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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 길

2019.05.05. [산티아고 까미노 포르투갈 길 13] 세르나체→코임브라

by 사천거사 2019. 5. 5.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13

◈ 일시: 2019년 5월 5일 일요일 / 맑음, 무더위

◈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 포르투갈

◈ 코스: 세르나체 → 포우시다 팔레이라 구르즈 데 모로우코스 메수라

           코임브라

◈ 거리: 11.3km / 걸은 거리 247.3km

◈ 시간: 4시간 10분


 

 

 

 


06:00   밖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순례자들이 떠날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배낭을 꾸리고 출발 준비,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쌀쌀해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어제 아침과 점심을 먹었던 호르텐세 카페 앞을 지나 원형교차로까지 간 후 오른쪽 있는 N1 도로 아래를 지나 포우사다(Pousada) 마을로 들어갔다. 길 왼쪽에 있는 작은 성당에 눈길을 한번 주고 마을을 벗어나 비포장 산길에 들어섰다.


▲ 세르나체 공립 알베르게 출발 [06:06]

 

▲ 어제 점심과 저녁을 먹었던 호르텐세 카페 [06:09]

 

▲ 길 옆 벽에 비친 내 모습 [06:13]

 

▲ 4거리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진행 [06:17]

 

▲ 포우사다(Pousada) 마을에 진입 [06:23]

 

▲ 4거리 교차로에서 직진 [06:33]

 

▲ 포우사다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 [06:36]

 

▲ 동녘하늘이 밝아오고 있다 [06:41]

 

▲ 포사다 마을을 벗어나 비포장 산길에 진입 [06:44]

 

▲ 코임브라 지자체에서 만든 까미노 표지석 [06:54]


06:59   언제 비가 내렸는지 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 오늘 아침에는 바람이 분다. 나무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야생화의 향기가 담뿍 담겨 있다. 귓가를 스쳐가는 솨솨 하는 바람소리도 정겹기가 그지없다. 35분 넘게 비포장 산길을 걸어가자 팔레이라 마을의 주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크기에 어울리는 아담한 성당 앞을 지나 다시 비포장 도로에 들어섰다. 오늘 지금까지는 작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까미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언제 비가 내렸나? [06:59]

 

▲ 인동초가 피었네 [07:05]

 

▲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07:06]

 

▲ 길 옆 풀숲에드리워진 내 그림자 [07:12]

 

▲ 팔레이라(Palheira) 마을에 진입 [07:18]

 

▲ 차도를 만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진행 [07:24]

 

▲ 이름을 모르는 예쁜 꽃 [07:28]

 

▲ 팔레이라에 있는 작은 성당(Capela da Palheira) [07:31]

 

▲ 팔레이라 마을을 벗어나 비포장 도로에 진입 [07:37]

 

▲ 비포장 도로를 따라 계속 간다 [07:42]


07:45   안타놀 마을에 들어섰다. 잠시 후 N1 도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 안타놀 마을을 벗어난 후 이번에는 크루즈 데 모로우코스 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에도 어김없이 작은 성당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국민 전체에서 천주교 신자가 95%를 차지하고 있다니 포르투갈을 천주교의 국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N1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도를 걸어 N1 도로를 건넌 후 계속 차도를 따라 걸어간다. 멀리 아치 모양을 한 구조물이 보인다. 뭐지? 그것은 바로 수도교였다.


▲ 안타놀 마을에 진입 [07:45]

 

▲ 안타놀 마을 거리 [07:51]

 

▲ N1 도로 위를 지나가는 육교 [07:54]

 

▲ 안타놀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07:58]

 

▲ 쿠르즈 데 모로우코스에 있는 성당(Capela de Nossa Senhora Da Graça) [08:05]

 

▲ 반사경에 비친 내 모습 [08:10]

 

▲ 크루즈 데 모로우코스 마을에 있는 까미노 표지석 [08:13]

 

▲ N1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도를 따라 진행 [08:17]

 

▲ 길 왼쪽으로 보이는 멋있는 풍경 [08:18]

 

▲ N1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도에서 바라본 N1 도로 [08:19]


