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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1.19. [국내行事 57] 치코(Chico) 모임

by 사천거사 2024. 1. 21.

치코(Chico) 모임

◈ 일시: 2024년 1월 19일 금요일 낮 12시

◈ 장소: 극동반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21번길 60
◈ 회원: 치코회원 5명 



오늘은 치코(Chico) 모임이 있는 날이다. 치코가 뭐지? 치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다. 미국 도시 이름이 모임의 이름? 사연은 이렇다. 1989년 7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충청북도교육청에서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장소는 미국 서부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 캠퍼스(California State University Chico Campus), 30명의 중등학교 교사와 장학사 1명, 인솔단장 1명으로 팀이 구성되었다. 치코 모임은 그때 어학연수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처음에는 연수 참가자 대부분이 모임의 회원이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회원들이 점점 줄어들어 34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7명의 회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청주 상당구 상당로에 있는 극동반점에 5명의 회원이 모여 양장피와 팔보채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인생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 뭐 있어. 이렇게 사람 만나며 사는 게 인생이지.
 
나로서는 미국으로 떠난 이 어학연수가 생전 처음의 해외여행이었다. 문제는 32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같이 움직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어쨌든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LA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출국하기 전 사전교육을 통해서 미국 공항에 소매치기 많으니 짐을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하여 32명의 짐을 한 곳에 모아놓고 세크라멘토로 가는 국내선 항공권을 발급받았는데 그 와중에 회원의 작은 가방 하나가 없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여러 명이 짐을 지키고 있었는 데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가방 속에는 현금 수백 달러와 일본 공항에서 구입한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그것 참!
 
더 드라마틱한 상황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일단 국내선 비행기에 수하물을 모두 부치고 국내선 터미널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출발 시간이 되어 버스가 막 떠나려고 하는 순간 흑인 남자 한 명이 버스 밖에서 007 가방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놀람, 기쁨, 고마움. 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했다.
 
사연은 이렇다. 그 007 가방 속에는 어학연수단의 총무를 맡은 내가 보관하고 있는 공금 1,500달러와 32명의 여권이 들어 있었다. 벤치에 앉아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중 버스가 도착해 승차를 하면서 그만 깜박하고 007 가방을 벤치에 남겨두었던 것. 만약 그 흑인이 그냥 그 가방을 가지고 갔다고 생각해 보라. 돈도 돈이지만 그 많은 여권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세상은 그렇다. 여러 사람이 지키고 있는 데도 가방을 훔쳐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방을 그냥 두고 버스에 탔는 데도 그 가방을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세상은 살아갈 맛이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 가방을 건네준 그 흑인은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니 분명히 잘 살고 있을 것이다.


▲ 치코 모임 장소 극동반점: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11:49]
 

▲ 극동반점 입구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