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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7.19. [국내行事 106] 치코 모임

by 사천거사 2024. 7. 19.

치코(Chico) 모임

◈ 일시: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낮 12시

◈ 장소: 극동반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 회원: 치코회원 6명 


▲ 극동반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치코(Chic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이곳에 대학이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이름이 바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이다. 이 대학은 1989년 7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충청북도교육청에서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 곳으로, 나도 30명의 연수자 중 한 명으로 참가하여 치코에서 8월 11일까지 연수를 받고 8월 12일부터 17일까지는 동부지역 관광여행을 하였다.

 

치코는 그 당시 인구 4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였지만 범죄와 공해, 혼잡이 없으며 대도시의 장점과 소도시의 장점을 두루 갖춘 곳이었다. 치코는 자연환경도 좋아 근처의 샤스타 산에서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등산, 래프팅, 하이킹, 캠핑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주변에 타호 호수, 요세미티 국립공원, 리노,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1989년의 해외어학연수 참가는 나의 첫 해외여행의 기회였다. 오늘날에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옆 동네 마실 가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해외여행은 일단 물 설고 낯 선 곳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아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오늘은 해외어학연수 기간 동안에 겪었던 감동적인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피소드

 

7월 17일에 시작한 어학연수는 24일간의 학습활동을 마치고 8월 11일에 수료식을 하는 것으로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우리 연수단에서는 그동안 연수단원들에게 열과 성의를 다하여 가르쳐 주고 연수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준 대학 측 관계자와 교수들, 그리고 보조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수료식 하루 전 날인 8월 10일에 종강 파티를 열어주기로 했다. 즉, 우리 단원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고 음식을 준비해서 상을 차리기로 한 것이다.

 

음식의 주 메뉴는 불고기로 정해졌다. 소고기로 만드는 것이고 맵고 짜지 않으니 미국인들의 입맛에 큰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참고로, 지금은 우리나라의 불고기 요리가 세계적으로 꽤 많이 알려진 상태이지만, 그때만 해도 외국에서는 불고기라는 음식의 존재를 거의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일단 불고기용 소고기를 구입하러 쇼핑몰에 있는 대형 마트의 정육센터를 찾아가서, 영어로 불고기라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 후 한참을 기다린 끝에 포장이 된 불고기용 소고기 50인 분을 건네받아 대학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가기 위해 포장을 벗겼는데 아니, 이게 뭐야! 마트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가 제대로 소통이 안 된 건지 포장지 안에는 두툼한 스테이크용 소고기가 잔뜩 들어 있었다. 긴급 상황 발생. 가져온 고기를 싸들고 다시 마트에 가서 담당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직원이 알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져간 고기를 모두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그 아까운 고기를, 그것도 50인 분이나. 그러면서, 내가 말을 잘못 알아들어 이런 일이 벌어져서 미안하다. 잠깐만 기다려라. 그러더니 다시 50인 분의 불고기용 소고기를 썰어와서 확인을 시켜주는 게 아닌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마트 직원의 반응이다. 그는, 나에게 구이용 소고기를 썰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구이용 소고기는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말하는 것이니 내가 썰어준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설명을 제대로 못했을 수도 있고 직원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미묘한 상황을 서로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소통의 문제로 깔끔하게 해결한 마트 직원의 태도가 놀랍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과연 그 마트 직원처럼 나의 잘못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캠퍼스 위치도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 문양


11:30  오늘은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치코 모임의 날,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느라고 지난 5월 모임에 결석을 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넉 달만에 참석을 하는 셈이다. 모임 장소는 집에서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라는 극동반점, 모임 시간이 12시라 30분 전에 집을 나섰다. 청주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성안길을 걸어간다. 젊음의 거리답게 풋풋한 기운이 뿜뿜 넘쳐나고 있다.

 

6명의 회원이 테이블을 가운데에 놓고 마주 앉았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양장피, 팔보채, 탕수육이 줄어드는 것과 비례해서 소주병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 오늘의 주된 대화 내용은 파크골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요즘 나이가 살짝 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50~70대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자체마다 파크골프장 조성하기에 정신이 없다고 하니 파크골프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회식이 끝났다. 두 달 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맞잡은 손에 따뜻한 정이 서로 오가는 금요일 오후다.


▲ 청주 탑동 아파트 출발 [11:30]

 

▲ 청주 성안길 풍경 [11:41]

 

청주 성안길 풍경 [11:43]

 

청주 성안길 풍경 [11:45]

 

▲ 모임 장소는 영동에 있는 극동반점 [11:54]

 

▲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용두사지 철당간 [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