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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북쪽 길

2018.04.28. [산티아고 북쪽 길 5] 이룬→도노스티아

by 사천거사 2018. 4. 28.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트레킹 5

 

일시: 2018년 4 28일 토요일 / 비 흐림 비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 스페인

 코스: 이룬 → 산투아리오 데 과달루페  파사이 도니바네 → 파사이 산 페드로  도노스티아(산세바스티안)

 거리: 27.46km / 걸은 거리 70.37km / 걸을 거리 927.33km

 시간: 7시간 47

 회원: 2







▲ 스페인의 17개 자치 지방(Comunidad Autonomos)


06:00   지난 밤에도 두어 번 정도 잠에서 깼다. 희한하게도 자정 쯤 되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한국에서의 생활 리듬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이다. 5시 30분 경에 일어났다. 어? 이게 무슨 소리? 빗소리가 들려온다. 어허,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 계속 내리는 것 같다. 그것 참, 비가 오면 여러 모로 문제가 많은데...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크로아상, 바게트빵, 잼, 버터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비옷을 챙겨 입은 후 6시 37분에 알베르게를 출발했다.


가는 비가 내리는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까미노 북쪽 길의 출발지로 많이 이용되는 이룬이라 그런지 까미노 표시는 대체로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스페인은 50개의 주가 17개의 자치 지방으로 묶여 있는데, 오늘부터 걷는 길은 바스크 자치 지방에 속한다. 바스크 자치 지방에는 알라바 주, 기푸스코아 주(주도 도노스티아), 비스키야 주(주도 빌바오)가 속해 있다. 오늘 우리는 이룬을 떠나 기푸스코아 주의 주도인 도노스티아까지 걸어가야 한다. 도노스티아는 바스크어 명칭이고 에스파니아어로는 산세바스티안이라고 한다. 


까미노 표지를 따라 아무테코 수로(Canal Amuteko)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넌 후 N-638 도로를 횡단, 다리 입구에서 오른쪽 좁은 길에 들어섰다. 잠시 후 만난 갈림길, 여기서 왼쪽 길을 택했는데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는 게 빠른 길이었다. 왼쪽 길을 따라가자 베코 에로타(Beko Errota) 식당이 나왔고 조금 더 진행하자 길이 여러 갈레로 갈라졌다. 문제는 까미노 표지도 없다는 것,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구글맵을 켰더니 어? 인터넷이 뜨지 않는다. 젠장. 비가 그쳐 일단 비옷을 벗었다. 

    

▲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 [06:18]


▲ 이룬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 출발 [06:37]


▲ 비가 내리고 있는 이룬 시내 [06:41]


▲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06:45]


▲ 온다리비아(Hondarribia) 지역에 진입 [06:50]


▲ N-638 도로를 건너와서 다시 다리 쪽으로 진행 [06:59]


▲ 다리 입구에 붙어 있는 이정표: 산티아고초 예배당까지 거리는 1.4km [07:00]


▲ 좁은 오솔길을 따라 진행 [07:07]


▲ 베코 에로타(Beko Errota) 식당이 보인다 [07:16]


07:26   길을 잘못 든 것이 거의 확실해 발걸음을 되돌리기로 했다. 까미노 표지가 계속 보이지 않으면 표지를 마지막 본 곳으로 빨리 되돌아가는 게 상책이다.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더니,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까미노 표시가 그려져 있는 게 보였다. 빙고! 10분 정도 걸어 15세기에 지어진 산티아고초 교회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산투아리오 데 과달루페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있는 비포장 오르막길이었다. 28분 정도 걸어 과달루페 전망대에 도착했다.


▲ 길을 잘못 들어 발걸음을 되돌린 곳 [07:26]


▲ 돌아오는 길에서 왼쪽 언덕으로 진행 [07:32]


▲ 노란 야생화가 피어 있는 풍경  [07:35]


▲ 말? 노새? 아니면 당나귀? [07:37]


▲ 산티아고초 교회 앞에 서 있는 이정표: 과달루페 교회까지 남은 거리는 2.2km [07:43]


▲ 15세기에 지어진 산티아고초 교회(Ermita de Santiagotxo) [07:44]


▲ 아로츠 에네아(Arotz Enea) 쪽으로 진행 [07:46]


