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성판악-관음사 산행기
◈ 일시: 2018년 11월 1일 목요일 / 맑음
◈ 장소: 한라산 백록담 1950m / 제주도 제주시
◈ 코스: 성판악 → 속밭대피소 → 진달래밭대피소 → 한라산 백록담 → 삼각봉대피소 →
탐라계곡대피소→ 관음사 지구
◈ 거리: 18.3km
◈ 시간: 5시간 57분
07:44 제주도에 왔으니 한라산을 아니 갈 수 있나. 오늘은 성판악에서 산행을 시작해 관음사 지구로 내려가 보기로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가을인 요즘은 화창한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한라산 산행을 하기에 제격이다. 서귀포 버스터미널에서 8시 5분에 출발하는 281번 시내버스에 올랐다. 516도로를 따라 성판악을 거쳐 제주시로 가는 버스다. 50분 남짓 걸려 성판악 버스정류장에 도착, 산행 들머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을 살펴보니 진달래밭 대피소에서의 출입통제 시각이 12시였다.
▲ 강정동 아파트 출발 [07:44]
▲ 서귀포 버스터미널 [07:56]
▲ 516도로를 따라 제주와 서귀포를 오가는 281번 버스 [07:58]
▲ 산행 들머리가 있는 성판악에 도착 [08:56]
▲ 해발 750m 성판악에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표지석 [08:57]
08:57 산행 들머리에 있는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지금 쯤 육지에는 충청도 지역에 단풍이 내려왔을 것이고 따라서 한라산에도 단풍이 한창일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말짱 도루묵이었다. 해발 800m 지점에서는 조금 비치던 단풍이 해발이 높아지면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제주도가 남쪽인데 왜 이렇게 단풍이 일찍 지는 거야? 물론 이유는 해발고도에 있었다. 고지대에서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찍 단풍이 들고 일찍 잎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 성판악 산행 들머리 [08:57]
▲ 한라산 성판악 지구 단풍 [09:00]
▲ 한라산 성판악 지구 단풍 [09:06]
▲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다 [09:09]
▲ 해발 800m 표지석 [09:15]
▲ 경사가 거의 없는 길 [09:24]
▲ 해발 900m 표지석 [09:31]
▲ 계속 이어지는 돌길 [09:37]
▲ 조릿대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09:44]
09:45 해발 1000m 표지석을 지났다. 단풍은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잎이 떨어진 앙상한 가지들 만이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떼를 지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짧은 수학여행 기간 중에 한라산 산행을 하려면 고스란히 하루를 바쳐야 한다. 한라산 산행을 학생들은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제주도 수학여행 일정에 한라산 산행을 포함시킨 학교는, 내 생각으로는, 깨어 있는 학교로 본다. 그것은 내가 학생들을 데리고 직접 한라산을 올라보았기 때문에 잘 안다.
▲ 해발 1000m 표지석 [09:45]
▲ 조릿대 사이로 나 있는 길 [09:50]
▲ 한라산 산행 코스에서 유일하게 만나는 삼나무 군락지 [09:52]
▲ 나무에 나뭇잎이 없다 [09:57]
▲ 속밭 대피소 [10:00]
▲ 해발 1100m 표지석 [10:04]
▲ 데크가 깔려 있는 길 [10:08]
▲ 해발 1200m 표지석 [10:22]
▲ 사라오름 갈림길 지점 표지판 [10:27]
10:34 해발 1300m 표지석을 지났다. 진달래밭 대피소가 가까워지면서 오르막 경사가 심해지고 나무계단도 모습을 드러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 매점 운영을 하지 않는 탓인지 대피소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지금 시각이 11시, 12시가 되면 공단 측에서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길을 통제한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서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돌길과 계단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2시간 넘게 편한 길을 걸어왔는데 이제부터는 힘을 좀 써야 할 것 같다.
