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산 산행기
◈ 일시: 2019년 7월 8일 월요일 / 맑음 무더위
◈ 장소: 고용산 295.9m / 충남 아산
◈ 코스: 오리골 삼거리 → 오향재 → 월주산사 → 삼거리 → 고용산 → 용수사 → 차도 → 마을도로 →
오리골 삼거리
◈ 거리: 12.7km
◈ 시간: 4시간 12분
06:12 오늘은 오랜만에 단독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다. 산행 대상지는 충남 아산에 있는 고용산, 높이는 채 300m가 안 되지만 암릉이 있고 전망도 좋아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문제는 산행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산행 거리를 조금 늘이기 위해 오리골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산줄기를 조용산까지 이어 보기로 했다. 청주 아파트를 출발해 병천과 천안, 아산을 거친 후 45번 국도를 타고 산행 들머리가 있는 오리골 삼거리를 향해 달려갔다.
봉재저수지 앞 오리골 삼거리에 있는 봉재2리 마을 입구에 도착, 봉재편의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산행 들머리가 어디지? 아무런 표지도 없다. 방법은 단 한 가지, 그냥 지도를 확인하여 가는 수밖에... 일단 봉재감리교회 표지판 오른쪽으로 나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길? 당연히 없다. 대충 헤쳐나가다 널찍한 길을 만났는데 어허, 그 길은 무덤으로 이어졌다. 산행을 하다 자주 겪는 일이다. 번듯한 길이 나 있어 기분 좋게 걸어갔더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덤이나 묘지인 경우 말이다.
다시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걸어간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거미줄이 얼굴을 휘감는 길이다. 개척 산행에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짜증이 나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밭을 가로질러 도로에 내려선 후 주택 옆을 지나 다시 산으로 올라붙었다. 길? 또 없다. 길 찾으랴, 나뭇가지와 거미줄 신경 쓰랴, 산행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진다. 그러다가 임도에 내려섰다. 차량 통행 흔적이 있는 널찍한 임도다. 없는 길을 개척하다 임도에 내려서니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온 기분이다.
▲ 오리골 삼거리에 있는 봉재편의점 주차장에 주차 [08:29]
▲ 오리골 봉재2리 마을 표지석 [08:29]
▲ 봉재감리교회 표지판 오른쪽으로 진입 [08:31]
▲ 길을 조금 개척하자 왼쪽에 임도 등장 [08:33]
▲ 다시 산길 개척 [08:36]
▲ 철망 옆으로 진행 [08:45]
▲ 도로에서 다시 왼쪽에 있는 산에 올라붙었다 [08:48]
▲ 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08:51]
▲ 차량 통행 흔적이 있는 임도 [08:53]
08:54 임도 옆에서 향기가 풍겨온다. 어? 칡꽃이 피었네. 칡꽃 향기는 달콤하지만 사실 칡은 골칫거리 식물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충절을 굽히지 않았던 정몽주에게 태조 이방원이 던진 시 한 수다. 만수산 칡넝쿨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듯이 풍진(風塵)한 세상 별스럽게 굴지 말고 서로 협조하여 잘 살아보자는 뜻이다. 하지만 칡의 실제 모습은 어떤가. 공생이라는 산림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바로 칡이다. 숲의 가장자리에서 흔히 이 녀석이 주위를 몽땅 뒤덮어버린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방원은 칡을 잘못 안 것이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다시 산으로 올라붙었다. 희미한 발자취를 따라 올라가자 돌탑이 보이고 포장도로도 보인다. 월주산사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월주산사는 작은 절이었다. 절마당에 들어서자 활짝 핀 수국이 반겨준다. 수국의 꽃 색깔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변화하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 산성 토양에서는 파란색, 염기성 토양에서는 분홍색 꽃이 핀다. 또한 토양의 비료성분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데 질소성분이 적으면 붉은색, 질소성분이 많고 칼륨 성분이 적으면 꽃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한다. 인기척을 느낄 수 없는 절마당으로 개 두 마리가 뛰어나오더니 나에게 펄쩍 뛰어오른다. 사람이 무척 그리웠던 모양이다. 하긴 짐승이라고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7월과 8월은 칡꽃이 피는 철 [08:54]
▲ 임도를 따라 계속 간다 [08:57]
▲ 임도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09:02]
▲ 다시 길이 없어져 개척 시작 [09:11]
▲ 도로 옆에 있는 돌탑 4개와 벤치 [09:16]
▲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09:17]
▲ 수국이 활짝 피었다 [09:19]
▲ 대한불교 조계종 월주산사 [09:19]
▲ 개 두 마리가 반갑게 맞아 준다 [09:20]
09:23 월주산사를 떠나 비탈길을 내려가니 임도다. 고압선 철탑으로 이어지는 임도였다. 철탑을 지나 다시 산길에 들어섰다. 길의 흔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잠시 후 포장도로에 내려섰는데 왼쪽 가건물에서 개 짖는 소리가 엄청나게 많이 들려온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개 사육장인 모양이다. 도로를 건너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길? 없다. 아이고, 이놈의 거미줄 참 성가시네. 왼쪽으로 철조망이 계속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전력 신온양변전소 둘레에 쳐진 철조망이었다.