▲ 대나무숲 오른쪽으로 진행 [07:52]


▲ 앞서 가던 순례자들을 만났다 [08:03]


▲ 과달루페로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본 엉데 해변 [08:07]


08:12   산투아리오 데 과달루페(Santuario de Guadalupe) 교회가 있는 곳에 올라섰다. 1585년에 완공된 이 교회 내부에는 바로크 양식의 제단 장식, 고딕 양식의 성모 마리아 상, 그리고 뱃머리 장식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과달루페 전망대에서는 엉데, 온다리비아, 이룬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과달루페의 임산물 운반 길'이었다는 널찍한 길에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하이스키벨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거리를 약 1km 정도 줄일 수 있지만 대신 경사가 급한 산길을 올라야 한다. 우리는 평범한 남쪽 기슭 둘레길을 택했다.


▲ 1685년에 완공된 산투마리오 데 과달루페 교회 [08:12]


▲ 과달루페 전망대에서 바라본 온다리비아, 엉데, 이룬 [08:13]


▲ 과달루페에 있는 이정표: 하이스키벨(Jaizkibel) 4km, 레소(Lezo) 9.3km [08:15]


▲ 과달루페의 임산물 운반 길(Camino Forestal de Guadalupe) 표지석 [08:15]


▲ 오른쪽은 하이스키벨 산으로 올라가는 길: 남쪽 기슭 둘레길로 진행 [08:21]


▲ 둘레길을 따라 계속 진행 [08:31]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이룬 시내 [08:41]


▲ 길 오른쪽에 있는 순례자를 위한 급수대 [08:47]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이룬 시내 [08:49]


09:02   길 오른쪽 언덕이 온통 고사리밭이다. 스페인에는 고사리가 참 많다. 여기 와서 고사리 사업이나 한번 해볼까? 사업상 가장 큰 문제는? 누가 고사리를 꺾느냐이다. 꺾을 사람이 없네. 비에 젖은 둘레길이 계속 이어졌다. 순례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앞서 가고 있는 순례자 두 명을 만났다. 언제 이룬을 떠났기에 여기까지 왔나. 길 왼쪽으로 공업지대와 레소(Lezo) 마을이 보인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래, 여가는 즐기라고 있는거야.


▲ 오른쪽 언덕에 고사리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09:02]


▲ 둘레길을 따라 계속 진행 [09:11]


▲ 까미노 표지판: GI-3440 도로 가는 길 안내 [09:25]


▲ 둘레길을 따라 계속 진행 [09:31]


▲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09:35]


▲ 앞서 걸어 가는 순례자 두 명을 만났다 [09:45]


▲ 길 왼쪽으로 보이는 공업지대와 레소(Lezo) 마을 [09:51]


▲ 둘레길을 따라 계속 진행 [09:56]


▲ 휴일이라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10:02]


10:08   이정표를 만났다. 레소 마을까지는 1.2km, 우리가 가야 할 파사이 도니바네까지는 3.4km 거리다. 13분 후 마침내 2시간 넘게 걸은 둘레길을 마감하고 GI-3440 도로에 내려섰다. 오른쪽 도로를 따라 6분 정도 걸어가다 왼쪽으로 갈라지는 마을도로에 들어섰다. 잠시 후, 시야가 트이면서 왼쪽으로 파사이아 리아(Ria de Pasaia)와 파사이 안초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자, 전망대가 나타났다. 눈 앞에 펼쳐진 파사이아 리아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사이아 리아에서는 무슨 시합이 있는지 조정 연습을 하는 팀이 여럿 보였다. 경사가 심한 계단을 걸어 파사이 도니바네 마을에 내려섰다. 이 마을은 옛것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곳이다. 리아의 동쪽 면에 위치해 있으며 1843년에 빅토르 위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는 강가를 따라 밝은 색깔의 발코니와 난간이 있는 어부의 집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산티아고 광장(Santiago Plaza)에는 바로크 양식의 시청사가 있어 사람의 눈길을 끈다. 


