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2
◈ 일시: 2024년 5월 2일 목요일 / 맑음
◈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 스페인
◈ 코스: 베이징 국제공항 → 마드리드 국제공항
마드리드 → 푸엔카랄 → 트레스 칸토스
◈ 거리: 25.2km / 걸은 거리 25.2km
◈ 시간: 6시간 4분
00:10 깜박 잠이 들었다가 왁자지껄하는 사람들 소리에 눈을 떴다. 뭐지?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즐비하다. 언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었지?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에 들러 양치와 세수를 하고 E18 게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 많네. 둘러보니 모두 마드리드 가는 사람들이다. 그때 한 젊은이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까미노 걸으러 갑니까?
내 배낭에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껍데기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 모양이다.
예.
프랑스 길을 걸으러 가나요?
아니오.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마드리드 길, 살바도르 길, 프리미티보 길을 걸으러 갑니다.
대만에서 왔다는 그 청년은 프랑스 길을 걸으러 간단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부엔 까미노를 빌어주었다. 미리 하는 이야기이지만, 걷는 길이 서로 다른데도 이 청년과는 나중에 두 번이나 우연히 더 만나게 된다.
▲ 어? 사람들이 많이 모였네 [00:40]
▲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객들 [00:42]
▲ 대기 중인 마드리드행 에어 차이나 여객기 [00:57]
▲ 베이징 공항에서 만난 대만 청년 [01:17]
▲ 보딩이 시작되려나 보다 [01:19]
01:25 보딩이 시작되었다. 좌석번호가 55K라 창가를 기대했는데... 아니 이게 뭐야! 기내에 들어가 보니 한 열의 좌석수가 모두 9개인데 ABC DEH JKL 순으로 좌석이 배정되어 있었다. 아니 얘들은 왜 좌석번호를 알파벳 순서대로 안 하고 제멋대로 하는 거야. 또 가운데에 앉아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 비행기는 큰 비행기라 영화를 볼 수 있는 개인 모니터와 스마트폰 충전장치도 갖추고 있었다. 밤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인데도 빈자리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02:23 비행기 베이징 공항 활주로 이륙, 인터넷도 안 되고 영화 보는 것도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3시 16분, 음료수를 나눠준다. 오렌지주스. 음료수를 마시고 나니 밥을 준다. 새벽 3시가 넘어 먹는 이 밥은 뭐라고 해야 하나? 치킨누들, 샐러드, 빵, 버터, 푸딩, 레드 와인. 이번에도 남기지 않고 싹 긁어먹었다. 순례길에서는 먹는 게 남는 거다. 베이징에서 마드리드까지는 먼 거리다. 비행시간만 11시간이다. 2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마드리드에 도착하면 13시가 되지만 6시간의 시차가 적용되어 현지시간은 8시가 된다. 평소에는 시차가 7시간이지만 지금은 서머타임 적용기간이라 시차가 한 시간 줄어들어 6시간이다.
00:20 지금 시각이 베이징은 6시 20분이고 마드리드는 0시 20분이다. 마드리드가 자정을 넘겼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마드리드 시간을 적용한다. 앞으로 7시간 29분을 더 가야 한다네. 아니, 꽤 오랫동안 달린 것 같은데 고작 3시간 20분이 지났다고? 그래서 기내의 불도 꺼지고 사람들이 마드리드 시간에 맞춰 모두 자고 있는 거구나. 그렇다면 나도 자야겠다. 비몽사몽의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나로서는, 여행 중에서 비행기 여행이 가장 재미없다. 장거리 비행은 더 그렇다.
매일 나, 아내, 딸네 가족, 아들네 가족을 위해 주모경을 바친다. 주모경은 천주교 기도의 한 종류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은 지금 바쳐야겠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영혼을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 주모경은 생활의 청량제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 힘들거나 괴로울 때, 미워할 일이 생기거나 유혹을 받을 때 마음을 가다듬고 잠깐 시간을 내어 바치면 아주 좋다. 물론, 아무 일이 없더라도 매일 틈틈이 바치면 더 좋다.
지금 시간이 4시, 이제 4시간 정도 남았다. 모니터에 장착된 수도쿠를 해보니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시간은 잘 가는데 계속했더니 눈이 아프다. 5시가 되자 음료수를 나눠준다. 진짜 아침을 줄 모양이다. 유부가 섞인 밥, 오이 무침, 빵, 버터, 커피. 오늘부터 당장 까미노를 걸어야 한다. 잘 먹고 잘 걷자. 밥을 먹고 나니 화장실 앞이 문전성시다. 나야 11시간 정도는 먹을 거 다 먹고 마실 것 다 마셔도 화장실 한 번 가지 않는 체질이라 줄을 서든말든 상관이 없다.