▲ 비탈길을 내려가서 만난 임도 [09:23]
▲ 임도의 끝은 고압선 철탑 [09:26]
▲ 없는 산길 개척 [09:34]
▲ 개사육장이 있는 도로에 도착 [09:39]
▲ 다시 산길 개척 [09:42]
▲ 왼쪽으로 철조망이 계속 나타났다 [09:44]
▲ 철조망 안은 한국전력 신온양변전소 [09:47]
▲ 고압선 철탑 오른쪽으로 진행 [09:47]
▲ 산초나무가 길을 막는다 [09:51]
▲ 멀리 고용산 정상이 보인다: 왼쪽 봉우리 [09:53]
09:55 길 옆에 산딸기나무가 있어 몇 개 따서 먹어 보니 아, 맛이 괜찮다. 산딸기와 비슷한 것으로 복분자가 있다. 둘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서로 다른 식물이다. 산딸기는 장미과 나무인 산딸기나무의 열매이고 복분자는 같은 장미과 나무인 복분자딸기의 열매이다. 익었을 때의 색깔도 다르다. 산딸기는 항상 빨간색이지만 복분자는 익으면 검붉은색으로 변한다. 걸어가는 묵은 임도 위에 산딸기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다. 한 움큼 따서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산딸기 밭을 통과하자 전망이 트이면서 멀이 고용산이 보인다. 정상부가 희끗희끗한 것을 보면 암봉으로 이루어진 모양이다. 성내1리에서 신봉3리로 이어지는 차도를 건너 다시 산에 올라붙었다. 오른쪽으로 신봉3리 공장지대에서 설치한 철책이 보인다. 언제 설치한 것이지? 무척 낡았네. 다시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나아간다. 이제 고용산도 제법 가까워졌고 번듯한 길이 나타날 법도 한데 아직까지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 산딸기를 몇 개 땄다 [09:55]
▲ 임도를 따라 진행 [10:00]
▲ 산딸기나무가 임도를 뒤덮었다 [10:04]
▲ 산딸기를 한 움큼 [10:06]
▲ 길 오른쪽으로 멀리 조용산이 보인다: 왼쪽 봉우리가 조용산 [10:15]
▲ 성내1리에서 신봉3리로 이어지는 차도를 건너 다시 산으로 [10:17]
▲ 오른쪽으로 낡은 철책이 보인다 [10:21]
▲ 산길을 개척하며 진행 [10:25]
▲ 길의 흔적이 많이 뚜렷해졌다 [10:32]
10:35 마침내 고용산으로 이어지는 번듯한 산길과 만났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생각지도 않았던 나뭇가지가 얼굴을 후려치는 경우도 없고 갑자기 얼굴을 휘감는 거미줄도 없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오늘 처음 삼거리 이정표를 만났다. 왼쪽은 성내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후 고용산 정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아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암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마침내 번듯한 산길이 나타났다 [10:35]
▲ 걷기 좋은 산행로 [10:40]
▲ 평상과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 [10:43]
▲ 벤치도 자주 보인다 [10:50]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성내저수지 [10:53]
▲ 오늘 처음 만난 이정표: 정상 쪽으로 진행 [10:58]
▲ 아산시에서 매달아 놓은 좋은 글귀 [10:59]
▲ 무슨 바위? 거북이 바위? [10:59]
▲ 암벽이 많이 보이는 고용산 정상 [11:01]
11:02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오른쪽은 백련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이 조용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예상했던 대로 고용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암릉길이었다. 7분 후, 돌탑이 모습을 드러냈고 돌탑 옆으로 올라서니 고용산 정상부다. 생각과는 달리 고용산 정상부는 헬기장을 겸한 널찍한 평지였다. 삼각점과 표지석이 있고 태극기도 게양되어 있었다. 고용산 정상은 조망이 좋은 곳이어서 창용리와 평택호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 백련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11:02]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암릉 구간 [11:03]
▲ 커다란 돌이 깔려 있는 구간 [11:06]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성내저수지 [11:07]
▲ 다시 이어지는 암릉 구간 [11:07]
▲ 돌탑 뒤가 바로 고용산 정상부다 [11:09]
