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리 머체왓 소롱콧길
◈ 일시: 2018년 9월 6일 목요일 / 흐림, 가끔 비
◈ 장소: 한남리 머체왓 소롱콧길 / 제주도 제주시
◈ 코스: 주차장 → 방사탑 쉼터 → 머체왓 편백낭 쉼터 → 편백낭 치유의숲 →
서중천 숲터널 → 연제비도 → 주차장
◈ 거리: 6.3km
◈ 시간: 1시간 31분
10:22 오늘은 한남리에 있는 머체왓 숲길과 머체왓 소롱콧길을 걷기 위해 아파트를 나섰다. '머체'는 '돌'을 '왓'은 '밭'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머체왓은 '돌밭'이란 뜻이 된다. 한남리에 있는 머체왓에는 숲길과 소롱콧길이 조성되어 있다. 두 코스의 길이가 합쳐서 13km 정도라 한 번에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머체왓 숲길과 소롱콧길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1119번 도로 바로 옆에 있다. 유감스럽게도 1119번 도로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 도로라 부득이 k5를 몰고 가야 했다.
머체왓 숲길 방문객 지원센터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머체왓 숲길 안내도 옆에 있는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숲길 걷기에 돌입, 5분 정도 걸어 데크로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자 갈림길 지점이다. 왼쪽은 숲길 들머리고 오른쪽은 소롱콧길 들머리다. 어디를 먼저 갈까, 소롱콧길을 먼저 가자. '소롱콧'은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잡목 등으로 이루어진 숲으로 지형의 모양이 작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한남리 머체왓 숲길 방문객 지원센터 [10:22]
▲ 머체왓 숲길 안내도 [10:25]
▲ 머체왓 숲길과 송롱콧길 들머리 [10:26]
▲ 입구를 지나면 만나는 꽃동산 안내도 [10:27]
▲ 코스모스 꽃밭 뒤로 저수지와 저류지 공사현장이 보인다 [10:29]
▲ 들판길을 따라 진행 [10:29]
▲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10:31]
▲ 갈림길 지점이 나온다: 소롱콧길로 먼저 진행 [10:32]
▲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길 [10:34]
10:36 방사탑 쉼터에 도착했다. 제주도에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방사탑은 육지에 있는 돌탑과 모양이 비슷하다. 방사탑은 육지에 있는 솟대처럼 액막이가 주된 기능이며 그 외에 마을의 안녕 수호, 전염병 예방, 해상 안전, 출산 등의 기능도 갖고 있다고 한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을 지나고 편백나무 숲을 거쳐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그 포장도로는 한라산 둘레길에 속하는 목장길이었고 지난 8월 24일 걸었던 길이었다. 또 그 지점은 머체왓 숲길과도 만나는 지점이었다. 머체왓 숲길은 여기서 200m 정도 서중천 쪽으로 목장길과 함께 간다.
방사탑
제주 지역에서 액막이 기능을 갖는 속신은 방사탑(防邪塔)이나 거오기[去厄]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방사탑은 풍수지리적으로 마을 어느 한 방위에 불길한 징조가 비친다거나 어느 한 지형이 비교적 허(虛)하다고 할 때 허한 방위를 막아야 마을이 평안하게 된다는 속신에서 쌓아 올린 탑이다. 탑은 좌우, 음양, 남북 대칭으로 쌓는 것이 보통이며 탑 위에 새의 형상을 한 돌이나 사람의 모양을 한 석상을 세운다. 방사탑은 그 기능면에서 육지의 솟대와 유사하며 장승이나 미륵신앙의 흔적도 보이는데, 방사의 기능과 함께 마을의 안녕을 수호하며 전염병 예방, 화재 예방, 해상 안전과 아이를 낳게 하고 보호해 주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방사용 돌탑들은 마을마다 명칭이 조금씩 다른데, 거욱대·까마귀·극대·거왁·탑·답·가마귀·거오기·가매기동산·거웍·가막동산·가마귓동산·액탑·매조자귀 등으로 불린다. 어떤 마을에서는 거욱대와 방사탑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거욱대 역시 탑과 같은 연유에 의하여 세운다. 영평하동의 경우 풍수지리적으로 남북이 허하다 하여 남대북탑(南臺北塔), 즉 남쪽에는 거욱대를 세우고 북쪽에는 방사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방사탑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돌탑들을 총괄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만들어 낸 학술적 용어일 뿐, 제주도민들이 직접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다.
▲ 방사탑 쉼터 표지판 [10:36]
▲ 여러 개의 방사탑이 보인다 [10:36]
▲ 옛 올레길 표지판 [10:38]
▲ 목장으로 들어가는 게이트 [10:39]
▲ 왼쪽으로 말 몇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0:40]
▲ 앞에 보이는 것이 편백나무 숲 [10:44]
▲ 편백나무 군락지 [10:46]
▲ 머체왓 숲길, 한라산 둘레길 목장길과 만나는 지점 이정표: 소롱콧길로 진행 [10:47]
10:48 다시 소롱콧길에 들어서자 편백나무 숲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편백나무는 사람에게 좋은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아주 유익한 나무다. 표지판에는 '편백낭'이라고 적혀 있는데 '낭'은 바로 '나무'를 말한다. 싱그러운 편백향을 맡으며 17분 정도 걸어가자 중잣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시대 조정에서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국영 마목장을 설치하면서 잣성을 축조하였다고 한다. 잣성에는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이 있는데 중잣성은 상잣성과 하잣성 사이에 쌓은 돌담을 말한다.
