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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전남山行記

2020.07.02. [전남山行記 87] 전남 광양 매봉→백운산

by 사천거사 2020. 7. 3.

매봉-백운산 산행기

일시: 2020년 7월 2일 목요일 / 흐림

장소: 매봉 867m / 백운산 1222m / 전남 광양

코스: 내회마을 → 매봉 → 매봉 삼거리 → 백운산 매봉 삼거리 → 오로대  마을도로

           내회마을

거리: 10.6km

시간: 4시간 2분

회원: 청주 천봉산악회 안내 산행


 

 

 


07:30   오늘은 청주 천봉산악회에서 안내하는 매봉과 백운산 연계 산행에 참가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에는 백운산도 많고 매봉도 이에 못지않게 많은 편인데 오늘 찾아가는 곳은 전남 광양에 있는 것들이다. 매봉 아래에는 광양 매화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매화가 필 때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며 조영남이 노래로 부른 화개장터도 근처에 있다. 2009년 3월 진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해 백운산과 매봉을 거쳐 고사마을로 내려온 적이 있는데, 오늘은 내회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해 매봉과 백운산을 들른 후 다시 내회마을로 내려오는 코스가 잡혀 있었다.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한 버스가 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 남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청주에서 광양까지는 먼 거리다. 벌곡휴게소에 들른 버스가 구례화엄사 나들목에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벗어나더니 이번에는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변을 달려간다. 남도를 휘돌아가는 섬진강은 우리나라 백성의 슬픔과 애환, 기쁨과 행복이 함께 깃들어 있는 민족의 강이다. 말없이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니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생각난다. 농촌과 섬진강,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은 시인이다. 버스는 무심히 화개장터를 지나고 광양 매화마을을 지나 산행 들머리가 있는 내회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섬진강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끓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 [08:31]

 

▲ 벌곡휴게소에 있는 물레방아는 돌지 않는다 [08:34]

 

▲ 광양 매화마을 도로변에 서 있는 산행 안내도 [10:36]

 

▲ 산행 안내도 옆에 서 있는 이정표 [10:36]


11:02   광양시 진상면 어치리 내회마을에 있는 고로쇠산장 앞에 버스가 섰다. 산행 들머리는 산장 조금 아래 왼쪽으로 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였다. 곧이어 나타난 산길, 쫓비산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예상외로 길은 아주 뚜렷하게 잘 나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20분 남짓 걸어 호남정맥 길과 만났다. 정맥 길에 들어섰으니 이제부터는 탄탄대로다. 이정표를 만났다. 백운산 정상까지는 5km, 쫓비산까지는 7km라고 적혀 있다.


▲ 광양시 진상면 어치리 내회마을 고로쇠산장 앞 도로변에 버스 정차 [11:02]

 

▲ 산장 바로 아래 왼쪽 시맨트 포장도로가 산행 들머리 [11:04]

 

▲ 철망을 따라 나 있는 길 [11:07]

 

▲ 처음부터 오르막 경사가 심하다 [11:10]

 

▲ 예상외로 길은 잘 나 있는 편 [11:15]

 

▲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 [11:23]

 

▲ 쫓비산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길과 만났다 [11:26]

 

▲ 오늘 처음 만난 이정표: 백운산 정상까지 거리는 5km [11:30]

 

▲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길 [11:32]


11:39   이번에는 백운산 정상 4.3km 전 이정표를 만났다. 그런데 아까 처음 만났던 이정표와 거리가 다르다. 처음 만났던 이정표에는 쫓비산에서 백운산 정상까지 거리가 12km였는데 지금은 12.4km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그다음에 만난 이정표와 매봉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11.9km로 되어 있었다. 아니 어떻게 해서 같은 구간의 거리가 이정표마다 다르단 말인가. 누가 설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한 사람이다.

 

항동마을 갈림길 지점을 지나 조금 올라가자 매봉 정상이다. 해발 867m의 매봉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 있고 예전에 없던 아담한 표지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공터에 점심상을 차렸다. 단팥빵 한 개와 요구르트 하나, 언제나 단출한 점심 메뉴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출발, 매봉에서 백운산 정상까지 거리는 3.6km다.


