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영국 길 4
◈ 일시: 2019년 6월 2일 일요일 / 흐림
◈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영국 길 / 스페인
◈ 코스: 코루냐 → 오 포르타데코 → 오 부르고 → 알베드로 → 시그라스 → 드로소 →
보르데예 → 아스 트라베사스 → 오스피탈 데 부르마
◈ 거리: 33.9km / 걸은 거리 111.6km
◈ 시간: 8시간 13분
06:00 지난밤에는 불을 켜고 잤다. 베드버그가 밝은 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1시쯤 깨었는데 베드버그는 보이지 않았다. 이 방에는 베드버그가 없는 모양이다. 5시 기상, 배낭을 꾸리고 호스텔을 떠나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까미노를 향해 걸어갔다. 숙소가 까미노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어서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노란색 화살표 표지석이 있는 까미노에 도착, 본격적인 까미노 걷기에 들어간다.
▲ 하룻밤을 묵은 CASA CANOSA 출발 [05:56]
▲ 가로등 불빛만 빛나고 있는 거리 [05:59]
▲ AC-11 도로 위를 통과 [06:09]
▲ 차량 통행도 없는 원형교차로 [06:15]
▲ 갈리시아 지역의 까미노 사인 표지석 [06:28]
▲ 도심에서 벗어난 시내 거리 [06:34]
▲ 왼쪽으로 멀리 바다가 보인다 [06:39]
▲ 왼쪽으로 보이는 메로 강Rio Mero [06:46]
▲ 산티아고 까미노 표지판 [06:50]
▲ 한산한 코루냐 거리 [07:00]
07:08 길이 없어졌다. 사인을 보며 잘 따라왔는데 사인이 없어지고 까미노 툴이 가리키는 곳에도 길은 없었다. AC-211 도로를 지나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철로에 막혀 있었다. 이럴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사인을 찾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역시 사인이 있었다. 도로 건너편에 있는 것을 못 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까미노 툴도 이곳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철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 메로 강으로 내려갔다. 메로 강 오른쪽을 따라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오늘은 구름이 낀 날씨라 걷기에 좋다. 강변길이 끝나면서 마을길이 시작되었다. 순례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주민도 없다. 오로지 혼자 걷는 고독의 길이다. 진정한 순례자의 길이 이런 것은 아닐까?
▲ AC-211 도로에서 길이 없어졌다 [07:08]
▲ 교통섬의 색깔이 특이하다 [07:22]
▲ 철로 위를 통과 [07:24]
▲ 물가로 내려왔다 [07:27]
▲ 메로 강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 [07:32]
▲ 산책로에서 바라본 물그림자 [07:37]
▲ 산책로에서 바라본 물그림자 [07:38]
▲ 계속 이어지는 산책로와 휴식 공간 [07:45]
▲ 산책로에서 바라본 물그림자 [07:47]
▲ 강변 산책로를 따라 계속 진행 [07:50]
07:52 메로 강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오 그라살 마을의 주택들을 바라보며 조금 더 걸어가다 AC-211 도로가 지나가는 다리 앞에서 강변을 벗어났다. AC-211, AC-213 도로, 마을길, N-550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아직 아침 시간이기는 하지만 해가 나지 않아 그런지 덥지 않아 걷기에 아주 좋다. 오늘도 사람 보기는 참 힘드네.
▲ 카미노 화살표 사인 [07:52]
▲ 강 건너편 오 그라살O Graxal 마을 주택들 [07:57]
▲ 메로 강 위에 놓인 다리: AC-211 도로가 지나간다 [08:04]
▲ 까미노 화살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08:10]
▲ 횡단보도 건너 진행 [08:18]
▲ 마을길을 따라 걸어간다 [08:25]
▲ O Cabaleiro De Almeiras 조형물 [08:31]
▲ 유칼립투스가 서 있는 길 [08:44]
▲ 마을 도로를 따라 진행 [08:50]
▲ N-550 도로 [08:57]
09:00 비포장길을 10분 가까이 걸어가자 성당이 나타났다. 십자가가 서 있는 이 성당은 폰테 시그라스에 있는 시그라스 산티아고 성당이었다. 성당 옆에는 시그라스 공원묘지Cementerio de Sigrás도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CP-1702 도로와 CP-1710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도착해서 CP-1701 도로를 따라 안세이스 마을 쪽으로 진행한다.
▲ 산티아고 가는 길 안내판 [09:00]
▲ 십자가 조형물 [09:09]
▲ 1815년에 만든 기도처 [09:11]
▲ 시그라스 산티아고 성당Igrexa de Santiago de Sigras [09:13]
▲ 까미노 영국 길 안내도 [09:14]
▲ 마을길을 따라 진행 [09:26]
▲ 이 지점에서 CP-1701 도로에 진입 [09:32]
▲ A-6 도로 위를 통과 [09:35]
▲ 물이 흘러 나오고 있는 급수대 [09:46]
▲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십자가 조형물 [09:50]
09:53 안세이스 가는 길 이정표를 지나면서 비포장길을 한동안 걸어가다 다시 포장이 된 마을길을 걸어간다. 날이 잔뜩 흐려 있기는 하지만 비가 내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CP-2103 도로에 진입했다. 13분 후, 세르구데 공립알베르게 앞에 도착했고 문을 연 바가 있어 들어갔다. 이름하여 BAR ESTANCO. 아침으로 먹을 보카디요와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 영국 길과 안세이스Anceis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09:53]
▲ 비포장 마을길 [09:57]
▲ 포장 마을길과 만나 왼쪽으로 진행 [10:07]
▲ 마을길을 따라 진행 [10:16]
▲ CP-2103 도로에 진입 [10:22]
▲ CP-2103 도로 따라 진행 [10:30]
▲ CP-2103 도로변에 있는 세르구데 공립알베르게 [10:35]
▲ CP-2103 도로변에 있는 바 에스탄코 [10:40]
▲ 에스텐코 바 내부 모습 [10:43]
▲ 보카디요와 맥주로 아침 식사 [10:48]
11:19 CP-2103 도로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비포장길에 진입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장도로보다는 비포장 길이 걷기에 더 좋다. 발과 무릎에 무리도 덜 가도 또 주변 풍경이 운치도 있고. 돌로 지은 작은 성당 하나를 만났다. 이런 작은 동네에도 어김없이 성당이 있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다.
