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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북쪽 길

2018.05.09. [산티아고 북쪽 길 16] 산타 크루스 데 베사나→산티야나 델 마르

by 사천거사 2018. 5. 9.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트레킹 16

 

일시: 2018년 5 9일 수요일 / 흐림 가끔 비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 스페인

 코스: 산타 크루스 데 베사나 → 페냐카스티요  아르세 → 모그로 → 마르 → 레케하다 바레다 산티야나 델 마르

 거리: 34.26km / 걸은 거리 349.55km / 걸을 거리 648.15km

 시간: 5시간 54

 회원: 2







06:00   지난밤에는 중간에 한 번만 깨었을 뿐 잠을 아주 잘 잤다. 지난번에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코 고는 아저씨와 다시 만났는데 그 우렁찬 소리는 여전했다. 6시 넘어 잠자리에서 일어나 접수실로 가보니 6명 정도의 순례자들이 소파와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뭐지? 아하, 사정은 이랬다. 어제저녁 늦게 알베르게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침대는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그러자 알베르게 직원이 스페인 국적을 가진 순례자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한 스페인 국적 순례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침대를 다른 나라 국적의 순례자들에게 양보한 것이었다. 말은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까미노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배낭을 꾸린 후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빵, 커피, 과자 등으로 스페인에서는 거의 언제나 아침식사를 간단히 먹는다. 20유로 기부하고 알베르게 출발, 날은 잔뜩 흐려 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걷기에 아주 좋다. A-300 도로 아래를 지나 철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길을 계속 걸어간다. 오랜만에 열차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철도 옆길을 15분 정도 걸은 후 철도와 작별을 하고 도로에 진입했다. 왼쪽으로 제법 큰 건물이 하나 보인다.


▲ 배낭을 꾸리고 아침 먹을 준비 [06:32]


▲ 알베르게 홀 풍경 [06:44]


▲ 알베르게 식당에서 아침식사 [06:52]


▲ 지난밤을 묵은 산타크루스 데 베사나의 공립 알베르게 [07:06]


▲ CA-300 도로 아래를 통과 [07:14]


▲ 철도 왼쪽을 따라 진행 [07:18]


▲ 길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들 [07:23]


▲ 열차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07:26]


▲ 길 왼쪽에 있는 대형건물 [07:30]


07:33   마르(Mar) 14.1km 전 이정표를 지나면서 까미노는 CA-304 도로 왼쪽에 나 있는 보행자 도로와 이어졌다. 보오 데 피엘라고스로 가는 이 도로에는 차량 통행이 별로 없었다. 까미노가 차도를 벗어나 오른쪽 마을 도로를 따라 잠시 진행하더니 철도를 건넌 다음 보오 데 피엘라고스 (Boo de Pielagos) 마을로 들어갔다. 철도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교회가 보인다. 잠시 마을 도로를 걸은 후 다시 철도 위를 통과했다. 오늘은 철도를 여러 번 건너야 하는 모양이다.


▲ 마르 14.1km 전 이정표 [07:33]


▲ CA-304 도로를 따라 진행 [07:37]


▲ CA-304 도로를 따라 진행 [07:43]


▲ 마을 도로를 따라 진행 [07:47]


▲ 모두 한쪽 방향으로 서 있는 소들 [07:49]


▲ 철도를 건너간다 [07:49]


▲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리오 엘 포조(Barrio El Pozo) 주택단지 [07:57]


▲ 보오 데 피엘라고스에 있는 교회 [08:02]


▲ 철도 위를 통과 [08:06]


08:07   철도를 건너 아르세(Arce) 가는 마을 도로를 따라 조금 진행하니 철도 아래를 통과하는 지하도가 나타났다. 지하도 앞 도로 바닥에는 'PUENTE'라는 글자와 함께 까미노 화살표가 선명하게 그러져 있었다. 자, 여기서 선택을 잘해야 한다. 왼쪽 길을 따르면 아르세와 오루냐를 이어주는 다리를 이용해서 파스 리아를 건너가야 한다. 또 하나의 선택은, 지하도를 지나 철교를 이용해 파스 리아를 건너가는 방법이다. 문제는, 첫 번째 코스는 두 번째 코스보다 8km를 더 걸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코스는 열차가 지나갈 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두 번째 코스를 택했다. 다른 사람들 모두 다닌다는데 우리라고 못 갈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5분 정도 걸어 철도 위에 올라섰다 내려와 다시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철교가 시작되는 곳으로 올라갔다. 철교를 건너는 길은 철도 왼쪽으로 나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크게 위험한 길이 아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맞은편에서 열차가 다가왔다. 열차 통과, 아무렇지도 않다.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것과는 달리 철교를 건너는 일은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철교를 건넌 덕분에 걸어야 할 거리를 8km나 단축시켰다. 모그로(Mogro) 역을 지난 후 CA-322 도로를 따라 비르겐 델 몬테 교회가 있는 곳까지 걸어간다.


