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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 길

2019.04.27. [산티아고 까미노 포르투갈 길 5] 빌라 프랑카 데 시라→아잠부자

by 사천거사 2019. 4. 27.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5

 

일시: 2019년 4 27일 토요일 /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 포르투갈

 코스: 빌라 프랑카 데 시라 → 카레가도  빌라 노바 다 라이나  아잠부자

 거리: 20.0km / 걸은 거리 60.5m

 시간: 5시간 2









06:00   2시 30분에 잠에서 깼다. 숨소리만 가늘게 들릴 뿐 도미토리는 아주 조용하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아주 가끔 한 번씩 들려온다. 이미 잠을 실컷 잔 상태라 잠은 오지 않고 글이나 써야겠다. 4시 15분, 글쓰기를 마치고 다시 잠을 청해 본다. 신기할 정도로 코를 고는 사람이 없다. 6시 50분에 아침을 먹으러 호스텔 식당에 갔다. 케이크, 사과, 바나나, 오렌지, 빵, 치즈, 햄, 요구르트, 커피, 오렌지 주스 등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스페인의 호스텔에서 주는 아침보다 훨씬 나은 편이다. 영국 할머니 두 분, 이탈리아 남자, 키가 큰 홀랜드 남자,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 5명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치즈와 햄, 오렌지 주스는 호스텔 남자 주인이 직접 가져다주는데 이 남자가 걸물이었다. 각 나라 말을 다 써가며 순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그러다 나를 보더니 처음에는 한국어는 모른다고 했다가 다시 세 마디는 안다고 한다. 아는 말이 뭐예요? 나의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은? '오빤 갱남 스타일' 세 마디였다.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은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을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에 있는 호스텔 주인도 알고 있었다. 대단한 일이다. 예전 몽골에 갔을 때 게르 주인이 파티를 열면서 틀어준 오프닝 곡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었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호스텔을 출발했다. 오늘 걸을 거리는 아잠부자까지 20km. 그리 긴 거리가 아니다. 어제 점심과 저녁을 먹었던 카페 옆을 지나 열차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열차역 앞에 도착하자 앞서 가는 순례자들이 보인다. 포르투갈의 도시 거리 풍경은 스페인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포르투갈의 보도는 모두 돌을 박아 만들었다는 것,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새로 개설하는 도로에서도 이런 전통을 고수하고 있었다. 


▲ 호스텔 식당에 차려져 있는 음식들 [06:56]


▲ 아침 식사 상차림 [07:01]


▲ 도미토리 벽에 걸려 있는 거울 속 모습 [07:41]


▲ 지난 밤을 묵은 DP 호스텔을 떠나며 [07:44]


▲ 어제 점심과 저녁을 먹었던 카페 [07:47]


▲ 앞서 가는 순례자들을 만났다 [07:51]


▲ 빌라 프랑카 데 시라 열차역 [07:52]


▲ 여기서 N10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08:00]


08:01   빌라 프랑카 데 시라 마을을 벗어났다. N1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다 회전교차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후 육교를 이용해 철로로 건넜다. 문을 닫은 곳이 많은 공장지대를 지나 10분 가까이 걸어가자 포장도로가 나왔고 까미노는 다시 유채꽃이 양쪽으로 피어 있는 비포장 길로 이어졌다. 유채꽃은 세계 어디나 피는 모양이다. 자신들의 번식을 위해 피는 꽃이지만 그것이 우리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니 얼마나 좋은가. 꽃길을 벗어난 까미노가 철로 쪽으로 향했다.


▲ 빌라 프랑카 데 시라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08:01]


▲ N10 도로를 따라 진행 [08:07]


▲ N1 도로가 지나가는 회전교차로 [08:10]


▲ 육교를 이용해 철로로 건너간다 [08:13]


▲ 조금 으시시한 공장 지대 [08:19]


▲ 길 옆에 서 있는 까미노 표지 [08:29]


▲ 유채꽃 사이로 나 있는 길 [08:32]


▲ 유채꽃 뒤로 보이는 건물들 [08:33]


▲ 도로에 드리운 내 그림자 [08:36]


▲ 유채꽃길을 벗어나 철로 쪽으로 진행 [08:38]


08:45   까미노 표지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밀밭 사이로 나 있던 비포장 길이 다시 포장도로와 합쳐졌다. 철로 위에 놓인 육교 아래를 통과한 후 철로 오른쪽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 열차들의 기적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열차역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카스타네이라 도 리바테주(Castanheira do Ribatejo) 역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자 까미노가 철로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철로 옆에 거대한 자동차 운송회사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까미노 사인을 따라 진행 [08:45]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 [08:48]


▲ 철로 위에 놓인 육교가 보인다 [08:57]


▲ 카레가도(Carregado) 쪽으로 진행 [09:04]


