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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21.05.26. [충북山行記 305] 충북 영동 곤천산→황악산

by 사천거사 2021. 5. 30.

곤천산-황악산 산행기

 일시: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 흐림

 장소: 곤천산 1032m / 황악산 1111m / 충북 영동

 코스: 옥륵촌 → 곤천산 → 황악산 → 능선 삼거리  계곡길  마을도로  옥륵촌

 거리: 12.9km

◈ 시간: 6시간 13분 


 




08:20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곤천산을 찾아간다.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황악산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지는 능선 위에 솟아 있는 곤천산, 일단 이름부터 뭔가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낭만에 젖어 있기에는 아직 이르다. 높이가 1032m에 달하는 곤천산을 영동군 매곡면에 있는 해평리 옥륵촌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올라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꽤 많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청주 사천동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황간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나 산행 들머리가 있는 영동군 매곡면 강진리에 있는 옥륵촌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어촌천 위에 놓인 해평교를 건너 옥륵촌 마을에 있는 해평리 다목적 창고 앞 공터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잠깐, 옥륵촌 마을이 있는 지역 이름으로 강진리와 해평리가 공존하는데, 강진리는 법정명이고 해평리는 행정명이다.

 

마을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물레방아가 있는 외딴집이 나온다. 그 집을 지나고 계류 위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곳이 바로 산행 들머리다. 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체로 뚜렷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표지기도 잊을만하면 나타난다. 곤천산 정상까지 가는 데에는 고도를 900m 정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체력이다.


▲ 청주 사천동 출발 [08:23]

 

▲ 해평리 다목적 창고 앞 공터에 주차 [09:58]

 

▲ 해평리 다목적 창고 [09:58]

 

옥으로 만든 굴레란 뜻의 해평리 옥륵촌 마을 표지석 [09:58]

 

▲ 마을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09:59]

 

▲ 도로 끝 마지막 주택: 실제로 사람이 거주한다 [10:01]

 

▲ 다리를 건너면 산길이 열려 있다 [10:03]

 

▲ 길은 제법 뚜렷한 편이고 표지기도 종종 볼 수 있다 [10:05]

 

▲ 경사는 있지만 길의 상태는 좋다 [10:10]

 

▲ 사면을 가로질러 나 있는 길 [10:16]


10:20  길 오른쪽에 육군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군부대가 있다는 말인데... 길 오른쪽으로 두 겹으로 설치한 철책이 잠시 이어졌다. 철책과 헤어져서도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잠시 후 주능선에 올라서자 오르막 경사가 많이 완만해졌다. 이제부터는 큰 부담 없이 산길을 이어가면 된다. 대신 곤천산 정상까지 가야 할 거리가 멀다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 길 오른쪽에 박혀 있는 육군 표지석 [10:20]

 

▲ 걷기 좋은 능선길 [10:26]

 

▲ 가끔 나타나는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10:34]

 

▲ 걷기 좋은 능선길 [10:43]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0:47]

 

▲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10:55]

 

▲ 오늘 해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 [11:06]


때죽나무

 

대체로 어린이날을 지나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처럼 5월의 화창한 날, 때죽나무는 하얀 꽃을 피운다. 그것도 띄엄띄엄 감질나게 하나씩 피는 게 아니라 2~5송이씩 모여 소곤소곤 재잘대는 아이들을 보듯,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많이 핀다. 동전 크기만 한 다섯 개의 꽃잎을 살포시 펼치면서 가운데는 하나의 암술과 노란 수술 10여 개가 이를 둘러싼다. 수술은 꽃이 활짝 피면 연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흰 꽃의 심심함을 보완해주는 포인트다. 꽃들은 모두 한결같이 다소곳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피는 모습이 부끄럼을 타는 사춘기 소녀처럼 정겹다.


▲ 때죽나무가 꽃을 피웠네 [11:11]

 

▲ 가끔 나타나는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11:16]

 

▲ 오랜만에 나타난 바위지대 [11:21]


11:28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다 되었건만 곤천산은 꼭대기조차 보이지 않고 계속 오르막길만 이어지고 있다. 조망이 전혀 없는 능선길이라 어디 쯤인지 분간도 잘 안 된다. 다시 20분 정도 걸어가자 마침내 전망이 트이면서 삼거리봉에서 왼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중에 황악산을 갔다 오면서 저 삼거리봉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갈 예정이다.

