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봉-선봉 산행기
◈ 일시: 2020년 2월 15일 토요일 / 맑음 흐림 비
◈ 장소: 명덕봉 845.4 / 선봉 694.2m / 전북 진안
◈ 코스: 명도교 → 임도 → 능선 묵은 헬기장 → 명덕봉 → 선봉 → 선봉계곡 → 임도 →
55번 지방도 → 명도교
◈ 거리: 13.6km
◈ 시간: 5시간 28분
08:58 오늘은 전북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산줄기를 걸어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진안군 주천면에는 용담호로 흘러 들어가는 주자천이 만들어낸 멋진 계곡이 하나 있다. 운일암반일암으로 불리는 그 계곡 양쪽에는 명도봉과 명덕산이 마주 하고 있는데 오늘 답사할 산줄기는 명덕산이 솟아 있는 산줄기다. 명도봉은 2011년 8월 무지개다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정상을 거친 후 칠은교로 내려온 적이 있다. 차에 올라 키를 돌리니 계기판에 바깥 온도가 영상 4도라고 나와 있다. 오늘도 포근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금산나들목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벗어나 13번 국도와 55번 지방도를 따라 산행 들머리가 있는 운일암반일암 제1주차장을 향해 달려갔다. 주자천 위에 놓인 명도교를 건너 들어간 주차장이? 없어졌다. 그 넓었던 주차장은 한창 캠핑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지자체에서 수익이 없던 공간을 수익을 내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었다. 주차장은 없어졌어도 차를 세울 공간은 있어 주차를 한 다음 간단히 산행 준비를 했다.
명도교를 건넌 후 차도를 따라 왼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자 오른쪽에 명덕봉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산행 들머리인 모양이다. 별 다른 표시가 없어 포장 임도에 들어선 후 곧이어 나타난 갈림길에서 왼쪽 비포장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명덕봉 가는 길이 원래 이렇게 편안한 길이었나?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기는 한데 지도를 확인하면 방향은 명덕봉 쪽이다. 에라, 모르겠다. 가보자. 길이 없으면 만들어 올라가지 뭐. 임도를 따라가니 일단 힘이 덜 들어서 좋다. 임도 양쪽으로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플라스틱 통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고로쇠 수액 채취할 때가 되었나?
▲ 출발 시각의 바깥 온도는 영상 4도 [08:58]
운일암반일암계곡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계곡, 무이구곡이라고도 한다. 운장산(1,126m)을 기점으로 동북쪽의 명덕봉(846m)과 명도봉(863m)에서 뻗어내린 산줄기가 큰 협곡을 이루면서 생긴 계곡으로 주자천을 따라 펼쳐져 있으며, 주위는 기암괴석이 첩첩이 쌓여 있다. 주자천은 운장산 북쪽 골짜기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흐르다가 동쪽으로 굽어 주천면과 용담면을 거쳐 용담면 월계리에서 금강 상류에 합류한다.
고려 때 송나라 주자의 종손 주찬이 다녀갔다 하여 주자천 또는 주천이라고 부르며, 지금도 주천사에서는 주찬 선생을 추모하는 제사를 올린다. 예전에는 이곳 용담현에서 전주로 가는 길이 이 계곡뿐이었는데, 골짜기가 워낙 깊어서 반나절도 못 가 해가 떨어지거나 구름에 가린 해밖에 볼 수 없다 하여 골짜기의 이름을 운일암반일암이라고 했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와 푸른 물, 우거진 숲, 4월의 진달래, 5월의 철쭉,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절경을 이룬다.
▲ 캠핑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예전 주차장에 주차 [10:36]
▲ 운일암반일암 캠핑장 공사 안내판 [10:36]
▲ 주자천 위에 놓인 명도교 [10:39]
▲ 주자천에 비친 소나무 모습 [10:41]
▲ 도로 오른쪽에 서 있는 명덕봉 등산로 안내도 [10:44]
▲ 갈림길에서 왼쪽 비포장 임도에 진입 [10:46]
▲ 임도 따라 진행 [10:53]
▲ 계속 이어지는 임도 [10:58]
▲ 벌목지대가 나타났다 [11:05]
11:10 벌목 지대가 끝나는 지점, 양쪽 사면이 합쳐지는 계곡 근처에 이르자 길이 사라졌다.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 그리 당황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을 조금 무겁게 했다. 그러면 올라갈 길을 한번 만들어 볼까? 계곡 오른쪽이 조금 완만해 보여 일단 올라붙었다. 길을 개척하면서 진행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암벽이고, 두 번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시덤불이나 산죽 군락지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경사가 급한 사면길도 진행을 더디게 한다.
오늘 개척해서 능선까지 올라간 길은 어땠을까? 암벽이나 가시덤불은 없었고 산죽 군락지는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른쪽 사면을 따라 올라가다 계곡을 건넌 후 다시 왼쪽 사면을 따라 올라갔는데 경사가 조금 가파르다는 것을 빼고는 큰 문제없이 능선까지 진행을 할 수 있었다. 길이 끝난 지점에서 능선까지 길을 개척하며 올라가는 데에는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능선에 올라서자 예상했던 대로 번듯한 길이 보였다. 표지기도 하나 발견했다. 원래 걸어가기로 한 산행로는 아니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인 것만은 확실했다.