▲ 해발 1300m 표지석 [10:34]
▲ 조릿대와 구상나무는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다 [10:42]
▲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 [10:45]
▲ 진달래밭 대피소 [10:58]
▲ 진달래밭 출입통제소: 12시가 넘으면 출입이 통제된다 [11:00]
▲ 해발 1500m 표지석 [11:02]
▲ 여기는 돌계단길 [11:09]
▲ 해발 1600m 표지석 [11:17]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 [11:25]
11:30 해발 1700m 표지석을 지났다.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를 지나자 시야가 트이면서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만 보아도 오르막 경사가 만만치 않다. 해발 1800m 지점에 도착, 몸을 돌려 아래를 보니 멀리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섶섬, 문섬, 범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가파른 구간을 올라서자 한라산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상고대가 피었네? 정상부에는 한라산의 찬바람에 의해 생긴 상고대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 해발 1700m 표지석 [11:30]
▲ 구상나무 고사목 군락지 [11:31]
▲ 시야가 트이면서 한라산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 [11:38]
▲ 해발 1800m 표지석 [11:47]
▲ 한라산 1800m 지점에서 바라본 서귀포 앞바다: 섶섬, 문섬, 범섬이 보인다 [11:52]
▲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 [11:56]
▲ 해발 1900m 표지석 [11:59]
▲ 상고대 뒤로 보이는 서귀포 앞바다 [12:01]
▲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는 한라산 정상부 [12:01]
▲ 한라산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12:02]
12:03 해발 1950m의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한라산 정상은 늘 붐빈다. 오늘도 꽤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으며 등정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정상부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빵을 점심으로 먹고 곧바로 일어섰다. 백록담을 내려다보니, 남릉 쪽으로는 상고대가 하얗게 피었고 여늬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만 물이 조금 고여 있을 뿐이다. 사실, 물이 찬 백록담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관음사 쪽 하산로에 들어섰다.
경사가 거의 없는 구간을 지나 계단길에 들어서자 어머나, 이게 뭐야? 아래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상고대 꽃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단풍을 보려고 온 한라산에서 상고대를 보다니... 한라산 정상부에 부는 찬 바람이 만들었나 보다. 성판악 쪽으로 내려왔으면 볼 수 없었을 멋진 풍광에 사람들은 연신 스마트폰과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상고대는 주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한겨울 고산지대나 호숫가의 나뭇가지 등에 형성된다. 11월 초에 상고대가 피었으니 한라산 정상부가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 한라산 백록담 표지판: 최근에 설치한 것 같다 [12:03]
▲ 정상부에 있는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12:06]
▲ 한라산 남릉에 피어 있는 상고대 [12:12]
▲ 물이 거의 말라 있는 백록담 [12:15]
▲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 표지석 [12:15]
상고대
추운지방이나 겨울철 산에서 기온이 -2℃~-8℃ 정도일 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잘 나타난다. 얼음입자가 쌓이면서 수많은 작은 공동이 만들어지므로 불투명하고 하얗게 보인다. 물체에 부착되는 과냉각 수적의 크기와 온도에 따라 투명도나 형태가 달라진다. 보통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공기 중의 수증기의 승화 또는 작은 안개입자에 의한 수상(air hoar, 樹霜), 안개입자나 구름입자에 의한 수빙(soft rime, 樹氷), 구름입자에 의한 조빙(hard rime, 粗氷) 등이 있다. 조빙의 경우 반투명 또는 투명한 얼음덩어리에 가깝다.
▲ 한라산 정상부의 상고대 [12:18]
▲ 한라산 정상부의 상고대 [12:19]
▲ 한라산 정상부의 상고대 [12:22]
▲ 한라산 정상부의 상고대 [12:22]
▲ 한라산 정상부의 상고대 [12:24]
12:25 길 왼쪽으로 장구목이 보인다. 장구목에서 왼쪽으로 갈라진 능선은 민대가리동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갈라진 능선은 삼각봉으로 이어진다. 해발 1800m 지점에서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곳까지 내려가는 길은 관음사 코스에서 경사가 가장 심한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부분이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발걸음을 옮길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한천 위에 놓인 용진각 현수교 앞에 내려섰다. 현수교의 길이는 52m, 2007년 태풍 '나리'로 이전에 있던 다리가 유실되어 2009년에 다시 개설했다.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장구목 [12:25]
▲ 구상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2:29]
▲ 해발 1800m 표지석 [12:33]
▲ 경사가 급한 나무 계단길 [12:38]
▲ 해발 1700m 표지석 [12:41]
▲ 쉼터가 있는 헬기장이 보인다 [12:43]
▲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곳에 설치한 데크 쉼터 [12:55]
▲ 용진각 현수교 표지석 [12:59]
▲ 용진각 현수교 [12:59]
13:02 삼각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에 들어섰다. 낙석 위험구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2017년 1월, 카풀연대 회원들과 한라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이곳에서 따끈한 커피와 소주 한 잔을 마신 기억이 난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 주변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어떻게? 붉은색의 토종 소나무 군락지가 상당이 길게 이어진다는 것,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눈을 즐겁게 해 준다.