▲ 아르세(Arce) 마을 가는 길 이정표 [08:07]


▲ 4거리 갈림길에서 철도 아래 지하도를 통과 [08:11]


▲ 철도 위로 잠시 올라가보았다 [08:16]


▲ 파스(Pas) 리아 위에 놓인 모그로 철교 [08:19]


▲ 모그로 철교 왼쪽 갓길을 따라 진행 [08:20]


▲ 모그로(Mogro) 역 [08:25]


▲ 비르겐 델 몬테 교회(Iglesia Virgen del Monte) 방향으로 간다 [08:28]


▲ 로터리에서 CA-322 도로 쪽으로 진행 [08:31]


▲ 비르겐 델 몬테 교회(Ermita de la Virgen del Monte) [08:38]


▲ 비르겐 델 몬테 교회 게시판 [08:38]


08:39   고르나소(Gornazo)로 이어지는 CA-322 도로에 들어섰다. 그런데 말이 도로지 편도 1차로에 포장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물론 차량 통행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처럼 스페인도 농촌지역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편이다. 사람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집도 몇 채 없는 고르나소(Gornazo) 마을을 지나 CA-322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잠깐 동안 철도와 나란히 가던 도로가 다시 오른쪽으로 벗어나 초원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 도로 옆 풍경 [08:39]


▲ 머리를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는 두 마리의 소 [08:43]


▲ CA-322 도로를 따라 진행 [08:47]


▲ 여기도 동백꽃이 피었다 [08"52]


▲ 이 소들은 외모가 특이하네 [08:53]


▲ 고르나소(Gornazo) 마을에 진입 [09:01]


▲ 철도 오른쪽을 따라 가는 CA-322 도로 [09:05]


▲ CA-322 도로를 따라 계속 간다 [09:11]


▲ CA-322 도로를 따라 진행 [09:14]


09:18   바르세나 데 쿠돈(Barcena de Cudon) 마을에 진입했다. 여기서는 미엥고로 가는 CA-325 도로와 쿠돈(Cudon)으로 가는 CA-327 도로가 갈라지는데 둘 다 무시하고 CA-322 도로를 따라 마르(Mar) 쪽으로 계속 걸어가야 한다. 그래야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단축시킬 수 있다. CA-322 도로는 편도 1차로이고 보행자 도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지만 진행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시골 마을을 서로 이어주는 도로라 그런지 차량 통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마르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이 보인다.


▲ 바르세나 데 쿠돈 마을에 진입 [09:18]


▲ 미엥고(Miengo) 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 [09:23]


▲ CA-322 도로 이정표: 마르(Mar) 쪽으로 진행 [09:25]


▲ CA-322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9:28]


▲ CA-322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9:35]


▲ CA-322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9:41]


▲ 마르(Mar) 마을에 진입 [09:43]


▲ 마르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 [09:47]


▲ 마르 마을에 있는 로터리 [09:51]


09:53   레케하다(Requejada)로 이어지는 CA-232 도로에 들어섰다. 잠시 후 까미노가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나더니 얼마 안 가서 다시 도로를 건너 이번에는 도로 왼쪽에 있는 철로 옆길로 이어졌다. 오늘 걷는 코스는 철도와 인연이 아주 많다. 산티야나 10.3km 전 이정표를 지난 후 육교를 이용해 철교를 건넌 후 레케하다 시내에 들어갔다. 레케하다 마을에서부터는 N-611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오늘 코스는 차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레케하다로 이어지는 CA-232 도로 [09:53]


▲ 까미노가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잠시 벗어났다 [09:56]


▲ 디자인이 보기 좋은 건물 [10:00]


▲ 철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길 [10:02]


▲ CA-232 도로 아래를 통과 [10:06]


▲ 산티야나 10.3km 전 이정표 [10:14]


▲ 육교를 이용해 철도 위를 통과 [10:16]


▲ 레케하다 마을에 있는 성당 [10:22]


▲ N-611 도로를 따라 진행: 레케하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10:32]


10:36   바레다 마을 입구 로터리에서 N-611 도로를 따라 진행을 한다. 잠시 후 바레다 마을에 도착했고 다시 나타난 로터리에서 이번에는 CA-131 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철도 위를 통과한 후 조금 걸어가자 오랜만에 강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하여 사하(Saja) 강,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는 강이었다. 스페인은 평야지대가 많은 곳이라 큰 규모의 강을 보기가 쉽지 않다. 까미노가 CA-131 도로에서 벗어나 잠시 CA-132 도로와 이어졌다.