▲ 벌목지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길이 사라졌다 [11:10]
▲ 길이 그런대로 올라갈만 하다 [11:16]
▲ 산죽지대도 지나고 [11:23]
▲ 계곡을 따라 올라가기도 한다 [11:27]
▲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 [11:32]
▲ 능선은 아직 멀었나? [11:39]
▲ 마침내 그렇게 기다리던 능선이 코 앞이다 [11:43]
▲ 능선에 올라서자 뚜렷한 길이 나타났다 [11:47]
▲ 어라? 표지기도 보이고 [11:50]
▲ 표지기 따라 계속 진행 [11:55]
12:07 예전에 헬기장으로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이 보인다. 산행 들머리에서 처음부터 능선을 따라왔으면 저 길을 따라 이곳으로 왔을 텐데 길을 잘못 들어 능선 오른쪽 계곡을 따라 다른 능선으로 올라온 후 다시 이곳으로 왔으니...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지만 나중에라도 바로잡았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명덕봉 정상 아래에서 또 길을 잘못 들었다. 왼쪽으로 표지기 하나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두 개가 보이기에 오른쪽으로 진행을 했는데 그 길은 명덕봉을 우회해서 선봉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사면을 개척해서 명덕봉 정상으로 올라갔다.
해발 845.5m의 명덕봉 정상에는 이정표에 정상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두 개나 붙어 있었다. 어? 대삼각점도 박혀 있네? 시간도 그렇고, 또 길을 개척하느라고 힘도 들었고 해서 정상 옆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오늘 비 예보가 있는 날인데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 날씨다. 빵과 커피, 요구르트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선봉을 들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명덕봉 정상에서 삼거리 주차장 쪽으로 진행하면 운일암반일암 삼거지역으로 내려갈 수 있다. 선봉으로 가는 길은 아주 흐릿한 편이었지만 그런대로 진행할 만했다.
▲ 예전에 헬기장으로 사용되었던 곳 [12:07]
▲ 여기서 왼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그만 오른쪽으로 가고 말았다 [12:14]
▲ 길을 개척해서 명덕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 [12:18]
▲ 해발 845.5m의 명덕봉 정상 표지판 [12:23]
▲ 명덕봉 정상에 박혀 있는 대삼각점 [12:24]
▲ 점심 먹고 출발 [12:43]
▲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12:47]
▲ 멀리 선봉이 보인다 [12:50]
▲ 잡목을 잘라 산길을 정리해 놓았다 [12:51]
12:56 고압선 철탑 옆을 통과한 후 10분 가까이 걸어 조망이 트이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용덕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선봉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갈라지는 능선을 따라야 한다. 왼쪽 능선은 벌목을 한 후 소나무를 심어 놓은 구간인데 길이 무척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한 번 찧는 일이 일어났다. 벌목 작업을 하기 위해 개설한 임도를 지나 조금 걸어가자 다시 전망이 트이면서 무릉산과 명덕봉은 물론 선봉에서 더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 고압선 철탑 옆을 통과 [12:56]
▲ 능선 따라 계속 진행 [13:02]
▲ 삼거리봉에서 바라본 선봉 방향 [13:05]
▲ 삼거리봉에서 바라본 더기산 방향 [13:05]
▲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이 보인다 [13:09]
▲ 계속 벌목지대를 내려가는 중 [13:13]
▲ 벌목 작업을 하기 위해 개설한 임도 [13:16]
▲ 전망대 조망: 무릉산 방면 [13:20]
▲ 전망대 조망: 명덕봉 방면 [13:20]
▲ 전망대 조망: 더기산 방면 [13:21]
13:27 잠시 후 벌목 지대가 또 나타났다. 불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는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니 이전에 이 지역에 산불이 났었고 그래서 나무를 베어낸 모양이다. 산불 정말 조심해야 한다. 임도를 지나 사거리 안부에 내려선 후 선봉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오름길에 들어섰다. 길이 확실하지 않아 대충 사면을 치고 올라간다. 사거리 안부에서 힘을 쓰기 시작한 지 23분이 지난 후 마침내 능선에 올라섰다. 선답자들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선봉 정상이 나온다고 했는데 트랭글은 왼쪽에 있는 봉우리를 가리키고 있다. 잠시 갈등. 모르겠다, 왼쪽으로 가자. 운 좋게도 이번에는 내 직감이 들어맞았다.
