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산 산행기
◈ 일시: 2020년 9월 10일 목요일 / 흐린 후 맑음
◈ 장소: 오정산 804m / 경북 문경
◈ 코스: 진남휴게소 → 토끼비리 → 삼태극 전망대 → 오정산 → 오천리마을 → 도로 → 고모산성 →
진남휴게소
◈ 거리: 12.9km
◈ 시간: 5시간 37분
09:00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쯤 사라지려나, 산악회에서 계속 산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오늘도 혼자서 산행에 나서야 한다. 오늘 산행 장소는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문경의 칠봉산, 일곱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칠봉산이라 하는데 문제는 산행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 지도를 검색해 보니 2010년 5월 아내와 함께 다녀온 성주봉이 바로 옆에 있어 성주봉과 칠봉산을 연계하면 적당한 산행 거리가 나올 것 같다. 산행 장소가 정해졌으니 더 생각할 게 뭐 있어, 얼른 떠나야지.
청주 사천동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 남쪽을 향해 달려가다 화서나들목에서 청주상주고속도로를 벗어났다. 하늘을 보니 잔뜩 흐려 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지방도로를 따라 성주봉자연휴양림 쪽으로 달려가다 휴양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사가정 옆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사가정은 순천 김석엽 선생의 후손들이 2001년 9월 27일에 중건한 정자를 말한다.
간단히 산행 준비를 하고 성주봉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출입차량을 통제하는 직원이 나오더니 성주봉 등산로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예? 왜요? 송이 입찰구역이라 그렇단다. 뭔 소리여, 청주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산에 갈 수가 없다니. 그렇다면 성주봉에서 칠봉산 쪽으로 진행을 할 게 아니라 거꾸로 칠봉산에서 성주봉 쪽으로 진행을 하면 되지 않을까? 설마 칠봉산은 송이 입찰 구역이 아니겠지.
발걸음을 돌려 이정표가 서 있는 칠봉산 산행 들머리를 지나 산 아래까지 걸어갔는데... 설마는 현실이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임산물 채취 입찰구역 입산금지. 난감하네. 산으로 올라가기도 그렇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뭐하고 막상 산으로 올라갔다 잘못하면 반쪽짜리 산행이 될 가능성도 있고. 그래 일단 성주봉과 칠봉산 산행은 여기서 접자.
원래 계획했던 산행이 무산되었으니 차선책을 구해야 하는데, 근처에 어떤 마땅한 산이 있나? 스마트폰을 꺼냈다. 지도를 열고 근처에 있는 산들을 검색하다 보니 만만한 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옳지, 요거다. 레이다망에 걸린 것은 문경에 있는 오정산,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5년 10월에 평산회원들과 함께 다녀온 산이다. 새로운 산행지가 결정되었으니 또 떠나봐야지. 진남휴게소를 향하여 출발.
▲ 청주 사천동 출발: 지금 바깥온도는 영상 23도 [09:08]
▲ 사가정 옆 작은 주차장에 주차 [10:35]
▲ 2001년 9월 27일에 중건한 사가정 [10:35]
▲ 사가정 현판 [10:36]
▲ 사가정 중건기 [10:37]
▲ 성주봉자연휴양림 이정표 [10:43]
▲ 칠봉산 가는 길 이정표 [10:49]
▲ 풀밭길을 따라 진행 [10:50]
▲ 산행로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10:51]
▲ 진남휴게소를 향하여 사가정 주차장 출발 [11:01]
11:38 진남교반을 흘러가는 영강 옆 진남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2005년 10월 평산회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오정산 산행을 시작한 적이 있는데, 대순진리회에서 운영하는 휴게소가 새롭게 들어섬으로써 주변의 모습이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긴 지금의 모습을 15년 전의 모습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지도 모른다. 15년이란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긴 세월이다.
