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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3.15. [국내行事 75] 치코(CHICO) 모임

by 사천거사 2024. 3. 15.

치코(Chico) 모임

◈ 일시: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낮 12시

◈ 장소: 극동반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 회원: 치코회원 7명 


극동반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치코(Chic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이곳에 대학이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이름이 바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이다. 이 대학은 1989년 7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충청북도교육청에서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 곳으로, 나도 30명의 연수자 중 한 명으로 참가하여 치코에서 8월 11일까지 연수를 받고 8월 12일부터 17일까지는 동부지역 관광여행을 하였다.

 

치코는 그 당시 인구 4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였지만 범죄와 공해, 혼잡이 없으며 대도시의 장점과 소도시의 장점을 두루 갖춘 곳이었다. 치코는 자연환경도 좋아 근처의 샤스타 산에서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등산, 래프팅, 하이킹, 캠핑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주변에 타호 호수, 요세미티 국립공원, 리노,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1989년의 해외어학연수 참가는 나의 첫 해외여행의 기회였다. 오늘날에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옆 동네 마실 가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해외여행은 일단 물 설고 낯 선 곳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아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오늘은 해외어학연수 기간 동안에 겪었던 감동적인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피소드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은 자동차 왕국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자동차 문화도 사람보다는 차량 위주여서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동차가 그 옆을 지나갔고 그런 상황을 보행자도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보행자보다는 차량이 우선이던 시절이었다.

 

치코 캠퍼스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어느 날, 숙소인 기숙사를 떠나 강의실로 가던 중이었다. 차도 오른쪽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강의실로 갈 수 있는데, 저 앞으로 그 횡단보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앞까지 거리가 한 20m 정도가 남았을까, 멀리서 횡단보도 쪽으로 달려오던 자동차가 횡단보도 앞에 서는 게 아닌가. 신호등도 없는 횡단보도인데 왜 차가 섰을까? 의아해하며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는데 그때까지 차는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갈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하고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계속 서 있었는데... 차창이 열리면서 운전자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In America, pedestrians go first. 순간, 나는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서 있었던 내가 잘못이었다.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 차를 계속 서 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운전자가 한 말은 이런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보행자 우선입니다. 우리나라의 횡단보도 문화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는 이것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20m나 떨어져 있는 데도 미리 횡단보도 앞에 차가 선다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내가 횡단보도를 건널지 안 건널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가 횡단보도를 안 건너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잖아.

 

1989년의 미국이 그랬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35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가. 미국처럼 변했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멈추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20m 전에 멈추는 것은 고사하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는 데도 여전히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차량들이 많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사회질서나 도덕적인 면에서는 후진국이란 소리를 자꾸 듣는 것이다. 내가 치코 캠퍼스에서 경험했던 횡단보도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때가 과연 언제 올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캠퍼스 위치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 문양


11:50  오늘은 치코 모임의 날, 두 달에 한 번씩 회원들과 만나는 날이다. 이 모임은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가 아주 정해져 있다. 매년 홀수 달, 세 번째 금요일 낮 12시, 극동반점. 7명의 회원 모두가 거의 빠지지 않고 매번 모여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나이가 들어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아주 다양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심각하고, 진지하고, 고민이 되고, 신경이 쓰이는 복잡한 생활은 하지 말자. 대신, 어떤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삶, 한 가지 일에 집착하지 않는 삶,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삶을 살자.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양장피, 팔보채, 탕수육 안주에 소주잔이 춤을 춘다.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식이요 술이다. 오가는 대화 속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정신 강장제다. 두 달 후인 5월에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스페인에 가 있는 관계로 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작은 행복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잠깐 유예가 되는 것이다. 다시 두 달이 지난 7월이면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 오롯이 다가오니까 말이다. 


▲ 극동반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