08:23   끊어진 수도교 사이로 N1고속도로가 지나가고 그 옆 수도교 아치 아래로는 일반 도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수도교가 역사적 유물인데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중간을 잘라낸 것 같다. 산타 클라라(Santa Clara)라는 지명이 적혀 있는 원형교차로를 지나 코임브라를 향하여 계속 걸어가자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성당과 알베르게, 그리고 산타 클라라 수도원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이미 호스텔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알베르게를 지나 몬데구 강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수도교 아치 아래를 지나가는 도로 [08:23]

 

▲ 수도교 사이를 지나가는 N1 도로 [08:23]

 

▲ 보르달로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08:28]

 

▲ 산타 클라라(Santa Clara) 마을에 있는 원형교차로 [08:33]

 

▲ 메수라(Mesura) 마을에 진입 [08:36]

 

▲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08:38]

 

▲ 원형교차로 앞을 통과 [08:48]

 

▲ 언덕에 있는 성당(Igreja de Nossa Senhora da Esperança - Coimbra) [08:54]

 

▲ 성당 앞에서 바라본 코임브라 시내 전경 [08:55]

 

▲ 산타 클라라 아 노바 수도원(Monastery of Santa Clara-a-Nova) [08:55]


08:57   수도원에서 내려가는 길, 돌벽에 박혀 있는 까미노 표지가 특이하다. 몬데구 강 건너로 코임브라의 건물들이 보인다. 강을 건너기 전에 카페에 들러 빵과 맥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아침부터 무슨 맥주냐고? 음료수 대신 마시는 것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몬데구 강 위에 놓인 산타 클라라 다리를 건너간다. 잔물결이 일고 있는 몬데구 강은 규모가 꽤 큰 강이었다. 다리를 건너자 작은 정원에 서 있는 동상 하나가 반겨준다.


코임브라

 

코임브라(포르투갈어: Coimbra)는 포르투갈 중부에 있는 도시이다. 몬데구 강 하구에서 약간 들어간 내륙지방에 위치한다.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195km, 포르투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져 있다. 역사적인 도시로, 13세기에 리스본으로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 수도였다. 9세기에 무어인에게 정복되었으며, 이후 저항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무어인들을 몰아내고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1260년 수도는 리스본으로 이전하였으나, 1290년 창립된 대학은 리스본과 코임브라를 오가다 16세기 이후 완전히 코임브라에 정착하여 코임브라 대학교가 되었으며, 코임브라는 포르투갈의 학술·문화의 중심지로 번영하였다. 코임브라 대학교는 현재에도 존속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 된 대학교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코임브라 대학교와 중세 시대에 건립된 수도원·성당 등이 유명한 볼거리이다.


▲ 돌벽에 박혀 있는 특이한 모양의 까미노 표지 [08:57]

 

▲ 몬데구 강 건너 코임브라 시내가 보인다 [08:58]

 

▲ 성 프란시스코 문화센터(Convento São Francisco) [09:02]

 

▲ 길 오른쪽 테마 파크 입구 [09:04]

 

▲ 아침을 먹은 카페 [09:08]

 

▲ 아침 식사 메뉴는 빵과 맥주 [09:11]

 

▲ 카페 내부 모습 [09:13]

 

▲ 몬데구 강 위에 놓인 산타 클라라(Santa Clara) 다리 [09:30]

 

▲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몬데구 강 [09:30]

 

▲ 다리 건너 정원(Largo da Portagem )에 있는 기념비(Monument to Joaquim António de Aguiar0 [09:35]


09:40   오늘 걷는 거리가 짧아 목적지인 코임브라에 도착했는데 시간은 10시도 안 되었다. 일단 예약을 한 호스텔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코임브라는 역사적인 도시다. 1260년 수도를 리스본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였다. 호스텔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성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역사적 유물을 볼 수 있었다. 검은색 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지? 그 이유는 나중에 엄청난 일을 목격한 후 밝혀졌다.


