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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 길

2019.04.25. [산티아고 까미노 포르투갈 길 3] 리스본→알프리아트

by 사천거사 2019. 4. 25.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3

 

일시: 2019년 4 25일 목요일 / 흐림 맑음 비 맑음 비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 / 포르투갈

 코스: 리스본  비아투  마르빌라  나코에스 공원 → 사카벵 → 그란자  알프리아트

 거리: 21.7km / 걸은 거리 21.7km

 시간: 5시간 41







06:00   한 시에 잠이 깼다. 바깥 날씨를 확인해 보니 바람은 약간 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지금은 이렇지만 아침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낮잠을 잤더니 잠은 오지 않고 뭐 하지? 글이나 쓰자. 지금과 같은 경우 스마트폰은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도구다. 숙박 장소 3곳에 있는 호스텔 예약을 했다. 알베르게가 없는 곳들인데 어제처럼 예약을 하지 않아 발걸음을 되돌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영어를 몰라도 현지어를 몰라도 예약 앱 부킹닷컴(Booking.com)을 이용하면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든지 호스텔이나 호텔 등의 숙박장소를 쉽게 예약할 수 있다.


4시 30분, 춥다. 방안 공기가 싸늘하다. 오늘은 걸을 거리가 짧으니 해가 뜬 다음에 출발해야겠다. 숙소 예약을 추가로 한 곳 더 했다. 알베르게가 있는 곳이지만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예약한 것이다. 8시, 아침을 먹으러 숙소 식당에 갔더니 차려 놓은 음식이 다양하고 푸짐하다. 스크램블, 소시지, 여러 가지 빵, 요구르트, 오렌지주스, 커피, 등등. 아침 치고는 진수성찬이다. 3유로에 이렇게 푸짐하다니. 숙박비를 28유로나 받아 속이 아팠는데 오늘 아침 메뉴를 보고 기분이 확 풀렸다.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나오려는데 식탁에 앉아 있는 여성 한 분이 무척 눈에 익었다.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더라. 그래, 작년에 북쪽 길을 걸을 때 몇 번 같은 알베르게에 함께 묵었던 프랑스 부부 중 아내였다. 인사를 건네며 아는 체를 했더니 그 여성 분도 기억을 해낸다. 사람 인연이 이런 거구나. 그들도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간다고 한다. 이번에는 몇 번이나 같은 숙소에서 함께 묵게 될지 모르겠네. 호스텔을 출발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대망의 까미노 걷기에 들어갔다. 까미노 포르투갈 길의 시작점인 산티아고 성당을 찾아가는 길, 평일인데도 도로는 무척 한산한 편이었다.


▲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07:16]


▲ 일단 아침 날씨는 아주 쾌청하다 [08:01]


▲ 호스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 [08:10]


▲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호스텔 숙박객들 [08:22]


▲ 호스텔 도미토리 모습 [08:40]


▲ 작년 북쪽 길을 걸을 때 만난 적이 있는 프랑스 부부 [08:43]


▲ 홈 리스본 호스텔 출발 [08:47]


▲ 시내 거리가 무척 한산하다 [08:54]


▲ 리스본 시내 거리의 벽화 [08:57]


09:02   산티아고 성당(Igreja de Santiago) 앞에 도착했다. 문이 잠겨있는 성당 벽에는 '이곳에서 까미노가 시작된다'라고 쓴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이제 도로를 따라 일단 바스쿠 다 가마 다리까지 가야 한다.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자 조금 특이한 까미노 표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개의 화살표가 나란히 있는데 파란색은 파티마 가는 길, 노란색은 산티아고 가는 길을 표시한다. 지금은 가는 길이 같기 때문에 나란히 표시되어 있는 것이었다. 프랑스 길이나 북쪽 길보다 까미노 사인이 훨씬 드물게 보인다. 시내 도로를 따라 바닷가 쪽으로 계속 걸어간다.


