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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 길

2019.05.07. [산티아고 까미노 포르투갈 길 15] 세르나델로→아게다

by 사천거사 2019. 5. 7.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15

 

일시: 2019년 5 7일 화요일 / 걷는 내내 비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 포르투갈

 코스: 세르나델로 → 아르코스  아빌레스 데 까미노 → 아구아다 데 바이쇼 → 브레조  아게다

 거리: 23.5km / 걸은 거리 295.6km

 시간: 6시간 5









05:00   지난밤에는 포르투갈 길을 걸은 이후 처음으로 20명이 같은 도미토리에에서 잠을 잤는데 코를 고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잠을 잘 잔 편이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아게다에 있는 알베르게 예약을 어제 하려다 안 된다고 하여 오늘 조금 일찍 떠나기로 했다. 2시 이후에는 침대가 동이 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5시쯤에 밖으로 나오니 이런!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아니고 보슬보슬 내리는 전형적인 봄비다.


비가 내리고 날씨도 조금 쌀쌀한 것 같아 비옷을 꺼내 입었다. 그동안 계속 날이 좋았으니 비가 한번 올 때도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지금이면 길이 훤하게 보여야 하는데 세상이 캄캄하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그런 모양이다. 까미노 표지도 잘 보이지 않고 대충 감으로 진행을 했더니 길을 잘못 들었다. 비가 오는 캄캄한 새벽에 길을 잃어?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도를 확인해보니 오른쪽으로 가면 까미노를 만날 것 같다. 과감하게 진행했더니 빙고! 까미노 표지가 보인다.


길도 잘 안 보이는데 까미노가 숲 안으로 안내한다. 환장하네. 비 오는 새벽에 숲 속으로 들어가다니... 갈림길이 나오면 휴대전화에 있는 전등을 켜서 확인을 하며 걸어간다. 다행히 숲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숲길을 벗어나자 어느 정도 날이 밝아 길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덥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비옷을 벗고 대신 우산을 펴 들었다. 아이고 이렇게 시원한 걸. 비옷을 벗고 우산을 쓰니 사진 찍기에도 좋다. 아구임 마을에 들어서자 날이 많이 밝아졌다.


▲ 세르나델로에 있는 힐라리오 알베르게 출발  [05:22]


▲ 비 내리는 거리에는 가로등 불빛만 비치고 [05:23]


▲ 걸어가는 길이 거의 암흑 수준이다 [05:37]


▲ 까미노 메알라다 구간이 끝나는 지점 이정표 [05:46]


▲ 어둠 속에서 발견한 까미노 표지 [05:46]


▲ 알팔라오 마을에 있는 성당(Capilla en Alpalhäo) [05:55]


▲ 까미노가 농경지 사이를 지나간다 [06:06]


▲ 교통 표지판 뒤에서 발견한 까미노 표지 [06:07]


▲ 날이 밝아진 아구임 마을 거리 [06:15]


▲ 아구임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Capela de Säo Jose) [06:18]


06:30   아구임(Aguim) 마을을 벗어나 차도 옆으로 나 있는 빨간색의 보행자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폴란드에서 왔다는 순례자 탐을 만났다. 27일에 리스본을 출발했다는 그 청년과 한참을 같이 걸으며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7시 3분에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해서 헤어졌다. 아나디아와 아르코스를 지나 작은 강을 하나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도 없는 개울 정도 크기인데 여기서는 세라(Rio da Serra)라는 이름을 가진 번듯한 강이었다. 알펠로아스 마을을 지나 아빌레스 데 까미노 마을로 가는 길에서는 작은 규모의 공업단지를 볼 수 있었다.


▲ 차도 옆 보행자 도로를 따라 간다 [06:30]


▲ 아나디아로 이어지는 도로 [06:40]


▲ 아나디아에 있는 회전교차로 [06:54]


▲ 아나디아(Anadia)에 있는 공동묘지 [06:56]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아르코스 주변 마을 풍경 [07:05]


▲ 다리 위에서 바라본 세라 강(Rio da Serra) [07:18]


▲ 알펠로아스 마을 회전교차로에 있는 십자가 [07:22]


▲ N235 도로를 건너간다 [07:27]


▲ 교차로에서 공업단지로 들어가는 왼쪽 길로 진행 [07:32]


▲ 아빌레스 데 까미노로 이어지는 도로 [07:39]


07:51   도로 건너편으로 아빌레스 데 까미노 마을 입구에 있는 공동묘지가 보인다. 스페인도 그렇지만 포르투갈에서도 마을 공동묘지는 대부분이 마을 변두리에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도 지금은 매장보다는 납골당이 대세다. 사실, 무덤이나 납골당은 죽은 사람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죽은 자는 자신이 무덤에 묻혔는지 납골당에 들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무(無)에서 왔으면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무로 돌아가는 게 자연의 이치요 도리다. 다른 생물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를 쓴다. 자신이 남긴 흔적이 어떤 모습인지 정작 자신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 아빌레스 데 까미노 마을 입구에 있는 공동묘지 [07:51]


▲ 주택 안 진열장 모습 [07:57]