 

10분 후, 해발 1032m의 곤천산 정상에 올랐다. 백두대간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탓인지 정상에는 낡은 표지판 하나만 달랑 매달려 있을 뿐이다. 삼거리봉에서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형제봉에서 뻗어내린 백두대간을 조망한 후 정상 아래 길 옆에 앉아 빵과 치즈, 사과즙으로 점심을 먹었다. 사방은 고요한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갑자기 오래전에 보았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잭 니콜슨의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 걷기 좋은 능선길 [11:28]

 

▲ 부드러운 풀이 깔려 있는 구간 [11:39]


민백미꽃

 

꽃 이름 앞에 ‘개’나 ‘민’ 자가 들어가는 것들은 본래의 종보다 다소 못하다는 뜻을 지닌다. 예를 들어 살구보다 개살구는 맛이 덜하다. 민백미꽃은 백미꽃에 비해 꽃이 약간 뒤처진다. 백미꽃은 짙은 자주색 빛깔이 아름다운데, 민백미꽃은 그냥 흰색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흰색이 더 예쁘지만 백미꽃처럼 빛깔이 없으니 민백미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보는 사람의 입장일 뿐 꽃 자체에는 비교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 민백미꽃을 만났다 [11:40]

 

▲ 전망이 트이면서 왼쪽으로 모습을 드러낸 산줄기 [11:47]

 

▲ 곤천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1:52]

 

▲ 해발 1032m 곤천산 정상 표지판 [11:58]

 

▲ 곤천산 정상 조망: 삼거리봉에서 황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11:59]

 

▲ 곤천산 정상 조망: 백두대간 능선 [11:59]

 

▲ 곤천산 정상 아래에서 점심: 빵과 치즈, 사과즙 [12:02]

 

▲ 점심 먹고 출발 [12:14]


12:17  길 왼쪽에 통나무를 일렬로 세워놓은 저건 뭐지? 보아 하니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시설은 아니고 간이 숙박시설인 것 같다. 뭐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던 곳인가? 삼거리봉이 점점 가까워지고 형제봉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도 손에 잡힐 듯하다. 해발 1095m 삼거리봉에 도착, 여기서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황악산을 다녀와야 한다. 황악산은 여러 번 가본 곳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모른 채 할 수는 없잖아. 옆 나무에 무인센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야생동물 모니터링 장비라는데 나도 찍혔겠네.


▲ 간이 숙박장소로 보이는 시설 [12:17]

 

▲ 삼거리봉에서 황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12:31]

 

▲ 형제봉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 [12:31]

 

▲ 임시 숙박시설을 또 만났다 [12:35]

 

▲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궁촌지와 영동군 상촌면 궁촌1리 마을 [12:39]

 

▲ 길이 조금 거칠어지기 시작 [12:44]

 

▲ 커다란 돌이 널려 있는 구간 [12:54]

 

▲ 형제봉에서 뻗어내린 백두대간이 보인다 [12:56]

 

▲ 야생동물 모니터링 무인센서 카메라 [12:58]

 

▲ 무인센서 카메라 안내문 [12:58]


13:02  부드러운 풀이 깔려 있는 길이 나타났다. 황악산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사인이다. 드디어 헬기장 뒤로 모습을 드러낸 황악산 정상부, 곤천산 정상에서 황악산 정상까지 오는 데에는 55분이 걸렸다. 해발 1111m의 황악산 정상에 올라가니 나이 지긋한 남자 산행객 한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산행에서 만난 유일한 사람이다. 황악산 정상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가기 때문에 정상부에는 백두대간과 관련된 안내판이 두 개나 세워져 있다. 사진 몇 장 찍고 곧바로 곤천산 쪽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 부드러운 풀이 깔려 있는 구간 [13:02]

 

▲ 헬기장 뒤로 보이는 황악산 정상부 [13:04]

 

▲ 헬기장 끝에 서 있는 이정표 [13:04]

 

▲ 해발 1111m 황악산 정상 표지석 [13:05]

 

▲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황악산 안내도 [13:05]

 

▲ 백두대간 해설판 [13:06]

 

▲ 백두대간 해설판에 비친 내 모습 [13:06]

 

▲ 황악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삼각점 [13:06]

 

▲ 황악산 정상을 떠나 다시 곤천산 쪽으로 진행 [13:09]

 

▲ 황악산에서 삼거리봉으로 되돌아가는 길 [13:23]


13:29  황악산에서 삼거리봉으로 돌아가는 길도 거리가 만만찮다. 잠시 후 해발 1095m의 삼거리봉 도착, 시간을 확인해 보니 여기서 황악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에는 딱 한 시간이 걸렸다. 삼거리봉에서의 하산 코스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가다 왼쪽 계곡으로 내려가서 계곡길을 따르는 코스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코스라서 흐릿한 길의 흔적만 남아 있다.

 

지난 해에 왔을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진행을 하다 왼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어디에 있는 거지? 뭐가? 작년에 이쪽으로 내려올 때 우연히 발견했던 곰취밭, 급경사면에 두세 끼 먹을 정도의 곰취가 자라고 있어 뜯은 적이 있기에 오늘도 행여나 하고 찾아보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또 우연히 그곳을 찾았다. 채취 시작,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세 끼 먹을 정도다. 채취 끝. 이제 계곡으로 내려가는 일이 문제인데, 크고 작은 돌이 제멋대로 깔려 있는 완전 너덜지대라서 한 발 한 발 옮기기가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다.