▲ 바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로터리에 도착 [10:36]


▲ 로터리에서 N-611 도로를 따라 진행 [10:37]


▲ 바레다(Barreda) 마을에 진입 [10:40]


▲ 바레다 마을에 있는 이용원 안내판 [10:48]


▲ 바레다 마을에 있는 로터리에서 CA-131 도로로 진행 [10:49]


▲ 철도 위를 건너간다 [10:50]


▲ CA-131 도로를 따라 진행 [10:56]


▲ 다리 위에서 바라본 사하(Saja) 강 [10:58]


▲ 지금은 CA-132 도로를 따라 진행 중 [11:02]


11:07   비베다(Viveda) 마을에 진입했다. 비베다에서 캄플렝고까지는 계속 CA-340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왕복 2차로인 이 도로에는 왼쪽을 따라 보행자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다. 도로 양쪽은 대부분이 초원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주택과 초원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풍경은 그렇지만 스페인의 농촌 사정도 만만치가 않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가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 비베다(Viveda) 마을에 진입 [11:07]


▲ 전원적인 시골 풍경 [11:15]


▲ CA-340 도로를 따라 진행 [11:19]


▲ 멀리 마을이 하나 보인다 [11:25]


▲ 비베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11:33]


▲ 전원적인 시골 풍경 [11:41]


▲ 도로 옆에 피어 있는 야생화 [11:45]


▲ CA-340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1:49]


▲ 낡은 의자에 적힌 말 '그라시아스(Gracias)'는 '고맙습니다'라는 뜻 [11:53]


▲ 주변 풍경이 보기에 좋다 [12:01]


12:06   CA-340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간다. 우리나라 시골 도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왕복 2차로인 차도를 달리는 차들을 발견하기가 아주 힘들다. 스페인도 대부분의 생활 인구가 도시에 몰려 있어 그런 모양이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도로 주변 풀밭에는 이름 모를 봄철 야생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 5분 정도 걸어 캄플렝고(Camplengo) 마을에 들어선 후 CA-340 도로에서 벗어나 CA-316 도로 아래를 통과했다. 10분 넘게 마을 길을 걸어가자 고색이 창연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티야나 델 마르에 도착한 것이었다.


▲ CA-340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2:06]


▲ 도로 옆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봄철 야생화 [12:08]


▲ 캄플렝고(Camplengo) 마을에 진입 [12:11]


▲ 캄플렝고 마을에 있는 옛 성당 [12:15]


▲ CA-340 도로에서 벗어나 CA-316 도로 아래를 통과 [12:21]


▲ 길 옆 기도처 [12:22]


▲ 마을길을 따라 진행 [12:27]


▲ 까미노 데 산티아고 안내판 [12:29]


12:33   오늘의 목적지인 산티야나 델 마르에 들어섰다. 이곳은 순교자 비티니아(Bitinia)를 위해서 9세기에 지어진 산타 훌리아나(Santa Juliana)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아스투리아스 데 산티야나(Asturias de Santillana) 지역을 관할하는 중심도시였다고 한다. 이곳은 1889년에 역사지구로 지정되었고, 근교에 알타미라 동굴이 발견되면서 그 명성은 더욱 높아졌단다. 모든 거리가 돌로 포장되어 있고 칸타브리아의 귀족적인 건축물과 나무로 된 발코니가 있는 전원풍의 건축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곳이다. 이곳은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목축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지금은 관광 산업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한다.


산타 훌리아나 교회에서는 마침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알베르게는 어디 있나? 지도를 살펴보니, 헤수스 오테로(Jesus Otero) 박물관 근처에 있었다. 그래, 알베르게 이름도 '헤수스 오테로 공립 알베르게'가 아니던가. 교회와 이웃하고 있는 박물관에 들러 일단 전시품들을 구경했다. 돌과 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들은 수준이 꽤 높아 보였다. 그런데 알베르게는? 못 찾겠다, 꾀꼬리. 박물관에서 나와 다시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없다. 그것 참, 분명히 박물관 옆에 있어야 하는데...