▲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널찍한 고용산 정상부 [11:09]
▲ 고용산 정상에서 바라본 창용리와 평택호(아산호) [11:09]
▲ 삼각점과 정상 표지석이 있는 정상부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11:10]
▲ 해발 295.8m 고용산 정상 표지석 [11:10]
11:12 고용산 정상을 떠나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산의 높이가 얼마 안 되지만 바윗길과 급경사 지역이 있어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여럿 나타났다. 신봉1리 갈림길 지점에서 용수사 쪽으로 간다. 평일인데도 산을 오르내리는 주민들이 자주 보인다. 오른쪽으로 접근금지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 목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뭐지? 그쪽은 낭떠러지였다. 고용사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서 용수사 쪽으로 간다.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 고용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 [11:12]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 [11:15]
▲ 삼거리 갈림길 지점에서 용수사 쪽으로 진행 [11:17]
▲ 안전한 등산을 하려면...? 안내판 [11:17]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 [11:20]
▲ 목책 너머는 낭떠러지다 [11:21]
▲ 고용사 갈림길 지점에서 용수사 쪽으로 진행 [11:23]
▲ 경사가 급한 바위 구간 [11:27]
▲ 길이 많이 완만해졌다 [11:31]
11:33 다시 삼거리 지점에 도착했다. 조금 전에 고용산 정상에서 내려왔는데 왼쪽으로 정상 올라가는 길이 또 나 있다. 용수사 쪽으로 6분 정도 진행하자 신화리에서 신정리로 이어지는 차도다. 이제부터 5km 넘는 거리를 차도와 마을도로를 이용해서 걸어가야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40일 넘게 하루에 평균 25km 이상 차도와 마을도로를 걸었으니 5km 정도는 손바닥 뒤집기와 같다. 오늘은 날이 아주 화창하고 바람도 별로 없어 무척 더운 느낌이다.
▲ 삼거리에서 용수사 쪽으로 진행 [11:33]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용수사 [11:35]
▲ 도로 옆에 서 있는 고용산 가는 길 이정표 [11:39]
▲ 도로 옆에 서 있는 용수사 표지판 [11:39]
▲ 도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성내저수지 [11:42]
▲ 도로 왼쪽 쇠재마을 표지석 [11:50]
▲ 도로따라 계속 진행 [11:54]
▲ 갈림길에서 둔포 쪽으로 진행 [11:59]
▲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 [12:05]
12:14 차도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갓길이라도 있는 구간은 그나마 괜찮지만 갓길 조차 없는 곳은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다행히 지금 걷는 차도가 차량 통행이 적어 그런대로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8분 후 차도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마을도로에 들어서서 차를 세워둔 오리골 삼거리를 향해 걸어갔다. 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많이 떠 있어 무척 아름답다. 차를 세워둔 오리골 삼거리에 도착, 차에 올라 청주에 돌아온 시각이 2시, 이렇게 해서 고용산이 솟아 있는 충남 아산의 작은 산줄기 답사는 무사히 끝이 났다.
▲ 차도를 따라 계속 진행 [12:14]
▲ 도로 왼쪽으로 보이는 신정저수지 [12:16]
▲ 차도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마을도로에 진입 [12:22]
▲ 마을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2:26]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하얀 구름의 향연 [12:27]
▲ 파란 하늘에 펼쳐진 하얀 구름의 향연 [12:29]
▲ 소나무와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이 함께 어울렸다 [12:33]
▲ 오리골 삼거리가 보인다: 산행 끝 [12:41]
▲ 차를 세워둔 오리골 삼거리에 귀환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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