▲ 철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포장도로 [09:10]


▲ 파티마 105km 전 표지판 [09:13]


▲ 기적을 울리며 열차가 지나간다 [09:16]


▲ 회전교차로에서 12시 방향으로 진행 [09:29]


▲ 빨랫줄에 걸려 있는 빨래들 [09:37]


09:42   담장 밑에 피어 있는 화초 양귀비 몇 송이가 보기에 좋다. 카레가도 역에 있는 육교를 이용해 철로를 건넌 후 카레가도 마을에 진입했다. 개울 왼쪽을 따라 걸어가는 길, 건너편으로 발전소 건물이 보인다. 원자력 발전소는 아닌 것 같고 화력 발전소인 것 같다.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마을도로를 계속 걸어간다. 길 옆으로 밀밭이 펼쳐진 풍경이 나타났다. 2년 전 프랑스 길을 걸을 때에는 눈이 시리도록 본 밀밭이었는데... 기타를 등에 메고 걸어가는 순례자가 보인다. 


▲ 담장 아래에 피어 있는 화초 양귀비꽃 [09:42]


▲ 카레가도 역에 있는 육교를 건너간다 [09:45]


▲ 길 옆에 있는 급수대 [09:50]


▲ 개울 뒤로 보이는 발전소 [09:54]


▲ 개울 왼쪽을 따라 진행 [09:55]


▲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간다 [10:03]


▲ A10 도로 쪽으로 진행 [10:11]


▲ 등에 기타를 메고 가는 순례자 [10:16]


▲ 밀밭 뒤로 펼쳐져 있는 풍경 [10:23]


10:24   파티마 100km 전 표지석을 지나 밀밭 사이로 나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같은 모양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행색으로 보아 순레자들은 아닌 것 같고 무슨 단체에서 도보여행을 하는 건가? 아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은 순례자였다. 산티아고가 아니라 파티마로 가는 순례자들이었다. 5월 13일이 파티마의 성모 발현 기념일이라 파티마로 가는 모양이다. 미리 말하지만 오늘 이후로 파티마로 가는 순례자들을 매일 엄청나게 많이 볼 수 있었다.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마감하고 N3  도로에 들어서서 빌라 노바 다 라이나 마을 거리를 12분 정도 걸은 후 열차역 위에 놓인 육교를 이용하여 철로를 건너갔다. 까미노는 철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비포장도로와 이어졌다. 차량통행이 가능한 널찍한 도로인데 비포장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시멘트로라도 포장을 했을 것이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열차에서 기관사가 기적을 한 번 울리더니 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포르투갈도 순례자에 대한 관심이 스페인 못지않다.


파티마의 성모


파티마의 성모는 포르투칼의 산타령 현 빌라노 바데오렘에 있는 작은 마을 파티마에서 세 명의 어린 목동에게 나타났다는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호칭이다. 파티마의 성모는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매월13일 여섯 번 나타났으며 그녀가 처음 나타난 5월 13일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성모 마리아를 목격한 세 명의 아이는 루치아 도스 산토스와 그녀의 사촌 프란치스코 마르토.히야친타 마르토이다.


▲ 파티마 100km 전 표지석 [10:24]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포장도로 [10:34]


▲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파티마 순례자들 [10:39]


▲ N3 도로에 진입: 아잠부자 쪽으로 간다 [10:50]


▲ N3 도로가 지나가는 다라 위에서 바라본 풍경 [10:52]


▲ N3 도로를 건너간다 [10:57]


▲ 빌라 노바 다 라이나 역에 있는 육교를 이용해 철로를 횡단 [11:02]


▲ 철로를 건너왔다 [11:07]


▲ 철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비포장도로 [11:08]


▲ 계속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11:14]


11:20   길 오른쪽으로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보인다. 저 넓은 풀밭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는 소들에 비한다면 우리의 한우는 참 불쌍하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 위에서 주는 사료나 먹고 있으니 말이다. 에스파다날 다 아잠부자 역을 지나자 길이 좁아지면서 오른쪽으로 수로가 나타났다. 물이 고여 있는 곳은 녹조 현상이 심하다. 그렇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니까. 길 오른쪽으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초원에는 클로버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 길 오른쪽에 있는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 [11:20]


▲ 선과 면이 만들어낸 작품 [11:29]


▲ 까미노 사인이 계속 길을 안내하고 있다 [11:40]


▲ 에스파다날 다 아잠부자 역에 있는 육교 [11:43]


▲ 길이 조금 좁아졌다 [11:48]


▲ 길 오른쪽으로 수로가 함께 간다 [11:59]


▲ 여기도 녹조 현상이 심하네 [12:04]


▲ 흐르는 물은 깨끗하다 [12:10]


▲ 길 오른쪽은 목초지 [12:14]


▲ 목초지에 피어 있는 클로버꽃 [12:17]


12:23   철로 아래에 있는 지하도를  통과한 후 조금 걸어가자 아잠부자 시내다. 이제 알베르게를 찾아가는 일만 남았다. 건물 외관을 아름다운 색깔로 꾸민 오우로 호텔을 지나 10분 정도 걸어가자 소방서가 나왔다. 아잠부자 시내 간선 도로는 인도뿐만 아니라 차도까지 돌을 박아 만들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아잠부자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라 그런지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니면, 지금이 점심시간이라 대부분이 점심을 먹으러 갔는지도 모르겠다.