▲ 리스본에 있는 산티아고 성당: 포르투갈 길의 시작점이다 [09:02]


▲ 이곳이 까미노 시작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는 610km [09:03]


▲ 산티아고 성당 문 앞에서 발견한 노란색 까미노 사인 [09:04]


▲ 리스본 시내 아침 풍경 [09:07]


▲ 앞에 보이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타구스강이다 [09:08]


▲ 시내 도로를 따라 진행 [09:13]


▲ 광장에 벼룩시장이 섰다 [09:15]


▲ 보행자 도로에서 숙박하는 노숙자들이 보인다 [09:23]


▲ 벽화에 나온 인물은? 바스쿠 다 가마인가? [09:32]


09:37   부두에서 시작되는 모우지노 데 알부케르케 도로에서 다시 바스쿠 다 가마 다리를 향해 시내 도로를 걸어간다. 이제는 순례자도 보이지 않는다.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을 지나면서 아까부터 살살 아파오던 배가 점점 강한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산길 같으면 아무데서나 해결하면 되지만 여기는 대도시의 도로가 아닌가. 방법은 한 가지, 바나 카페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문을 연 바나 카페를 금방 만날 수 있느냐인데...


▲ 부두로 가는 길에 도착 [09:37]


▲ 모우지노 데 말부케르케 도로 표지판에 그려져 있는 까미노 사인 [09:38]


▲ 보행자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9:44]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


1509년에 세워진 수녀원을 재단장한 박물관으로, 포르투갈의 독특한 타일 장식인 아줄레주의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대지진 이후 불에 강한 건축 재료인 세라믹을 사용하면서 포르투갈은 아줄레주의 천국이 되었다. 마누엘 1세가 알암브라 성에 다녀온 후 이슬람 타일에 반해 리스본 왕궁에 처음 타일 장식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포르투갈 전체에서 아줄레주 장식을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 [09:46]


▲ 앞서 걸어가고 있는 순례자들 [09:49]


▲ 까미노 사인과 멀리 순례자가 보인다 [09:55]


▲ 앞서 가는 순례자를 또 만났다 [09:59]


▲ 어디 문을 연 카페 없나? [10:03]


10:05   마침 길 왼쪽에 문을 연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흑인 청년이 나를 보더니 눈인사를 한다. 맥주 한 병 주세요. 나의 말을 들은 청년은 '화장실 찾아요?' 하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남자 화장실을 가리켰다. '맥주 한 병 주세요'라는 말에 '화장실 찾아요?'라는 이 동문서답 같은 대화는 무엇 의미하는가? 그렇다. 그 청년은 내가 맥주 때문에 카페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배낭하며, 복장하며 차림으로 보아 분명히 순례자인데 이런 아침 시간에 맥주를 마시러 올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이다. 시원하게 볼 일을 마치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니 그 청년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엄지척, 순례자에 대한 칭찬의 표시다.


다시 맥주를 주문했다. 청년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내가 마시고 싶어서 주문하는 것이라고 하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져다준다. 시원한 병맥주 한 병 가격은 1유로였다. 값을 지불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돈을 받은 청년의 어머니가 나를 향해서 엄지를 치켜세워준다. 이날 아침 나는 단 돈 1유로에 다른 어디에서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진한 행복을 맛보았다. 기분 좋게 카페를 나와 보행자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슬슬 순례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화장실이 급해서 들어간 카페 [10:11]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는 맥주 한 병 [10:12]


▲ 단 돈 1유로에 진한 행복을 경험한 카페 [10:16]


▲ 까미노 사인을 따라 간다 [10:18]


▲ 앞서 가는 순례자를 또 만났다 [10:22]


▲ 마르빌라(Marvila) 마을에 진입 [10:27]


▲ 포르투갈은 대부분의 보행자 도로가 돌을 박은 길이다 [10:30]


▲ 보행자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0:38]


▲ 철로 오른쪽을 따라 진행 [10:43]


▲ 오른쪽으로 철로가 보인다 [10:48]


10:56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원형교차로를 지나 10분 가까이 걸어가자 오리엔트역과 바스쿠 다 가마 쇼핑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지역은 1998년 세계 박람회가 열렸던 곳으로 나코에스 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박람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곳을 지나자 다시 까미노 표지가 나타났다. 바스쿠 다 가마 다리를 향해 해변길을 걸어가는데 이런, 그렇게 맑았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재빨리 비옷을 입고 배낭 커버를 씌웠다. 스페인처럼 포르투갈의 날씨도 변덕이 죽 끓듯한다.