이제 우리나라 통신사 유심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유럽에서 통용되는 데이터 유심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심을 그냥 쓰려면 데이터 로밍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30일 동안 10기가를 제공하는 유럽 유심을 쓰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30일 10기가 유심 17,000원. 유심교체 작업 돌입. 기존 유심을 빼고 새 유심을 꽂으려고 하는데 아니, 이게 뭐야! 유심이 커서 잘 맞지 않는다. 몇 번 시도해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조금 잘라내야 하는데 도구도 없고 별 수 없이 공항에 내려서 해결해야겠다. 제대로 안 되면 큰 문제인데... 비행기 착륙 27분 전, 창밖으로 훤히 밝은 아침 풍경이 보인다. 지금 시간이 7시 26분이니 해가 한참 전에 떠올랐네.
▲ 베이징에서 마드리드까지 11시간 2분이 걸린다네 [02:05]
▲ 5시간 25분 남았어요 [ 스페인 시간 적용 02:27]
▲ 기내식: 치킨누들, 샐러드, 빵, 버터, 푸딩, 레드와인 [03:42]
▲ 마드리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05:15]
▲ 2시간 38분 남았어요 [05:17]
▲ 두 번째 기내식: 유부가 섞인 밥, 오이무침, 빵, 버터, 커피 [05:30]
▲ 착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07:25]
07:54 비행기가 무사히 마드리드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입국심사를 받는데 시간 엄청 걸린다. 직원 두 명이 수 백명을 담당해야 하니 백년하청이다. 인천공항 같으면 난리 났을 것이다. 기다리는 동안 일단 공항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연결 방법이 베이징 공항에서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속도가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인천공항 같으면 난리 났을 것이다. 입국 심사 담당직원이 여권을 보더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어허, 한국말을 하시네. 한국말을 답례를 했다. 감사합니다.
입국심사 마치고 공항 의자에 앉아 본격적으로 유심교체 작업에 들어갔는데... 일단 유심 케이스를 빼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유심이 케이스보다 큰 것 같아 손톱깎기로 잘라내어 가며 몇 번 시도를 했는데도 계속 유심을 장착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아, 짜증 나네. 열 받치네. 스마트폰을 확 내던지고 싶은데 그랬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꾹 참고 다시 케이스를 꺼내 유심과 맞춰 보다가, 유심 테두리에 홈이 파져 있어 눌러보니 딱딱 떨어진다. 그러고 나서 유심을 케이스에 넣어보니 딱 맞다. 세상에, 그것도 모르고 삼성전자 제품이 뭐 이러냐, 유심을 잘못 산 거 아니냐 계속 투덜거리기만 했으니.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더니 어, 무지하게 춥다. 얼마 동안 버티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패딩을 꺼내 입었다. 온도를 확인해 보니 8도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람 엄청 많다. 시벨레스 광장으로 가는 203번 버스 도착. 기다리는 승객들 못 태우고 출발. 이 버스는 터미널 4와 터미널 2에서 이미 승객들을 태우고 오기 때문에 우리가 탈 터미널 1에서는 남은 좌석이 별로 없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100번 버스 도착, 시벨레스 안 간단다. 배차간격이 길어 꽤 오래 기다린 끝에 두 번째 203번 버스 도착, 탑승. 국내에서 발급받은 트래블 월렛 카드를 처음 사용했는데 굿. 잘 된다. 버스요금은 5유로.
▲ 마드리드 국제공항 도착 [08:19]
▲ 시벨레스 광장행 203번 버스 [09:32]
▲ 두 번째 버스 기다리는 중 [10:08]
▲ 두 번째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10:14]
10:35 시벨레스 광장에서 공항버스 하차. 시벨레스 광장에 있는 시벨레스 분수가 물을 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드리드에 올 때마다 본 풍경이다. 일단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출발지점에 있는 산티아고 성당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몰려 있는 거지? 다양한 유니폼을 입은 경찰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경찰 악대가 행진을 하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마드리드에 있는 경찰들은 다 모인 것 같다. 경찰의 날인가?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 성당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어디서 크리덴샬을 발급하는지 모르겠네. 크리덴샬은 순례자 여권으로 이것이 있어야 알베르게에서 잘 수 있는 순례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마침 순례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았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발급하는 곳은 성당 안 왼쪽 끝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인적사항을 적고 크리덴샬을 받은 후 얼마냐고 물으니 기부를 하란다. 대개 2~3유로 가격인데 기부금 정하기가 더 어렵다. 마침 가진 동전이 없어 50유로짜리를 작은 돈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지폐로 20유로 1장, 10유로 두 장, 5유로 2장을 건네준다. 그러니 얼마를 기부해? 5유로짜리 지폐를 찢을 수도 없고 과감하게 5유로를 기부했다.