문경 오미자 테마터널 입구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고모산성 남문지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오정산으로 가는 길이다. 소나무가 줄 지어 서 있는 급경사 오르막길 끝자락에 이르면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은 성벽을 따라 고모산성 남문지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토끼비리로 가는 길이다. 관갑의 사다리길이라고도 불리는 토끼비리는 명승 제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진남교반
진남교반이란 주변 산야의 숲이 울창하고 푸른 강물이 흐르는 영강 위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 철교, 옛 다리, 새로 놓은 다리가 나란히 하고 있어 자연과 인공 요소가 잘 조화된 풍광을 가리킨다.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진 진남교반은 문경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1933년 1월 대구일보사 주최 경상북도 내 명승지 결정에서 1등으로 지정되어 경북 팔경 중 제1이라는 비석이 있는 곳이다. 고모산성 아래에 강변 따라 솟아오른 층암 절벽 허리 깨를 감아도는 옛 사다리길이 불정역 동변 기슭까지 희미하게 이어져 있는데 이 길이 관갑천 또는 토천이라 한다.
▲ 진남휴게소 주차장에 주차 [11:38]
▲ 대순진리회에서 운영하는 진남휴게소 [11:39]
▲ 영강 위에 놓인 다리를 예쁘게 꾸며놓았다 [11:42]
▲ 휴게소 앞을 흘러가는 영강 [11:43]
▲ 문경토끼비리 가는 길 이정표 [11:44]
▲ 오정산 등산 안내도 [11:44]
▲ 오정산 정상까지 거리는 4.5km [11:45]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오르막길 [11:48]
토끼비리
부산 동래에서 서울에 이르는 영남대로 중 가장 험하다는 토끼비리. 여기서 ‘비리’란 ‘벼루’의 사투리로 강이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를 의미한다. 길을 찾던 왕건에게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여 이 길을 ‘토천(兎遷)’이라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 토끼비리는 문경 가은에서 내려오는 영강과 문경새재에서 흘러오는 조령천이 합류하는 곳에서부터 S자형으로 산간 협곡을 파고 돌면서 동쪽 산지에 형성된 벼랑에 가까스로 깎아 만든 길이다. 토끼비리는 영강의 하천변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벼랑길을 잔도라 한다. 길이는 약 2km에 달한다.
문경시 마성면에 위치한 석현성의 진남문 아래에는 성벽이 축조되어 있다. 이 성벽을 따라가면 오정산과 영강으로 이어지는 산의 경사면에 다다르게 된다. 이 경사지는 거의 수직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에 겨우 한 사람 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 좁고 험한 토끼비리가 개설되어 있다. ‘관갑천잔도(串岬遷棧道, 관갑의 사다리길)’라고도 하는 이 길은 조선시대 주요 도로였던 영남대로의 한 구간을 이루고 있는 특별한 옛길이다.
▲ 토끼비리 입구에 서 있는 안내문 [11:50]
▲ 토끼비리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 토끼비리 쪽으로 진행 [11:50]
11:51 부산 동래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옛길 영남대로의 아주 작은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토끼비리에 들어섰다. 2005년 10월에 왔을 때만해도 그야말로 토끼나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었는데 지금은 안전하고 널찍한 데크길로 바뀌었다. 사실 왕건이 언제 적 사람인가. 지금이야 하늘 위나 바다 밑을 지나가는 길도 내는 세상이지만 왕건 시절에 이런 절벽에다 길을 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정산 산길은 토끼비리 고갯마루에서 왼쪽 능선으로 90도 가까이 꺾어진다. 여기서부터 삼태극 전망대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 토끼비리 데크 구간 [11:51]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토끼비리 [11:53]
▲ 관갑의 사다리길 안내문 [11:55]
▲ 토끼비리 고갯마루에 서 있는 이정표: 오정산 쪽으로 진행 [11:58]
▲ 오르막 나무 계단길 [12:02]
▲ 경사가 조금 있는 오르막길 [12:07]
▲ 성돌로 만든 돌계단 [12:10]
▲ 오정산 3.6km 전 이정표 [12:13]
▲ 전망대에서 바라본 3번 국도, 영강, 중부내륙고속도로 [12:17]
▲ 표지기가 매달려 있는 이름 없는 봉우리 [12:21]
12:27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진남휴게소의 해발이 채 100m가 안 되고 오정산의 높이가 804m이니 올라가는 길을 절대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태극정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는 삼태극 전망대 정자에 도착, 시간도 그렇고 해서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빵과 두유, 늘 산에 오면 먹는 점심 메뉴다. 정자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솔솔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다.