▲ N1 도로 옆에 있는 작은 공원 [08:00]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08:01]


▲ 아빌레스 데 까미노에 있는 작은 성당(Capilla do Nosso Senhor dos Aflitos) [08:09]


▲ 아빌레스 데 까미노 마을 거리 [08:13]


▲ 일반 주택 마당에 있는 예수님 상 [08:16]


▲ 마을 빨래터와 예배당이 나란히 붙어 있다 [08:20]


▲ 도로 반사경에 비친 내 모습 [08:22]


08:31   상갈로스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에 문이 열려 있어 안에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소박하면서도 아주 깔끔하다. 크기는 작지만 경건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그런 곳이었다. 아구아다 데 바이쇼 마을에 들어섰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바나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카페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마침 문을 연 슈퍼를 만났다. 과자와 맥주 한 병을 사들고 밖으로 나오니 비는 내리고 먹을 곳이 마땅찮다. 길 오른쪽 폐가 처마 아래에서 비를 가리며 과자를 먹으며 맥주를 마신다. 신세 처량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분위기 최고다. 시골 폐가 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셔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분위기다. 


▲ 상갈로스(Sangalhos)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 [08:31]


▲ 성당 안 모습: 소박하면서도 깔끔하다 [08:32]


▲ 오늘밤을 묵을 아게다에 있는 성 안토니오 알베르게 광고판 [08:38]


▲ 포도나무 앞에 장미를 심는 이유는? [08:42]


▲ 아구아다 데 바이쇼 마을에 진입 [08:45]


▲ 아구아다 데 바이쇼에 있는 작은 예배당 [08:52]


▲ 폐가 처마 밑에서 과자와 맥주로 아침을 먹고 [09:03]


▲ 도로 중앙에 있는 종교적 기념물 [09:10]


▲ 아구아다 데 바이쇼 마을 성당(Igreja de Aguada de Baixo) [09:13]


▲ 성당 앞에 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 안내판 [09:14]


09:20   아구아다 데 바이쇼를 벗어난 후 마을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주택 옆에 있는 초지에는 개양귀비가 빨갛게 피어 반겨주고 유칼립투스 숲 사이를 지날 때에는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IC2 도로 아래를 통과하면서 바로(Barro) 지역에 있는 공업지대 안으로 들어갔다. 도로 좌우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줄을 지어 나타났다. 우리나라처럼 여러 개의 공장이 모여 있는 공업단지 사이를 걸어 브레조 마을로 간다.


▲ 마을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교차로에서 직진 [09:20]


▲ 길 옆에 피어 있는 빨간색의 개양귀비꽃 [09:25]


▲ 갈림길 지점에서 직진 [09:31]


▲ 유칼립투스 숲 사이를 잠시 진행 [09:35]


▲ IC2 도로 아래를 통과 [09:40]


▲ 바로 마을에 있는 원형교차로 [09:43]


▲ 중앙에 나무가 서 있는 원형교차로 [09:53]


▲ 바로(Barro) 공업지대를 통과 [10:03]


▲ 도로 왼쪽에 있는 유칼립투스 군락지와 고사리밭 [10:04]


▲ 왼쪽에 있는 브레조 마을로 간다 [10:07]


10:14   브레조(Brejo) 마을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아게다로 가는 도중 마침 문을 연 카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맥주를 한 병 주문했다. 아참, 아까 슈퍼에서 구입해 아침으로 먹다 남은 과자가 있지. 점심은 이것으로 때우자. 대신 오늘 저녁을 잘 먹으면 되지 뭐. 브레조 마을을 떠나 협곡 비슷한 곳을 지나간다. 길 옆에 피어 있는 아카시아 꽃을 만났다. 우리나라에도 지금쯤 아카시아 꽃이 한창일 텐데. N1 도로를 건너 사르다오 마을로 들어갔다.


▲브레조 마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10:14]


▲ 오늘밤을 묵을 아게다에 있는 성 안토니오 알베르게 광고판 [10:17]


▲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간 카페 [10:26]


▲ 남은 과자를 먹으며 맥주를 한 병 마시고 [10:28]


▲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는 마을 거리 [10:46]


▲ 아카시아 꽃이 피었다 [10:49]


▲ N1 도로를 건너 사르다오(Sardao) 마을에 진입 [10:54]


▲ 사르다오 마을 거리 [10:56]


10:57   사르다오 마을에 있는 성당 앞에 도착했는데 어? 문이 열려 있다. 들어가 볼까? 성당 안은 예상 밖으로 깔끔할 뿐만 아니라 정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성당 안을 꾸미고 있는 장식물들은 단순하면서도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고 있었다. 이래서 겉을 보고 속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나 보다. N230 도로 아래를 통과한 후 꽤 넓은 하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아게다 시내로 들어갔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꽃밭으로 이루어진 원형교차로였다.