▲ 까미노 표지와 헤어져 구글 맵을 켜고 호스텔을 찾아간다 [09:40]

 

▲ 성 바르톨로메 성당(Igreja de S. Bartolomeu) [09:42]

 

▲ 성 티아고 성당(Igreja de São Tiago) [09:44]

 

▲ 시청으로 이어지는 널찍한 길 [09:46]

 

▲ 산타 크루즈 성당(Igreja de Santa Cruz)과 코임브라 시청 건물 [09:48]

 

▲ 역사적 명소인 망가 클로이스터(Manga Cloister) [09:52]

 

▲ 코임브라 주택 모습 [09:57]

 

▲ 정원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monumento Luis de Camóes) [09:57]

 

▲ 정원 중앙에 서 있는 조형물 [10:02]

 

▲ 검은색 교복을 입은 여자 대학생들 [10:08]


10:16   호스텔에 도착했다. 표지판이 코딱지 만해서 주변을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다 간신히 찾았다. 이곳에 있는 상점이나 숙박업소들은 왜 간판 크기가 작은지 모르겠다. 호스텔 직원을 만나 오늘 하루 예약을 했다고 하니 너무 일찍 왔단다. 예약 조건에 오후 6시에 체크 인을 한다고 해서 정말로 그럴까 했는데 정말 그랬다. 6시에 오란다. 내일 아침은? 8시 30분이란다. 6시에는 떠나야 하니 아침 먹기는 글렀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배낭을 맡긴 후 호스텔 밖으로 나왔다. 코임브라가 명색이 이름난 관광지인데 설마 시간 보낼 때가 없을라고.

 

먼저 코임브라 대학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1290년에 설립된 코임브라 대학교는 현존하는 대학교 중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 중 하나이며 2013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인어의 정원(Jardim da Sereia)을 거쳐 정원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길을 따라 줄을 지어 있는 가판점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은? 그것은 졸업과 관련된 물건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랬다. 오늘이 바로 코임브라 대학교의 졸업식 날이었다. 그래서 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구나. 그런데 도로를 달리고 있는 저 꽃차들은 뭐지? 


▲ 벽에 붙어 있는 작은 호스텔 간판 [10:16]

 

▲ 오늘밤을 묵을 호스텔 건물 [10:31]

 

▲ 포르투갈도 세계 축구 강국이다 [10:42]

 

▲ 인어의 정원(Jardim da Sereia) [10:52]

 

▲ 인어의 정원에 널려 있는 술병들 [10:52]

 

▲ 공원에 줄을 지어 자리를 잡고 있는 기념품 판애점들 [10:57]

 

▲ 거리를 달리고 있는 꽃차 [11:02]

 

▲ 거리를 달리고 있는 꽃차 [11:02]

 

▲ 거리를 달리고 있는 꽃차 [11:04]


11:07   코임브라 대학교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조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학교로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본 코임브라의 주택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멋진 곳이 없을까? 예전에 있던 모든 것을 싹 밀어버리고 아파트만 지어대니 어디서 옛 것을 찾아본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대도시에서는 5천 년의 유구한 역사가 담겨 있는 모습이 아니라 생긴 지 채 100년도 안 된 신흥 국가의 모습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옛 것을 홀대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코임브라 대학교에 도착했다. 학교 교정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식 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남학생들은 셔츠에 넥타이, 조끼, 재킷, 바지, 망토를 입었는데 하얀색 셔츠를 빼고는 모두 검은색이다. 여학생들은 셔츠에 넥타이, 재킷, 치마, 스타킹, 망토를 입었는데 역시 하얀색 셔츠를 빼고는 모두 검은색이었다. 날이 더운 탓에 망토를 걸친 학생들은 아주 가끔 보였다. 코임브라 대학교의 교복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복이 되었다.

 

모두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졸업생들은 마련된 무대로 올라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각자 가느다란 끈을 불에 태웠다. 가족들은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 연신 휴대전화의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와 같은 행사는 단과대학 별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대학교 건물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장식을 한 꽃차들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저 꽃차는 도대체 무엇에 쓰려는 거지? 꽃차마다 새겨져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또 뭐야? 물론 나중에 꽃차의 용도와 숫자의 비밀은 완전히 풀렸다.


