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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21.03.18. [충북山行記 293] 충북 괴산 보광산→수양산

by 사천거사 2021. 3. 19.

보광산-내황산-수양산 산행기

◈ 일시: 2021년 3월 18일 목요일 / 맑음  

◈ 장소: 보광산 539m / 내황산 495m / 수양산 535m / 충북 괴산

◈ 코스: 이곡리 포동경로당 → 보광산  내황산 수양산  이곡리 포동경로당

◈ 거리: 12.1km 

◈ 시간: 4시간 35분 


 



09:40  알피니즘의 역사를 살펴보면 산 정상을 오르는 방법으로 등정주의와 등로주의가 나온다. 등정주의는 정상에 오르는 루트나 방법은 따지지 않는 등반 방식을 말하고 등로주의는 단지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 등반이 아니라 보다 더 위험하고 어려운 벽이나 능선을 따라 오르는 등반 방식을 말한다. 등로주의는 알버트 머메리가 주창했기 때문에 머메리즘이라고도 불린다. 간단히 말하면 등정주의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등로주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괴산군 소수면에는 한남금북정맥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보광산이 있다. 해발 539m의 보광산은 모래재나 보광사 쪽에서 아주 간단하게 다녀오거나 아니면 백마산과 연계해서 조금 긴 산행을 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사리면 이곡리에서 보광산으로 올라간 다음 동쪽으로 뻗어 있는 능선을 따라 내황산과 수양산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를 그려보았다.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았으나 산행기를 찾을 수가 없다. 길은 제대로 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출발하고 보자. 애초에 산에는 길이 없었잖아.

 

청주 사천동 출발, 증평을 거쳐 34번 국도에 들어선 후 괴산 쪽으로 달려간다. 한남금북정맥이 지나가는 모래재를 넘은 후 수암교차로에서 34번 국도를 벗어나 산행 들머리가 있는 이곡리 포동경로당을 향해 달려갔다.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경로당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간단히 산행 준비를 한 다음 지형 확인에 나섰다. 제대로 된 길이 없을 테니 어디로 해서 능선으로 올라갈지를 정하기 위해서다.

 

경로당 뒤는 벌목지였다. 일반적으로 벌목지에는 가시나무들이 번창하기 때문에 진행하기가 보통 난감한 게 아니다. 경로당 왼쪽으로 조금 이동을 하자 벌목지 사이에 크고 작은 돌이 널려 있는 계곡이 있는 게 보였다. 옳지, 요거다. 진입. 계곡 끝부분에서 봉우리로 올라붙는 길에서는 가시나무들의 저항을 조금 받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20분 가까이 걸려 봉우리에 올라섰다. 길이 있나? 있다. 강천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 번듯하게 나 있었다. 그렇다면? 보광산 정상까지도 길이 나 있다는 말이잖아. 굿!


▲ 청주 사천동 출발 [09:48]


사리면 이곡리

 

사리면의 동부에 있는 농촌마을이다. 보광산 밑에 있는 큰 골짜기이므로 배실 또는 이곡(梨谷)이라 하였다. 자연마을로는 배실, 멍딩이, 점말 등이 있다. 배실(內梨谷)은 포동마을 최상단에 있는 마을로 배나무가 많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멍딩이(明德)는 점촌 북쪽에 있는 마을로 지형이 명덕처럼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 지금은 없어진 마을이다. 점말(店村)은 옛날에 옹기를 생산했던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특산물로는 괴산전통식품인 참기름, 들기름, 고추씨기름 등이 있다.


▲ 괴산군 사리면 이곡리 포동경로당 옆 공터에 주차 [10:28]

 

▲ 문이 잠긴 이곡리 포동경로당 [10:29]

 

▲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 [10:30]

 

▲ 벌목지 사이에 있는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10:32]

 

▲ 가시나무가 저항을 하는 구간 [10:37]

 

▲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본 포동경로당: 내 차도 보인다 [10:40]

 

▲ 봉우리에 거의 다 올라와서 만난 잣나무 한 그루 [10:46]

 

▲ 길이 나 있는 능선 따라 진행 [10:49]

 

▲ 요즘은 생강나무꽃이 대세다 [10:53]


10:55  세월의 흔적이 흠뻑 묻어나는 석물이 서 있는 묘지를 지나 조금 걸어가자 오른쪽으로 전망이 트이면서 오늘 마지막으로 들러야 할 수양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고압선 철탑 아래를 지나 17분 정도 걸어가자 이번에는 내황산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날이 좋아 아주 가깝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먼 거리에 있는 봉우리들이다. 성황당 흔적의 돌무더기가 있는 안부를 지나자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 석물이 서 있는 묘지 [10:55]

 

▲ 전망이 트이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양산 [11:02]

 

▲ 고압선 철탑 아래를 통과 [11:08]

 