▲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원형교차로 [10:56]


▲ 무슨 나무인지 꽃이 가득 피었다 [10:56]


리스본 세계박람회


1998년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박람회는 타구스(Tagus)강 주변의 60㏊를 개발하여 박람회장은 22만 평에 조성하였다. 주제관은 박람회장 중앙에 영구 건물로 배치하였으며, 관람객이 225m 이상을 걷지 않고 모든 서비스 구역에 도달토록 시설을 배치하였다. 해양수족관은 '박람회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잘 설계되어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만들어졌다. 동인도, 태평양, 남극, 대서양의 물고기를 가져와 만들었다. 1만 명을 수용하는 유토피아 전시관은 대형건물 외벽이 거북이등처럼 생겼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30분 이상 특별한 상연이 있고 관람을 끝내는 데 3시간이 소요되었다. 대부분의 전시 및 행사가 해양역사 관련 이벤트에 국한되어 해양문화, 해양관광, 수산, 해양과학 등에 관한 메시지를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중앙 도크는 전면에 흐르고 있는 타구스강 앞에 만들었다. 도크에는 해양관이 섬처럼 자리 잡았다. 바다지식관, 포르투갈관, 유토피아관 등이 도크를 중심으로 에워싼 배치를 보여준다. 바스코 다 가마를 기념하는 기차역에서 내려서 강가로 걸어가면 도크가 나오며, 그 곳에서 바라보면 앞에 케이블카가 떠도는 경관이 인상적이다. 철길과 같은 방향으로 길게 파빌리온이 늘어선 양상이며 강을 따라 건설되었다.

주제관인 해양지식관(Knowledge of the Seas Pavilion)은 전부 흰색 콘크리트로 건축되어 분명하고도 명상적인 이미지를 던져준다. 자연전시관(Natural Exhibition)은 일종의 야외전시관으로 인류가 바다와 연관 맺으면서 사용해온 다양한 배들이 선보였다. 안에는 작은 배, 바깥에는 큰 배를 전시하였다. 해양관(Oceans Pavilion)은 리스본박람회의 랜드마크 같은 건축물이다. 물에 세워진 수상건축물로 건물 위에는 배의 마스트가 서있다. 내부에는 유럽의 가장 큰 오션아리움(Oceanarium)이 있다. 미래관은 엑스포98'의 주제인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포르투갈관은 도크 내의 중심에 해변을 따라서 길게 자리 잡았다. 유토피아관은 비행접시 모양의 건축물로 미래를 구현코자 하였다.


▲ 바스쿠 다 가마 쇼핑몰(Centro Vasco da Gama) [11:05]


▲ 쇼핑몰에서 바라본 오리엔트(Oriente) 전철역 [11:05]


▲ 1998년 세계박람회가 열린 나코에스 공원 [11:08]


▲ 1998년 세계박람회에 참가한 나라들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다 [11:09]


▲ 체육관 건물인 알티스 아레나(Altice Arena) [11:09]


▲ 1998년 세계박람회에 참가한 나라들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다 [11:13]


▲ 1998년 세계박람회 마스코트 질(Gil) [11:13]


▲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바스쿠 다 가마 다리가 타구스강을 가르고 있다 [11:16]


11:20   쏟아지는 빗줄기가 너무 세차 벤치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비를 피했다. 잠시 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곳 날씨가 이렇다. 나코에스 공원에서 바스쿠 다 가마 다리로 가는 해안길은 시민들의 산책로였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바스쿠 다 가마 다리와 나코에스 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해양 케이블카도 산책로와 나란히 가고 있었다. 길이 12.3km의 바스쿠 다 가마 다리 아래를 지났다.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인데 참고로 우리나라 인천대교의 길이는 21.38km이다.