▲ 산죽 지대를 내려가자 [13:27]
▲ 다시 벌목지대가 나타났다 [13:30]
▲ 산불이 난 흔적들 [13:34]
▲ 가끔 나타나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13:36]
▲ 임도 건너로 보이는 선봉 [13:39]
▲ 선봉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13:44]
▲ 사거리 안부에 내려섰다 [13:48]
▲ 길이 확실하지 않아 대충 사면을 따라 진행 [13:54]
▲ 표지기를 보니 이 길이 맞는 모양이다 [14:01]
▲ 선봉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14:07]
14:13 해발 694.2m의 선봉 정상에 도착해 보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정상 표지판과 표지기 여러 개가 매달려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선봉 정상은 조망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주천면 무릉리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앞으로 걸어갈 능선 뒤로 무릉산이 보이고, 건너편으로 명덕봉도 보인다. 선봉 정상 출발, 그리 까다롭지 않은 암릉 구간을 지난 후 삼거리봉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진행한다. 곧장 이어지는 능선은 무릉산으로 가는 길이다. 한참을 이어지던 지능선길에서 벗어나 오른쪽 사면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
▲ 해발 694.2m의 선봉 정상 표지판과 표지기들 [14:13]
▲ 선봉 정상 조망: 주천면 무릉리 방면 [14:13]
▲ 선봉 정상 조망: 앞으로 가야 할 능선 뒤로 보이는 무릉산 [14:14]
▲ 선봉 정상 조망: 건너편으로 보이는 명덕봉과 명도봉, 그리고 구봉산 [14:14]
▲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린 곳 [14:18]
▲ 꽤 길게 이어지는 암릉 구간 [14:25]
▲ 삼거리봉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진행 [14:27]
▲ 오랜만에 소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14:31]
▲ 능선에서 벗어나 왼쪽 사면길에 진입 [14:33]
▲ 잔돌이 깔려 있는 길 [14:38]
14:41 산죽 사이로 나 있는 길에 들어섰다. 산에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전라북도 지역에 있는 산에는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산죽이 많은 편이었다. 10분 후, 산길을 마감하고 대불리 삼거마을에서 용덕리 산제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6.44km의 임도에 내려섰다. 호사다마일까? 걷는 길은 편안해졌는데 대신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눈이 와야 하는 게 아닌가?
걸어가는 임도 양쪽으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통들이 계속 보인다. 이 지역에는 고로쇠나무가 많은 모양이다. 임도에 내려서서 25분 정도 걸어 운일암반일암 삼거광장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제법 많아졌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 대신 일회용 비닐 비옷을 입고 다시 출발했다.
▲ 산죽 구간에 진입: 길은 잘 나 있는 편이다 [14:41]
▲ 계속 이어지는 산죽 구간 [14:44]
▲ 길이 많이 편안해졌다 [14:50]
▲ 산길을 마감하고 임도에 내려섰다 [14:52]
▲ 선봉계곡을 흘러가는 물이 무척 맑다 [14:55]
▲ 나를 추월한 오토바이 [14:59]
▲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15:02]
▲ 용덕리 산재에서 대불리 삼거로 이어지는 임도 안내판 [15:10]
▲ 비포장 임도가 끝나고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15:15]
▲ 운일암반일암 삼거광장에 있는 주차장 [15:21]
15:23 운일암반일암 삼거광장 출발, 이제부터는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따라 나 있는 55번 지방도를 걸어가야 한다. 비는 조금씩 계속 내리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20분 후, 2011년 8월 명도산 산행을 할 때 들머리로 삼았던 무지개다리 앞에 도착했다. 그때는 달랑 명도봉만 다녀왔지만 다음에는 명도봉과 복두봉을 거치는 산행을 한번 해 볼 생각이다. 오전에 산행 들머리로 삼았던 지점에서 왜 길을 잘못 들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산행 안내도가 서 있는 곳에서 다시 왼쪽 길에 들어섰는데...
알았다. 삼거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왼쪽에 있는 계곡을 건너 능선으로 올라가는 게 제 길이었다. 표지기 하나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도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 저 길을 어떻게 찾아낸다 말인가. 표지판 하나라도 세워 놓으면 어디가 덧나나? 차를 세워둔 곳에 돌아와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출발, 오전에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려 청주에 도착한 시각이 5시 50분, 이렇게 해서 2월의 세 번째 토요일에 이루어진 진안의 명덕봉과 선봉 연계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삼거광장에 서 있는 운일암반일암 표지판 [15:23]
▲ 55번 지방도를 따라 진행 [15:32]
▲ 도로 오른쪽 팔각정자 도덕정 [15:38]
▲ 소나무가 서 있는 운일암반일암 계곡 [15:42]
▲ 길 오른쪽에 서 있는 명도봉 복두봉 등산로 안내도 [15:44]
▲ 명도봉 산행 들머리인 무지개다리: 2011년 8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해 명도봉을 다녀온 적이 있다 [15:45]
▲ 운일암반일암 28경 중 제5경인 견우탕 [15:53]
▲ 명덕봉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는 곳에 도착 [15:59]
▲ 여기서 계곡을 건너 능선으로 올라가야 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표지기 하나가 보인다 [16:00]
▲ 명도교 건너 차를 세워둔 곳에 귀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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