▲ 코임브라의 아름다운 주택들 [11:07]

 

▲ 코임브라의 아름다운 주택들 [11:09]


코임브라 대학교

 

코임브라 대학교(포르투갈어: Universidade de Coimbra, UC)는 코임브라에 위치한 포르투갈의 공립대학교이다. 1290년 설립되어, 현존하는 대학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하나로 알려져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며, 가장 큰 고등교육 기관이자 과학기술 연구시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포괄적인 분야로 구분된 총 8개의 단과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공학, 기술학, 사회과학, 수학, 스포츠, 예술, 인문학, 자연과학 분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또한 유럽 기술연구대학의 선도적 모임인 코임브라 구릅의 설립회원이며, 이 그룹의 설립회의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코임브라 대학교는 거의 2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포르투갈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이 있어 포르투갈의 대학교들 중 가장 국제화된 학교이다. 2013년 6월 2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코임브라 대학교 의학부 앞에 있는 대성당 [11:20]

 

▲ 졸업식 뒤풀이 행사를 하고 있는 코임브라 대학교 졸업생들 [11:20]

 

▲ 졸업식 뒤풀이 행사를 하고 있는 코임브라 대학교 졸업생들 [11:21]

 

▲ 졸업식 뒤풀이 행사를 하고 있는 코임브라 대학교 졸업생들 [11:22]

 

▲ 코임브라 대학교 건물 주변에 서 있는 꽃차들 [11:22]

 

▲ 코임브라 대학교 건물 주변에 서 있는 꽃차들 [11:23]

 

▲ 코임브라 대학교 건물 주변에 서 있는 꽃차들 [11:30]

 

▲ 코임브라 대학교 건물 주변에 서 있는 꽃차들 [11:31]


11:36   코임브라 대학교에서 내려오는 길에 수도교를 만났다. 상 세바스티앙 수도교(Aqueduto de Sao Sebastiao)는 물을 운송할 목적으로 16세기 후반 고대 로마인들이 건설했던 수도교의 잔해로 만들었다고 한다. 코임브라는 예전에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였지만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인구가 약 15만 명 정도 되며 그중에서 20%가 대학생이라고 한다. 산타 클라라 다리 쪽으로 내려간다.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강변 쪽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코임브라 대학교에서 바라본 몬데구 강 [11:36]

 

▲ 코임브라에 있는 상 세바스티앙 수도교 [11:46]

 

▲ 상 세바스티앙 수도교 [11:46]

 

▲ 97번이면 꽃차가 97대가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1:49]

 

▲ 망토를 입은 대학생들 [11:51]

 

▲ 언덕에서 내려다본 산타 클라라 다리 [12:06]

 

▲ 코임브라 골목 거리 [12:09]

 

▲ 코임브라 골목 거리 [12:10]

 

▲ 코임브라 번화가 [12:12]


12:14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악대가 연주를 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카페와 음식점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날이 너무 더워 돌아다니기도 겁이 나네. 6시까지 시간은 보내야 하고 뭐 하지? 마침 강가에 코임브라 열차역이 있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배가 고파왔다.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나 보다. 까미노를 걸을 때 점찍어 두었던 식당을 구글 맵을 켜고 찾아갔는데 이름이 다른 식당들 뿐이었다. 뭐가 이래. 모르겠다, 아무 데나 들어가자.

 

식당이 두 군데 있었는데 먼저 들어간 곳은 빈 테이블이 없었다. 다시 왼쪽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여기는 테이블 두 개에만 손님이 있을 뿐 대부분의 테이블이 텅 비어 있었다. 여기도 부익부 빈익빈이네.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왔다. 지금은 순례자가 아니라 관광객이니 조금 괜찮은 것을 한번 시켜볼까. 채소를 곁들인 양고기, 맥주, 물, 커피를 시켰다. 가격은 14.5유로. 양고기는 채소와 함께 요리된 것이고 쌀밥이 따로 한 접시 나왔다. 같이 섞어 먹었더니 맛이 괜찮은 편이다. 사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음식은 아무거나 선택해도 무난히 먹을 수 있다.