태극 도형 속에는 우주 만물의 생성 및 소장(消長)의 이치가 숨어 있고, 조화와 상생의 원리가 함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태극기에 사용되는 이태극은 우주 구성의 대표적인 요소를 하늘과 땅으로 나타낸 것이다. 삼태극은 하늘과 땅에 대표적인 요소로 인간을 하나 더 보탠 것이다. 하늘과 땅으로 이루어진 이태극에 인간을 포함시킨 것은 인간이 천지의 합체이자 소우주라는 인식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고 한다.
진남교반의 삼태극은 영강 물줄기와 오정산 산줄기, 그리고 옛 국도 3호선의 길줄기가 만들어낸 삼태극 문양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통 문양의 삼태극은 천, 지, 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진남교반의 삼태극은 물, 산, 길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바라보는 눈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삼태극 전망대를 떠나면서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 삼태극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12:27]
▲ 삼태극 전망대 정자인 태극정 [12:35]
▲ 오늘 점심 메뉴는 빵과 두유 [12:39]
▲ 태극정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신현리마을 [12:53]
▲ 삼태극 안내판 [12:53]
▲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태극 [12:54]
▲ 짧은 암릉 구간 [13:00]
▲ 경사가 조금 있는 오르막길 [13:07]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정산: 맨 왼쪽 봉우리 [13:11]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3:17]
13:23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이정표에 오정산 정상까지 1.2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평지 같으면 15분 정도 걸릴 거리이지만 오르막 산길이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당연한데, 나중에 시간을 계산해 보니 1.2km를 걷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건 아니잖아. 암릉 구간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정표에 적힌 거리가 조금 의심스럽다. 묵은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해발 800m의 오정산 상무봉 정상에 도착했다. 추측컨대 오정산 아래에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서 이곳에 상무봉이란 이름을 만들어 붙인 것 같다.
▲ 경사가 조금 있는 오르막길 [13:23]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3:32]
▲ 아직도 피어 있는 철 모르는 원추리 [13:35]
뚝갈
약초와 나물로 이용되는 뚝갈은 전체적인 모습이 마타리를 닮았지만 마타리는 노란색 꽃이 피고, 뚝갈은 흰색 꽃이 피는 점이 다르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는 뚝갈과 마타리의 교잡종이 발견되는데, 흰 꽃과 노란 꽃이 동시에 핀다. 이것을 뚝마타리라고 부른다. 뚝갈은 마타리과에 속하며 뚝깔, 뚜깔, 흰미역취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꽃말은 야성미, 생명력이다.
여름에는 풀들이 모두 억세져서 나물로 먹기 어렵지만 뚝갈은 여린 가지를 꺾어다 삶아 나물로 먹는다. 그다지 특별한 맛은 없지만 또한 싫증도 나지 않아, 옛날에는 한여름에 자주 먹었던 나물이다. 그래서 영서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를 뚝갈나물 할 때쯤에라고 말한다. 어린잎은 식용되고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 약용되는 뚝갈의 뿌리는 마타리 뿌리와 같이 된장 썩은 냄새가 나므로 한방에서는 패장(敗醬)이라고 부른다.