▲ 백운산 정상 4.3km 전 이정표 [11:39]

 

▲ 걷기 좋은 능선길 [11:47]

 

▲ 항동마을 갈림길 이정표: [11:53]

 

▲ 매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1:57]

 

▲ 해발 867m 매봉 정상 표지석 [11:59]

 

▲ 매봉 정상에서 회원들과 함께 [11:59]

 

▲ 매봉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 [12:00]

 

▲ 매봉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백운산 정상 쪽으로 진행 [12:00]

 

▲ 매봉 정상 아래 공터에서 점심 식사 [12:02]

 

▲ 점심 먹고 출발 [12:12]

 

▲ 여기는 내리막 계단길 [12:15]


12:18   백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졌다. 오늘은 산행을 하기에 참 좋은 날이다. 흐린 날씨인 데다 기온도 그리 높지 않고 땀이 나기는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서 나온 땀이 들어갈 정도다. 게다가 어제 내린 비로 바닥이 적당히 젖어 있어 먼지가 하나도 나지 않고 오히려 푹신푹신하다는 느낌이다. 매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왼쪽은 내회마을로 가는 길인데 백운산을 다녀와서 내려갈 때 이용할 길이다. 매봉 삼거리를 지나 백운산 정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매봉에서 백운산 정상까지 거리는 3.6km [12:18]

 

▲ 땀은 나지만 바람이 선선하다 [12:26]

 

▲ 커다란 바위가 깔려 있는 길 [12:32]

 

▲ 걷기 좋은 능선길 [12:36]

 

▲ 열심히 걷고 있는 회원들 [12:43]

 

▲ 얘는 왜 기울어져 있지? [12:47]

 

▲ 억새로 덮여 있는 묵은 헬기장 [12:51]

 

▲ 매봉 삼거리에 서 있는 이정표 [12:55]

 

▲ 매봉 삼거리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12:58]


13:00   내리막길에 이어 백운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데크 계단을 오르고 경사가 조금 심한 막바지 오르막길을 거쳐 마침내 해발 1222m의 백운산 상봉 정상에 도착했다. 얼마 만에 온 것인가? 2009년 3월에 들른 적이 있으니 무려 11년이 넘었네. 온통 암봉으로 이루어진 백운산 정상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날씨 때문에 주변 경관이 대부분 흐릿하다.


▲ 잠깐 내리막길이 이어지더니 [13:00]

 

▲ 다시 오르막 계단길이다 [13:05]

 

▲ 묵은 헬기장이 또 나타났다 [13:13]

 

▲ 데크 계단도 올라가고 [13:19]

 

▲ 백운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3:25]

 

▲ 백운산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 [13:26]

 

▲ 암봉으로 이루어진 백운산 정상부 [13:27]

 

▲ 해발 1222m 백운산 상봉 정상 표지석 [13:29]

 

▲ 백운산 정상 조망: 신선대, 따리봉, 도솔봉 쪽 능선 [13:31]


13:35   잔뜩 흐린 날씨에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 주변의 장쾌한 산줄기를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정상을 떠났다. 백운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는 진틀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갈라진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백운산으로 올라오는데 나도 2006년 8월과 2009년 3월에는 진틀마을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올라왔었다. 23분 정도 걸려 매봉 삼거리로 돌아온 후 이번에는 내회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 내리막 경사가 심해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이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 백운산 정상부에 있는 암벽 틈에 피어 있는 양지꽃 [13:35]

 

▲ 백운산 정상 조망: 만경대, 억불봉 쪽 능선 [13:36]

 

▲ 진틀마을 갈림길 이정표: 내회마을 쪽으로 진행 [13:37]

 

▲ 지금 걷고 있는 길은 호남정맥이다 [13:47]

 

▲ 걷기 좋은 능선길 [13:57]

 

▲ 매봉 삼거리에 귀환: 내회마을 쪽으로 진행 [14:00]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내리막길 시작 [14:04]

 

▲ 계속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길 [14:10]

 

▲ 내려가는 길이 미끄럽다 [14:12]


14:13  사면을 가로지르는 길을 잠시 걸은 후에 물이 흐르고 있는 어치계곡에 내려섰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던가. 동곡계곡, 성불계곡, 금천계곡과 함께 백운산의 4대 계곡에 들어가는 어치계곡은 길이가 7km에 달하며, 차갑고 맑은 물이 흐르는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한낮에도 이슬이 맺힌다는 어치계곡 오로대에는 한창 새로운 산행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어치계곡