▲ 연주를 하며 지나가고 있는 악대 [12:14]

 

▲ 음식점과 카페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12:15]

 

▲ 몬데구 강 건너편 풍경 [12:40]

 

▲ 코임브라 열차역 [12:42]

 

▲ 코임브라역은 열차 종점 역이다 [12:43]

 

▲ 산타 클라라 다리 [13:30]

 

▲ 점심을 먹은 식당 내부 모습 [13:54]

 

▲ 쌀밥 [14:17]

 

▲ 채소를 곁들인 양고기 [14:17]


15:01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났는데 시간이 3시 밖에 안 되었다. 호스텔 체크 인 시간이 6시이니 아직도 세 시간을 더 버텨야 하네. 모르겠다. 또 돌아다녀 보자. 시청 앞 광장을 거쳐 몬데구 강 쪽으로 내려갔다. 거리에는 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졸업식이 끝났는데 집에 안 가나? 우리나라에서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학생들도 많은데 말이다. 이 더운 날에 검은색의 두꺼운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 교복을 입은 졸업생들 [15:01]

 

▲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코임브라 거리 [15:03]

 

▲ 외부 온도가 27도나 된다 [15:05]

 

▲ 시청 앞 광장에 도착 [15:10]

 

▲ 코임브라 시내 거리 풍경 [15:13]

 

▲ 예전에는 코임브라 시내에 전차가 다녔던 모양이다 [15:15]

 

▲ 코임브라 시내 거리 풍경 [15:21]

 

▲ 코임브라를 가로질러 흐르는 몬데구 강  [15:27]

 

▲ 몬데구 강 위에 놓인 다리(Açude-ponte de Coimbra) [15:30]

 

▲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몬데구 강 [15:30]


15:35   몬데구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넌 후 강변을 따라 나 있는 오솔길에 들어섰다. 강 건너로 보이는 코임브라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예전 주택들 사이에 현대적인 건물이 적당히 섞여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호반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길 오른쪽에서 자동차 경주가 벌어지고 있었다. 큰 자동차는 아니고 모터가 달리 장난감 수준의 자동차를 손으로 원격 조종하는 경기였는데 작은 자동차의 속도가 엄청났다. 한동안 자동차 경기 구경을 한 후 다시 몬데구 강 위에 놓인 산타 클라라 다리를 건너갔다.


▲ 몬데구 강변을 따라 나 있는 오솔길 [15:35]

 

▲ 몬데구 강 건너편 풍경 [15:35]

 

▲ 몬데구 강 건너편 풍경: 오른쪽 언덕에 코임브라 대학교가 있다 [15:38]

 

▲ 유채꽃이 피었네 [15:40]

 

▲ 몬데구 강 건너편 풍경: 아무리 보아도 아름다운 도시다 [15:48]

 

▲ 모터 미니 자동차 경주장 [15:54]

 

▲ 자동차 경주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16:00]

 

▲ 산타 클라라 다리 뒤로 보이는 코임브라 대학교 [16:13]

 

▲ 산타 클라라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몬데구 강 [16:16]


16:25   시간도 보낼 겸 내일 걸어갈 까미노를 찾아 나섰다. 건물 벽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를 어렵사리 찾아가며 도착한 곳은 성당과 시청이 있는 광장, 그런데 그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또 무슨 행사가 있는 건가? 신나는 행진곡 풍의 음악을 연주하는 악대가 지나가고 유니폼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자 아까부터 존재의 이유를 궁금하게 여겼던 꽃차가 나타났다. 1번부터 순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꽃차에는 코임브라 대학교 졸업생들이 타고 있었다.

 

이제야 모든 것이 밝혀졌다. 그것은 바로 코임브라 대학교 졸업생들의 졸업 축제 행렬이었다. 과별로 마련한 꽃차에 탄 졸업생들이 술과 음료수를 마시며 구경꾼들에게 술과 음료수를 공짜로 건네주고 있었다. 남녀 학생 관계없이 옷이 모두 흠뻑 젖은 채 춤을 추며 구호를 외쳐댔다. 도로 위에는 빈 캔들이 즐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거의 광란의 수준에 가까운 축제였다. 그런데 구경꾼들은 그 모습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나도 맥주 하나를 얻어 마시며 꽃차를 따라갔다.