▲ 파사이 도니바네 3.4km 전 이정표 [10:08]


▲ 둘레길을 따라 계속 진행 [10:14]


▲ GI-3440 도로에 내려섰다 [10:21]


▲ GI-3440 도로를 따라 진행 [10:26]


▲ 목초지 뒤로 칸타브리아 해가 보인다 [10:32]


▲ 길 왼쪽으로 보이는 파사이아 리아(Ria de Pasaia)와 파사이 안초 마을 [10:37]


▲ 마을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0:45]


▲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사이아 리아 [10:52]


▲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사이 산페드로(Pasai San Pedro) 마을 [10:53]


▲ 파사이 도니바네(Pasai Donibane)의 산티아고 광장 [11:07]


11:09   산티아고 광장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선착장이 보였다. 파사이 도니바네에서 리아 건너편 파사이 산페드로까지는 200m 거리, 요금은 사람 0.8유로, 자전거도 0.8유로. 요금으로 치면 사람과 자전거가 동격이다. 건너는 데는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고 리아를 빙 돌아서 갈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면 거리도 멀고 시간도 더 걸린다. 리아를 건넌 후 벤치가 있는 광장에서 조금 이른 점심으로 바게트빵을 뜯어 먹었다. 주변 경치는 좋은데 빵맛은 별로다. 이곳도 관광지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점심 후 출발, 해변길을 따라가다 온치올라(Ontziola) 조선소 옆을 지났다.


▲ 선착장 가는 길 이정표 [11:09]


▲ 파사이아 리아를 오가는 여객선이 보인다 [11:09]


▲ 배에서 본 풍경: 언덕 위에 자리잡은 산타아나 예배당(Ermita de Santa Ana)이 보인다 [11:12]


▲ 파사이 산 페드로에서 본 풍경: 바로크 양식의 산토 크리스토 데 보난사 바실리카 성당이 보인다 [11:14]


▲ 파사이 산 페드로 마을 선착장 풍경 [11:14]


▲ 마을 광장에 있는 벤치에서 바게트빵을 점심으로 [11:17]


▲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11:39]


▲ 전통적인 방식으로 배를 건조하고 있는 온치올라(Ontziola) 조선소 [11:44]


11:51   울리아 산(Monte Ulia)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나타났다. 경사가 아주 심하다. 지그재그 형태의 계단을 약 1km 정도 올라가자 GR 121 코스 안내도가 서 있고 도노스티아까지 남은 거리가 5.5km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도 서 있었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라 10분 가까이 걸어가니 언덕 위에 자리잡은 라 플라타 등대가 보였다. 여기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비포장 임도에 들어섰다. 산허리를 감아도는 이 길에서는 역사적 유뮬인 로마 시대의 수도교(Acueducto Romano)를 볼 수 있다. 앞서 가는 순례자들이 몇 명 보인다.


▲ 울리아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시작 [11:51]


▲ 계단을 오르다 바라본 칸타브리아 해 [11:53]


▲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 [11:58]


▲ GR 121 코스 안내도 [12:00]


▲ 도노스티아 5.5km 전 이정표 [12:01]


▲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라 플라타 등대(Faro de la Plata) [12:10]


▲ 도노스티아 5km 전 이정표 [12:11]


▲ 산허리를 따라 나 있는 길 [12:13]


▲ 로마 시대의 수도교(Acueducto Romano) [12:15]


▲ 비포장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 [12:25]


12:33   도노스티아 3.5km 전 이정표를 지났다. 길 옆에 있는 순례자 환영 그림판에 이렇게 적혀 있다. Love finds the way. 우리말로 하면, '사랑이 길을 찾아준다' 정도가 될까. 울리아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길이 여섯 군데로 갈라지는 곳이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잠시 진행하자 도노스티아 800m 전 이정표기 보였고 곧 이어 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에서는 도노스티아의 수리올라 해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래밭은 넓게 펼쳐져 있는데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 도노스티아 3.5km 전 이정표 [12:33]


▲ 길 옆에 있는 순례자 환영 그림판 [12:39]


▲ 포장 도로를 따라 진행 [12:50]


▲ 울리아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을 지나가는 중 [12:52]


▲ 비포장 도로를 따라 진행 [12:57]


▲ 무리지어 피어 있는 야생화 [13:01]


▲ 도노스티아 800m 전 이정표 [13:04]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수리올라(Zurriola) 해변 [13:07]


13:10   도노스티아 500m 전 이정표를 지났다. 잠시 후 도노스티아 시내 도로에 진입했고 건물 외양이 바스크풍인 마리아 코라손 교구교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마침 교회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보았다. 스페인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가 그렇듯이, 내부는 화려했다. 우르굴 산이 보이는 수리올라 해변에 내려선 후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도노스티아는 유명한 관광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휴일을 맞은 시내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루메아 강 위에 놓인 산타 카탈리나 다리를 건넜다.  