▲ 사르다오(Sardao) 마을에 있는 성당(Capela do Sardão) [10:57]


▲ 성당 내부 모습 [10:58]


▲ 성당 안에 있는 종교적 장식물 [10:58]


▲ 성당 안에 있는 종교적 장식물 [10:58]


▲ 순례자들을 위해서 무료로 제공하는 오렌지 [11:00]


▲ 개울 위에 놓인 목교를 건너간다 [11:02]


▲ 목교에서 바라본 개울 [11:02]


▲ N230 도로 아래를 통과 [11:04]


▲ 아게다(Agueda) 시내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하천 [11:11]


▲ 다리를 건너자 마자 만나는 회전교차로 [11:11]


11:13   아게다 시내에 들어선 후 N1 도로를 따라 14분 정도 걸어 오늘의 숙박 장소인 성 안토니오(St. Antonio)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접수실에 들어갔더니 한국인 여자 순례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지난밤 같은 알베르게에서 지냈는데 나를 보더니 인사는커녕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작년 북쪽 길을 걸을 때에도 몇 번을 만나도 아는 체조차 하지 않는 싹수없는 우리나라 젊은 놈을 한 명 만났었는데 이 젊은 여자 애가 또 그렇다. 그저 외국 놈들에게 찰싹 붙어 앉아 지껄이기에 바쁘다. 고얀 것들! 외제가 그렇게 좋으냐.


다른 순례자들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4인용 도미토리에 침대도 아래를 배정받았다. 굿! 요금은 베드 12유로, 시트 2유로, 수건 1유로, 내일 아침 5유로, 합이 모두 20유로였다. 샤워를 하고 났더니 프랑스 부부, 말다툼을 했던 스페인 남자 등이 줄줄이 도착한다. 2시가 넘으면 침대가 동이 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저녁을 주문하란다. 조금 떨어져 있는 식당에서 배달을 해준단다. 배달 음식은 7시 40분에 식당에서 먹으면 된다고. 음식 사진을 보고 대충 10유로짜리로 찍었다. 직원이 쇠고기로 만든 요리라고 알려준다.


침대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옆 침대에 있던 청년이 슈퍼에 갈 건데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는다. 사다 주겠다는 말이다. 저녁 먹을 때 반주가 필요할 것 같아 비노 작은 것을 한 병 부탁했다. 잠시 후 돌아온 청년, 작은 병이 없어 큰 거로 사 왔단다. 3유로. 그래, 잘했어. 오랜만에 비노 한번 실컷 먹어보자. 내일 아침 식사하는 시간이 7시 30분이니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잖아. 그런데 순례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1km가 넘게 떨어져 있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나 보다.


어제 세르나델로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잠을 자다 모기에 물렸는지 네 군데가 부어오르며 무척 가렵다. 증상이 작년 북쪽 길을 걸을 때 모기에게 물렸다고 생각했던 증상과 거의 같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증상들은 모기에 물린 것이 아니라 베드 버그에 물린 것들이었다. 그 유명한 베드 버그 말이다. 베드 버그에 물리면 가장 큰 문제가 가려움증이다. 말도 못 하게 가렵다. 긁고 또 긁어야 한다. 가려움이 지속되는 기간은? 짧아야 일주일이다. 아이고 일주일을 또 어떻게 보내나. 

       

▲ 아게다 시내에서 발견한 까미노 표지 [11:13]


▲ 아게다 시내를 지나가는 N1 도로를 따라 진행 [11:17]


▲ 철로 위를 통과 [11:21]


▲ 아게다 시내를 벗어나는 지점 [11:26]


▲ 아게다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 [11:27]


▲ 알베르게 접수처 [11:37]


▲ 오늘밤을 묵을 성 안토니오 알베르게 [11:41]


▲ 알베르게 도미토리 내부 모습 [13:12]


19:14   혼자서 침대에 누워 계속 글을 쓰다가 배달 주문을 한 저녁 음식 올 시간이 되어 접수처로 갔더니, 내가 원래 주문한 음식은 식당이 문을 닫아 배달이 안 된다고 해서 다른 음식으로 주문했다. 음식 종류가 바뀌는 바람에 비용이 4.5유로 절약이 되었다. 주문한 음식이 왔다. 알베르게 식당에 앉아 음식을 펼쳐놓고 비노를 마시며 먹기 시작했다. 처량하다고? 천만에. 이까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과자를 맥주로 넘기던 것에 비하면 이건 황제의 식사다.


포도주 한 병을 곁들여 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나와 도미토리로 올라가는 길,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 밤새도록 내리고 제발 내일은 내리지 말아라. 9시가 넘어가자 도미토리는 암흑으로 변했다. 포르투갈 길을 걷는 사람들은 대개가 나이 든 노인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미토리의 불이 일찍 꺼진다. 10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시끌벅적한 프랑스 길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말해서 프랑스 길은 활기에 넘치고 포르투갈 길은 차분하다.


▲ 알베르게 테라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19:14]


▲ 알베르게에 상주하는 고양이 [19:17]


▲ 세계 유명 도시 거리표: 산티아고까지는 312km가 남았단다 [19:18]


▲ 아줄레주로 만든 알베르게 표지판 [19:18]


▲ 주변을 관망하고 있는 고양이 [19:23]


▲ 주문한 음식과 포도주로 저녁을 먹고 [20:00]


▲ 알베르게의 귀염둥이 [20:06]


▲ 알베르게 식당 내부 모습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