▲ 산타 훌리아나 수도원(Colegiata de Santa Juliana Santillana Del Mar) [12:33]


▲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 [12:35]


▲ 교회에서는 장례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12:36]


▲ 꽃으로 장식한 운구 차량 [12:36]


▲ 조각가 헤수스 오테로(Jesus Otero) 박물관 전시품 [12:37]


▲ 조각가 헤수스 오테로(Jesus Otero) 박물관 전시품 [12:38]


▲ 조각가 헤수스 오테로(Jesus Otero) [12:40]


▲ 관광도시인 산티야나 델 마르 거리 풍경 [12:41]


▲ 관광도시인 산티야나 델 마르 거리 풍경 [12:42]


▲ 장례미사를 마치고 운구 중 [12:49]


12:58   마침내 알베르게를 찾았다. 우습게도, 알베르게는 조금 전에 방문했던 헤수스 오테로의 작품이 전시된 박물관 바로 뒤에 있었다. 알베르게 문에는 4시에 알베르게를 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이고, 3시간이나 남았네. 철교를 건넌 데다 쿠돈까지 거치지 않고 왔더니 거리가 많이 단축된 모양이다. 일단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이 알베르게는 침대가 16개에 불과해 경쟁이 심할 거라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점심 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 흑인 청년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14유로짜리 순례자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 내용은 하몽, 닭고기, 비노, 요거트, 빵 등. 처음에는 식당 안에 우리밖에 없었는데 손님이 계속 들어와 잠시 후에는 만석이 되었다. 마음씨 좋은 흑인 청년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까미노를 걸으면서 지금까지 많은 식당에 들러보았지만 흑인 청년이 운영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부디 번창하기를 마음속으로 깊이 빌어주었다.


▲ 헤수스 오테로 공립 알베르게 안내문 발견 [12:58]


▲ 박물관 뒤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 [13:00]


▲ 문을 여는 시간이 4시라 일단 배낭을 내려 놓고 점심을 먹기로 결정 [13:05]


▲ 점심 메뉴: 하몽, 소시지 등 [13:33]


▲ 점심 메뉴: 수프 [13:34]


▲ 손님들이 많이 들어왔다 [13:49]


▲ 점심 메뉴: 닭고기 [13:50]


▲ 고색이 창연한 도로와 건물들 [14:43]


14:49   아주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알베르게로 와보니 처음 3개였던 배낭이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교회 앞으로 갔더니 견학을 온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3시 30분쯤 다시 알베르게로 갔다. 4시가 가까워지자 슬슬 순례자들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젯밤을 함께 보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4시에 접수를 하고 침대를 배정받았다. 이용료는 6유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성당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일곱 번 치는 것을 보니 일곱 시인 모양이다. 스페인에 있는 성당에서는 시간마다 시간 수만큼 종을 치고 30분마다는 한 번을 친다. 그래서 종소리를 잘 들으면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알 수 있다. 7시 30분, 저녁을 먹으러 나가 보니,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이곳에 내리는 비는 설명하기가 아주 애매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부슬비도 아니요,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슬비나 가랑비는 어떤가? 모르겠다.


아까 점심을 먹었던 식당의 흑인 청년이 마음에 들어 다시 그 식당을 찾아갔는데 이런 문을 닫았다. 관광지 식당이다 보니 저녁에는 손님이 없을 테고 그래서 저녁 영업은 안 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았지만 만만한 집은 모두 문을 닫았고 가격이 만만찮은 집들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단 슈퍼에 들러 내일 아침으로 먹을 빵과 오렌지주스, 맥주 한 캔을 산 후 보카디요스를 판매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하몽과 로모 보카디요스와 복숭아 주스, 그리고 맥주를 한 잔씩 주문다. 이곳 샌드위치는 바게트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주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참 좋다. 웬일이지? 불현듯 아내 얼굴이 떠오른다.


▲ 점심 먹고 다시 들른 알베르게 [14:49]


▲ 산타 훌리아나 교회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 [14:59]


▲ 접수를 하기 위해 알베르게에 귀환 [15:34]


▲ 알베르게 룸 풍경 [16:56]


▲ 매일 고생하는 내 두 발 [16:56]


▲ 보카디요스를 판매하는 식당 [19:53]


▲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좋은 글귀들 [19:54]


▲ 식당 내부 모습 [19:58]


▲ 바게트 빵 사이에 고기를 끼운 보카디요스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