▲ 시벨레스 광장: 시벨레스 분수 [10:36]
▲ 시벨레스 광장: 마드리드 시청 [10:36]
▲ 산티아고 성당을 찾아가는 중 [10:50]
▲ 경찰 퍼레이드 [10:56]
▲ 경찰 악대 행진 [10:56]
▲ 산티아고 성당 도착 [11:08]
▲ 산티아고 성당 내부 [11:11]
▲ 산티아고 성당 제대 [11:11]
▲ 성당벽에 붙어 있는 까미노 사인 [11:13]
▲ 크리덴샬을 구입한 산티아고 성당 사무실 [11:20]
11:21 산티아고성당 앞 출발, 본격적인 대망의 마드리드 길 걷기에 들어갔다. 다음은 까미노 전문 웹사이트인 그론세에 나와 있는 마드리드 길 안내문 내용이다.
카미노 데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와 사아군 사이를 지나는 길로, 12일 또는 13일이 걸리는 323km 거리이며 프랑스 길과 연결된다. 최근까지 한적했던 이 길은 이제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순례자들을 위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자연적, 역사적 명소가 꽤 있어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시끄럽지 않은 길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순례길이다.
호아킨 사비나가 도시에 바친 유명한 노래의 첫 구절에서 말했듯이, 마드리드는 길이 교차하는 곳에 있다. 마드리드 길은 0km로 간주되는 유일한 스페인 도시 두 곳을 이어주고 있다. 마드리드는 푸에르타 델 솔이 전체 고속도로 네트워크의 시작점인 0km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물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이다. 다른 순례길의 카운트다운을 하는 0km.
성당 오른쪽에 있는 마드리드 길 표지석에 작별 인사를 하고 본격적인 까미노 걷기에 들어간다. 그런데 마드리드 시내의 까미노 표지가 조금 특이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드리드 시내 코스에는 노란 화살표 대신 가로등 기둥 상단에 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까미노 앱을 작동시켜 가는데도 복잡한 도싯길이라 길을 여러 번 잃고 왔다 갔다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마드리드 시내 거리를 지나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은 걷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 길 옆에 있는 식료품점에서 2.5유로를 주고 초콜릿과 캔맥주 하나를 사서 점심으로 때우고, 사람 구경 실컷 하며 시내 외곽지역에 다다르자 다니는 사람도 확 줄어들고 노란색 화살표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마드리드 길 출발지점에 있는 까미노 표지석 [11:21]
▲ 기마경찰 퍼레이드 [11:33]
▲ 길 옆에 있는 식료품점 [11:41]
▲ 보행자 도로에 있는 벤치에서 점심: 초콜릿과 맥주 [11:44]
▲ 분수가 물을 뿜고 있는 회전교차로 [11:53]
▲ 가로등 기둥 꼭대기에 붙어 있는 까미노 표지판 [12:07]
▲ 마드리드 시내에는 걷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12:25]
▲ 카스티야 광장(Plaza de Castilla)에 있는 조형물 [12:52]
▲ 오늘 처음 만난 노란색 화살표 [13:06]
▲ 지금은 마로니에꽃이 피는 계절 [13:15]
13:22 육교를 걸어 M-607 도로 위를 통과했다. 이제 마드리드 시내를 벗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50분 후, 다시 한번 M-607 도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가자 길 옆에 꽃이 피어 있는 비포장길이 나타났다. 단박에 대도시 풍경이 시골 풍경으로 바뀌었네. 까미노는 작은 마을과 큰 마을, 작은 도시와 큰 도시를 계속 연결하며 이어져 있어 다양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데, 도시보다는 시골 마을 풍경에 더 많은 정감이 간다. 도시야 우리나라나 스페인이나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
▲ 육교를 이용해 M-607 도로 위를 통과 [13:22]
▲ 가로등 기둥에 매달려 있는 까미노 표지판 [13:33]
▲ 마드리드 시내 외곽 지역 [13:48]
▲ 까미노 표지석 [13:52]
▲ 철망 울타리 옆을 지나간다 [14:07]
▲ M-607 도로 위를 지나가는 육교를 건너간다 [14:12]
▲ 육교 위에서 바라본 마드리드 시내 [14:13]
▲ 비포장길에 진입 [14:14]
▲ 양쪽에 꽃이 피어있는 길 [14:15]
▲ 작은 성당이 하나 보인다 [14:29]
14:37 십자가상이 서 있는 푸엔카랄 공원묘지 앞에 도착, 산티아고까지 거리가 665km라고 적힌 표지석이 보인다. 이 거리는 마드리드 길과 마드리드 길이 끝나는 사아군에서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프랑스 길을 합친 숫자다. 철로와 M-40 도로 아래를 지나가는 지하도를 통과하자 까미노의 모습이 돌변했다. 구릉 수준의 넓은 풀밭 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주변이 완전 야생화 천국이다. 꽃길도 이런 꽃길은 없다. 또 하늘은 왜 저래. 구름의 모양도 환상적이다. 자연이 조화를 부리고 있다.