 

진상면 어치리에 위치한 백운산 어치계곡은 길이가 7km에 이르며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과 계곡 곳곳에 다리 쉼을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바위가 있다. 주말을 이용한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이용되며, 여름에는 물놀이와 이른 봄에는 고로쇠 약수를 마시러 계곡을 많이 찾고 있다. 어치계곡 최상류에 위치한 오로대는 용소바위 위에 바위가 밋밋하게 넓은 마당처럼 생긴 바위를 말하며 여름철 한낮에도 이슬이 맺힐 만큼 시원하며 바위에 오로대라고 새긴 글씨가 남아 있다. 구시소(구시폭포)는 모양새가 소나 돼지 먹이통을 길게 깎아 놓은 듯한 모형(구시=구유)이 바위 절벽 사이에 있어 일컫는 말로 혹심한 가뭄이 있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 내회마을 1.7km 전 이정표 [14:13]

 

▲ 사면을 가로질러 가는 길 [14:15]

 

▲ 돌이 깔려 있는 계곡길 [14:18]

 

▲ 산수국이 피는 철이 돌아왔네 [14:23]

 

▲ 계곡에 생긴 작은 폭포들 [14:27]

 

▲ 조릿대 사이로 나 있는 길 [14:31]

 

▲ 태국 앙코르와트의 스펑나무를 닮은 나무뿌리 [14:34]

 

▲ 길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수어천 물줄기 [14:39]

 

▲ 오로대 근처에서 진행 중인 산행로 공사 [14:41]

 

▲ 한낮에도 이슬이 내릴만큼 시원하다는 오로대 안내문 [14:42]


14:42   오로대를 지나자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가 나타났다. 길 오른쪽에 있는 어치계곡에는 수어천이 흘러가는데 어제와 그저께 내린 비의 양이 많았는지 크고 작은 폭포가 수도 없이 만들어져 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또 흘러가는 지형에 따라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절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폭포든, 계곡을 흘러가는 물줄기든, 호수에 담겨 있는 물이든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물이다. 사람들은 같은 자연의 다른 모습을 보며 희로애락을 느낀다. 자연은 늘 그대로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인간의 시각은 달라진다. 변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다.


▲ 오로대를 벗어나면 임도가 나타난다 [14:42]

 

▲ 어치계곡에 만들어진 폭포 [14:43]

 

▲ 어치계곡에 만들어진 폭포: 중국 구채구가 따로 없다 [14:45]

 

▲ 어치계곡 왼쪽 작은 계곡에도 폭포가 만들어졌다 [14:45]

 

▲ 산행로 정비에 사용될 야자매트 [14:46]

 

▲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안내판 [14:47]

 

▲ 까치수염이 피어 있는 임도 [14:47]

 

▲ 어치계곡 왼쪽을 따라 나 있는 임도 [14:51]

 

▲ 구시폭포, 선녀탕 가는 길 이정표 [14:53]


14:55   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치계곡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 주택들은 대부분이 펜션이나 산장, 아니면 민박집이다. 여름 한철 벌어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여름 경기는 어떨지 모르겠다. 산행 들머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 배낭을 내려놓고 도로 왼쪽 아래에 있는 어치계곡으로 내려갔다. 옷을 훌훌 벗고 맑은 수어천 계곡물에 몸을 담그니 아이고 시원한 거! 신선이 따로 없다.

 

개운한 기분으로 버스 옆에서 간단히 뒤풀이를 하고 3시 55분 버스 출발, 옥곡나들목에서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순천완주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청주에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 이렇게 해서 7월 첫 주에 가진, 호남정맥 위에 솟아 있는 매봉과 백운산 연계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마을도로 양쪽으로 주택들이 보이기 시작 [14:55]

 

▲ 백운산 산행 안내도와 이정표 [14:57]

 

▲ 고로쇠산장 앞에 도착: 정면으로 우리 버스가 보인다 [15:03]

 

▲ 도로변에 서 있는 우리 버스 [15:05]

 

▲ 어치계곡 수어천 물에 땀을 씻고 [15:12]

 

▲ 버스 옆 도로변에서 뒤풀이 [15:33]

 

▲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휴게소 [16:52]

 

▲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 [18:41]

 

▲ 청주 도착: 지금 바깥 온도는 영상 28도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