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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 길

2019.05.08. [산티아고 까미노 포르투갈 길 16] 아게다→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by 사천거사 2019. 5. 8.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16

◈ 일시: 2019년 5월 8일 수요일 / 흐림

◈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 포르투갈

◈ 코스: 아게다 → 모우리스카 도 보우가 → 페다카에스 → 라마스 도 보우가 → 

           세렘 데 시마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 거리: 15.8km / 걸은 거리 311.4km

◈ 시간: 3시간 21분


 

 

 

 


06:00   다섯 시에 잠이 깼다. 지난밤에는 중간에 한번 잠에서 깼는데 내 위층 침대를 사용하는 분이 코를 골뿐 모두 조용했다. 다섯 시면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 꾸릴 준비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다. 걸을 거리가 16km가 채 안 되고 또 알베르게에서 7시 30분에 아침을 주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켜니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아들 내외, 딸 내외가 보낸 축하 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먼 이국 땅에 와 있는 나를 이렇게 챙겨주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집이 잡혀 신경이 많이 쓰이던 발바닥은 이제 완전히 제자리를 잡아 걷는데 전혀 이상이 없는 완벽한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베드 버그에게 물린 곳의 가려움증,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것만 없어지면 모든 게 만사 오케이다. 7시 20분이 넘어 아침을 먹으러 알베르게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차려진 음식은 썩 괜찮은 편이었다. 케이크, 햄, 치즈, 오렌지주스, 황도, 커피를 아침으로 먹었는데 그 외에도 먹을 게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오랜만에 아침다운 아침을 먹었다. 5유로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알베르게 출발. 날은 잔뜩 흐려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차도를 따라 까미노를 찾아가는 길, 출근시간이라 오가는 차량들이 많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오는 유니폼을 입은 저 사람들은 뭐야? 나중에 알았지만 그들은 순례자였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이 아니고 5월 13일 성모발현일에 맞추어 파티마로 가는 순례자들이었다. 짐은 차량으로 운반하고 빈 몸으로 파티마까지 걸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 엄청 많다. 유니폼을 입은 순례자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 지난밤을 보낸 아게다 알베르게 [07:19]

 

▲ 음식이 차려져 있는 알베르게 식당 [07:23]

 

케이크, 햄, 치즈, 오렌지주스, 황도, 커피로 아침 식사 [07:28]

 

▲ 지난밤을 보낸 아게다의 알베르게 전경 [07:43]

 

▲ N1 도로를 따라 진행 [07:45]

 

▲ N1 도로를 따라 계속 간다 [07:54]

 

▲ 주유소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파티마 순례자들[08:06]

 

▲ 원형교차로에 도착 [08:14]

 

▲ 모우리스카 도 보우가 마을에 진입 [08:22]

 

▲ 건물 벽의 사방연속 타일 무늬 [08:27]


08:30   길 옆에 있는 약국의 온도계가 섭씨 16도를 나타내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더운 날이다. 지난밤 내 옆 침대에서 자던 건장한 청년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휴대폰을 들이대며 지금 가는 길이 맞다고 확인시켜 준다. 뭐지? 걸어야 할 까미노가 지도에 선으로 그려져 있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애플리케이션 이름은 까미노 툴(Camino Tool). 내려받는 방법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구글 스토어에 들어가서 내려받았다. 작동시켜 보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앱이 있었다니. 나에게는 일단 만족 백 퍼센트였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만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된다. 항상 오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은 보조용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마을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박물관과 성당을 지나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페다카에스 마을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오늘은 지금까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도로를 계속 걷고 있다. 라마스 도 보우가 마을에 들어서면서 N1 도로를 건넜다. 날은 계속 흐린 상태로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가득하다. 오늘도 더운 날인데  해가 없으니 걷기에는 그만이다.