▲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중 [13:29]


큰앵초

 

앙증맞은 꽃이 피는 앵초보다 크다고 해서 큰앵초다.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도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으로, 앵초의 키는 약 20㎝인데 반해 큰앵초의 키는 약 30~50㎝이다. 잎도 큰앵초가 길이 4~18㎝, 폭은 6~18㎝로 각각 10㎝ 미만인 앵초보다 크다. 앵초는 잎에 잔털이 많이 나오며 원추형으로 생긴 반면 큰앵초는 단풍잎처럼 끝이 갈라지는 것도 다른 점이다.

 

큰앵초는 깊은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반그늘이며 습기가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 잎에는 짧은 털이 있고 잎자루는 길이 30㎝로 심장형이다. 잎자루 가장자리는 얕게 7~9개로 갈라지며 톱니가 있다. 꽃은 5~6월에 홍자색으로 피는데, 지름은 1.5~2.5㎝로 각 층에 5~6개의 꽃이 달린다. 앵초과에 속하며,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고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인다. 특히 앵초류는 꽃이 예뻐 원예품종으로 많이 개발되었는데, 봄철 도심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리뮬러’는 앵초의 개량종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한다.


▲ 산길에서 만난 큰앵초꽃 [13:35]

 

▲ 하산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봉(왼쪽 봉우리)이 보인다 [13:39]

 

▲ 해발 1095m 삼거리봉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능선길에 진입 [13:41]

 

▲ 길이 잘 보이지 않아 대충 진행한다 [13:53]

 

▲ 길이 없어져 그냥 계곡 쪽으로 진행 [14:00]

 

▲ 작년에 만났던 곰취밭 발견 [14:04]

 

▲ 곰취를 모두 채취하고 출발 [14:48]

 

▲ 크고 작은 돌이 깔려 있는 계곡 너덜지대 [14:52]

 

▲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14:57]


15:05  계곡 너덜을 걷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고행이다. 길은 당연히 없고 크고 작은 돌이 제멋대로 깔려 있어 발걸음을 옮기는 데에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 물길을 한번 왕복하자 제법 뚜렷한 길이 나타났고 그 길은 잠시 후 널찍한 임도로 이어졌다. 아이고, 임도를 만났으니 이제 고생 끝이구나 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걸어갈 길은 내가 마의 너덜 임도라고 이름을 붙인 구간이다. 기대를 잔뜩 안은 채 조금 걸어가자 곧 길 위에 모습을 드러낸 돌들, 이건 임도라기보다는 숫제 너덜길이다. 추측컨대, 이전에는 번듯한 임도였는데 비가 많이 왔을 때 이 임도가 물길이 되는 바람에 흙은 모두 쓸려 내려가고 돌만 남아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걷는데 조금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없는 길을 만들어 걷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너덜 임도를 다 걷는 데에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 크고 작은 돌이 깔려 있는 계곡 너덜 [15:05]

 

▲ 왼쪽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다 [15:10]

 

▲ 어허, 작은 폭포도 있네 [15:13]

 

▲ 힘든 계곡길을 마감하고 널찍한 임도에 진입 [15:19]

 

마의 너덜 임도 출현 [15:21]

 

▲ 잠깐 길이 좋아졌다가 [15:24]

 

▲ 다시 너덜 임도 출현 [15:28]

 

▲ 아주 잠깐 길이 좋아졌다가 [15:36]

 

▲ 다시 너덜 임도 출현 [15:38]

 

▲ 20분 넘게 이어진 너덜 임도가 끝났다 [15:41]


15:45  계곡에 생긴 물길을 건너 5분 정도 걸어가자 마을도로가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이 도로를 따라 차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길 양쪽으로 호두나무가 계속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지역은 특이하게도 호두나무 과수원이 있을 정도로 호두나무를 많이 기르고 있었다. 농촌에서 5월은 바쁜 일철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로 주변에 있는 농경지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주민들이 종종 보인다.

 

20분 정도 마을도로를 걸어 차를 세워둔 해평리 다목적 창고 앞에 도착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오늘 산행은 모두 끝이 났다. 작년 6월에 오늘과 똑같은 코스를 걸었기에 산행 시간을 비교해 보니 어머나, 산행 시간이 무려 50분이나 단축이 되었다. 곰취 채취하는 시간이 작년보다 10분 정도 줄었으니 실제로는 40분 정도가 단축된 것이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푸근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 청주로 돌아온 시각이 5시 45분, 이렇게 해서 곤천산과 황악산을 연계한 늦봄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계곡에 생긴 물길을 건너간다 [15:45]

 

▲ 산길을 마감하고 마을도로에 내려섰다 [15:50]

 

▲ 길 왼쪽 양봉 단지 [15:51]

 

▲ 해평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15:54]

 

▲ 호두나무 과수원 [16:00]

 

▲ 도로 왼쪽 해평마을회관 [16:07]

 

▲ 차를 세워둔 해평리 다목적 창고 앞 공터에 귀환 [16:10]

 

▲ 산행을 마치고 출발 [16:19]

 

▲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청주 사천동 귀환  [17:47]

 

▲ 오늘 채취한 곰취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