▲ 예전에 사용했던 TV 안테나 [11:13]

 

▲ 혼자 하는 그림자놀이 [11:13]

 

▲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11:21]

 

▲ 전망이 트이면서 오른쪽으로 내황산이 보인다 [11:25]

 

▲ 성황당의 흔적인 돌무더기 [11:28]

 

▲ 경사가 조금 있는 오르막길 [11:33]

 

▲ 걷기 좋은 능선길 [11:39]


11:46  진달래꽃을 만났다. 성질 급한 놈 몇 송이만 꽃잎을 열었고 나머지는 아직 미개봉 상태다. 개봉 박두. 보광사에서 봉학사지 오층석탑으로 이어지는 널찍한 임도를 만나 오층석탑을 거친 후 해발 539m의 보광산 정상에 올랐다.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는 정상에서는 표지기 여러 개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보광산의 원래 이름은 봉학산이었는데 조선 중기부터 보광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 지금까지는 길이 확실하게 나 있어 잘 왔는데 과연 내황산과 수양산으로 가는 길은 어떨지 모르겠네. 


▲ 계속 이어지는 능선길 [11:46]

 

▲ 여기도 진달래꽃이 피었네 [11:50]

 

▲ 얽히고설킨 나무줄기 [11:56]

 

▲ 널찍한 임도를 만났다 [12:02]

 

▲ 봉학사지 오층석탑 옆 언덕에 있는 육각정자 [12:04]


봉학사

 

1340년(고려 충혜왕 1) 창건된 사찰로 현재는 폐사되었다. 본래 인근의 부처댕이라는 곳에 절을 지으려 했으나 봉학이 몇 차례 날아와 나뭇조각을 물고 보광산으로 날아가자 절을 짓던 사람들이 봉학이 날아간 곳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자세한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조선 헌종(재위:1834∼1849) 때 충청도 관찰사 김소(金素)의 자손들이 절을 헐고 그 자리에 김소의 묘를 만들면서 불상의 머리를 자르고 인근에 매장하였다. 이 불상은 뒤에 인근 보광사(普光寺) 대웅전에 모셔졌는데, 절 아래 하도마을에 살던 손(孫) 씨라는 사람이 꿈을 꾸고 불상을 찾았고, 1936년에 김봉삼(金奉三)이 이 불상을 보광사에 봉안하여 오늘에 이른다.


봉학사지 오층석탑

 

1976년 12월 21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고려시대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층석탑으로 괴산 보광사(普光寺) 뒤쪽의 봉학사지(鳳鶴寺址)에 위치한다. 일제강점기 때 해체되어 흩어진 것을 1967년 이곳 주민이 임시로 복원하였다가 1983년 괴산군에서 탑터를 정식으로 발굴하여 현재의 위치에 복원하였다. 당시 탑 속에서 발견된 소형 청동불상에서 ‘봉학산 봉학사’라는 글귀가 있는 시주문이 나와 봉학사지 오층석탑으로 불리게 되었다.


▲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9호인 봉학사지 오층석탑 [12:05]

 

▲ 오층석탑 왼쪽에 있는 문인석 [12:07]

 

▲ 해발 539m 보광산 정상 표지석 [12:09]

 

▲ 보광산 정상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들 [12:09]


12:11  한남금북정맥 길에 서 있는 이정표를 만났다. 여기서 내황산으로 가려면 일단 모래재 쪽으로 조금 진행하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에 들어서야 한다. 사람들의 많이 오가서 반들반들한 오른쪽 길은 모래재로 내려가는 한남금북정맥 길이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내황산으로 가는 길은 그런대로 뚜렷한 편이었다. 산행기만 없을 뿐이지 실제로 사람들이 그냥저냥 다니는 모양이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길 옆에 쓰러져 있는 나무에 걸터앉아 점심상을 차렸다. 보자, 오늘 점심 메뉴는? 빵과 사과즙. 산행을 하는데 이것 만큼 좋은 점심은 없다. 먹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모된 에너지도 금방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 참 좋다. 가끔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정말 부드럽다. 점심 먹고 출발, 보광산 정상을 떠난 지 45분 정도 걸려 내황산 정상에 도착했다. 


▲ 한남금북정맥 이정표: 모래재 쪽으로 진행 [12:11]

 

▲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 오른쪽은 모래재로 가는 길 [12:16]

 

▲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12:19]

 

▲ 걷기 좋은 능선길 [12:23]

 

▲ 리기다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2:29]

 

▲ 오늘 점심 메뉴는 빵과 사과즙 [12:34]

 

▲ 점심 먹고 출발 [12:41]

 

▲ 정면으로 보이는 내황산 정상 [12:46]

 

▲ 내황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2:51]


12:55  해발 495m의 내황산 정상에 도착해 보니 별 다른 표지는 없고 낡은 표지기 두 개만 달랑 매달려 있었다. 그래도 표지기 두 개가 어딘가. 오늘 걷는 산길에서는 표지기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웠다. 내황산에서 수양산으로 가려면 임도를 하나 건너가야 한다. 일단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임도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는데 낡은 철사줄이 능선을 따라 계속 설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웬 철사줄? 사유지인가?