▲ 빗줄기가 너무 세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 중 [11:20]


▲ 바스쿠 다 가마 타워 아래에 있는 케이블카 승강장 [11:26]


▲ 나코에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간다 [11:30]


▲ 비가 그치면서 금방 해가 났다: 내 그림자 [11:35]


▲ 나코에스 공원에 있는 조형물 라이나 도나 카타리나(Rainha Dona Catarina de Bragança) [11:39]


바스쿠 다 가마 다리(Ponte Vasco da Gama)


바스쿠 다 가마 다리(Ponte Vasco da Gama 폰트 바스쿠 다 가마)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인근에 위치한 타구스강을 건너는 사장교이다. 고가구간을 포함해 총 12.3 km로 유럽에서 가장 긴 교량으로 알려져 있다. 다리의 이름은 유럽인 최초로 인도 항로를 발견한 포르투갈의 항해사 바스쿠 다 가마에서 따왔다.


▲ 타구스강 위에 놓인 보행자 다리 [11:42]


▲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바스쿠 다 가마 다리 [11:46]


▲ 다리 아래를 지나기 전에 만난 까미노 안내판 [11:48]


▲ 길 옆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 [11:49]


▲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바스쿠 다 가마 다리 [11:54]


11:56   바스쿠 다 가마 다리 아래를 지나자 해변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 데크 길이 이어졌다. 역시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이용되는 길이었다. 길 오른쪽으로 한 무리의 새들이 열심히 물속에 있는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새지? 저거, 홍학 무리잖아. 세상에, 여기서 홍학 무리를 다 보게 되네. 타구스 강변길을 마치고 지류인 트란샤오 강변길에 들어섰다. A30도로와 철로 아래를 통과한 후 트란샤오 강변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 해변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 데크 길 [11:56]


▲ 우리나라의 메꽃 같기도 하고 [12:01]


홍학


홍학은 홍학과에 딸린 새로, 플라밍고라고도 한다. 키는 1.2m가량, 날개 길이 37~44cm이며 꽁지는 15cm 가량이다. 목과 다리가 길고 날개도 크나 꽁지는 짧다. 부리는 중간 부분에서 아래쪽으로 꼬부라졌으며,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있다. 몸 색깔은 흰색 · 분홍색 등 여러 가지이나,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이며 부리 끝과 날개 끝은 검다.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물가나 갯벌 등지에서 살며 개구리 · 새우 따위를 잡아먹는다. 서남 아시아 · 유럽 남부 · 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우연찮게 타구스강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홍학 무리를 만났다 [12:02]


▲ 타구스 강변길을 따라 계속 진행 [12:05]


▲ 보바델라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창 [12:06]


▲ 하얀색 꽃이 피어 있네 [12:09]


▲ A30 도로 아래를 통과 [12:13]


▲ 철로 아래를 통과 [12:15]


▲ 원형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12:15]


▲ 트란샤오(Trancao)강 뒤로 보이는 상점가 [12:17]


12:18   커다란 얼굴 조형물을 만났다. 누구 얼굴인가? N10 도로를 건너 조금 걸어가다 왼쪽으로 갈라지는 오솔길에 들어섰다. 오솔길 입구에는 파티마 성지까지 남은 거리가 138km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서 있었다. 길은 트란샤오강 오른쪽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A1 도로 아래를 지나자 다시 길이 널찍해졌다. 길 양쪽으로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반겨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채꽃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외국에서도 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게 유채꽃이다. 오늘 강변 따라 유채꽃길을 걸으려나.