▲ 삼각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 [13:02]
▲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왕관바위 [13:04]
▲ 삼각봉 대피소 [13:09]
▲ 토종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13:11]
▲ 소나무 군락지 [13:18]
▲ 해발 1300m 표지석 [13:27]
▲ 소나무 군락지 [13:31]
▲ 해발 1200m 표지석 [13:38]
▲ 소나무 군락지 [13:44]
▲ 관음사 지구로 하산 중인 산행객들 [13"53]
13:58 해발 1000m 표지석을 지났다. 10분 후에 도착한 탐라계곡 대피소, 무인 대피소이지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탐라계곡에 놓인 목교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엄청나게 급하다. 늘 그렇듯이 탐라계곡은 말라 있고 목교를 건너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다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쏟아내게 한다. 목교를 지나면서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이 낮아 잎이 아직 나무에 그래도 매달려 있다. 오늘 한라산 산행은 성판악 단풍, 백록담 상고대, 관음사 단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 해발 1000m 표지석 [13:58]
▲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14:03]
▲ 탐라계곡 대피소 [14:08]
▲ 탐라계곡 목교로 내려가는 계단길 [14:10]
▲ 탐라계곡 목교 [14:11]
▲ 길의 경사가 많이 완만해졌다 [14:17]
▲ 길 오른쪽에 있는 숯가마터 [14:21]
▲ 탐라계곡 단풍 [14:30]
▲ 길 왼쪽에 있는 구린굴 [14:37]
▲ 탐라계곡 단풍 [14:43]
14:45 관음사 지구 날머리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한라산 산행은 끝이 났다. 먼저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3시 49분에 산천단으로 가는 475번 버스가 있었다. 그렇다면 45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다는 말인데 어디서 무엇하며 시간을 보내나? 그래, 저기에 한번 가보자. 그곳은 바로 관음사 지구에 여러 번 왔어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박물관인데 볼거리가 있겠지.
들어가 보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가 있나? 상설 전시관에는 일반적인 등산장비와 제주출신 산악인 고상돈과 오희준의 산악활동 내용이 게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특별전시관에도 등산장비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렇게 박물관 안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 후 정시에 도착한 버스에 올라 산천단에 도착하니 맞은편 정류장에 281번 버스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기사분에게 신호를 보내 간신히 버스에 오른 후 강정동 아파트에 돌아오는 것으로 늦가을에 이루어진 한라산 단풍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관음사 지구 산행 날머리로 가는 길 단풍 [14:45]
▲ 관음사 지구 산행 날머리 [14:57]
▲ 관음사 등산로 입구 버스정류장 [15:04]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등동에는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이 위치한다. 산악박물관은 한라산국립공원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세계 최고봉을 정복한 국내외 산악인들의 역사 및 등반의 변천사를 보여주며,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 전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악박물관은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을 홍보하는 안내의 장, 한라산 등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체험의 장, 제주 출신 산악인을 기리는 추모의 장으로 구성된다.
▲ 관음사 지구에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15:08]
▲ 산악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등산장비들 [15:10]
▲ 산악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등산장비들 [15:21]
▲ 산악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등산장비들 [15:21]
▲ 한산한 관음사 지구 주차장 [15:29]
▲ 강정동 아파트에 귀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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