▲ 뚝갈이 꽃을 피웠네 [13:37]
▲ 오정산 1.2km 전 이정표 [13:38]
▲ 누가 쌓은 돌탑인가? [13:41]
▲ 오정산 상무봉 정상 500m 전 이정표: 오정산 정상까지는 500m [13:45]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3:51]
▲ 해발 800m 오정산 상무봉 표지판 [14:00]
▲ 상무봉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오정산 쪽으로 진행 [14:01]
14:01 억새가 꽃대를 올리고 노란 마타리가 피어 있는 상무봉 정상을 떠나 오정산 쪽으로 걸어간다. 그리 길지 않은 암릉 구간을 지나자 테뫼식 산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봉우리가 나타났고 이어서 다시 오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이 나타났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부드러운 능선으로 보이던 길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이렇게 달라진다. 해발 804m의 오정산 정상에는 예전이 없던 표지석과 이정표가 각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묵은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오정산 상무봉 정상부 [14:01]
▲ 짧은 암릉 구간 [14:05]
▲ 테뫼식 산성 성돌이 흩어져 있는 봉우리 [14:09]
▲ 암릉 뒤로 보이는 오정상 정상 [14:10]
▲ 조망처에서 바라본 신현리마을 [14:13]
▲ 가을은 구절초가 피는 계절 [14:17]
▲ 오정산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14:22]
▲ 오정산 정상에 서 있는 또 하나의 이정표 [14:22]
▲ 해발 804m 오정산 정상 표지석 [14:22]
▲ 오정산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 [14:23]
14:24 정상에 올랐으니 이제부터는 산을 내려갈 일만 남았다. 2005년 10월에 왔을 때는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오천리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그래? 오천리마을 쪽으로 한번 가봐? 문제는 길이 확실하게 나 있느냐는 것인데 지도에 표시되어 있을 정도니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거야. 그래, 가보자.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내려가지 뭐. 도전!
정상에서 오천리마을로 내려가는 길 들머리를 찾느라고 조금 우왕좌왕하다 마침내 흐릿한 산길의 흔적을 발견했다. 빙고! 그 길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졌고 이제 길만 따라 가면 무사히 산 아래로 내려갈 것 같았다. 웬걸, 40분 가까이 그런대로 잘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점점 희미해지던 길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도를 확인해 봐도 길은 없고, 에라 모르겠다 대충 내려가자. 드디어 개척의 시간이 찾아왔다. 경사가 무지하게 급한 내리막을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이렇게 길을 만들어가며 내려가는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절벽이나 가시덤불 지대를 만나는 일이다. 예전에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5분밖에 걸리지 않을 구간을 도로를 걷기 싫어 산으로 들어섰다가 빽빽한 잡목 속에 갇혀 헤매다가 50분 넘게 걸려 탈출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지금 내려가는 사면은, 조금 가파르기는 하지만, 큰 장애물이 없어 그런대로 내려갈만하다.
▲ 오정산 정상에서 오천리로 내려가는 길에 진입 [14:31]
▲ 길이 그런대로 뚜렷한 편이다 [14:38]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4:44]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4:50]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4:55]
▲ 있는 듯 없는 듯 길이 이어진다 [15:05]
▲ 여기까지는 잘 왔는데 [15:12]
▲ 길이 없어져 길을 만들어가며 내려가는 중 [15:19]
▲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15:28]
▲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15:38]
15:50 급경사 내리막길이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른다. 올라간 만큼 내려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길이 아닌 곳을 내려가자니 더 길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어쨌든, 힘이야 들건 말건 내 알바 아니라고 으스대던 내리막길의 길이는 점점 줄어들었고 마침내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을 건너 널찍한 평지에 내려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산 능선 위에 펼쳐진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피어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50분 동안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경사가 급한 사면을 힘들게 내려온 결과, 이제부터는 목적지까지 그야말로 걷기 좋은 꽃길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고진감래가 따로 없다. 임도 따라 외천리마을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신바람을 낸다. 힘들게 애쓰고 고생한 끝에 얻어낸 편안함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로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임도에 들어서서 10분 정도 걸어가자 마을 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15:50]
▲ 많이 내려온 것 같은데 끝이 보이지 않네 [15:56]
▲ 물이 흐르는 개울을 건너간다 [16:05]
▲ 개울 건너 널찍한 평지에 도착 [16:06]
▲ 산 능선 위에 피어 오른 하얀 구름이 보기에 참 좋다 [16:07]
▲ 임도에 들어서면서 만난 임도 안내도 [16:08]
▲ 임도 따라 진행 [16:09]
▲ 오천리마을 주택이 보이기 시작 [16:18]
▲ 오천리마을 주택 벽화 [16:25]
16:28 오천1리 저부실마을 안내도를 잠깐 살펴본 후 마을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도 경험한 바이지만 우리나라의 시골마을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시골마을에 젊은이들은 없고 노인들만 남아 있는 것도 그 나라나 우리나라나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니 시골 노인들이 모두 지구를 떠나면 과연 소는 누가 키우려나? 고모산성 성안으로 들어간 후 오른쪽으로 나 있는 남문 가는 길에 들어서서 잠시 걸어가자 돌로 쌓은 거대한 성벽이 눈 앞에 보란듯이 나타났다.