▲ 시청 앞 광장을 지나가고 있는 악대 [16:25]

 

▲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 [16:26]

 

▲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 [16:27]

 

▲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 [16:30]

 

▲ 첫 번째 꽃차 등장 [16:30]

 

▲ 꽃차에서 맥주나 음료수를 건네주고 있는 학생들 [16:36]

 

▲ 꽃차를 타고 가는 학생들도 있고 [16:41]

 

▲ 걸어가는 학생들도 많다 [16:41]

 

▲ 교복을 모두 챙겨 입은 졸업생들 [16:43]

 

▲ 나도 맥주 한 캔을 얻어 마셨다 [16:44]


16:46   꽃차에 타지 않고 걸어서 가는 졸업생들도 많다. 꽃차를 탄 학생들이나 타지 않은 학생들이나 물, 맥주, 음료수에 옷이 모두 젖은 것은 마찬가지다. 길다면 긴 학창 시절을 마치는 오늘, 졸업생 누구에게나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내일이면 그리 만만찮은 세상의 일원으로 새 출발을 해야 하니 오늘 실컷 마시고 소리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신기한 것은, 꽃차 행렬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동을 하며 뒤엉켜 있는 상황이지만 전혀 무질서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혼돈 속의 질서 바로 그 자체였다. 


▲ 꽃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졸업생들도 많다 [16:46]

 

▲ 꽃차에 적힌 숫자는 행렬 순서를 나타낸다 [16:47]

 

▲ 졸업을 만끽하고 있는 학생들 [16:48]

 

▲ 술과 음료수로 옷은 모두 젖었다 [16:49]

 

▲ 도로 바닥에는 빈 캔이 나뒹굴고 [16:52]

 

▲ 구경꾼들도 엄청나게 많다 [17:17]

 

▲ 망가 클로이스터 뒤로 보이는 꽃차 행렬 [17:19]

 

▲ 언덕에서 내려다본 광경 [17:23]

 

▲ 끝이 없이 이어지는 꽃차들 [17:23]

 

▲ 끝이 없이 이어지는 꽃차들 [17:23]


17:25   도로 옆 정원도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고 모두 축제 분위기에 들뜬 기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어의 정원 입구에 도착했다.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축제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호스텔 체크 인 시간도 다 되고 해서 인어의 정원을 거쳐 오전에 들렀던 호스텔로 갔다. 신용카드로 14.5유로를 지불하고 체크 인, 6인실 아래 침대를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혼자였는데 나중에 한 명이 더 들어와 둘이서 한 방을 쓰게 되었다. 순례자는 아니고 바퀴 달린 캐리어가 있는 것을 보니 관광객인 것 같았다.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호스텔은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일 아침 6시에 출발할 거라고 직원에게 말했더니 빵과 음료수를 챙겨 놓을 테니 가져가라고 한다. 감사! 자리에 누웠는데 밖에서 경찰차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축제는 밤이 새도록 계속될 테고 술에 취한 학생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을 수도 있겠지. 오늘, 우연찮게 정말 대단한 축제 행사를 목격한 멋진 하루였다. 졸업식을 마을 축제로 만들어낸 코임브라 대학교는 역시 그냥 평범한 대학교가 아니었다.


▲ 공원도 사람들로 넘쳐나고 [17:25]

 

▲ 꽃차가 지나가는 거리 풍경 [17:27]

 

▲ 인어의 정원 입구에 모여 있는 사람들 [17:31]

 

▲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인어의 정원 입구 [17:32]

 

▲ 사람들로 꽉 들어찬 인어의 정원 앞 거리 [17:33]

 

▲ 인어의 정원을 거쳐 [17:37]

 

▲ 오전에 들렀던 호스텔에 도착 [17:44]

 

▲ 체크 인을 하고 도미토리와 침대를 배정받았다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