산세바스티안(도노스티아)


프랑스와의 국경 근처, 빌바오 동쪽, 비스케이 만에 면한 우루메아 강 운하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적인 해변휴양지이다. 1014년 문헌에 처음 기록을 남겼으며 1160~90년경 나바라 왕국의 현명왕 산초로부터 자격과 특권을 인정받았다. 반도전쟁중 영국-포르투갈 군대가 프랑스로부터 이곳을 빼앗았고, 그후 1813년에 불탔다. 옛날에는 스페인 왕실의 여름 거처지로 이용되었으며 바스크어로 도노스티아라고 불렸다. 옛 시가지 및 항구는 본토와 우르굴 산 사이에 있는 지협에 자리잡고 있다. 우르굴 산 꼭대기에는 16세기에 지어진 모타 성이 있다. 도시계획이 잘된 신시가지는 우루메아 강 양안에서 라 콘차 만의 넓은 해안까지 펼쳐져 있다.


해마다 1월 20일에 레가타 조정대회로 유명한 산세바스티안 축제가 개최되는 옛 시가지에는 고딕 양식의 산비센테 교회(1507), 바로크 양식의 산타 마리아 교회(1743~64), 옛 산텔모 수녀원(1531~51)이 있다. 오늘날 산텔모 수녀원은 바스크의 민속유물들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신시가지에는 신고딕 양식의 유명한 엘 부엔 파스토르('예수 그리스도') 대성당이 있다. 주요 수입원으로 관광업·어업을 비롯해 시멘트·화학·야금 제품, 레코드·맥주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라 콘차 해변과 국제 재즈·영화제를 찾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온다.


▲ 도노스티아 500m 전 이정표 [13:10]


▲ 도노스티아 시내 도로에 진입 [13:14]


▲ 마리아 코라손 교구교회(Parroquia del Corazon de Maria) [13:20]


▲ 화려한 교회 내부 [13:22]


▲ 교회 내부에 있는 조각상  [13:22]


▲ 교회 내부에 있는 소장품 [13:22]


▲ 수리올라(Zurriola) 해변 뒤로 보이는 우르굴 산 [13:28]


▲ 산타 카탈리나(Santa Catalina) 다리에서 바라본 쿠르살(Kursaal) 다리 [13:43]


13:53   산타 카탈리나 다리를 건너 라 콘차(La Concha) 해변으로 왔다. 오른쪽을 보니 우르굴 산 정상에 있는 예수 상이 보인다. 라 콘차 해변을 따라 나 있는 길에 들어섰다. 관광도시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구글맵을 켜고 오늘 밤을 묵을 온다레타 유스 호스텔을 찾아갔다. 그 호스텔은 도노스티아를 거의 벗어난 지점인 이헬도 산 아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윽고 들려오는 직원의 말, 죄송하지만 빈 침대가 없습니다. 아니, 침대가 96개인 호스텔인데 남은 침대가 없다니? 지금이 그리 늦은 시각도 아닌데...


그랬다. 휴일을 맞아 침대가 동이 난 것이다. 알베르게는 순례자 증명서인 크리덴시알이 있어야 숙박이 가능하지만, 호스텔은 아무나 싼값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들이 모두 차지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가격이 싼 숙소는 모두 나갔고 남은 것은 20만 원이 넘는 고급 호텔뿐. 머리를 쥐어짠 끝에 나온 결론은, 기차역 대합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었다. 비가 추적거리는 길을 따라 다시 기차역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즐거움에 넘쳐 있는데 우리는 하룻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넘쳐 있다.   