▲ 길 옆에 피어 있는 노란색 꽃 [12:18]


▲ 커다란 얼굴 조형물 [12:21]


트란샤오 강 위에 놓인 반원형의 예전 다리(Sifão do Canal Alviela-Sacavém) [12:23]


▲ N10도로에 진입: 사카벵 마을에서 벗어나는 지점 도착 [12:23]


▲ 파티마 성지 138km 전 표지석 [12:24]


▲ N10 도로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오솔길에 진입 [12:25]


▲ 트란샤오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풍경 [12:26]


▲ A1 도로 아래를 통과 [12:30]


▲ 트란샤오강 오른쪽을 따라 진행 [12:31]


▲ 길 양쪽으로 유채꽃이 만발했다 [12:40]


12:42   까미노 표지를 지나면서 길이 좁아졌다. 길 양쪽으로는 유채꽃이 계속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길을 꽃길이라고 하는가? 그런데 그 길은 곧이어 엄청난 고난의 길로 바뀌었다. 왜? 오르내림이 심해서? 아니다. 양쪽에 유채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이 피어 있는 그 길이 언제 내린 비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 진흙탕길로 변하고 만 것이다. 자, 이런 길은 뭐라고 해야 하나? 진흙탕길인가, 아니면 꽃길인가? 두 가지가 다 있으니 진흙탕 꽃길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진흙탕길이 끝이 날 줄을 모른다. 예전의 순례자들이 대개 이런 길을 걷지 않았을까?


등산화에 달라붙은 흙 때문에 발이 무겁다. 천근만근이다.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끌고 오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났다. 진흙탕길에는 성능 좋은 자전거도 무용지물이다. 걸어가기도 힘든 길을 자전거를 끌고 가려니 오죽 힘이 들까. 짜증스러움이 두 청년의 얼굴에 가득하다. 그 두 청년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30분 정도 걸어 마침내 길고 긴 진흙탕길에서 벗어났다. 엉망이 된 등산화를 어쩌지? 마침 길 옆에 작은 개울이 있어 등산화에 묻은 흙을 씻어냈다 훨씬 낫다. 널찍한 비포장 도로가 계속 이어졌다. 구름꽃이 피어 있는 하늘에서 리스본 공항으로 내려앉는 비행기들이 계속 보인다. 어제 아침에는 나도 저 비행기 중 하나에 타고 있었는데.


▲ 오솔길 옆에 서 있는 까미노 사인 [12:42]


▲ 눈 앞에 펼쳐진 진흙탕길 [12:43]


▲ 꽃길인가? 진흙탕길인가? [12:47]


▲ 리스본공항으로 내려앉고 있는 여객기 [12:49]


▲ 누가 인형을 얹어 놓았네 [12:53]


▲ 자전거를 끌고 가는 두 청년: 고생 좀 할꺼다 [12:59]


▲ 꽃이 피어 있는 진흙탕길 [13:02]


▲ 등산화에 묻은 흙을 씻고내고 다시 출발 [13:14]


▲ 도로에서 바라본 마을들 [13:29]


13:38   비포장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4월 말인데도 날이 무척 덥다. 길 왼쪽에 가재도구와 건축폐기물이 널브러져 있는게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폐허가 된 건물들이 보였다. 별로 아름답지 않은 모습들이다. 해가 쨍쨍하던 하늘이 갑자기 검어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얼른 우산을 펴 들었다. 오늘 날씨 한번 고약하네. N155-5 도로가 지나가는 원형교차로에 도착, 교차로를 건넌 후 마을도로를 따라 오늘의 목적지인 알프리아트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비포장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3:38]


▲ 길 옆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13:50]


▲ 도로 오른쪽 폐허가 된 건물들 [13:51]


▲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날은 무척 덥다 [13:54]


▲ 길 옆에 피어 있는 화초양귀비 [14:01]


▲ 알베르게 1.5km 전 이정표 [14:09]


▲ 파티마 130km 전 표지석 [14:16]


▲ 카살 도 프레이쇼 마을에 진입 [14:25]


▲ 알프리아트(Alpriate) 마을에 진입 [14:27]


14:28   알프리아트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침대가 모두 10개, 샤워실 하나, 화장실이 두 개인 알베르게였다. 시트 비용을 포함해서 10유로를 지불하고 접수를 했다. 이 알베르게는 배낭을 침대에 가져갈 수 없고 필요한 것만 바구니에 담아서 침대로 가져가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등산화를 벗으려고 배낭을 얹어 놓는 곳에 걸터앉았는데 오스피탈레로가 앉지 말라고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른다. 깜짝이야! 귀 떨어지겠네. '이 자식이 나이도 나보다 어린것 같은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라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왜? 여기는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대신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너 나중에 한국에서 나하고 만나면 혼날 줄 알아.


