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 일시: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 장소: 센트럴 힐데스하임 아파트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담로 50
◈ 회원: 우리 부부, 선영이네 가족
오늘은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치는 설날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을 함께 사용하는 관계로 설날이 두 번 찾아온다. 양력 1월 1일은 신정, 양력설 등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대개 새해 첫날이라고 불린다. 음력 1월 1일은 원래 설날이었는데 양력 때문에 구정, 음력설 등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원래 이름인 설날을 되찾은 상태다. 참고로, 설과 설날은 같은 말이다.
설, 설날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대체로 네 가지의 설(說)이 있다. 하지만 모두 가설일 뿐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1. 새해에 처음 맞는 날이 낯설다는 의미에서 낯설다의 어근인 설다에서 온 것으로 보는 가설
2. 한 해가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라는 뜻의 선날이 설날로 바뀌었다고 보는 가설
3. 순우리말 가운데 나이를 의미하는 의존명사인 살과 동계어라는 가설
4. 자중하고 근신한다는 의미의 옛말인 섦다에서 왔다고 보는 가설
설날은 하루지만 당일 앞 뒤에 하루씩을 붙여 3일 동안을 공휴일로 지정해 놓았다. 추석과 설날은 대체공휴일 적용이 토요일에는 해당되지 않고 일요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설날이 무슨 요일이냐에 따라 연휴 기간이 달라진다. 올해는 설날이 토요일이라 연휴 기간은 4일이다.
설날이 수요일인 경유: 연휴 3일(화수목)
설날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인 경우: 연휴 4일(목금토일, 금토일월, 토일월화)
설날이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인 경우: 연휴 5일(토일월화수, 토일월화수, 수목금토일)
음력 1월 1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국가는 한국, 중국, 대만, 북한, 베트남,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총 12개국이다.
설날은 시간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날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었다. 삼국시대 문헌에서부터 설 명절에 대한 기록이 보이며 의례, 민간신앙, 의복과 음식, 놀이 등 설 명절 관련 세시풍속 또한 풍성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예전의 세시풍속이 거의 다 사라졌으며 조상에게 지내는 차례만 남은 상태이다. 종교적 측면에서, 개신교인은 차례 대신 추도예배를, 천주교인은 위령미사를, 불자들은 초하루법회와 명절법회를 드린다. 그런데 문제인 것은, 종교가 없으면서도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차례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
설은 추석과 함께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날이다. 즐거운 날이다. 하지만 설날은 가족들이 함께하기를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날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설날 음식이나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기가 쉽지 않으며,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에서 쉬지 않고 운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젊거나 미혼일 경우에는 친척을 만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또 문제다. 가족끼리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봉을 비교하고, 자녀의 수준 문제를 비교하고, 급기야 과거에 묻어 두었던 상처까지 건드린다. 설연휴 동안에 친족 간의 폭행, 심지어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앞으로 설이나 추석은 이렇게 한번 지내보면 어떨까.
첫째, 설이나 추석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 가족들이 대부분 장남 집으로 모인다. 따라서 맏며느리는 명절이나 제삿날이 다가오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쌓이게 된다. 그러니 장남 집에서만 모든 것을 떠안지 말고 형제끼리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모이도록 하자. 아울러 형제들이나 아들 딸이 사정이 생겨 못 온다고 하면 서운해하지 말자. 오기 싫은데 와보았자 서로 정이 돈독해지기보다는 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둘째, 차례 음식의 양과 종류를 줄이자. 솔직히 말해서 영혼이 찾아와서 차린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잖아. 먹지도 않는 음식을 장만하느라고 돈 들이고 힘 들이고 시간 들이고 하지 말고 우리 살아 있는 인간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몇 가지만 준비하자. 전이나 대추, 밤, 고사리나물 등을 꼭 올려야 할 이유도 없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균관에서도 제사 음식 종류가 최대 9가지면 충분하고 전이나 기름에 튀긴 음식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세상은 이렇게 바뀌고 있다. 또 음식을 너무 많이 만들지 말자. 나중에 남은 음식 처리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셋째,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방법이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방 안에서 허공에 대고 차례를 지내는 것보다 무덤이나 납골당에 가서 추모의 시간을 갖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덤 안에도 육신이나 영혼은 존재하지 않을 테고, 납골당에도 뼛가루만 들어 있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니 바쁜 명절 때 말고 조금 한가할 때 무덤이나 납골당을 찾아가자. 추모는 꼭 명절에만 하는 게 아니다.
▲ 성균관에서 권고하고 있는 추석 차례상 진설도
▲ 성균관에서 권고하고 있는 설 차례상 진설도
10:00 나는 천주교인이라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부모님이 교인이 아닌 관계로 3년 전까지는 차례를 지냈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시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면 천주교인은 명절 때 돌아가신 분의 추모를 어떻게 하는가? 위령미사를 지낸다. 위령미사는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살아 있는 이들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승에 있는 우리가 저승에 있는 영혼을 위해 직접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영혼을 관장하는 절대자에게 영혼을 잘 돌봐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설날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서운동성당으로 갔다. 10시 20분, 위령기도가 시작되었다. 위령기도는 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한 기도라는 뜻으로, 가톨릭 교회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의미한다. 성당을 가득 메운 교우들과 함께 20분 정도 걸리는 위령기도를 바치고 나니 돌아가신 여섯 분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모두 착한 삶을 사신 분들이니 분명 좋은 곳에 계시리라.
17:30 설날이라고 새해 인사를 하러 딸네 가족이 왔다. 아들네 가족은 제주도에 있고 또 내외가 경찰로 근무하고 있어 육지로 차례를 지내러 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이다. 고1과 중2인 손자 두 명의 키가 크고 덩치도 있다 보니 6명이 앉아 있는 거실이 가득 찬 기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 등갈비와 LA갈비, 떡만둣국, 과일, 포도주. 꼭 필요한 음식으로만 차린 만찬상을 앞에 두고 음식을 먹으며 주고받는 덕담과 대화를 통해 가족의 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설날 저녁이었다.
▲ 청주 서운동성당 [10:04]
▲ 성모동산에 들러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10:04]
▲ 서운동성당 제대 모습 [10:07]
▲ 위령기도 책 [10:17]
▲ 혼자도 찍고 [10:44]
▲ 둘이서도 찍고 [10:46]
▲ 미사를 마치고 성모동산에서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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