. 대단한 사람들이다. 까미노가 오른쪽 차도와 접속, 10분 정도 이어지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로 진로를 바꾸었다.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이 마드리드 길을 걷기 시작한 지 4일째인데 아직도 까미노에서는 순례자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네. 지금까지 알베르게 만난 딱 두 명이 전부다. 


▲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을 만났다 [10:00]
 

▲ 벌목한 나무를 쌓아놓은 곳 [10:04]
 

▲ 차도를 따라 진행 [10:09]
 

▲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에 진입 [10:14]
 

산티아고 585km 전 표지석 [10:15]
 

▲ 임도 수준의 널찍한 길 [10:20]
 

▲ 솔방울이 쌓여 있네 [10:29]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0:38]
 

▲ 계속 이어지는 임도 [10:52]
 

▲ 순례자가 아닌 일반인들 [11:01]


11:11  잠시 후 마침내 길고 긴 소나무 숲 사이의 임도가 끝나고 앞이 확 트이면서 나타난 풍경,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평원 위에 자리하고 있는 오늘의 목적지 세고비아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산줄기 하나 넘었는데 풍광이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역시 스페인은 산줄기보다 평원이 어울리는 나라다. 세고비아가 눈 아래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적어도 12km 정도는 남은 것 같다. 내려가는 길 옆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빵, 버터, 물로 점심을 먹었다. 순례자는 다 이렇게 한다. 점심 후 출발, 내리막길이 끝나면서 평짓길이 시작되었다. 


산티아고 591km 전 표지석 [11:11]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1:13]
 

▲ 마침내 소나무 숲길에서 벗어났다 [11:19]
 

▲ 전망이 확 트였다 [11:21]
 

산티아고 589km 전 표지석 [11:37]
 

▲ 소 떼 뒤로 세고비아 시내가 보이기 시작 [11:39]
 

▲ 언덕에서 내려다본 세고비아 [11:43]
 

▲ 도로 옆 그늘에서 빵으로 점심 식사 [12:12]
 

▲ 점심 먹고 출발 [12:30]
 

▲ 산티아고 순례길 El Bosque de Segovia 안내문 [12:42]


12:48  잠시 후 목장지역 게이트를 지나 차도를 건넌 후 다시 들판 길을 걸어간다. 경사가 없는 길이라 걷기에 아주 좋다. SG-20 도로 아래를 지나가는 지하도를 통과해 잠깐 걸어가자 오른쪽으로 세고비아 시내가 아주 가까이서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야생화 꽃밭 뒤로 보이는 갈색 건물들의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간다.   


▲ 바위가 깔려 있는 길 [12:48]
 

▲ 목장지역을 벗어나는 지점 [12:50]
 

▲ 들판 길을 따라 진행 [12:59]
 

▲ 철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간다 [13:07]
 

▲ 다시 들판 길을 따라 진행 [13:18]
 

SG-20 도로 오른쪽을 따라 진행 [13:37]
 

SG-20 도로 아래 지하도를 통과 [13:39]
 

세고비아 시내가 보인다 [13:52]
 

▲ 야생화 뒤로 보이는 세고비아 시내 [13:55]
 

▲ 산티아고 순례길 Segovia Jacobea 안내문 [14:01]


14:04  세고비아 시내에 들어섰다. 세고비아는 관광도시이며 시내버스가 다닐 정도로 큰 도시다. 미리 예약을 한 호스텔을 찾아가는 데에도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했다. 호스텔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지? 그때 짠 하고 나타난 것은? 그것은 바로 수도교였다. 이 수도교는 로마시대에 만든 물 운반시설로 2017년 프랑스 길을 걸으러 왔을 때 관광차 들러 이미 보았던 곳이다. 


세고비아 시내 거리 [14:04]
 

세고비아 시내 거리 [14:09]
 

세고비아 시내 거리 [14:12]
 

세고비아 시내에 있는 성당 [14:22]
 

마로니에 꽃이 활짝 피었네 [14:22]
 

▲ 눈앞에 나타난 수도교 [14:27]
 

▲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 [14:29]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 [14:29]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 [14:30]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 [14:30]


14:33  수도교에서 가까운 호스텔에 찾아가 예약장소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하는데 인터넷이 3G로 바뀌면서 확인이 안 된다. 그러더니 천둥이 울리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확인을 하고 데스크에 가서 예약자라고 했더니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예약이 안 되었단다. 뭐라 고라고라고라. 분명히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했는데 수수료가 없는 것을 선택했더니 예약을 제대로 안 해 준 모양이다. 사이트에는 분명히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라고 떴었는데... 할 수 없지 뭐. 방 하나 달라고 하니 38유로다. 이번 까미노 비용은 자는 데 다 들어갈 것 같네. 내일도 호스텔에서 자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 마지막 까미노이니 럭셔리하게 자보자. 대신 먹는 비용은 최대한으로 줄이자.

방에 들어가 보니 시설이 거의 호텔 수준이다. 관광도시라 그런지도 모른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묵은 빨래를 싸들고 인터넷으로 검색한 빨래방을 찾아갔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내리고 있다. 어린이날인 오늘 우리나라에도 비가 계속 내려 프로야구 전경기가 취소되었단다. 빨래방 도착. 세탁 6유로, 건조 3유로. 호스텔비, 음식비, 심지어 빨래방 비용까지 작년보다 비싸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스페인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50분 가까이 걸려 깔끔하게 빨래를 마친 후 이번에는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슈퍼나 마켓은 모두 문을 닫았기에 구멍가게를 찾아갔는데 두 군데 다 주류는 팔지 않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돼지고기 포장제품 2개, 치즈 포장제품 1개. 카스텔라, 환타 큰 거 하나를 구입했다. 7.4유로. 호스텔로 돌아와 저녁식사에 돌입. 빵 반쪽. 돼지고기, 치즈. 카스텔라 오렌지주스로 저녁만찬 끝. 먹고 나니 슬슬 잠이 온다. 오늘 해발 1800m의 산맥을 넘었고 내일은 33km 넘게 걸어야 한다. 일찍 자자.


● 호스텔 38
빨래방 9
저녁거리 7.4
54.4 176.29


▲ 예약을 한 호스텔 Don Jaime에 도착 [14:33]
 

호스텔 Don Jaime 입구 [14:45]
 

▲ 비가 내리고 있는 호스텔 앞 거리 [14:47]
 

▲ 호스텔 룸: 무척 깔끔하다 [14:56]
 

▲ 빨래방에 도착 [16:15]
 

▲ 빨래방 세탁기 [16:20]
 

▲ 빨래방 건조기 [17:00]
 

▲ 여기도 마로니에 꽃이 한창이다 [17:12]
 

▲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 [17:18]
 

▲ 저녁거리를 구입한 식료품 가게 [17:38]
 

▲ 빵과 돼지고기, 치즈로 저녁 식사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