 

▲ 우르굴 산(Monte Urgull) 정상에 있는 예수 상이 보인다 [13:53]


▲ 라 콘차(La Concha) 해변: 뒤에 보이는 것은 이헬도 산(Monte Igeldo) [13:55]


▲ 라 콘차 해변과 산타 클라라 섬(Santa Clara Island) [14:03]


▲ 길 왼쪽으로 보이는 미라마르 궁전(Miramar Palace) [14:10]


▲ 콘차 만 뒤로 보이는 울리아 산 [14:12]


▲ 미라마르 궁전(Miramar Palace) 아래로 차도가 지나간다 [14:13]


▲ 오늘 밤을 묵을 온다레타(Ondarreta) 유스 호스텔을 찾아가는 길 [14:21]


▲ 온다레타(Ondarreta) 유스 호스텔: 출입문에 'full'이라고 적혀 있다 [14:24]


15:18   산세바스티안 대성당(Good Shepherd of San Sebastian Cathedral) 옆을 지나고 우루메아 강 위에 놓인 마리아 크리스티나 다리를 건너 산세바스티안 북부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북부역 옆에는 지하에 버스 터미널이 있어 대합실로 내려가 보았다. 밤을 지내기가 북부역보다 나을 것 같다. 별로 갈 곳도 없고 북부역 앞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날이 추워져 다시 북부역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런대로 따뜻하다.


가족 밴드에 오늘 걸은 길의 사진을 올리고 숙소가 없어 대합실에서 비박(Biwak)을 할 예정이라고 적었더니 가족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아들 녀석이 인터넷 검색을 하며 숙소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고 알려왔다. 성의는 고맙지만, 현장에 있는 나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역만리에 있는 그들이 무슨 수로 도와준다 말인가.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주말에 관광명소를 찾아 온 우리가 불찰이지. 좋게 생각하자. 외국의 관광명소에서 비박을 하는 것도 하나의 큰 추억으로 남지 않겠는가.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조금 일찍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 때 바게트빵 뜯어 먹은 것말고는 먹은 게 아무것도 없네. 마리아 크리스티나 다리를 건너 대성당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다. 이곳 날씨는 정말 종을 잡을 수가 없다. 잠시 비를 피한 후 대성당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피자 한 판, 닭날개, 포도주, 커피 등 푸짐하게 시켰다. 오늘 밤 잠자리 값으로 저녁이나 잘 먹어보자. 작년에도 경험한 것이지만, 스페인 음식은 대충 아무거나 시켜도 우리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15:18]


▲ 마리아 크리스티나(Maria Cristina) 다리에서 바라본 우루메아(Urumea) 강 [15:24]


▲ 산세바스티안 기차역(북부역) 앞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15:41]


▲ 공원에서 바라본 마리아 크리스티나 다리 [16:14]


▲ 기차역 대합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16:22]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는 도노스티아 거리 [17:13]


▲ 비에 젖었어도 꽃은 예쁘다 [17:26]


▲ 성당 근처에 있는 식당 내부 모습 [17:37]


▲ 저녁식사 메뉴: 피자 한 판, 닭날개, 포도주, 커피 등등 [17:51]


18:52   저녁을 먹은 후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탐방에 나섰다. 입장료는 없다. 유럽에 있는 대부분이 대성당이 그렇듯이, 이곳도 내부가 무척 화려했다. 절대로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유럽에 있는 성당들이다. 비가 거의 그친 마리아 크리스티나 다리를 건너 북부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하릴없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비가 온 뒤끝이라 그런지 춥다. 여기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바로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 대합실로 내려갔다. 훨씬 따뜻하다.


이제 시간만 보내면 된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무슨 사연을 안고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사람들일까. 그래도 저들은 저마다 갈 곳이 있는데 우리는 갈 곳이 없네. 밤 1시 넘어서도 운행하는 버스가 있어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람들이 좀 뜸해진 틈을 타서 대합실 의자에 침낭을 펴고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은 시끄럽고 철제 의자는 차갑고 잠이 제대로 올 리가 없다. 좁은 의자에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그냥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여, 빨리 흘러가라.  


▲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탐방에 나섰다 [18:52]


▲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내부 [18:53]


▲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내부 [18:53]


▲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내부 [18:54]


▲ 산세바스티안 대성당 75m 첨탑 [18:58]


▲ 비가 거의 그친 도노스티아 거리 [19:06]


▲ 도노스티아 버스 터미널 대합실 [21:00]


▲ 대합실 의자에 누워서 [21:59]


▲ 대합실 의자에 앉아서 [11:46]