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둘레길(1)
◈ 일시: 2019년 10월 1일 화요일 / 흐림, 비
◈ 장소: 서귀포 둘레길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코스: 1. 영실매표소 → 존자암지 → 영실매표소
2. 볍정사 버스정류장 → 한라산 둘레길 입구 → 1139번 도로 → 1115번 도로 →
올레길 7-1코스 → 강정동 아파트
◈ 거리: 2.3km+15.6km = 17.9km
◈ 시간: 43분+3시간 28분 = 4시간 11분
08:50 새벽 5시에 눈이 떴다. 태풍 미탁의 영향 때문인지 아파트 이중창을 통해 천둥소리, 바람소리, 빗소리가 들려온다.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유난히도 많은 태풍들이 한반도를 찾아왔다. 너무나 뒤숭숭한 나라꼴을 질책하는 건지 아니면 진흙탕에서 싸움박질하고 있는 정치인과 국민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돌려 보려는 건지는 하늘이 하는 일이라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태풍은 계속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다. 태풍이 불어오든 말든 정치권과 국민은 서로 나뉘어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한쪽은 조국을 위해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난리고 다른 한쪽은 조국을 위해서 조국을 물리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 조국이여!
제주도는 주로 야외활동을 하기 위해 찾는 섬이다. 우리야 손녀들을 보러 온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실내에만 있어도 별 상관이 없지만 모처럼 시간을 내어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는 때 맞춰 들이닥친 태풍이 원망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 하늘이 하는 일인 걸... 한라산국립공원 웹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한라산 모든 코스가 호우경보로 인해 통제가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어디를 가나. 그래, 존자암에서 선덕사 쌍계암으로 이어지는 불교성지 순례길을 걷자. 날은 잔뜩 흐려 있지만 아직 비는 오지 않으니 떠나 보자.
중문사거리 정류장에서 9시 15분에 출발하는 240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영실매표소와 1100고지를 거쳐 제주시로 가는 버스다. 23분 후에 도착한 영실매표소에서 하차, 순례길 안내판을 살펴본 후 존자암 가는 길에 들어섰다. 널찍하면서도 완만한 길이 모노레일과 함께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가을이 왔나, 바닥에 떨어져 비에 젖어 있는 낙엽들이 애잔해 보인다.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오르막길을 지나 계속 걸어갔다. 잔뜩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에서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강정동 아파트 출발 [08:50]
▲ 중문사거리 버스정류장 [09:06]
▲ 영실매표소로 가는 240번 버스 시간표 [09:07]
▲ 영실매표소에 나를 내려 놓고 떠나가는 240번 버스 [09:38]
▲ 존자암 가는 길 입구에 있는 불교성지 순례길 안내판 [09:39]
▲ 존자암지 가는 길 입구 [09:39]
▲ 작은 계곡에도 물이 흐르고 있다 [09:44]
▲ 비에 젖은 낙엽이 애잔하다 [09:47]
▲ 모노레일과 나란히 가고 있는 존자암 길 [09:49]
▲ 존자암 일주문 [09:55]
09:58 존자암 절집이 보인다. 외관으로 보아 대웅전인 것 같은데 현판이 없다. 인기척도 전혀 느낄 수 없다. '절간처럼 조용하다'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 존자암에서 선덕사 쌍계암까지 이어지는 20km 거리의 길이 '정진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불교성지 순례길이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영실매표소로 돌아왔다. 순레길은 여기서 영실 쪽으로 900m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하원수로길과 이어진다. 차량통행 차단기가 있는 곳을 지나가는데 한라산국립공원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 가세요? 아, 영실 가는 게 아니고 조금 올라가다 하원수로길로 내려갈 겁니다. 안 됩니다. 태풍 때문에 출입이 통제되었어요. 아니, 한라산을 올라가는 게 아니고 하원수로길을 간다고요. 거기도 안 됩니다. 통제구역입니다. 공단 직원은 단호했다. 염병할! 비 맞을 각오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란 말인가.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칼자루를 공단 직원이 쥐고 있으니 발걸음을 돌리는 수밖에...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버스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서귀포 가는 버스였다. 굿! 일단 타고 보자.
법정사 입구에서 내렸다. 이곳은 한라산 둘레길 중 하나인 동백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2019년 8월에 돈내코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통제로 인해 하원수로길은 걸을 수 없지만 법정사에서 시작되는 동백길이 오늘 순례길과 겹치기 때문에 법정사부터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이곳에서 내린 것이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동백길 표지기, 동백길 이정표, 하원수로길 안내판 등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존자암지
존자암은 한라산 영실 서북편 볼래오름 남사면 능선에 자리한 곳으로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하원리 산 1-1번지에 해당한다. 존자암지에 대한 최초의 문헌상의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다. 제주목 불우조에 ‘존자암은 한라산 서쪽 기슭에 있는데, 그곳 동굴에 마치 스님이 도를 닦는 모습과 같은 돌이 있어 세상에 수행동이라 전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중종 25년(1530) 동서(同書)의 편찬 당시 기록이다. 존자암은 제주에서 나라의 안녕을 비는 국성재(國聖齋)를 지내던 비보사찰이었다. 현재 존자암지는 제주도지정 문화재 기념물 제43호로 지정되어 복원되고 있으며, 이곳의 ‘존자암세존사리탑’은 제주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도내 유일의 부도이다.
