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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3.20. [국내行事 77] 명장 복주는 복국

by 사천거사 2024. 3. 20.

명장 복주는 복국 방문기

◈ 일시: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 장소: 명장 복주는 복국 / 충북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1271
◈ 회원: 충북대학교 산악부 OB회원 9명 


명장 복주는 복국 용암점: 충북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1271


복어 이야기

 
배가 불룩해서 복어의 복 자가 배 복(腹) 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복어의 은 순우리말이다. 복어는 적이 다가오면 물을 들이마셔 순식간에 몸을 크게 부풀리거나 이빨을 갈아 빠각 빠각 소리를 내어 위협한다. 가시가 달린 가시복은 독이 없지만 대신 가시로 위협한다. 체내의 맹독으로 인해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천적은 딱히 없다. 복어의 통통하고 만만한 외모를 보고 잡아먹었다간 그대로 중독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천적으로는 같은 복어와 문어, 갑오징어, 갯가재처럼 테트로도톡신에 중독되지 않는 동물, 그리고 섬세한 손과 도구를 이용해 독이 있는 부위를 발라내고 먹을 수 있는 우리 인간 정도다.
 
복어의 독은 테트로도톡신이다. 그 독성은 청산가리의 5배에 달하며, 복어 한 마리가 가지고 있는 독으로 성인 33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맹독인 테트로도톡신의 해독제가 현재까지는 없다는 사실, 따라서 복어를 잘못 먹어 중독되면 저승행 익스프레스를 탔다고 보아야 한다. 복어의 독은 간, 알, 눈, 뇌, 창자, 피, 껍질 등 몸 전체에 퍼져 있다. 따라서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살과 뼈 정도이며 사실 살에도 극소량의 독이 있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수십 시간 담가놓아야만 독이 빠진다.
 
이렇게 복어가 위험하다 보니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복어는 법률상 특별 관리어종으로 규정되어 일반인의 조리가 금지되어 있으며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가만이 복어를 손질하고 조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복어라는 독극물 덩어리를 부득부득 먹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 일본, 중국뿐이다. 한국과 일본은 복어 요리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격증 제도가 없다.
 
복어도 양식이 되는가? 된다. 사실, 요즘 복어요리 전문 식당에서 먹는 복어 요리는 거의 다 양식 복어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양식 복어에는 독이 없어서 일반인도 조리가 가능하다는 사실. 중국에 복어요리 자격증 제도가 없는 이유도 바로 양식 복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니, 양식을 하면 왜 독이 없어지나? 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독이 생기지 않는다. 복어 독은 복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복어가 자라면서 섭취하는 먹이나 미생물, 세균 등에 면역 체계가 반응하여 대량 생성된 독이 복어 몸속에 누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산과는 달리 양식장에서 자라는 복어는 통제된 먹이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독이 없다. 참고로, 가시복이나 개복치, 쥐치복, 쥐치 등 종에 따라 자연산이라도 아예 독이 없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은 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제독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복어 요리 중 최고가를 자랑한다는 복어회의 경우는 접시에 매우 얇게 한 겹 한 겹 썰어져 나온다. 양과 가격으로 치면 가성비가 최악인 음식이지만, 그 식감과 맛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복어회에 제대로 맛 들리면 비싸다는 말이 안 나온다고 할 정도. 복어회를 얇게 써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재료가 귀한 탓도 있지만 복어의 살에 콜라겐이 함유되어 있어서 생선치고 상당히 단단한지라 접시가 비칠 정도로 얇게 썰지 않으면 식감이 너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복어회는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회만 먹어야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복어회 외에도, 살에 지방이 적어 탕으로 끓이면 기름이 많은 생선과 차별화되는 담백한 맛 때문에 복어탕도 인기가 높다. 단순히 회나 매운탕으로만 먹는 다른 생선에 비해 복어는 맑은탕, 탕, 샤부샤부, 불고기, 숯불구이, 튀김, 무침, 수육, 찜, 껍질 초무침, 전골 등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만능 생선이다. 



16:20  오늘은 춘분, 충북대학교 산악부 OB 모임이 있는 날이다. 지금은 대학 산악부 활동이 시들해졌지만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거의 모든 대학에 산악부 서클이 있었다. 나는 평소에 산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3학년 때인 1975년에 산악부에 가입해서 활동을 했는데 사실, 전문적인 산악 활동은 하지 않았고 그냥 산악부에 적만 둔 채 그렇고 그런 산악부원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고상돈 선배와 함께 몇 번 산에 간 적도 있다. 1977년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고상돈 선배는 1979년 5월 29일 이일교, 박훈규 대원과 함께 해발 6,194m의 매킨리 등정에 성공했지만, 하산하는 길에 해발 6,000m 지점 경사 65도의 빙벽에서 서로 몸을 로프로 묶고 내려오다 700여m 아래로 추락하면서 고상돈 선배와 이일교 대원은 숨지고 박훈규 대원은 중상을 입었다. 그때 목숨을 잃은 이일교 대원은 청주대학교 산악부원으로 1977년 대한산악연맹 등산학교 빙벽반 3기를 나와 함께 수료한 지인이었다.
 
춘분, 하지, 추분, 동지 이 네 절기에 갖는 산악부 OB 모임 장소가 분평동에 있는 명장 복주는 복국이라고 알려왔다. 그래? 집에서 40분 거리이니 걸어가면 딱 좋겠네. 출발. 해가 넘어간 무심천 산책로의 풍경이 참 보기에 좋다. 33분을 걸어 분평동에 있는 명장 복주는 복국에 도착해 보니, 참복 정식을 주문해 놓았다. 복불고기, 복튀김, 참복지리, 복껍질무침, 광어회, 초밥으로 구성된 메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복정식에 복어회가 없고 광어회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복어회를 뜨려면 복어요리 자격증을 딴 요리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9명의 회원이 모여 참복 정식을 앞에 놓고 세월 흘러가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회원들 중에는 10년 선배도 있고 10년 후배도 있다. 연령층이 다양하다 보니 대화의 내용도 다양하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소설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또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사랑과 사랑 아닌 것을 구별할 수는 있다. 오늘 이렇게 같은 서클에 몸담았던 선후배가 만나서 추억을 더듬는 것도 하나의 사랑이라면 사랑이 아닐까. 모임을 마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심천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불빛이 거의 환상적이다.


탑동 아파트 출발 [18:25]
 

무심천을 건너간다 [18:41]
 

무심천 산책로에 진입 [18:42]
 

▲ 제방 위에 서 있는 나무들 [18:46]
 

명장 복주는 복국: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1271 [18:58]
 

참복정식 상차림 [19:05]
 

명장 복주는 복국 메뉴판 [20:32]
 

▲ 무심천 산책로에서 바라본 야경 [20:38]
 

무심천 산책로 [20:40]
 

무심천 산책로에서 바라본 야경 [20:41]
 

무심천 산책로에서 바라본 야경 [20:47]
 

무심천 산책로에서 바라본 야경 [20:53]
 

▲ 우리 아파트 앞에 도착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