▲ 철로 아래에 있는 지하도를 통과 [12:23]


▲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오우로(Ouro) 호텔 겸 레스토랑 [12:25]


▲ 아잠부자 마을에 진입 [12:26]


▲ 아잠부자 마을 도로 [12:33]


▲ 소방관 조형물 [12:36]


▲ 아잠부자 소방서 [12:36]


▲ 아잠부자에 있는 마트리즈 교회(Igreja Matriz da Azambuja) [12:41]


▲ 아잠부자의 공립 알베르게 가는 길 이정표 [12:42]


▲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아잠부자 거리 풍경 [12:43]


12:46   아잠부자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해보니 이탈리아 순례자와 키 큰 남자 순례자가가 막 도착해 있었다. 알베르게 문을 여는 시간은? 3시였다.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았네. 침대가 12개뿐인 알베르게라 배낭을 문 앞에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여기는 스페인과 달라서 위험하다고 한다. 글쎄, 포르투갈 사람들이 스페인 사람들보다 까미노나 순례자에 대해 관심이 적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의심을 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내 배낭만 두고 갈 수 없어 배낭을 지고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키 큰 순례자와 함께 자리에 앉아 맥주 한 병과 델 디아(Del Dia: 오늘의 요리)를 주문했다. 메뉴는 수프, 돼지고기, 커피. 음식 맛은 괜찮은 편이었다. 자리를 함께 한 순례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국적은 홀랜드고 나처럼 은퇴자였다. 내 나이가 65세라고 하니 자기도 그렇단다. 정말? 70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데.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그분은 까미노를 네 번째 걷는데 세비아 길이 좋다고 추천을 한다. 예, 내년에 갈 예정입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있는 동안 순례자들이 계속 들어온다. 영국 할머니들, 모르는 남자 순례자들. 다 알베르게에 갔다가 문이 잠겨있어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빨리 먹어야겠네. 순례자들이 자꾸 모여드네. 다른 숙소는 비용이 많이 비싸기 때문에 공립 알베르게에 묵어야 하는데... 홀랜드 순례자에게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하니 펄쩍 뛰면서 손을 내젓는다. 다 알다시피 유럽 지역은 더치 페이가 대세다. 점심 식사비는 8.5유로였다.


알베르게로 가는 길목에서도 여러 명의 순례자를 만났다. 어? 리스본 호스텔에서 만났던 프랑스 부부도 왔네. 어젯밤은 다른 숙소에서 잤나보다. 알베르게 앞에 가보니 대기자가 모두 9명이었다. 하릴없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자 3시에 헐크를 닮은 오스피탈레로가 나타났다. 모여있던 14명 중에서 마지막에 온 2명은 오스피탈레로가 다른 곳에 소개를 해주어 가고 나머지 12명이 접수를 했다. 이용료는 커버 포함 6유로. 홀과 이층 침대가 6개 놓여 있는 도미토리가 서로 터져 있었다. 도미토리에 들어가자 홀랜드 남자가 자기 위에 자라고 자리를 잡아준다. 점심 한 끼 같이 먹었을 뿐인데 친근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층 침대인데 가드레일이 없다. 침대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없다. 잘못해서 아래로 떨어지면 골로 갈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은 코를 고는 사람도 없고 아주 좋았는데 오늘밤은 어떨지 모르겠다. 기타를 메고 다니는 순례자가 기타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순례자들 중에는 특이한 사람들도 꽤 있다. 오른쪽 4번째 발가락에 작은 물집이 생겨 이쑤시개로 따고 물을 짜냈다. 알베르게에 콘센트가 몇 개 없어 불편하다. 저녁은 생략하고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 아잠부자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 [12:46]


▲ 접수하는 시간이 오후 3시부터 8시까지다 [12:47]


▲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카페 [12:50]


▲ 점심 시간이라 식당 안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13:00]


▲ 오늘 점심 메뉴 [13:15]


▲ 아잠부자 거리에서 만난 조형물 [13:54]


▲ 아잠부자 공립 알베르게 앞에서 접수를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들 [14:00]


▲ 3시가 되어 접수 시작 [15:03]


▲ 예전 순례자들이 사용했던 지팡이 [15:23]


▲ 아잠부자 공립 알베르게 도미토리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