▲ 오천1리 저부실마을 안내도 [16:28]
▲ 오천1리 마을회관 [16:29]
▲ 마을회관 맞은편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16:30]
▲ 문경천주교회 신현공소 [16:34]
▲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를 통과 [16:43]
▲ 고모산성 가는 길 이정표 [16:47]
고모산성
영남대로 옛길은 고모산성과 토끼비리(토끼벼루의 사투리)가 중심축으로 진남교반 위의 절벽을 넘어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의 소원과 집념이 느껴지는 관광지다. 고모산성은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고모산에 있는 포곡식 산성으로 본성 1,256m, 익성 390m를 합해 총 1,646m에 달한다. 산성으로 서벽은 사방에서 침입하는 적을 모두 방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축조 연대는 156년 이후, 2세기 말경으로 추정된다. 서쪽과 남쪽은 윤강이 감싸고 있고 동쪽에는 오정산(810m)에서 뻗어 내린 험한 산등성이가 있다. 따라서 서쪽은 절벽을 그대로 이용하여 바깥쪽만 쌓는 편축식으로, 나머지 삼면은 지세에 따라 성벽 안팎을 쌓는 협축식으로 성벽을 쌓았다.
▲ 꿀떡고개와 성황당 표지판 [16:53]
▲ 고모산성 성벽 [16:56]
▲ 고모산성 남문 안내문 [16:58]
▲ 진남교반 일원 안내도 [16:58]
16:59 고모산성 남문 위에 올라서서 아까 걸었던 오정산 산줄기를 바라본다. 여기서는 그저 밋밋한 하나의 선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산길에 들어서면 그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 숲을 보느냐 아니면 나무를 보느냐의 차이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발걸음을 옮겨 고모산성 성벽 위로 올라가니 경북 팔경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진남교반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성벽을 따라 내려가는 길, 혹시나 넘어질세라 서로 손을 꼭 잡고 발걸음을 내딛는 젊은 커플의 모습에서 싱싱함이 물씬 묻어 나온다. 좋을 때다. 성벽길은 진남문을 지나 토끼비리 갈림길 지점까지 이어졌다. 아까 이 갈림길 지점에서 토끼비리로 올라갔으니 오정산과 고모산성을 거쳐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온 셈이다. 차를 세워둔 진남휴게소 주차장에 도착, 차에 올라 연풍과 괴산을 거쳐 청주로 돌아온 시각이 6시 50분, 이렇게 해서 15년 만에 다시 찾은 문경의 오정산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남문지 위에서 바라본 오정산 능선 [16:59]
▲ 고모산성 안내문 [17:00]
▲ 고모산성에서 바라본 진남교반 [17:04]
▲ 고모산성 성벽길 [17:04]
▲ 고모산성 성벽길 [17:07]
▲ 토끼비리 갈림길 지점에 도착 [17:10]
문경 오미자 테마 터널
문경 오미자 테마 터널은 마성면 진남교반 문경선 석현터널에 오미자를 테마로 조성된 문화 및 체험공간으로 길이는 540m이다. 경북8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에 자리한 이 테마터널은 지상에 삼국시대 산성인 고모산성과 석현성이 있고 영남대로의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길인 토끼비리가 있어 주변 경관이 수려한 입지여건을 갖고 있다. 섭씨 14~15도 온도를 유지하는 터널 입구 50m 근처에만 가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정도이다. 또한 문경 전통 도자기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등 외국 도자기와 경남과 회령도자기 등 다양한 도자문화를 한 곳에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 캐릭터와 매직아트, 포토 존도 마련되어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 문경 오미자 테마 터널 입구가 보인다 [17:12]
▲ 진남휴게소 앞에 도착 [17:15]
▲ 차를 세워둔 휴게소 주차장에 귀환 [17:16]
▲ 진남휴게소 출발: 지금 바깥 온도는 영상 26도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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