▲ 약국에 있는 온도계가 영상 16도를 나타내고 있다 [08:30]

 

▲ 박물관 건물 [08:35]

 

▲ 길 왼쪽에 있는 천주교 성당 [08:37]

 

▲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진행 [08:47]

 

▲ 페다카에스 마을에 진입 [08:49]

 

▲ 급수대에 붙어 있는 까미노 표지 [09:02]

 

▲ 벽에 붙어 있는 까미노 표지 [09:06]

 

▲ 라마스 도 보우가(Lamas do Vouga) 마을에 진입 [09:08]

 

▲ 앞에 보이는 N1 도로를 건너가야 한다 [09:10]


09:11   까미노가 잠시 숲으로 들어가더니 곧 연못 옆으로 나 있는 길로 이어졌다. 이 연못에는 중세에 건설된 다리가 있어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라마스 도 보우가 마을 공동묘지에 있는 성당을 지나 N1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도로 건너편으로 파티마 순례자들이 계속 줄을 지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렇지만 저 사람들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보가 강 위에 놓인 긴 다리를 건넌 후 라메이로(Lameiro) 마을에서 N1 도로를 벗어나 마을도로에 진입했다.


▲ 까미노가 잠시 숲으로 들어갔다 [09:11]

 

▲ 중세 다리 공원(Parque da Ponte Medieval do Marvel) [09:14]

 

▲ 연못 건너 중세 다리가 보인다 [09:16]

 

▲ 연못에 비친 반영이 보기에 좋다 [09:17]

 

▲ 라마스 도 보우가 성당(Igreja Lamas do Vouga) [09:21]

 

▲ N1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9:24]

 

▲ 다리 위에서 바라본 보가 강 [09:29]

 

▲ 맞은편으로 파티마 순례자들이 계속 걸어오고 있다 [09:30]

 

▲ 라메이로 마을에서 N1 도로를 벗어나 왼쪽 마을도로에 진입 [09:35]

 

▲ 길 왼쪽 언덕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 [09:42]


09:45   세렘 데 시마 마을에 진입했다.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끼어 있어 걷기에 아주 좋다. 세렘 마을을 벗어나 오늘의 목적지인 알베르가리아 아 벨야 마을이 가까워질 즈음 까미노가 숲으로 들어갔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양쪽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그런 길이었다. 포장이 안 되어 있는 숲길을 걷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여기에 길 양쪽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 피어 있고 가끔 산새가 아름답게 목소리로 지저귀면 금상첨화다.


▲ 세렘 데 시마 마을에 진입 [09:45]

 

▲ 세렘 마을에서 만난 십자가 [09:50]

 

▲ 세렘 마을에 있는 주택 [09:57]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마을 산티아고 까미노 안내도 [10:01]

 

▲ 유칼립투스 사이로 나 있는 길 [10:05]

 

▲ 나무를 실은 차량 한 대가 지나간다 [10:12]

 

▲ 길 오른쪽으로 무슨 공장 같은 것이 보인다 [10:18]

 

▲ 길 옆에 적혀 있는 테레사 수녀의 말씀 [10:24]

 

▲ 유칼립투스 군락지에 불이 난 흔적 [10:29]

 

▲ 길 옆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 [10:32]


10:34   A25 도로를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 알베르게리아 아 벨라 들어섰다. 그론세(Gronze) 웹 사이트에 나와 있는 지도를 참고해서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이런 다른 곳이었다. 그래서 구글 맵을 켜고 다시 알베르게 이름을 입력했더니 바르게 가르쳐준다. 그래서 웹 사이트 정보는 참고용으로 사용해야지 백 퍼센트 믿으면 낭패를 보는 수도 있다. 알베르게 문은 잠겨 있었고 문에 오후 2시에 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미 알고 간 것이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건물 아래 마당이 있어 내려가 보았더니 건물 창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뭐라고 하신다. 2시에 문을 연다는 말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할머니.