▲ 해발 495m 내황산 정상 [12:55]

 

▲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 2개 [12:56]

 

▲ 벌목지 왼쪽 능선을 따라 진행 [13:00]

 

▲ 오른쪽으로 보이는 보광산 능선 [13:03]

 

▲ 진달래꽃 개화 개봉박두 [13:10]

 

▲ 길은 그런대로 잘 나 있는 편 [13:14]

 

▲ 오른쪽 아래로 이곡저수지가 보인다 [13:20]

 

▲ 낡은 철사줄이 나무줄기를 파고들었다 [13:25]

 

▲ 철사줄 오른쪽을 따라 진행 [13:28]

 

▲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들 [13:32]


13:33  어? 이게 뭐야? 성모 마리아상이 왜 여기 있지? 아이고, 예수님은 왜 이렇게 누워 계셔. 의아한 마음으로 임도를 건너고 철사줄을 넘어 수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서면서 또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 2단 표지판. 천주교의 주요 기도 중 하나인 묵주기도는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4가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신비는 5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묵주기도 표지판을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걸어가는 길이 묵주기도를 하며 걷는 길이란 말인가. 그랬다. 낡은 묵주기도 표지판은 계속 나타났다. 추측컨대, 예전에 묵주기도 길을 조성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방치가 된 상태인 것 같다. 천주교 신자인 나로서는 참 마음이 아프네. 정비를 하던가 아니면 철거를 하던가 어떤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 


▲ 임도에 내려서기 전에 만난 성모 마리아상 [13:33]

 

▲ 아이고, 예수님은 왜 여기 누워계시나 [13:34]

 

▲ 임도 건너 능선에 진입 [13:35]

 

▲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 2단 표지판 [13:39]

 

▲ 환희의 신비 4단 표지판 [13:42]

 

▲ 빛의 신비 1단 표지판 [13:45]

 

▲ 고통의 신비가 시작되는 곳에 서 있는 예수님상 [13:53]

 

▲ 고통의 신비 1단 표지판 [13:53]

 

▲ 영광의 신비 1단 표지판 [13:59]

 

▲ 묵주기도 길이 끝나는 지점 봉우리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상 [14:03]


14:16  나뭇가지 사이로 수양산이 보인다. 수양산 하니 고사리를 캐 먹다 굶어 죽은 백이숙제를 언급한 성삼문의 시조가 생각난다. 해발 535m의 수양산 정상에 올랐다. 그 흔한 표지기 하나 보이지 않는 정상에는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수양산 정상에서 이곡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완전 산책로 수준, 사람들이 많이 다녀 길이 반들반들하고 경사도 별로 없고 흙길이라 그냥 내달려도 괜찮을 정도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수양산 [14:16]

 

▲ 수양산 정상으로 가는 길: 돌이 널려 있는 구간 [14:18]

 

▲ 해발 535m 수양산 정상부 [14:26]

 

▲ 통나무를 잘라 만든 쉼터 [14:27]

 

▲ 수양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완전 산책로 [14:33]

 

▲ 길 왼쪽으로 보이는 고압선 철탑 [14:38]

 

▲ 걷기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14:40]

 

▲ 고도가 낮아지자 신록이 나타나기 시작 [14:44]


14:45  산길을 마감하고 임도에 내려섰다. 산행을 하면서 오르내리는 산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산길에서 내려와 임도를 걷는 기분도 그만이다. 20분 정도 임도와 마을길을 걸어 차를 세워둔 포동경로당 옆에 도착하여 차 문을 여니 뜨거운 열기가 확 뿜어져 나온다. 바깥 온도 20도. 내일 모래가 춘분이니 이제는 정녕 봄이 왔다고 보아야 한다. 차에 올라 오전에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려 청주에 도착한 시각이 3시 49분, 이렇게 해서 괴산군 사리면과 소수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에 솟아 있는 보광산, 내황산, 수양산 연계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산길을 마감하고 임도에 내려섰다 [14:45]

 

▲ 길 왼쪽 습지 [14:48]

 

▲ 나무에 신록이 물들기 시작 [14:48]

 

▲ 봄기운 퍼지고 있는 들판 [14:50]

 

▲ 임도 따라 계속 진행 [14:55]

 

▲ 포동경로당 옆에 세워둔 차가 보인다 [14:59]

 

▲ 차를 세워둔 이곡리 포동경로당 옆 공터에 귀환 [15:04]

 

▲ 산행을 마치고 출발 [15:07]

 

▲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청주 사천동 도착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