▲ 농기계가 달리고 있는 마을길 [11:19]
▲ CP-2103 도로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비포장길에 진입 [11:23]
▲ 까미노에서 자주 만나는 야생화 [11:28]
▲ 농촌 주택 [11:39]
▲ 색깔이 다양한 수국꽃 [11:42]
▲ 노란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들판 [11:44]
▲ 비포장 숲길 [11:50]
▲ 길 옆에 있는 작은 성당Capilla de San Juan [11:59]
▲ 포장 마을길 [12:06]
▲ 마을길을 따라 계속 진행 [12:16]
12:27 길 옆에 있는 소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소나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1시간 넘게 숲길과 마을길을 걸어 어제 브루마로 갈 때 들렀던 바 에스탄코에 오늘 또 들렀다. 인심 좋게 생긴 주인 할머니가 단박에 나를 알아보신다. 영어를 못하는 분이라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코루냐를 다녀오는 길이라고 말해주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안주도 함께 내온다. 그러면서 동그란 모양의 작은 의자를 들고 오더니 일어나라는 시늉을 한다. 처음에는 내가 앉아 있는 큰 의자가 필요해서 작은 의자에 앉게 하고 큰 의자를 가져가려는 줄로 았았다. 그런데 큰 의자를 뒤로 빼더니 그 앞에 작은 의자를 놓고 큰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뭐지? 내가 큰 의자에 앉자 할머니가 내 다리를 들어 작은 의자 위에 올려놓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그랬다. 그 할머니는 순례길을 걷고 있는 나를 위해서, 내 다리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맥주 한 병을 마시는 짧은 시간에라도 다리를 쭉 뻗게 해서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 아하, 이게 말이 되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왔다 하더라도 받지 못할 대접을 단순히 순례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해 주다니... 까미노는 그냥 길이 아니다. 인간의 삶이 녹아 있는 길이다. 그것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배려와 양보가 듬뿍 들어 있는 길이다.
▲ 길 옆에 있는 소나무 군락지 [12:27]
▲ 무리지어 피어 있는 야생화 [12:32]
▲ 유칼립투스 사이로 나 있는 길 [12:38]
▲ 여기는 소 팔자가 상 팔자 [12:41]
▲ 비포장 도로 [12:51]
▲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 [13:05]
▲ 유칼립투스 조림지 [13:16]
▲ AC-542 도로와 만났다: 왼쪽으로 진행 [13:24]
▲ AC-542 도로변에 있는 바 에스탄코Bar Estanco [13:33]
▲ 어제도 들렀던 바 에스탄코 [13:34]
13:40 할머니의 작지만 깊은 배려에 격한 감동을 느끼며 바 출발, AC-542 도로를 따라 아스 트라베사스를 벗어난 후 도로와 비포장 마을길을 걸어 어제 지나간 적이 있는 브루마 공립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페롤 방면에서 온 순례자들이 꽤 많았지만 침대는 충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알베르게 근처가 인터넷 접속이 안된다는 것, 조금 벗어나면 되는 것을 보니 사각지역인 모양이다. 세상에... 샤워하고 한숨 잤다.
▲ 아스 트라베사스를 벗어나는 지점 [13:40]
▲ 주유소 건물인 듯 [13:51]
▲ 걷기 좋은 비포장 마을길 [13:59]
▲ 야생화가 피어 있는 초원 [14:00]
▲ 나무 터널이 있는 숲길 [14:02]
▲ 브루마 공립알베르게 도착 [14:09]
▲ 브루마 공립알베르게 표지판 [14:09]
▲ 산티아고에서 코루냐로 가는 버스 시간표 [14:09]
▲ 브루마 알베르게 도미토리 모습 [15:32]
17:51 6시가 가까워질 즈음 알베르게 바로 옆에 있는 음식점 Casa Grana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음식점 바로 옆에는 작은 성당이 있고 성당 옆에는 납골당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납골당과 붙어 있는 식당이 과연 영업이 될까. 순례자 메뉴 주문. 파스타, 돼지고기, 요구르트, 비노 한 병, 실컷 먹었다. 12.5유로. 에고, 인터넷도 안되고 일찍 자자. 내일 많이 걸어야 한다.
▲ 저녁을 먹은 음식점 카사 그라냐Casa Grana [17:51]
▲ 산 로우렌소 성당Igrexa de San Lourenzo de Bruma [17:53]
▲ 성당 바로 옆에 있는 납골당 [17:55]
▲ 산티아고까지 40.572km: 내일 걸을 거리다 [17:57]
▲ 음식점으로 진입 [17:59]
▲ 파스타 [18:04]
▲ 카사 그라냐 내부 모습 [18:05]
▲ 감자를 곁들인 돼지고기 [18:14]
▲ 순례자 메뉴로 저녁 식사 [18:14]
▲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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