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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3.13. [국내行事 74] 쓸개 이야기

by 사천거사 2024. 3. 13.

쓸개 이야기

◈ 일시: 2024년 3월 13일 수요일 / 맑음

◈ 장소: 용용생고기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4-9

◈ 회원: 유석회원 5명             


 

 


17:20  오늘은 유석회 모임일, 5명의 회원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날이다. 지난달 2월 모임에 결석했던 회원이 오늘 모임에 참석했기에 모임에 나오지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 쓸개가 터져 떼어내는 수술을 했단다. 아니, 멀쩡한 쓸개가 왜 터져? 원인의 90%는 담석, 담석이 담낭관을 막아서 터지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회원이 자기는 20년 전에 쓸개를 떼어냈다고 한다. 그래? 쓸개 없는 인간들이 꽤 많구나.

 

쓸개는 순우리말이며 한자로는 담낭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서 쓸개가 하는 일은?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을 일시적으로 농축하여 저장했다가 십이지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보관하고 있던 쓸개즙을 내려보내 소화를 돕는 일이다. 쓸개즙은 주로 지방을 분해해서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요긴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 쓸개 없는 사람은 기름진 음식을 못 먹나? 그렇지 않다. 쓸개즙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30분 내에 전부 방출되어 버리고 그 후에는 간에서 만들어진, 농축되지 않은 엷은 쓸개즙이 직접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따라서 담석증 등의 질병으로 인해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도 3개월 정도의 적응 시기만 겪으면 음식을 섭취하고 생활하는 데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 말, 사슴, 쥐, 당나귀, 낙타, 코끼리, 코뿔소, 하마, 고래, 비둘기 등은 아예 처음부터 쓸개가 없이 태어난다.

 

우리나라에서 쓸개는 담대함과 줏대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된다. 담력(膽力)이나 대담(大膽)과 같은 한자어에서는 담대함이라는 의미를, 쓸개 빠진 놈과 같은 표현에서는 줏대라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어에서 쓸개는 용기와 관련되어 쓰인다. 예를 들어, 용감한 사람을 뜻하는 혼신시담(渾身是膽)이나 일당백의 영웅을 뜻하는 고담영웅(孤膽英雄) 등이 있다. 쓸개의 쓴맛 때문에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간과 쓸개를 함께 쓴 간담(肝膽)은 속마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간담이 서늘하다, 간담이 내려앉다, 간담이 떨어지다라는 말은 뜻밖의 일을 당하거나 놀랐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매우 친한 사이에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보여준다는 의미의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동을 가리켜 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라는 말을 쓴다.

 

공교롭게도 오늘 모임의 장소가 삼겹살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쓸개 떼어낸 지 채 한 달 밖에 안 된 회원더러 삼겹살을 먹으라고 할 수는 없고, 그리하여 기름기가 적은 가브리살과 목살을 주문했다. 여보게 많이 먹게. 그리고 쓸개 빠졌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나. 쓸개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인간이 쓸개 빠진 사람보다 더 줏대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네. 다음 달 모임에서는 함께 소주도 한 잔 하자고. 


 유석회 모임 장소 용용생고기 [17:29]

 

 가브리살이 익어가고 있다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