▲ 숲길에서 벗어나 포장도로에 진입 [10:34]

 

▲ 육교를 이용해 A25 도로를 건너간다 [10:34]

 

▲ 아 벨라 마을 도로 [10:39]

 

▲ 아 벨라에 있는 천주교 성당(Capela de São José) [10:44]

 

▲ 마로니에에 꽃이 활짝 피었다 [10:47]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의 공립 시장 [10:52]

 

▲ 분수와 조형물이 있는 원형교차로 [10:52]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 [11:03]

 

▲ 알베르게 문을 여는 시간이 14:00 [11:04]


11:09   시간도 때울 겸 마을 중앙 원형교차로 옆에 있는 공립 시장에 갔다. 식물과 과일을 주로 파는 곳인데 중앙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맥주 한 병을 사서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떠난 사람들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는 안 잘 모양이다. 맥주를 하나 더 사서 비스킷을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아침을 잘 먹었으니 점심은 이렇게 해결하고 저녁을 잘 먹으면 된다.

 

날이 차다. 패딩을 꺼내 입었는 데도 바람은 차다. 1시 30분쯤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티아고 순례자 대신 유니폼을 입은 파티마 순레자들이 여러 명 기다리고 있었다. 나야 그렇지만 파티마 순례자들은 빈 몸으로 가는데 벌써 오늘 걸을 일정을 마쳤단 말인가. 2시가 조금 넘어 알베르게 직원이 왔다.  파티마 순례자들이 먼저 접수를 하고 우르르 방으로 올라간다. 저들과 함께 자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직원이 나를 다른 도미토리로 안내해 준다. 직원 센스 있네.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마을 공립 시장 [11:09]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마을 공립 시장 [11:10]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마을 공립 시장 쉼터 [11:15]

 

▲ 알베르가리아 아 벨라 마을 공립 시장 쉼터 [11:15]

 

▲ 비스킷과 맥주로 점심 식사 [12:31]

 

▲ 알베르게 문을 열리기를 기다리는 파티마 순례자들 [14:06]

 

▲ 알베르게리아 아 벨라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 표지판[14:09]

 

▲ 접수를 하고 있는 파티마 순례자 [14:16]


14:32   배정받은 도미토리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샤워를 하러 갔더니 파티마 순례자들로 인해 빈자리가 없었다. 잠시 후 샤워를 하고 다시 도미토리로 돌아왔는데 침대를 차지한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어쩌면 오늘 넓은 방에서 혼자 잘 지도 모르겠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괜찮은 식당이 여럿 있었다. 한 군데 찾아갔다가 식당은 문을 닫았다고 해서 퇴짜를 맞고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주문을 했다. 단품을 시켰는데 돼지고기, 채소, 쌀밥, 감자튀김, 아주 풍성하다. 여기에 비노를 곁들였다. 내일 많이 걸어야 하니 오늘 잘 먹어야 한다.

 

그렇게 포식을 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누우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늘은 여러 모로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푸짐하게 아침을 먹고 시원한 날씨 속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걸은 것 하며, 까미노 툴이라는 멋진 애플리케이션도 알게 된 것 하며, 알베르게 도미토리를 혼자 차지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은 것 하며,  손녀에게서 영상 통화로 어버이날 축하 인사를 받은 것 하며, 여기서 더 바랄게 뭐가 있겠는가? 행복 충만이다.

 

아, 한 가지 더. 헤어진 다렐에게서 메일이 왔다. 나는 벌써 잊었는데 이분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일단 답장은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자상한 분이다. 8시 30분, 다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시 후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순례자 한 명이 들어왔다. 지금이 몇 시인데, 어디로 가는 사람이지? 배낭을 보니 산티아고로 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파티마로 가는 순례자인가? 그래, 누구면 어떤가, 어치피 이 세상은 사람이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 아닌가.


▲ 배정 받은 도미토리 실내 모습 [14:32]

 

▲ 하룻밤을 보낼 내 침대 [14:33]

 

▲ 베드 버그에 물린 자국 [15:48]

 

▲ 저녁을 먹을 식당에 도착 [17:53]

 

▲ 식당 내부 모습 [17:53]

 

▲ 저녁 식사 메뉴: 돼지고기, 채소, 쌀밥, 감자튀김, 그리고 비노 [18:10]

 

▲ 저녁을 먹은 식당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