▲ 푸엔카랄 공원묘지(Cementerio de Fuencarrel) 앞에 서 있는 십자가상 [14:37]
▲ 까미노 표지석: 산티아고까지 거리는 665km [14:37]
▲ 다른 형태의 까미노 표지석 [14:42]
▲ 언덕을 뒤덮고 있는 야생화 [14:44]
▲ 지하도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 [14:45]
▲ 철로와 M-40 도로 아래를 지나가는 지하도 통과 [14:45]
▲ 들판 사이에 나 있는 비포장길에 진입 [14:47]
▲ 야생화가 피어 있는 들판 사이로 나 있는 길 [14:56]
▲ 야생화가 피어 있는 들판 [14:59]
▲ 들판은 야생화 천국 [14:59]
15:02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참 보기에 좋다.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맑은 하늘을 가진 스페인이지만 이런 모습의 구름은 보기가 쉽지 않다. 길 양쪽에 펼쳐져 있는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는 또 어떻고. 마드리드 길을 찾은 나를 첫날부터 하늘과 땅에서 격하게 환영해 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철로 아래에 있는 지하도를 통과하자 까미노가 기찻길 왼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길 옆에는 여전히 야생화가 지천이다.
▲ 계속 이어지는 비포장길 [15:02]
▲ 하늘에는 구름, 땅에는 야생화 [15:06]
▲ 자연이 만든 야생화 꽃밭 [15:09]
▲ 꽃밭 속에 들어 있는 까미노 표지석 [15:14]
▲ 참 평화로운 풍경 [15:16]
▲ 소나무 숲을 만났다 [15:28]
▲ 철로 아래 지하도 통과 [15:42]
▲ 철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길 [15:46]
▲ 여기는 노란색 야생화 천국 [15:53]
▲ 야생화 때문에 꽃멀미가 날 정도다 [16:00]
16:14 야생화 꽃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산길이 끝나는 구간은 길 마저 오솔길이라 무엇하나 꽃길에 모자람이 없다. 마침내 꽃길을 마감하고 M-607 도로 왼쪽을 따라 나 있는 포장도로에 내려섰다. 오른쪽으로 주택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트레스 칸토스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트레스 칸토스 1km 전 이정표를 지나 시내로 들어간다.
오늘밤을 묵을 장소인 트레스 칸토스에 도착, 일단 묵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까미노 앱을 보니 알베르게가 없다. 호스텔과 호텔 검색, 호스텔 39유로, 호텔 60유로. 엄청 비싸네. 그냥 기차역사에서 잘까? 문제는 날씨가 추운데 침낭도 홑껍데기라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기차역사는 무리일 것 같아 호스텔을 찾아갔다. 별이 3개인 트레스 칸토스 호스텔은 웹 사이트에 나와 있는 가격과는 달리 50유로를 달라고 한다. 50유로? 알베르게 비용의 다섯 배나 되네. 도로 나갈 수도 없고 나가보았자 갈 데도 없고. 결재. 방에 들어가 보니 시설은 우리나라 삼류 모텔 수준. 가족들에게 사진을 보내기 위해 인터넷을 작동시켰더니 사진이 뱅뱅 돌며 전송이 잘 안 된다. 뭐지? 스마트폰을 보니 3G와 LTE를 왔다 갔다 한다. 스페인 경제 수준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데 인터넷 속도가 왜 이래. 대한민국은 정말 인터넷 강국이다.
샤워하고 저녁 먹거리를 사러 나갔는데 바로 옆에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이 있었다. 물건도 별로 없네. 돼지고기 가공한 것, 치즈, 포도주는 7,5유로라 도로 내려놓고 맥주 2캔. 모두 4.8유로. 비싼 방에서 자니 음식이라도 저렴하게 먹어야지. 어제오늘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맥주 한 캔에 취기가 오른다. 기분 좋다. 만사 제쳐두고 침대에 누웠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네.
● 공항버스 5
● 크리덴샬 5
● 초콜릿/캔맥주 2.5
● 호스텔 50
● 고기/치즈/캔맥주 4.8
■ 67.3/67.3
▲ 계속 이어지는 비포장길 [16:14]
▲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한 꽃길 [16:39]
▲ 꽃길을 마감하고 포장도로에 진입 [16:46]
▲ 트레스 칸토스(Tres Cantos) 1km 전 이정표 [17:04]
▲ 트레스 칸토스에 진입 [17:19]
▲ 까미노 표지석과 안내판 [17:23]
▲ 시내에 있는 공원 통과 [18:11]
▲ 별이 3개인 칸토스 호스텔 도착 [18:15]
▲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식료품점 [19:11]
▲ 칸토스 호스텔 룸 [19:24]
▲ 저녁식사: 돼지고기, 치즈, 캔맥주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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