▲ 편백나무 숲길 [10:48]
▲ 편백향이 무척 싱그럽다 [10:49]
▲ 소롱콧 편백낭 치유의 숲 안내문 [10:50]
▲ 머체왓 편백낭 쉼터 표지판 [10:51]
▲ 중잣성과 함께 걸어가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길 [10:54]
▲ 여기는 삼나무 군락지 [10:57]
▲ 경사가 없는 걷기 좋은 길 [11:01]
중잣성
조선시대 조정에서는 군마와 역마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국영 마목장인 10소장을 설치하면서 잣성을 축조하였다. 하잣성은 주민들을 동원해 방목중인 우마들이 해안지대 농경지로 들어가 입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마장의 하한선에 축조되었다. 상잣성은 방목시킨 말들이 한라산 밀림지역으로 들어가 동사하거나 잃어버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중잣성은 하잣성과 상잣성의 공간을 이등분하는 지점에 축조된 돌담으로 농경과 목축을 교대로 하기 위해 축조되었다. 간장은 목장과 목장을 남북방향으로 구획하기 위해 축조된 돌담으로, 목장간 경계가 될 만한 하천이 없는 목장에 존재한다. 갑마장 잣성은 산마장이었던 녹산장 내에 최고 품질의 말[甲馬]을 기르는 갑마장이 설치되면서 축조된 돌담이다.
▲ 중잣성과 함께 가는 길 [11:05]
▲ 계속 이어지는 중잣성 [11:07]
11:08 버섯 철이 돌아온 모양이다. 똑 따서 깨물어 먹고 싶은 버섯이 손길을 유혹하고 있다. 버섯은 색깔이 화려할수록 독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사와도 일맥상통한다. 화려한 것만 좇는 인생은 자칫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사탑이 여러 개 있는 편백낭 치유의 숲을 지나자 왼쪽으로 서중천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계속 서중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 화려한 색깔의 예쁜 버섯 [11:08]
▲ 중잣성과 편백나무 숲 [11:12]
▲ 편백낭 치유의 숲 표지판 [11:13]
▲ 방사탑이 여러 개 있는 편백낭 치유의 숲 [11:13]
▲ 걷기 좋은 편백나무 숲길 [11:14]
▲ 거린오름 갈림길 이정표: 안내센터 쪽으로 진행 [11:19]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서중천 [11:21]
▲ 서중천 습지 표지판 [11:25]
▲ 서중천 습지 [11:25]
11:28 '닭다리버섯'이라고도 하는 흰가시광대버섯이 많이 보인다. 삶아서 물에 우리면 식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글쎄 선뜻 먹기에는 좀 그렇다. 이것과 닮은 양파광대버섯이나 흰오뚜기광대버섯은 독버섯이라 신경을 써서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버섯은 그냥 먹지 않는 게 좋다. 한라산 둘레길 목장길이 지나가는 포장도로를 건너 다시 서중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숲길에 들어섰다. '오리가 떠 있는 물'이란 뜻의 '오리튼물'을 지나 잠시 걸어가자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 '닭다리버섯'이라고도 하는 흰가시광대버섯 [11:28]
▲ 걷기 좋은 흙길 [11:31]
▲ 암반으로 뒤덮여 있는 서중천 [11:35]
▲ 한라산 둘레길 목장길에서 안내센터 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 [11:36]
▲ 걷기 좋은 길 [11:39]
▲ 서중천 오리튼물(오리가 떠 있는 물) [11:44]
▲ 공사 현장을 지나간다 [11:45]
11:47 공사 현장을 지나 다시 숲길에 들어섰다. 이제 주차장까지 남은 거리는 700m, 길은 서중천 오른쪽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길 오른쪽에 부서진 벤치가 보인다. 오래된 흔적이 역력하다. 머체왓길 관리자는 탐방로를 돌아보면서 이런 낙후된 시설물이 있으면 교체할 생각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의 행정의 대표적인 문제: 일단 한번 설치하면 그만이다. 부서지건, 없어지건, 낡았건 신경 쓸 거 없다. 들을 수 있는 답변: 인력이 모자란다, 예산이 없다. 그러나 정말로 없는 것은 바로 사람의 관심이다.
서중천에 연제비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서중천을 따라 나 있는 서중천 탐방로가 갈라진다. 거리는 3km, 왕복하게 되면 6km다. 오늘은 시간도 그렇고 해서 서중천 탐방로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이제 안내센터까지 남은 거리는 370m, 동백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잠시 걸어가자 서중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가 나왔다. 건천이라 그런지 물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지류를 건너 올라서자 시야가 트이면서 황칠나무 자생지 안내문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머체왓 소롱콧길이 끝나는 지점이었다.
▲ 공사현장을 지나면 만나는 이정표 [11:47]
▲ 참꽃나무 군락지 표지판 [11:49]
▲ 부서진 벤치: 차라리 없는 게 낫다 [11:51]
▲ 연제비도에 서 있는 이정표 [11:53]
▲ 서중천 탐방로 갈림길 지점: 안내센터 쪽으로 진행 [11:53]
▲ 동백나무 숲길 [11:56]
▲ 무슨 버섯인지 색깔과 모양이 참 예쁘네 [11:57]
▲ 머체왓 소롱콧길 날머리에 서 있는 안내문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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