침대와 베개 커버를 씌우고 필요한 짐을 옮기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 후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식당이 어디 있나? 작은 마을이라 없는 거 아냐? 마을 구경도 할 겸 조금 걸어가니 길 왼쪽으로 식당 비슷한 것이 보였다. 식당 앞에서 긴가민가하며 서 있는데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도와드릴까요? 젊은 여자였다. 음식 먹을 수 있어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식당 안에는 우리나라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식당인 줄 모르고 들어왔다면 교실에 들어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아까 그 여자가 와서 주문을 받는다. 음식 설명을 하는 목소리에 힘이 넘쳐 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다 이렇게 목소리가 큰가? 수프가 어떻고 돼지고기 어쩌고 하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데 대충 중요한 단어만 들릴 뿐이다. 그래서 그냥 가져오라고 하고 우선 맥주를 한 잔 시켰다. 아이고 언제 마셔도 시원한 거. 수프가 나왔다. 완두콩으로 만든 것인데 맛이 좋았다. 덤으로 주는 바게트 빵을 찍어 먹으니 금상첨화다. 본식이 나왔다. 돼지고기, 삶은 감자, 밥, 토마토 샐러드.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 주인 여자는 틈틈이 와서 맛이 있느냐, 뭐 필요한 것은 없느냐 계속 신경을 써준다. 나는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맛이 좋다 필요한 것은 없다 라고 성의 있게 대꾸를 해주었다. 디저트를 주문하란다. 배가 너무 불러서 거절. 커피를 주문하란다. 아메리카노. 그런데 도대체 얼마를 받으려고 이렇게 자꾸 주문을 하라는 거지?


계산서를 가져왔다. 많아야 20유로 이하겠지 라고 생각한 나는 계산서를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계산서에 적힌 금액은 7.5유로. 음식값 7유로에 맥주값이 0.5유로였다. 세상에! 음식값은 그렇다 치더라도 맥주값이 말이 돼? 어제 리스본에 있는 식당에서 같은 양의 맥주값이 5유로였는데 0.5유로라니. 뭔가 잘못 계산한 게 아닌가? 세상은 참 묘하다. 맥주값이 같은 나라에서 10배 차이가 날 수 있다니 말이다. 정말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가 담뿍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까미노 첫날부터 기분 최고다.


아침에 리스본 호스텔에서 만났던 프랑스 부부가 알베르게로 들어온다. 많이 늦으셨네. 여자분은 무척 힘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쉰다. 힘들게 하는 데에는 진흙탕길도 한몫을 했으리라. 날씨가 심상찮아 빨래를 걷어 도미토리 안에 널었다. 예상대로 잠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도 날씨가 하루에 열 번도 더 변하는 것 같다. 그것도 비가 왔다 해가 떴다를. 이 지역이 비행기가 내려앉는 길목에 있어 그런지 계속 비행기 소리가 들려온다. 거의 1분에 한 대 꼴로 비행기가 내려앉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시끄러워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내일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물론 희망사항이다.


▲ 알프리아테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 [14:28]


▲ 알프리아테 알베르게 도미토리 모습 [14:36]


▲ 빨래를 해서 널었다 [14:38]


▲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 [14:45]


▲ 전식: 완두콩 수프 [14:49]


▲ 본식: 돼지고기, 감자, 샐러드, 밥 [14:57]


▲ 2016, 2017, 2018 3년 동안 이 알베르게를 거쳐간 순례자들의 국가별 숫자: 한국은 53명으로 13위 [16:34]


▲ 배낭과 신발을 보관하는 곳 [16:36]


▲ 알베르게에서 지켜야 할 항목 리스트 [16:37]



▲ 알베르게 휴게실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