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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3.01.18. [국내行事 36] 이사 가던 날

by 사천거사 2023. 1. 20.

이사 가던 날

◈ 일시: 2023년 1월 12일 목요일 / 맑음

◈ 장소: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동아아파트에서 청주시 상당구 탑동 힐데스하임 아파트로 


▲ 힐데스하임 아파트: 청주시 상당구 용담로 50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1976년 여성 듀엣 산이슬이 발표한 이사 가던 날이라는 노래 가사의 처음 부분이다. 노랫말에서 그려지는 풍경이나 감정이 현실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데,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변하긴 정말 변했다. 요즘에는 뒤에 숨어서 울 장독도 없고 흔들어댈 탱자나무 꽃잎도 없으니 말이다.

 

시기로 치면 가장 추워야 할 한겨울날인 지난 1월 12일에 이사를 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삿날 낮기온이 10도 가까이 올라가서 추위에 대해서는 별 다른 걱정 없이 무사히 이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사라는 게 그냥 단순히 이삿짐만 옮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처리한 일련의 작업들을 곱씹어 보니 내 몸의 스트레스 게이지가 거의 한계점에 다달았을 것 같다.

 

2023년 1월 12일  이사 가던 날

 

7시쯤에 이삿짐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8시에 가겠습니다. / 제가 뭐 준비할 것은 없나요? / 없습니다. 귀중품만 챙기세요.

아주 예전에는 이사를 가려면 빈 상자를 수십 개 구해다가 작은 물건들을 직접 상자에 담아 테이프나 끈으로 묶었었다. 지금은 그런 수고를 모두 이삿짐센터에서 대행해 주기 때문에 아무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9시가 지나자 충청에너지서비스 센터에서 가스를 차단하러 왔다. 가스를 차단하자 가스요금 정산서가 문자로 날라온다. 이사 가는 곳과 이곳은 서로 다른 관리 구역이기 때문에 일단 요금 정산을 해야 한단다. 138,060원 이체. 아파트 관리소에 들러 관리비를 정산했다. 오늘 아침에 수도와 전기 검침을 한 결과를 반영해서 383,690원 이체.

 

10시가 가까워져 매매계약을 종결하러 동아부동산 사무실에 들렀다. 등기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건네주고 아파트 매도 잔금을 받는 절차였다. 잔금이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새 아파트 입주지원센터로 새 아파트 매입 잔금을 송금했다. 잔금을 완납해야 입주증이 나오고 입주증이 있어야 이삿짐센터 차량들이 아파트 경내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을 주관했던 법무사 사무실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감증명서에 매수인의 주소가 잘못되었단다. 아내와 함께 내덕1동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인감증명서를 새로 발급받아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11시, 새 아파트에 중문을 설치하는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설치 중이란다. 새 아파트에 가스를 연결할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들러 설치할 거란다. 새 아파트에 정수기를 연결할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들러 설치할 거란다. 새 아파트에 TV와 인터넷을 연결할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들러 설치할 거란다. 침대와 소파, 탁자를 주문한 가구점에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배달할 거란다. 에어컨 이동 설치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에어컨 거실 배관이 잘못 되어 설치가 불가능하단다. 보수를 해야 하니 하자 접수를 하란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이사는 달랑 이삿짐만 옮겨가는 게 아니다.

 

11시 30분, 새 아파트 입주지원센터에 들러 잔금납부확인서를 발급 받고 관리사무소에 들러 현관 출입 카드키를 받은 후 다시 입주증 발급센터에 들러 입주증을 받아 사진을 찍은 다음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전송했다. 에어컨 배관과 다른 몇 가지 하자를 접수하고 나니 아이고, 배고프다. 아내와 아파트 앞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새 아파트로 돌아오자 이삿짐센터 차량들도 도착해 사다리를 따라 이삿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식탁, 세탁기, 장식장, 화장대 등은 제 자리를 찾아갔지만 나머지 비닐과 상자에 들어 있는 물건들은 거실과 방을 가득 채운 채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에어컨 기사 출장비 50,000원, 정수기 설치비 45,000원, TV와 인터넷 설치비 50,000원, 이삿짐 센터 잔금 1,000,000원, 내부 인테리어 잔금 3,020,000원, 가구점 잔금 3,700,000원. 움직이면 돈이라는데 이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간다. 이사는 이사 갈 집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이 있어야 한다.

 

이삿짐센터 차량들도 돌아가고 설치할 것도 다 설치하고 이제는 우리 부부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 걸려온 전화,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었다. 내용은, 내가 살던 동아아파트를 매수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현재 내 주소가 동아아파트로 되어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지금 새 아파트 주소로 전입신고를 해달란다. 그래, 어차피 해야 할 거잖아. 탑대성동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전입신고를 했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짐 정리에 들어갔다. 평소에 물건들이 제 자리에 있을 때에는 그리 많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이렇게 모두 끄집어내어 쌓아 놓으니 그 양이 엄청나다. 저 물건들이 다 어디에 있던 거야. 얼추 반 정도 정리했을까. 지겹기도 하고 힘도 들고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아내와 함께 구법원 사거리에 있는 용용생고기 식당에 들러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놓고 소주를 마셨다. 아, 오늘 참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어찌 되었건 일단 큰 문제없이 이사를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여보, 당신도 수고 많았어요. 헌집에서 새집으로 왔으니 조금 힘이 든들 그게 뭐 대수겠소.

 

2023년 1월 13일 금요일

 

오전에 상자에 든 물건들을 다 비워 대충 제 자리에 갖다 놓은 후 점심을 먹고 성안동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55,000 원어지 끊었다. 동아아파트에 버리고 온 침대, 소파 등에 붙이기 위해서다. 동아아파트에 들러 관리인에게 스티커를 전달하는 것으로 동아아파트와의 연은 끊어졌다. 이제부터는 힐데스하임 아파트와의 연을 이어가야 한다. 세탁기가 작동하지 않아 서비스센터 직원을 불렀더니 세탁기 고장이 아니라 콘센트 연결 스위치가 내려져 있었다. 무지의 소치로 18,000원만 날렸다.

 

2023년 1월 18일 수요일

 

이사 일주일 째 되는 날, 그 많던 물건들이 거의 다 제 자리를 찾아가자 이제야 제법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소유권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는 날. 새 아파트에서는 인천에 있는 법무법인 황해와 단체 협약을 맺었으며 그에 따라 40만 원가량 들어가는 수수료가 11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아파트를 나와 육거리시장을 거쳐 성안길로 들어갔다. 얼마 만에 와보는 성안길인가. 성안동우체국에 들러 서류를 등기로 보낸 다음 농협과 새마을금고에 들러 출금과 예금을 하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이제 이사와 관련된 일은 거의 끝이 났다. 아, 한 가지 매도한 동아아파트 양도소득세 내는 일이 남았구나. 이사는 아직도 미완성이네.


▲ 거실에서 내다본 아파트 단지

 

▲ 힐데스하임 아파트

 

▲ 청주 육거리시장

 

▲ 청주 육거리시장

 

▲ 청주 남문 장터 표지판

 

▲ 청주읍성 남문 청남문 표지판

 

▲ 청주 성안길

 

▲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안내문

 

▲ 충청북도청

 

▲ 용두사지 철당간 광장에 있는 솟대

 

▲ 청주읍성 남문터 표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