▲ 존자암 절집이 보인다 [09:58]
▲ 존자암지 안내판 [09:59]
▲ 불교성지 순례길 안내판 [09:59]
▲ 현판이 없는 존자암 절집 [10:00]
▲ 영실매표소에 귀환 [10:18]
▲ 법정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10:35]
▲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시작점 [10:36]
▲ 동백길 이정표 [10:45]
▲ 하원수로길 안내판 [10:46]
▲ 쌍계암 갈림길 이정표 [10:50]
11:00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은 한라산 둘레길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법정사로 가는 길이다. 법정사 쪽으로 간다. 절터만 남아 있다는 법정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라산 둘레길 안내센터 쪽으로 올라갔다. 헉, 출입통제다. 직원이 안내소에서 나오면서 건네는 말, 물이 불어 계곡을 건널 수가 없습니다. 게임 끝. 한라산 둘레길은 600~800m 정도의 산허리를 감아도는 길이기에 크고 작은 여러 개의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물이 불어 건널 수 없다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불교성지 순례길 걷기는 물 건너갔고 지금부터는 뭘 하지? 지도를 보니 강정동 아파트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산티아고 까미노 걸을 때처럼 도로를 걸어보자. 안내센터를 떠나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라도 들러보려고 했더니 계곡을 건널 수가 없어 그만두었다. 다시 포장도로로 올라와 오른쪽으로 가 보았더니 길이 막혔다. 젠장! 발걸음을 돌렸다. 법정사 입구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1139번 도로를 따라 중문 쪽으로 걸어갔다.
▲ 갈림길 지점에서 법정사 쪽으로 진행 [11:00]
▲ 한라산 둘레길 안내센터 앞에 도착해 보니 출입통제란다 [11:03]
▲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 가는 길 이정표 [11:06]
▲ 도로를 따라 갔더니 길이 막혔다 [11:09]
▲ 도로 왼쪽에서 억새가 꽃대를 올렸다 [11:24]
▲ 법정항일교에서 바라본 도순천 [11:27]
▲ 한라산 둘레길 시작점에 귀환 [11:34]
▲ 1139번 도로를 따라 진행 [11:39]
▲ 1115번 도로 만나기 500m 전 표지판 [11:50]
11:57 4거리 교차로에서 돈내코로 가는 1115번 도로에 들어섰다. 1115번 도로는 '제2산록도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참고 참았던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펴 들었다. 바람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도순천 위에 놓인 제1산록교와 제2산록교를 건너면서 다리 위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니 아, 흘러가는 물이 장난이 아니다. 1115번 도로는 차량통행이 적지 않은데 보행자 도로도 없고 갓길도 없어 걸어가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 4거리 교차로에서 돈내코로 이어지는 1115도로에 진입 [11:57]
▲ 도순천 위에 놓인 제1산록교 [12:01]
▲ 계곡을 따라 흘러가는 물의 양이 많다 [12:02]
▲ 도로 건너 도순천 표지판 [12:05]
▲ 도순천 위에 놓인 제2산록교 [12:05]
▲ 고지천 위에 놓인 제3산록교 [12:16]
▲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고지천 계곡 [12:17]
▲ 길게 뻗어 있는 1115번 도로 [12:21]
12:27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어 지도를 확인해 보니 1136번 도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걷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들어섰다. 포장이 되어 있는 널찍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물론 사람이 다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순공동묘지를 지나면서 빗줄기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오설록 차밭 옆을 지나자 포장도로 위로 흘러 내려가는 빗물이 장관이다. 주변에 물길이 없으니 만만한 도로로 빗물이 흘러들어 아래로 질주를 하고 있다.
▲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고 있다 [12:27]
▲ 제주도 지역의 무덤 모습 [12:29]
▲ 포장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12:32]
▲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 [12:38]
▲ 봄철에 오면 고사리를 많이 뜯을 것 같다 [12:42]
▲ 도순공동묘지 [12:47]
▲ 도순공동묘지 뒤로 보이는 설록다원 [12:55]
▲ 오설록농장 녹차밭 [13:03]
▲ 도로를 따라 흘러 내려가고 있는 물 [13:08]
▲ 조생종 감귤이 노랗게 익었네 [13:16]
13:21 대정에서 성읍으로 이어지는 1136번 도로에 도착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1136번 도로에는 보행자 도로가 있어 걸어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어 좋았다. 27분 후 도착한 사거리, 왼쪽은 엉또폭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강정동으로 가는 길이자 제주 올레길 7-1코스가 지나가는 길이다. 여러 번 다녀본 길이라 눈에 아주 익숙하다. 18분 후, 강정동 아파트에 도착하는 것으로 불교성지 순레길 걷기를 대체한 서귀포 둘레길 걷기는 무사히 끝이 났다.
▲ 1136번 도로에 도착 [13:21]
▲ 궁상천 표지판 [13:23]
▲ 도순3교에서 바라본 궁상천 [13:23]
▲ 1136번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3:30]
▲ 길 옆 감귤농장에서 감귤이 익어가고 있다 [13:37]
▲ 악근천 위에 놓인 월산2교 [13:44]
▲ 4거리에서 강정동 쪽으로 진행 [13:47]
▲ 제주 올레길 7-1코스에 진입 [13:48]
▲ 강정동 아파트가 보인다 [14:00]
▲ 강정동 아파트에 귀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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